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 차장이 일본 다녀오고 초콜릿을 한 아름 사 왔다. 나름 정성이다. 자리에 앉아 있던 김 부장에게도 봉투를 내밀며 인사를 건넸다.
“부장님, 일본 갔다 오면서 사 온 건데요, 드셔보세요.”
김 부장, 봉투를 받으며 말했다.
“어휴, 나 초콜릿 안 좋아하는데~ 근데 얼굴이 통통해졌네? 맛있는 거 많이 먹고 왔나 봐~”
다들 웃을 듯 말 듯, 눈치만 본다. 김 부장의 스타일을 알기 때문이다. 딱히 비꼬려는 것도, 웃기려는 것도 아니고 그냥... 본 대로 말하는 사람이다. 배 차장은 졸지에 초콜릿을 준 사람이 아니라 피드백 받으러 간 사람이 되어 돌아왔다.
직장 생활하다 보면 유난히 ‘맞는 말’만 골라서 하는 사람이 있다. 딱히 조언도 아니다. 충고도 아니다. 그냥 지적이다. 그래서 어쩌자는 건가요? 하면 그냥 맞는 말이잖아, 아니야? 하고 반문한다.
누가 헤어스타일을 바꾸고 왔다. 그 스타일이 안 어울릴 수도 있다. 대부분은 말을 안 한다. 그런데 김 부장은 꼭 한마디 한다.
“어디서 잘랐어? 거긴 다시 가면 안 되겠다...”
신입사원이 돌아다니며 인사하던 날도 그랬다.
"어이쿠, 사진이랑 너무 다른데요? 실물이 훨씬... 낯설어요!"
그 자리에 있던 사람 셋이 동시에 컵 들고 물 마시러 나간 건 우연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들은 말한다.
“사실이잖아.”
“나쁜 의도는 아니었어.”
“그냥 한 소린데 뭘 그렇게 예민하게 받아들여~”
맞는 말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말해도 되는 맞는 말과 굳이 말 안 해도 되는 맞는 말. 사회생활에서 구분 못 하면, ‘정확한 사람’이 아니라 ‘눈치 없는 사람’으로 분류된다. 그래서 요즘 난, 맞는 말을 하기 전에 속으로 한 번 더 물어본다.
“이 말은, 지금 꼭 해야 할까?”
그런데 그날 오후, 배 차장이 주신 초콜릿을 슬쩍 하나 꺼내는 나를 본 김 부장이 또 한마디 한다.
“만숑, 요즘 살찐 거 알아?”
... 역시, 맞는 말엔 두 종류가 있다. 진짜 맞는 말이랑, 안 해도 되는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