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니아’, ‘덕후’.
김 과장의 별명이다. 항상 별 거 아닌 것에 호들갑을 떤다. 시큰둥한 아저씨들이 대부분인 회사라, 유독 눈에 띈다.
"김 과장, 오늘 좀 피곤해 보이네? 어제 약속 있었어?"
"아, 어제 퇴근하고 광화문 좀 다녀왔습니다."
"광화문? 왜?"
"이번 주말에 BTS 공연하잖아요. 무대 설치하는 거 보려고요."
"... 공연도 아닌데 그걸 보러 갔다고?"
"네. 사실 좀 설레서요... 하하"
또 한 번은 평일에 연차를 쓰고 미술관을 다녀왔다고 했다.
"굳이 연차까지 써서 가야 해? 미술관을?"
"네. 이번에 제가 좋아하는 작품이 전시했거든요.
주말엔 사람이 많아서 제대로 못 볼 것 같아서요... 또 그런 작품은 혼자서 여유롭게 보는 맛이 있거든요"
예전엔 그게 좀 과하다고 생각했다.
굳이 저렇게까지? 좀 오버 아닌가.
그런데 요즘은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생각해 보면, 김 과장은 늘 뭔가에 반응했다. 남들은 그냥 지나가는 장면에서, 혼자 생기 가득한 눈으로 바라봤다.
"팀장님 말투는 좀 그렇긴 한데... 팀원들 챙기려고 노력하시는 거 느껴지지 않으세요?"
"이 업무는 계속 비슷해 보이는데, 가만 보면 매번 조금씩 다르네요."
그를 보면서 생각했다.
남들이 보기에 평범하게 지나갈 수도 있는 삶 속에서, 특별함을 찾아내고 그걸 알아볼 수 있는 능력. 비슷한 것들 사이에서 유니크한 걸 구분해 내는 눈썰미. 그게 왜 좋냐고 물으면 논리적으로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분명 특별하다고 느껴지는 것.
그리고 그 특별함을 기꺼이 좋아하고 몰두할 수 있다는 건, 꽤 매력적인 능력 같다.
멋짐을 발견하는 눈.
감각이라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