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팀장의 고민

2025.05

by 유영준

딱 4년 전, 나보다 6살 어린 직원이 그만둔 적이 있었다.

본인의 정확한 업무에 대해 얘기해주는 사람이 없었고
사수라는 나는 항상 일에 치여 보듬아주질 못했다.

그 사이에 '우린 열심히 해도 결국 잡부야, 열심히 하지마~' 란 소리를 들었고
믿었던 사수는 언제라도 사표를 쓸만큼 겁이 없다는 것도 어디선가 들었다.

회사에서 기대했던 업무는 잡힐 생각이 없었고
조금 기다려보자라는 이야기들로 무마되곤 했다.

결국 사수에게 미안하지만 어린 친구는 1달만에 그만두었다.

내게 할 말이 있다고 하곤 선임님과 일하면 정말 많이 배울 거 같은데 다른 사람들이 너무 무섭고 싫다. 라고 눈물을 떨궜다.

옥상에 올라가 담배를 피며 말렸다.
그 사람들하고 일하는 거 아니고 나랑 일하는 거고, 이왕 연을 맺었으니 나한테서 뽑아낼 거 다 뽑아내고 단물 다 빨아먹고 관둬라. 내가 가진 능력이 작아도 내 능력의 80%는 뽑아먹고 나가야 할 말이 있지않냐고 말렸다. 내 직을 걸고서라도 관철시켜주겠노라 이야기했다.

그렇지만 이미 잡은 마음을 돌릴 수는 없었다. 다만 다음에는 이런 상황이 발생하면 절대 그냥 보내지 않으리라, 아니 이런 일을 만들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4년이 지나 또 다른 동료가 생겼다. 나보다 두 살 위였지만 직급에 맞추어 서로 예우를 지켰다. 그런데 얼마 전 할 말이 있다고 나를 따라 옥상엘 올라왔다.

똑같은 이야기다. 자신이 하는 업무에 대한 명확성이 없고 어떻게 될 지 모르겠다. 이런 이야기를 다른 사람에게 하니 자신을 보는 태도가 달라졌다. 더 이상 시간을 버리기 싫어 나가겠노라 이야기한다.

나도 똑같은 이야기를 했다. 어쩌면 내가 말릴 수 있는 멘트란 고작 나를 뽑아먹으란 것과 내가 방패가 되어줄거란 허울좋은 핑계뿐이다.

그러나 이미 마음이 잡힌 듯 하다.

고민이다. 내일 또 잡아볼 지, 아니면 놓아주는 게 그대로인지.

내 부서원 마음도 헤아리질 못하는데 고객을 어떻게 헤아리나 싶기도 하다.

오늘따라 내게 피곤해보인다는 사람들이 많다. 일이 많으니 쉬엄쉬엄하라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그래서 일이 많아 피곤한 것 같다고 혼자 거짓말하며 애써 퇴근한다.

참 쉬운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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