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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강대교

2025.2

by 만수당


그녀는 그저 유영할 뿐이었다.

저 아래 깔린 것이 너른 바다나 탁한 도시인 것은 상관없었다.

그저 물이 있었고 먹이가 있었다.

그녀에겐 밤섬에 앉아 자길 기다릴 아이들의 배를 채워내는 것이 먼저였다.

황금빛 도시가 저물어갈 때까지
그녀는 세찬 바람을 타고 유영했다.

달리 날개를 퍼덕거리지않아도
찬 저녁바람이 그녀를 어디로든 실어 보냈다.
그녀가 할 일은 날개를 쫙 펴기만 하는 것이다.

쳐다보면 날 끝내 삼키고 말 것 같은
큰 물 위로

그녀는 몇 차례나 떠돌았다.

어쩌면 이제 여기선 살기 어려울거야.

먼저 서쪽바다로 나아간 친구들의 말이 어른거린다.

그래도 달리 방법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이제 솜털이 지난 새끼들을 데리고 바다로 나아가기엔 아직 바람이 너무 매섭다.

그녀에게 여의도는 어떤 곳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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