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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가지없는 요즘 회사

202411

by 만수당

업무에서 다름이 아니오라, ~하여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하여주시기를 부탁드리겠습니다. 등등의 쿠션어를 사용하는 목적은 텍스트로 표현되는 대부분의 업무에 대해서 감정 오해를 막기 위한 목적이 제일 크다.

그런데 요새 보면 직설적으로 -해주세요. -바랍니다. 정도의 표현을 쓰고 쿠션어라 우기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까지 쿠션어라고 한다면 다이소에서 파는 5천원 쿠션도 아닌 대나무 통풍시트를 깔고 앉았을 확률이 높다.

일은 결국 사람이 하는 것이기에 나는 적절한 쿠션어 활용은 업무 능력의 일환으로 보곤 한다.

일례로 기관에 있을 때 나는 상대가 누구든지 전화 말미에 '선배님! 오늘도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선배님 오늘 날씨처럼 밝은 하루 보내세요!' 등의 말로 전화를 끝냈다. 사실 신경써서 한 것이라기보단 그냥 습관처럼 했던 것인데 본사 선배들의 반응이 좋았다. 맨날 내가 실수해서 풀어달라고 연락하는 것인데 나중에는 내가 실수하면 재무팀 선배들이 먼저 전화오셔서 '영준씨~ 그거 OO잘못 올린 거 제가 수정해서 재기안했으니깐 다음에는 AA랑 OO 한번씩만 더 봐주기~ 그래도 다른 건 잘 올렸어요~!' 라고 해주셨다. 나중에는 사내 교육을 갔을 때 재무팀장님이 내게 오셔서 '아, 네가 영준이야?' 하면서 잘하고 있다고 격려해주시고 가기도 했다.

나보다 일을 잘하던 같은 팀 선배들은 재무팀 연락만 오면 울상이었는데 나는 내가 큰 잘못을 했어도 전화하고 소통하는 걸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게 조금이라도 문제를 키우기 전에 해결하는 방법이었으니 말이다. 센터장님들께 다소 무례한 장난을 치기도 했고 우울해보이는 직장 선배들에게 카카오톡으로 깜짝 선물을 보내주며 응원을 해주기도 했다. 그래서 그때 선배분들과 아직도 모두 연락을 주고 받는다.

그 사이, 직장 문화는 상호 존대가 기본이 되는. 그리고 서로가 서로를 존중하는 성숙한 문화로 점차 변모되었다. 문제는 이러한 상호 존중의 문화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직급과 직책, 직위 등은 모두 제비뽑기로 뽑은 것이 아니다. 나름의 이유와 인정이 결합되어 있는 것들이고 그만큼의 책임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나이도, 직급도, 경력도 부족한 사람이 그 윗사람에게 마치 동기처럼 이야기하는 건 문제가 있지 않을까. 물론 같이 일하는 동료는 맞다. 하지만 Co-Woker라는 건 결국 같은 공간에서 같은 부서의 일을 하는 러닝메이트의 개념이지 친구의 개념이 절대 아니다. 그런데 상대가 수석이든, 협력사 대표든, 부장이든 '고객사 요청이니 12월 1일까지 종료해주세요' '관련 내용 첨부하세요' '제가 오늘 휴가라서 내일 다시 연락바랍니다' 정도의 말들은 그냥 사회화가 덜 된 것인가 라는 생각도 든다.

같이 일하는 동료라고 친구는 아니다. 함께 존중하라는 의미이지, 맞먹으라는 의미는 절대 아니다. 내가 상대를 존중할 때 나도 존중받을 수 있는 건 너무 간단한 이치다.

이런 생각을 할 때마다 내가 꼰대인가 싶기도 하지만 사회에서의 기본 예의를 찾는 것도 꼰대라고 누군가 욕한다면 나는 기꺼이 꼰대로 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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