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상선기능저하증은 의욕상실, 피로, 무기력, 체온저하, 체중 증가, 부종, 탈모 등을 증상으로 호소하며 혈액검사상 T4는 증가, TSH 갑상선자극호르몬은 증가로 확진하게 되는 호르몬 계통의 질환입니다. 한의학에서는 같은 갑상선기능저하증이라 할지라도 체질별로 그 발생기전이 다르고, 치료에 있어서도 발생기전이 다른 만큼 다른 방향성의 치료를 하게 됩니다.
오늘은 몸이 차가워지고, 살이 찌고, 붓는 갑상선기능저하증의 증상이 한의학의 관점에서 체질별로 어떤 경과를 통해서 발생하는지 간단하게 집어드리고, 어떻게 치료가 달라지는지 말씀드려보겠습니다.
한의학에서의 갑상선기능저하증
한의학에서는 기운이 없고, 체온이 떨어지고, 몸이 붓는 증상들을 보일 때 신양허증이라고 진단하고 신양을 보충하는 치료를 하게 됩니다. 신양이라는 것은 인체의 체 온유지과 정상적인 기능과 활동을 가능하게 하는 근원적인 열에너지라고 볼 수 있습니다. 비유하자면 인체라고 하는 큰 기계에 전기를 공급하는 발전소와 비슷합니다. 신양허란 쉽게 얘기하면 발전소에서 전기를 잘 만들어내지 못하는 상황이 온 것입니다. 그렇다면 발전소가 제대로 발전을 못하게 된 원인들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지 한번 생각해보겠습니다. 먼저 말 그대로 발전소의 발전기 자체가 노후화되거나 이상이 생겨서 가동을 멈춘 경우가 있겠습니다. 요새 뉴스에서 노후화된 원전을 작동시켰다 정지시켰다 하는데 이 경우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는 발전설비는 멀쩡한데 연료가 다 떨어진 경우가 있겠습니다. 과거 석탄을 태워서 발전을 하던 화력발전소들이 석탄 공급이 중단되면서 작동을 멈춘 것과 같은 상황이겠네요.
소음인
먼저 소음인부터 시작해보겠습니다. 선천적으로 심장이 좀 약하고 열을 충분히 만들지 못하는 체질입니다. 따라서 소음은 나이가 들면서 점차 심장이 더 열을 만들어 내지 못하게 되어 몸이 차가워지고 결국은 신양 허증까지 진행되기 쉬운 체질입니다. 앞에서 발전소 예시로 볼 때 노후화된 원자력발전소가 걸핏하면 멈추는 것과 같은 상황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이런 경우 신양을 보강하기 위해서 부자나 육계 같은 열성이 강한 약재와 함께 일반적으로 심장이 약한 소음인에게 보약으로 처방되는 황기 인삼 등을 같이 사용해서 체온을 올리면서 기력까지 보충하는 치료가 필요합니다.
소양인, 태양인
다음은 소양인, 태양인입니다. 두 체질은 신양허가 진행되는 기전이 거의 유사합니다. 기본적으로 화(火)가 많아서 물질 소모가 많은 소양인과, 소화흡수력이 약해서 영양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태양인은 석탄 공급이 끊겨서 작동을 멈춘 화력발전소처럼 인체에서 사용할 연료가 고갈되어서 신양허가 발생하게 됩니다. 이런 경우에는 연료를 공급해주면서 다시 발전소를 작동시켜야 합니다. 한의학에서는 인체의 열 발생과 기능유지를 위해서 소모하는 물질을 음(陰)이라고 표현합니다. 대표적인 보음약인 숙지황이 들어간 처방들이 소양인에게 필요하며, 태양인은 숙지황 같은 약물을 소화시키기 힘들 수 있으니 일단 소화기를 개선시키는 약들과 함께 보음을 시켜서 연료공급을 원활하게 만들어 주어야 합니다.
태음인
태음인은 조금 복잡합니다. 앞에서 소음인의 신양허는 발전설비의 노후화 및 고장과 유사하고, 태양인 소양인의 신양허는 연료가 고갈되어 발전을 못하는 상황과 유사하다고 말씀드렸는데, 태음인은 평소 몸이 차냐, 뜨겁냐에 따라 두 가지를 다 나타낼 수 있습니다. 태음인은 소화흡수력이 뛰어나서 살이 찌기 쉽습니다. 태음인이 살이 쪄서 피하지방이 두껍고 치밀해지면, 심장에서 피부까지의 순환이 원활하지 않게 되어 땀이 잘 배출되지 않게 되고 심장에 과부하가 걸리므로 답답함을 호소하게 됩니다. 태음인이 땀 배출을 못하는 상황이 오래 지속되어 심장에 과부하가 오랫동안 지속될 때 평소 몸이 찬 태음인은 소음인처럼 심장이 약해지면서 신양허까지 진행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치료는 피부로의 순환을 개선시키기 위해서 땀구멍을 열어주는 마황이라던가, 폐호흡을 강화시키는 길경 같은 약재들로 피부까지의 순환을 개선시키면서 소음인의 치료처럼 심장기능을 보강하고 몸을 따뜻하게 만드는 약재들을 함께 주어야 합니다.
열이 많이 태음인의 경우는 조금 다릅니다. 심장의 과부하까지의 진행은 크게 다르지 않은데 열이 많은 태음인은 심장이 그 과부하를 이겨낼 수 있도록 몸에 저장된 연료를 계속 소모하면서 심장에 에너지를 공급하게 됩니다. 이 과정이 오래되면 소화 흡수한 것 이상으로 계속 몸의 연료를 소모하게 되어 먹은 후에도 금방 배가 고파지고 살은 계속 빠지는 양상을 보이다가, 몸에서 더 이상 연소시킬 연료가 없어지게 되면 신양허증까지 빠지게 됩니다. 이런 경우에는 간의 열을 식히는 황금, 대황 같은 약재들로 과활성화된 간을 안정시키고 소양인 태양인들처럼 보음약으로 연료를 보충해 주어야 합니다.
맞춤치료의 중요성
여기까지 간단하게 체질별 신양허증, 즉 갑상선기능저하증으로 인한 무기력, 체온저하, 부종의 증상이 발생하는 과정을 확인해 보았습니다. 원래는 진단과 치료과정에서 더 자세하게 몸상태를 체크해야 하지만 일반 독자분들의 시점에서 이해하기 쉽도록 최대한 간단히 축약해서 말씀드렸습니다. 이처럼 같은 갑상선기능저하증이라고 해서 모든 사람이 다 똑같은 것이 아니고, 발생과정 및 치료는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본인 체질에 따라서 적절한 치료를 받으시는 게 더욱 효과적일 것이라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