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늘 같은 곳에서 발생한다.

2025.09.

by 유영준

비가 참 많이도 내리던 날, 반들반들한 대리석 바닥이 잘 닦여있었다. 미끄럼 방지를 위해 깔아놓은 카펫의 모서리가 조금 찌그러져 있었으나 아무도 펼 생각은 못했다. 나는 딴 생각을 하며 걸어오다 찌그러져 올라간 카페 모서리에 발이 꼬여 넘어질 뻔했다. 아니, 차라리 넘어졌으면 그냥 창피하고 말 일을. 굳이 넘어지지 않으려하다 발목이 삐었다.

발목이 너무 아파 건물 2층에 있는 정형외과에서 치료를 받으니 14만원이 나왔다. 너무 비싼거 아닌가 했지만 바로 발목이 괜찮아진걸 보고 1주일 후의 추가 진료를 가지 않았다.

그 후로 한달, 왼쪽 다리만 벌써 네 번을 삐었다.

안그래도 수술 후유증으로 인한 족하수가 있어 왼쪽 발목은 오른쪽 발목에 비해 힘이 없고 발이 끌리기 일쑤다. 그런데 외측 인대가 손상을 입자 발목이 제멋대로 흘흘 풀려버리는 것이 많아진다.

조직도 문제가 생긴 자리에서 매번 문제가 생긴다. 횡령이 일어난 팀에서 횡령이 일어나고 보안사고가 터진 팀에서 후속 사고가 터진다. 고객하고 사이 안좋은 영업2팀은 항상 고객 컴플레인으로 도배되고 대표는 항상 같은 지점에서 투자유치를 실패한다.

문제가 터지고 사고가 터진 뒤 외양간이라도 고치면 다행이긴 하나, 대개 외양간을 고칠 때 문제라고 생각되었던 부분만 슬쩍 고치는 것이 문제다. 소도둑이든 호랑이든 소를 가져갔다면 외양간으로 들어가는 일 자체가 쉬웠을 것이다. 그런데 외양간에 쓸데없이 철로 된 문짝을 달아둔다. 그것마저 털리면 이젠 자물쇠를 걸어둔다. 다음 번에 소도둑이 지붕으로 들어올 일은 생각도 안한다.

특정 사안이나 특정 조직에 사고가 터져 뒷수습을 한다고 해도 사람이 가진 관성마저 바꿀 순 없다. 사고나 문제라는 것이 애당초 '이래도 돼'라는 생각이 모여서 만들어진건 아닐까. 그런 생각 자체를 바꾸지 못하면 랜섬웨어 대응 훈련을 아무리 열심히하고 백신을 아무리 깔아둬도 막지 못한다. 보이스피싱에 당하는 사람들은 멍청해서 당하는 게 아니라 다른 이보다 잘 믿어서 당하는 것 뿐이다.

아무리 공로를 인정받지 못해도 문제가 터지기전에 해결하는게 최고지 않을까. 발목이 또 시큰거린다. 아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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