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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타 Mar 16. 2020

왜 내가 보는 프로그램은 시청률이 낮을까?

시청률과 화제성 지수

범수: 작가님, 작가님, 시청률 아무것도 아니에요. 요즘에 누가 가구 시청률을 봐. 우리 화제성 되게 높은 거 알죠? 걱정하지 마요!"


진주: 감독님, 지금 목소리가 떨려. 울어?


범수: 무슨 말 하는 거예요? 허, 참.


진주: 지금 느낌이 이승에 있는 사람이 아닌데?


범수: (실성) 아닌데? 어차피 이승이나 저승이나... (정신 차림) 아니야, 작가님, 시청률 신경 쓰지 마요!


▲ 높은 화제성 지수와 단단한 코어 팬층에도 불구하고 1%대 시청률로 종영한 <멜로가 체질>


  Jtbc 금토 드라마 <멜로가 체질> 16화 중, 낮은 시청률에 충격을 받은 PD는 실성한 채 작가와 전화를 한다. 이 장면이 더욱 코믹했던 이유는 마치 이 장면이 실제 <멜로가 체질>의 상황과 동일했기 때문이다. 웃픈 상황에 드라마를 꼬박꼬박 챙겨보던 시청자의 입장에서 웃음이 저절로 나왔다. 마지막화까지 드라마는 2% 이상의 시청률을 보이지 못했다. 하지만 이 드라마의 인기는 시청률과 비례하지 않았다. 장범준이 부른 OST <흔들리는 꽃들 속에서 네 샴푸향이 느껴진 거야>는 각종 음원 차트 상위권을 차지했고, 화제성 지수는 당시 드라마 중 TOP 7 안에 들었으며, OTT 서비스 넷플릭스와 왓챠 플레이에서 드라마가 공개된 이후 <멜로가 체질>은 넷플릭스에서 대한민국 이용자가 가장 많이 본 작품 TOP 10 안에 꾸준히 들고 있다. 분명히 인기가 많은 작품인데 왜 시청률이 1%대에 머물렀을까? 시청률과 화제성 지수, 프로그램 체감 인기의 괴리는 지금도 여전하다.

▲ 2020년 3월 첫째 주 드라마 TV 화제성과 시청률 비교

  굿데이터코퍼레이션 tv 화제성 연구팀과 닐슨 코리아 시청률 조사를 바탕으로 작성한 표를 보면, 화제성 TOP 3와 시청률 TOP 3 안에 같은 작품이 없다. 인터넷 상에서 화제성 지수가 높은 드라마의 경우 꽤 많이 회자되며 관련 정보에 대한 누리꾼들의 공유가 활발한 편이나 시청률이 높은 드라마의 경우 주말 드라마, 일일 드라마가 시청률 상위권에 차지하면서 1030 시청자에게는 큰 흥미를 끌지 못했다.

▲ 2020년 3월 첫째 주 비드라마 TV 화제성과 시청률 비교

  마찬가지로 굿데이터코퍼레이션과 닐슨 코리아의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한 표에서는 미스터 트롯의 활약이 눈에 띈다. 미스터 트롯은 비드라마 TV의 화제성과 시청률을 모두 잡았다. 비드라마 부문에서는 화제성과 시청률의 괴리가 크지 않은 것 같으나 미스터 트롯과 같은 메가 히트작 방영 전을 보면 괴리가 없다고 말하기는 힘들다.


