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 내가 몰랐던 나를 먼저 발견해 준 사람

by 만숑의 직장생활

나는 내가 유머스러운 사람인지 몰랐다.

어느 날 누군가가 말했다.
“말하는 게 은근히 웃겨요.”
그전까지 나는 내가 농담을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냥 생각나는 말을 했을 뿐이었다. 그런데 그 사람이 웃고 나서야 알았다.
아, 내가 하는 얘기가 재밌구나.

나는 내가 정리를 잘하는 사람인지도 몰랐다.

회의가 끝나고 누군가가 말했다.
“아까 이야기한 걸 그렇게 정리하니까 한 번에 이해가 되네요.”
나는 그저 들은 이야기를 순서대로 적었을 뿐이었다. 그런데 그 사람은 그걸 정리라고 불렀다.

나는 내가 글을 쓰는 사람이라고도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어느 날 글을 하나 읽은 사람이 말했다.
“이거 계속 쓰셔도 되겠는데요?”
그 말을 듣기 전까지는 그게 그냥 생각을 적은 메모 정도라고 생각했다.

나는 내가 생각이 깊은 사람인지도 몰랐다.

가끔 누군가가 묻는다.
“그렇게까지 생각해 봤어요?”
나는 그저 궁금해서 한 번 더 생각해 봤을 뿐인데
누군가는 그걸 깊이라고 불렀다.

나는 내가 발표를 잘하는 사람인지도 몰랐다.

발표가 끝나고 누군가가 말했다.
“말씀을 되게 잘하시네요.”
나는 그저 내가 이해한 방식대로 말했을 뿐이었다.

나는 알지 못했다.
누군가가 옆에서 말해 주기 전까지는.

“그거 좋다.”
“그거 당신다운 것 같다.”
“그거 잘한다.”

어쩌면 평범하다고 생각했던 나의 모습들을 처음으로 ‘장점’이라는 이름으로 바라보게 되는 순간이었던 것 같다.

생각해 보면 살면서 그런 사람들을 만난다는 건 꽤 소중한 일이다. 대화를 나누고 돌아오는 길, 문득 이런 기분이 들 때가 있다.


‘오늘의 나는 꽤 괜찮았던 것 같다.’


아마 그건 내가 갑자기 좋아져서가 아니라 그 사람들이 잠깐 내 안에 있던 괜찮은 나를 먼저 발견해 주었기 때문일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3화] 오직 당신의 행동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