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
랍스터는 죽지 않는다. 그런데 우리 회사는?
랍스터는 이론상 죽지 않는다. 그들은 노화하지 않기 때문이다.
텔로미어를 계속 복원하는 생물학적 구조 덕분에 랍스터는 생물학적으로 '불로불사'다. 진시황이 부러워 할 존재가 아닐 수 없다.
랍스터는 끊임없이 성장하고, 커지고, 더 강해질 수 있다. 즉 이론적으로 무한히 살아갈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의 바다는 다르다. 랍스터는 계속 자라다가 어느 순간 죽는다. 죽음의 원인은 ‘탈피’다. 성장을 위해 껍데기를 벗어던지는 과정, 그 고통스럽고 에너지 소모가 큰 순간을 넘지 못해 죽는다. 어떤 개체는 껍데기를 벗다가 숨이 멎고 어떤 개체는 탈피를 시도조차 못 하고 안에서 질식사한다.
랍스터는 죽지 않아도 되는 순간에 결국 죽는다.
우리는, 그리고 경영은 이 존재를 닮았다.
기업은 법인이기에 사실 죽지 않는다. 매출은 무한히 늘릴 수 있고 조직은 계속 커질 수 있다. 처음 1명에서 100명, 300명, 5천명, 10만명, 백만 명, 일억명까지도. 이론적으로 기업은 ‘불사체’다.
그런데 왜 대다수 기업은 성장하다 멈추고 어떤 기업은 오히려 성장이 화근이 되어 망할까? 당장 우리나라 8백만 중소기업 중 5인 미만 사업체가 약 180만 개이다.
답은 단순하다. ‘탈피’를 하지 못해서다. 정확히 말하면 지금 몸의 크기에 맞는 껍데기로 제때 갈아입지 못했기 때문이다.
기업은 체급이 커질수록 반드시 그에 맞는 ‘경영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사람 수가 늘어나면, 조직의 의사결정은 느려진다. 커뮤니케이션은 왜곡되고, 책임은 흐려지며, 고객의 경험은 분산된다.
5명이던 시절엔 구두 보고로도 충분했다. 10명이 되면 역할에 따른 업무 분장이 필요해지고, 30명이 되면 보고체계가 정리되어야 하며 50명을 넘기면 중간관리자가 없으면 안 된다. 그런가하면 100명이 넘으면, 전사적 전략·성과관리 체계 없이 운영 자체가 불가능하다.
하지만 많은 기업은 ‘지금 잘되니까’, '이렇게 해도 다 됐었어.' 라는 이유로 탈피하지 않는다.
시스템을 바꾸는 일은 불편하고 조직 문화를 손대는 일은 저항이 크다. 성과관리 기준을 새로 만드는 일은 귀찮고 기존의 익숙한 것을 버리는 건 두렵다.
그렇게 기업은 맞지 않는 껍데기 안에 구겨진 채 갇히고 만다.
껍질이 작으면 숨이 막힌다.
내부는 곪고, 핵심 인재는 떠나며, 고객은 멀어진다.
자연히 매출도 떨어지고 회사 규모도 축소된다.
그런 뒤 정말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조직이 100명에서 무너졌는데, 다시 50명이 되자 오히려 안정된다.
이유는 단 하나다.
50명에 맞는 껍질 안으로 되돌아갔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기업의 생존은 ‘사람 수’나 ‘매출’의 문제가 아니다.
‘현재 체급에 맞는 시스템을 갖추었는가’의 문제다.
탈피는 고통스럽다.
껍질을 벗는다는 건 구조를 흔드는 일이고 문화와 권한, 역할, 방식 모두를 다시 짜는 일이다. 성공하더라도 상처가 남고, 자칫 실패하면 기업은 죽는다.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탈피해야 한다.
멋들어진 이유 따위 없다. 그저 먹고 살기 위해서다.
즉 기업의 탈피는 곧 경영 전환이며, 경영 전환이란 결국 '죽지 않기 위한 통증'을 관리하는 기술이다.
이제 우리는 스스로 물어야 한다.
우리 조직은 지금 어떤 크기인가? 그 크기에 어울리는 껍데기를 쓰고 있는가?
아니면 이미 과거의 껍데기 안에 웅크리고 있는가?
그리고 또 하나. 다음 탈피는 언제여야 하는가? 그 시기와 강도, 방향을 판단할 전략이 당신에게 있는가? 기업의 생존은 ‘불사’를 꿈꾸는 일이 아니다. 죽지 않을 만큼만 탈피하는 일이다.
그것이 바로 '경영 전환 전략'의 본질이다.
기업의 텔로미어를 유지하려면 조직을 죽이지 않을 만큼의 통증과 제때의 변화, 그리고 올바른 방향이 필요하다.
다시.
랍스터는 스스로 껍질을 벗지 못해 죽는다.
그렇다면.. 당신은? 우리 회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