  이 같은 괴리는 시청자의 프로그램 시청 패턴이 크게 분화에서 비롯되었다. 우리는 TV를 잘 보지 않는 세대다. 우리란 누구인가? 바로 밀레니얼 세대 Z 세대다. 밀레니얼 세대는 1980년생부터 1994년생까지를 일컫는 말이며, 학창 시절부터 빠른 디지털화를 경험하며 디지털에 친숙한 세대다. 밀레니얼 세대는 TV와 라디오 같은 레거시 미디어의 단편적인 정보전달을 넘어 뉴미디어의 쌍방향 정보교류에 익숙하다. Z 세대 1995년생부터로 분류되며 디지털 네이티브라고도 불린다. 태어날 때부터 디지털과 함께한다는 의미다. Z 세대는 특히 유튜브의 출현과 함께 영상을 제작하고 공유하며 영상 경험을 공유한다는 데에 큰 특징이 있다. 밀레니얼 세대와 Z 세대는 N 스크린을 적극적으로 사용한다. N 스크린은 하나의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N개의 기기에서 연속적으로 즐길 수 있는 컴퓨팅, 네트워크 서비스를 일컫는데, TV는 이의 일부일 뿐이다. 밀레니얼 세대와 Z 세대는 N 스크린을 통해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기기로 원하는 프로그램을 선택해서 소비한다.


  시청률이 불필요해지지는 않았다. 시청률은 대한민국 국민을 대표하는 성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시청률은 닐슨 코리아와 TNMS에서 조사하는데, 시청률을 객관성을 담보하기 위한 장치들이 많다. 조사 대상자 본인이나 가족이 방송업계에서 일하는 경우 조사 대상 가구에서 제외되며, 조사대상은 통계청의 인구조사 분포에 맞게 4세부터 60대 이상까지 연령대 비율을 조절해 꾸리고 있다. 인터넷에서 시청률의 영향력이 이전만큼 크지 않다고는 해도 여전히 시청률은 우리나라 국민 전체가 어떤 프로그램을 즐기는지 보여준다. 그렇다면 광고주 입장에서는 시청률이 높은 프로그램이 좋은 거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다. 시청률이 높다는 말은 TV를 보는 국민 중에 많은 사람들이 본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꼭 그렇지만은 않다. 광고주들의 핵심 타깃층은 2049, 즉 20세부터 49세까지의 시청자다. 그리고 2049의 대다수는 밀레니얼 세대와 Z 세대다. 이들은 TV만이 프로그램 소비창구가 아니다.  


  실질적인 프로그램의 인기를 측정하기 위해 여러 보완지표가 사용되고 있다. 대표적인 보완지표는 CPI TV 화제성 평가다. CPI는 Contents Power Index의 약자로 CJ EnM과 닐슨 코리아가 2012년 2월부터 발표한 화제성 지수다. 기존의 시청률이 시청 행위만을 조사한다면, CPI는 시청 행위에 더불어 관련 기사 구독 행위, 프로그램 검색 행위, 프로그램 관련 글 게재 행위 등 다양한 행위를 조사에 포함한다. TV 화제성 평가는 굿데이터 코퍼레이션이 2014년부터 실시하고 있으며 인터넷 상 방송콘텐츠의 관련 게시글을 분석하여 평가한다.


  이들 지표는 시청률을 대신할 공신력 있는 지표가 될 수 없는 한계가 있다. 시청률이 국민 대표성을 가지는 것과 달리 인터넷 환경을 조사하는 보완지표들은 특정 그룹의 의사가 반영되기 쉽고, 매크로 등의 행위를 완벽히 차단하기 힘들다. 그렇기에 시청률과 함께 이를 보며 어떤 프로그램이 인기 있는지 판단하게 된다. 시청률과 보완지표는 우열의 관계에 있지 않다. 시청자들의 소비형태가 분화되면서 그 모습을 인기 측정에 담기 위해 여러 방법이 고안되고 있는 중일뿐이다. 다변화하는 시청 형태를 지수로는 다 담아내지 못하는 상황 속에서 콘텐츠 제작자로서 할 수 있는 일은 변화에 맞춰 양질의 프로그램을 만들어내는 수밖에 없다. 재밌고 좋은 콘텐츠라면 밀레니얼 세대와 Z 세대를 포함한 전국의 시청자들은 그 콘텐츠를 소비할 것이다.



  *위의 내용은 유튜브에서 영상으로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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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youtube.com/watch?v=l2OTGxdi-2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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