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3화] 그 한마디

by 만숑의 직장생활

회사에서 3일짜리 교육 연수를 갔다. 들어는 봤나. 코딩으로 배우는 데이터 시각화 교육. 문과생인 나에게는 그다지 흥미롭진 않았던 주제였지만 그렇다고 사외 교육을 마다할 내가 아니다.

강사님은 외부에서 오신 분이었고, 굉장히 열정적이셨다. 아침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화면 공유 → 따라 하기 → 저장 → 또 따라 하기 → 점심 → 무한 반복. 다른 사람들은 제법 잘 따라 하는 것 같은데, 난 중간 어디서부턴가 길을 잃고 떠도는 한 마리의 가여운 아메바가 되어 있었다. 내 집중력은 점점 아득해져 갔다. 지루함은 피크치에서 내려올 줄 몰랐다.

그 와중에 기억에 남은 건 딱 하나. 쉬는 시간마다 강사님이 “이건 꿀팁인데요...” 하시며 작고 소소한 기능들을 알려주시던 장면. 그게 좀 좋았다. 그래서 첫날 수업이 끝나고 피드백에 적었다. ‘강사님이 중간중간에 꿀팁 잘 알려주셔서 도움이 됐습니다.’

그게... 어쩌면 사건의 발단이었을지도 모르겠다.

2일 차 오전, 쉬는 시간.


“이거 유용한 거 하나만 알려드릴게요!”

오, 또 나왔다.

오후.


“이건 제가 회사 다닐 때 자주 쓰던 건데요…”

저녁 즈음엔 거의... ‘꿀팁 자판기’ 수준이었다.

심지어 마지막 5분엔 혼잣말로,


“뭘 더 알려드려야 도움 되실까... 음, 생각 좀...”

그 순간, 머리를 스치는 한 문장. 설마, 내 피드백 때문? 몸은 의자에 앉아 있었지만, 마음은 한 걸음 뒤에 서서
강사님을 다시 보게 됐다. 쉬는 시간마다, 말 한마디라도 더 주려고 애쓰던 모습. 조금은 뻘쭘하게, 그렇지만 진심으로.

가만히 생각해 보면, 나도 누군가의 한마디에 힘이 났던 적이 있었다. 괜히 더 잘하고 싶고, 뭔가를 보여주고 싶고. 강사님도 그랬던 걸까. 나는 그저 좋다고 썼을 뿐인데, 그 말이 이렇게까지 전달될 줄은 몰랐다. 아니, 나 역시 그렇게 움직였던 사람이라는 걸 잠시 잊고 있었던 것 같다.

그날 이후, 나는 내가 느끼는 좋았던 느낌, 감사한 마음이 아무리 사소하더라도 좀 더 자주, 그리고 좀 더 따뜻하게 표현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가끔, 아무 의도 없이 건넨 따뜻한 한마디가 누군가의 움직임이 되기도 하니까.








keyword
작가의 이전글[2화] 사소한 일상의 단단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