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회사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임원들이 줄줄이 교체되고, 오래 있던 팀들이 없어졌다. 사람들은 뿔뿔이 흩어졌고, 그만큼 소문도 많아졌다.
“이 부장이 승진한다더라”
“아냐, 이번엔 팀 자체가 날아간대”
“뭐래, 아는 사람이 인사팀인데 전혀 아니래”
카더라 통신은 풍성한데, 막상 사실인 건 별로 없다. 소문은 소문일 뿐인데, 사람들은 꽤 진지하게 걱정한다. 불안한 거다. 다들.
같은 팀의 동갑내기 이 과장은 그런 분위기와는 조금 거리가 있다. 상무가 바뀌었다고 해도 “그래? 그런가 보네” 조직이 재편된다 해도 “음… 나중에 정리되겠지" 그런 식이다. 마치 회사일이 남의 집 얘기라도 되는 것처럼.
그날은 주식 시장이 크게 출렁인 날이었다. 빨갛던 화면이 온통 파랗게 물들어 있었다.
“야야야, 이거 장난 아닌데? 너 뭐 샀다 그랬지?괜찮아?”
“응. 떨어졌지. 많이.”
뜻밖에도 담담했다. 늘 주식 조언해 주던 그였기에, 더 당황스러웠다.
“아니, 이렇게 떨어졌는데 어떻게 이렇게 침착할 수가 있어?”
“흔들릴 거면 팔고, 안 팔 거면 잊어. 둘 중 하나지 뭐.”
말은 쉬운데, 막상 내 돈이 들어가 있으면 그게 또 안 된다. 그걸 아는 듯, 이 과장이 웃으며 말을 이었다.
“너, 처음에 그 회사 주식 왜 샀어? 앞으로 잘될 것 같으니까 산 거잖아. 그 믿음이 아직 있으면 들고 가는 거고, 없으면 팔고 딴 데로 가는 거고. 그게 다야. 지금 출렁인다고 해서, 그게 무슨 본질이 바뀐 건 아니잖아.”
“그래도 불안하니까 그렇지…”
“불안한 건 이해하지. 근데 네가 불안해한다고 뭐가 달라져?”
조용히, 하지만 단호하게 말했다.
“상무 바뀐다고 불안해했잖아. 근데 너 이직할 거야? 아니면 그냥 다니는 거지. 회사는 바뀌고 조직은 움직여도, 네가 바꿀 수 없는 거라면 그냥… 가만히 있어도 되는 거야.”
“그럼 난 뭘 해야 되는데…”
“너 지금 하는 거. 아침에 일어나서 일하고, 운동하고, 밥 먹고, 가족이랑 시간 보내는 거. 그거 그냥 계속해. 그게 쌓이면, 나중에 보면 생각보다 많이 흔들리지 않았더라, 싶을걸.”
다음 날, 주식은 다시 올랐다. 조금. 아주 조금. 그날도 우리 회사엔 또 새로운 소문이 돌았고, 일은 밀려 있었고, 커피는 진했으며, 퇴근길은 여전히 붐볐다.
그리고 그런 하루가 별일 없이 지나갔다. 어제처럼. 또 오늘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