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니Journey

2025.05

by 유영준

저니(Journey)란 게임이 있다.
십년전 쯤 나온 게임으로 힐링게임의 대명사다.

사막에서 그저 걷고, 뛰고, 날아오르며 저 멀리 빛나는 산을 향해 나아가는 게임이다.

특이한 점은 채팅도, 도움말도, 이벤트도 없다는 것.

그저 말 없이, 긴 목도리를 두른 채 자신의 길을 향해 묵묵히 움직인다.
그런데 간혹 마주치는 이들이 있다.

그들과 말을 주고받지 않는다. 싸우지도 않고, 경쟁하지도 않는다.
그저 함께 걷고, 함께 날아오르며, 함께 길을 만들어간다.
도움과 연대는 있지만, 억압이나 도태는 없다.
그야말로 나를 도와주긴 NPC이다.

그런데 게임이 끝나고 나서야 엔딩 크레딧을 통해 그들이 실제 사람임을 알게 된다. 그러나 어디의 누구인지는 여전히 모른다.
단 한 마디 말도 없었기에 그들은 그저 지구 어딘가에 존재하는 나의 동료일 뿐이다.

한 마디 말 없이도 서로를 이해하며 연대할 수 있다는 것.
그것이 저니가 남긴 첫 번째 유산이다.

말이 없었기에 오히려 신뢰가 생겼고, 설명이 없었기에 함께할 수 있었다.
이 게임은 말보다 더 깊은 감각으로 서로를 연결시킨다.
침묵은 그 자체로 하나의 언어였으며, 그 언어는 다정하고 또 살뜰하다.

그러나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은 이와는 정반대다.
너무 많은 정보가 떠돌고, 진실과 거짓이 한데 뭉쳐 사람들을 윽박지른다.

서로의 말을 듣기보다, 내가 얼마나 아는지를 증명하려 한다.
토론대회에서조차 논지를 흐리고, 자신의 지식을 과시하느라 정작 핵심은 외면한다.

직장에서도 마찬가지다. 각자가 가진 좁쌀만한 전문성을 무기 삼아 타인을 깎아내리고, ‘쟤는 그것도 몰라’라며 도태시키려 애쓴다.

조용히 생각하고 말하는 이는 주목받지 못하고, 목소리 큰 사람이 조직의 헤게모니를 장악한다. ‘함께 일하는 것’은 사라지고, ‘내가 이기는 것’만 남는다.
정치의 장에서는 그 소란이 더 심하다. 차분한 말은 들리지 않고, 자극적인 말이 클릭을 얻는다. 사람을 갈라놓고, 편을 나누고, 그 틈을 벌려 지지를 얻는다.
이성은 소외되고, 광기와 모멸이 정치를 대신한다.

말은 넘치지만, 진심은 없다.
저니는 그런 시대에 던져진 조용한 질문이다.

우리는 정말 이토록 남을 까내리고 흠집내야만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가?
말이 많아질수록, 우리는 정말 서로를 이해하며 가까워지고 있는가?

이 게임은 말이 없는 대신, 같이 걷는 리듬을 남겼다.
침묵은 결핍이 아니라, 오히려 말의 과잉을 견뎌내는 윤리였다.
말하지 않음으로써 서로를 해치지 않고, 말하지 않음으로써 더 많이 느낄 수 있었다.

진정한 연대는 말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경청에서 비롯되고, 배려로 유지되며, 함께 걷는 마음으로 완성된다.

게임은 어쩌면 사회를 가장 손쉽게 반영하는 거울일 것이다.

저니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반드시 말을 해야만 연결되는 것이 아니며,
때로는 말하지 않음이야말로 가장 깊은 말이 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우리 사이의 침묵에 대해 고민해볼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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