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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가지 없는 요즘회사2

202411

by 만수당 Jan 18. 2025

지난 주 올린 글에서 오해가 없도록 덧붙이자면, 무조건 쿠션어를 써서 상대의 기분을 맞추고 장황한 이야기를 덧붙이자는 것이 아니었다. 다만, 표현하는 방식에서 상대를 조금 더 존중하는 것만으로도 모두가 기분 좋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었다.

그렇다면 쿠션어와 존중의 표현은 주니어만, 혹은 부탁하는 사람만 사용해야 할까? 당연히 그렇지 않다. 내 지향점인 ‘일과 사람을 잇는다’라는 취지에 따라, 특별히 내 이익과 직결되지 않더라도 다른 사람을 연결하는 역할을 자주 맡는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서로에 대한 존중이 기본이 되어야 한다고 많은 부분을 느끼게 된다. 나와 상대방의 이해관계가 얽히더라도 회사 규모와 상관없이 진정성 있는 태도로 관계를 맺는 것은 장기적인 신뢰의 밑바탕이 된다.

하지만 일부 회사의 대표이사들은 상대방 회사의 규모에 따라 태도를 달리하는 이중적인 모습을 드러내는 경우가 많다. 이는 현대 경영 환경에서도 쉽게 목격된다. 예를 들어, 기술력 있는 소규모 스타트업이 대기업과 협력할 때, 대기업은 종종 자신들의 위치를 앞세워 계약 조건을 일방적으로 변경하거나 무리한 요구를 하곤 한다. 이런 상황에서 소규모 스타트업의 의견이나 요구사항은 묵살되기 일쑤다. 반대로, 대기업이 글로벌 기업이나 주요 경쟁사와 협력할 때는 모든 조건을 최대한 수용하고 심지어 소규모 협력사에게 제공하지 않았던 기술 지원이나 공동 마케팅까지 제안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러한 차별적인 태도는 결국 회사가 진정성보다 외형적인 규모에 맞춰 이미지 관리에 치중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대표이사가 작은 회사에 무리한 조건을 요구하는 이중적 태도는 회사 내부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직원들은 대표가 작은 협력사에 불공정하게 대하는 모습을 보면서 상대방의 규모나 조건에 따라 태도를 달리하는 문화를 학습하게 된다. 조직 구성원들이 상대 회사나 개인의 외형적 조건을 기준으로 대하는 분위기가 퍼지면서 회사 내부의 윤리적 기준과 신뢰가 약화된다. 결국 회사 전체가 상호 신뢰보다는 단기적인 성과에 치중하게 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로 벤처캐피탈(VC)과 스타트업의 관계를 들 수 있다. 작은 규모의 스타트업들은 종종 VC로부터 불합리한 지분 요구나 과도한 성장 압박을 받는다. VC는 자신들의 자금력과 경험을 내세워 스타트업을 제어하려 하지만, 정작 자신보다 큰 투자 회사나 주요 투자자와 협력할 때는 모든 요구를 수용하며 예의 바르게 대처한다. 이런 이율배반적인 태도는 스타트업들에게 큰 부담이 되며, 장기적 성장보다는 당장 생존을 위해 VC의 요구를 따르며 비즈니스 생태계 전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스타트업들은 진정한 파트너가 아닌 단기적 성과를 위한 도구로 취급되기 때문에 관계에서 신뢰와 발전의 기회를 얻기 어렵다.

이와 같은 사례는 많은 곳에서 관찰된다. 대기업들이 협력사들을 대할 때 일관된 기준과 태도를 보이지 않는다면, 결국에는 신뢰를 잃을 수밖에 없다. 초기의 페이스북(현재 메타)처럼 회사의 규모와 상관없이 모든 파트너와 협력사에게 공정하고 진정성 있는 태도를 보이는 것이 장기적인 성장을 위한 필수 요소가 될 수 있다. 페이스북은 초기부터 광고주와 소규모 개발자, 앱 제작자들에게까지 자발적으로 협력하는 문화를 구축했고, 이들이 성공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했다. 그 결과 페이스북은 다양한 파트너들과 신뢰 관계를 형성하면서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고, 강력한 생태계를 구축하게 되었다. 상대방의 규모와 상관없이 진정성 있는 협력 관계를 맺으려는 노력이 회사를 성장시키는 원동력이 된 것이다.

결국, 대표이사가 상대방의 규모에 따라 태도를 달리하는 이율배반적인 리더십을 보이는 것은 장기적인 성과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작은 협력사를 무시하거나, 단기적 성과에만 집착하는 태도는 결코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끌어내지 못한다. 이러한 태도는 시간이 지나며 신뢰와 브랜드 이미지를 약화시킬 뿐 아니라, 회사 내부의 조직 문화와 윤리적 기준도 손상시킨다. 직원들은 규모가 작거나 내게 이익이 직접적으로 크지 않더라도 서로를 존중하는 태도와 문화를 경험하고 배워야 한다.
이율배반적 리더십의 문제는 대표이사 개인에게만 머무르지 않는다. 회사 내부로, 협력 관계로, 그리고 비즈니스 생태계 전체로 퍼지며 더 큰 영향을 미친다. 반면, 진정성 있는 태도로 상대방의 규모와 상관없이 공정한 협력 관계를 맺으려는 노력을 기울인다면, 장기적으로 회사는 더 큰 신뢰와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루어낼 수 있다.

상호 존중의 가치를 일관되게 실천하는 회사는 외형적인 조건이나 단기적 성과가 아니라, 신뢰와 협력을 바탕으로 더욱 견고한 성과를 만들어 나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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