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 이사는 2023년을 마지막으로 퇴직하였다.
팀은 조용히 고깃집에 모였다.
불판 위 고기가 익고, 잔이 몇 번 돌고 나서야 슬슬 말이 오가기 시작했다.
“이사님, 30년 가까이 일하시면서 앞으로 저희에게 살아가면서 이런 건 좀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 싶은 게 있으세요?”
송 이사는 잠깐 웃더니 잔을 내려놨다.
“있지. 일하다 보면 주위 많은 사람들이 ‘그건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야.’라고 조언 아닌 조언들을 해주잖아. 그런데 나는 그 말은 좀 생각해 봐야 된다고 생각해.”
사람들이 고개를 든다. 송 이사는 말을 이었다.
“그 말 자주 하는 사람들 보면, 정작 결정은 못 해. 자꾸 머릿속에서만 맴돌지.”
그는 고기를 한 점 뒤집었다.
“나도 예전엔 그런 말 들으면 괜히 겁부터 났어. 내가 너무 쉽게 보나 싶기도 하고. 근데 살아보니까... 복잡하게 생각하면 뭐 정답이 나오냐? 그것도 아니더라고.”
잔잔한 침묵이 돌았다.
“그래서 난 나중엔 그냥 심플하게 보려고 했어. 이 일, 이 상황, 지금 내가 받아들일 수 있냐 없냐. 그것만 봤어. 생각이라는 게, 한번 빠지기 시작하면 끝이 없어.
따지다 보면 따질수록 더 복잡해지고, 결국 그렇게 해서 나온 결론이 또 맞지도 않더라.”
잔을 들며 마지막으로 말했다.
“머리로 오래 끌지 마. 일이든 사람이든, 심플하게 보면, 심플해지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