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3
우리가 어떤 흠결도 없는 상태를 보통 '완벽'이라 부른다.
그런데 대체 무슨 뜻일까?
옛날 초나라 변卞이라는 마을에 화씨 성을 지닌 사람이 살았다. 그는 형산이라는 곳에서 아주 뛰어난 상태의 옥 원석을 발견하곤 초나라 여왕에게 바쳤다. 옥의 특성상 다듬기 전에는 돌과 다를 바가 없는데 궁중에 있던 세공인은 화씨가 바친 옥이 쓸모없는 돌덩이라고 감정했다. 여왕은 화가 나 화씨의 발뒤꿈치를 잘라버린다. 그후 여왕이 죽은 뒤 무왕이 즉위하자 화씨는 다시 그 돌을 바쳤지만 이번에는 반대쪽 발 뒤꿈치가 잘렸다. 무왕도 죽은 뒤 문왕이 즉위하자 화씨는 이번에도 돌을 바치려다 양발이 잘렸기에 걸을 수도 없어 돌을 안고 사흘 밤낮을 울다가 피눈물이 흘렀다.
이에 문왕은 '나라 안에 월형(발 뒤꿈치를 자르는 형벌)을 당한 이가 한둘이 아닌데 너는 유독 왜 그리 슬퍼하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화씨는 '제 발이 잘린 것을 안타까워 우는 것이 아닙니다. 천하에 둘도 없는 옥덩이가 돌덩이가 되고 정직한 제가 왕을 속인 거짓말 쟁이 취급 받는 것이 슬플 뿐입니다.' 그 말을 듣고 문왕은 돌을 다듬으라 했더니 과연 천하에 둘도 없을 보물이었다. 문왕은 그에게 대부에 준하는 봉록을 내리고 여생을 편히 살도록 했다.
당시 옥은 벽璧이라는 형태로 가공하였는데 마치 도넛과 같은 형태였다. 이 때문에 이 옥덩어리는 화씨의 벽이라는 뜻의 '화씨지벽'으로 불렸다.
이 옥은 훗날 조나라와 진나라의 외교분쟁에서 나오는 소재이기도 하고 진시황이 천하를 통일하고 이 옥을 깎아 전국옥새를 만들었다고 한다. 이후 전국옥새는 당나라 때까지 이어졌으나 후당이 멸망할 때 소실되었다.
그리고 이 화씨지벽을 흠없는 완전한 '벽'이라는 뜻으로 '완벽'이라 불린 것이 완벽의 유래다.
그런데 초나라 여왕과 무왕의 일이 지금도 일어나고 있다.
전북에 위치한 한 회사는 에탄올을 활용한 ESS 기술을 2006년에 개발했다. 그러나 시험평가기관에서는 ESS 관련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시험평가를 거부했고 정권이 몇 번이나 바뀔 동안 이 업체에서는 관련한 시험평가를 받지 못했다. 이후 문재인 대통령 시기에 이르러 전세계적으로 ESS가 유행하자 업체에서는 또 한번 시험평가를 의뢰했으나 이번에는 에탄올을 활용한 ESS에 대해서는 시험평가기준이 없다는 이유로 또 거절당했다.
12년을 넘게 기다린 업체는 결국 관련 사업을 파기했다.
최근에도 이런 사례가 있었다.
얼마전 닥터지의 우수성을 우크라이나에 전도한 업체의 일이다. 이 업체는 탄약이 내는 미세한 향기입자를 화학적으로 탐지하여 지뢰를 탐지할 수 있는 지뢰탐지장비기술을 개발하였다. 그 안에 들어간 센서는 반도체 공장에서나 쓰일 정도로 비싼 제품이다.
기존의 금속탐지기능을 주로 활용하는 지뢰탐지기에 비해 목함지뢰나 플라스틱으로 만든 러시아제 지뢰도 탐지할 수 있고 무엇보다 기존의 10cm정도의 탐지범위에서 크게 늘어난 30cm 정도의 범위로 장병 생존성 또한 증대할 수 있다. 그러나 군 시험평가에서 10cm라는 조건을 '벗어났다'는 이유로 채택이 되지 않았다. 심지어 업체 대표는 해군 3성장군 출신이다.
그런데 지뢰 제거에 혈안인 우크라이나에서는 이 업체의 장비를 약 7백억 규모로 선주문하길 원했다. 실제 전장환경에서 테스트해보고 바로 구매를 타전한 것이다. 문제는 내수가 전혀 이루어지지않았기에 그만큼이나 되는 분량을 양산할 시설이 없다. 약 20억 원이면 양산할 시설을 만들수 있는데 군납이 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투자도 되지 않는 상황이다.
오늘 내가 정말 좋아하는 한 분과 통화한 뒤에 여러 생각에 머리가 복잡해져 일이 손에 잡히질 않는다. 대체 선한 이들의 날개는 언제 펴지는 것일까.
처음부터 완벽한 일은 없다.
그러나 완벽을 만들 수 있는 일조차 거부한다면
그저 돌덩이만 남아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