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일본 여행을 갔다 오신 배차장님이 씩씩대면서 자리에 앉으신다.
"왜 그러세요 차장님?"
"아니 좀 어이가 없어서, 짜증이 좀 나네"
"왜요 무슨 일이신데요?"
"아니 글쎄, 내가 일본에서 사 온 초콜릿 드리려고 김부장님 자리에 갔었거든? 그런데 김부장님이 나를 딱 보자마자 '얼굴이 둥그스레 해졌네, 맛있는 거 많이 먹고 왔나 봐'하는 거 있지? 아니, 그게 여자한테 할 소리야? 나 꼽주려는 거야?"
평소에 김부장님 스타일을 잘 알고 있는 나로선, 절대 악의 없이 말씀하셨다는 사실을, 듣자마자 알 수 있었다. 사실 배차장님 몸무게가 일본 여행 이후 증가했을 거란 추정은 우리 모두가 하고 있던 생각이었다.
사회 생활을 하다 보면, 우리 김부장님처럼 '팩트' 혹은 '맞는 말'을 유난히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데 그게 '맞기만 한 말'이다. 딱히 목적이나 이유가 없다.
회사에서 누군가가 새로운 머리 스타일을 하고 왔다. 그 머리 스타일이 안 어울리더라도 우리는 얘기하지 않는다. 그런데 김부장님은 얘기한다.
"머리 어디서 잘랐어? 왜 이렇게 이상해?"
회사에서 새로운 직원이 입사를 했다. 자리를 돌아다니면서 인사를 하고 있는데, 김부장님께 인사드리니, 또 한 말씀하신다.
"반갑습니다. 근데 사진이랑 얼굴이 너무 다르시네요, 허허"
우리도 다 안다. 우리도 보는 눈이 있으니까. 김부장님은 맞으면 해도 되는 말인 줄 안다. 왜냐면 사실이니까. 머리가 안 어울리잖아. 사진이랑 너무 다르게 생겼잖아. 사실이니까 그냥 말하는 거다. 남을 꼽주거나 비난하려는 목적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어쩌자는 건가요? 하면 그냥 맞는 말이잖아, 아니야?라고 반문한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사회적 지능'이라고 한다. 찐따들은 사회적 지능이 낮다. 혹은 '눈치'라고도 한다. 찐따들은 눈치가 없다. 그들은 항상 맞는 말만 한다. 맞아요. 그 말은 맞는데, 그 상황에서 하면 안 되는 말인데 그걸 모른다. 맞는 말이면 언제 어디서든지 해도 된다고 생각한다.
나는 찐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