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만숑의 직장생활 Oct 18. 2023

[1화] 자랑충

"어! 오랜만이다, 잘 지내지?"

"와 반갑다, 새 직장 적응은 잘하고 있어?"


같이 근무했던 동갑내기 친구가 다른 곳으로 이직하고 나서, 거의 1년 만에 처음으로 만나 저녁식사를 같이 했다.


"너는 아직 그 팀에서 근무하고 있어? 바뀐 건 없고?"

"어, 나는 계속 거기에 있지. 그대로야. 여전히 힘들어. 너는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가 어디라고?"

"xx. 이것저것 처리하는 회사야"


회사는 처음 듣는 이름이다. 뭐, 내가 모르는 좋은 회사는 많으니까. 이런저런 얘기하다가, 술이 한잔 한잔 더 해질수록 친구는 현재 본인이 하고 있는 일이 얼마나 힘들고 대단한 일인지 설명한다.


"지금 내가 우리 회사 직속으로 있는 비서실 같은 곳이거든. 그래서 이것저것 사업 관리 때문에 계열사 사장들을 좀 만나야 돼서 출장이 많고, 회사 투자에도 일부 참여하고 있어서 이번 주말에도 회사 나가야 될 것 같아. 자금 운영 팀이랑도 내일 아침 8시부터 회의해야 되고, 아무튼 엄청 바쁘다"


이 친구 분명히 전 회사에서 평판이 별로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지금 하는 얘기만 들어보면, 하는 일은 거의 사장이나 진배없다.


"그 많은 걸 너 혼자 다 하는 거야? 그럼 연봉도 엄청 많겠네?"

"아 물론 팀이 있긴 한데, 팀장이 이런 일들은 안 해봐서 잘 모르더라고. 그래서 내가 많이 도와드리지. 연봉은  전 회사보다 xx% 정도 올려서 오긴 했는데, 우린 상여금이 많이 나와서, 나쁘진 않아"


대체 정확히 뭘 하는지 이해는 가진 않지만, 아무튼 대단한 일을 하고 있다고 한다. 술기운이 조금씩 오르고 내가 맞장구를 좀 쳐주니, 갑자기 나에게  따뜻한 조언을 해준다.


"만숑아, 네가 지금 일하는 곳이 전부가 아니다. 내가 나와서 지금 이 회사에서 일해보니까 세상은 정말 넓고 대단한 사람도 많더라. 너도 지금 하는 일에만 너무 목 매달지 말고, 세상을 좀 더 넓게 봐"

"어... 어 그렇지. 조언 고맙다 야"

"내가 돈을 벌어 보니까, 월급은 그냥 아무것도 아니더라고. 하루에 주식으로만 그만큼의 돈이 왔다 갔다 하니까, 확실히 노는 물이 다르더라"


여기서부터는 손절각. 이제 적당히 마무리하고, 빨리 집에 가고 싶다.  테이블 위에 놓인 영수증을 들고 카운터로 간다.


"사장님, 여기 계산해 주세요"

"네 잠시만요"


사장님이 영수증에 있는 금액을 입력하고 계시는데, 우리 친구는 카운터 옆으로 같이  안 오고, 내 뒤에서 멀찌감치 떨어져 있는 건가. 아까 돈이 돈 같지 않다고 일장연설 할 때는 언제고.


"네가 사는 거야? 잘 먹었어"

"어... 그래. 나도 잘 먹었다"


결국 그날 저녁은 내가 냈다. 자랑충들은 밥을 잘 안 사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