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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타 Mar 28. 2020

<사냥의 시간> 배급 분쟁과 그 시사점

이제는 변화의 시간?

  코로나 19로 인해 모든 문화계가 타격을 받았습니다. 영화계도 예외가 아니었죠. 이런 가운데 코로나 19의 스노우볼 효과로 한 분쟁이 떠올랐습니다. 윤성현 감독의 <사냥의 시간>의 배급사 리틀빅픽처스가 영화관 개봉이 아닌 넷플릭스 공개를 결정하며 해외 배급 대행사 콘텐츠판다와 날 선 입장을 주고받은 것입니다. 아래에서는 각 배급사의 입장을 확인하고 왜 이 분쟁이 영화계의 ‘사건’이라고 부를 수밖에 없는지 살펴볼 예정입니다.



*이어질 내용은 영상에서도 자료화면과 함께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이제훈, 박정민 주연의 <파수꾼>으로 유명한 윤성현 감독이 10년 만의 신작 <사냥의 시간>으로 돌아왔습니다. <사냥의 시간>은 본디 2020년 2월 26일 극장 개봉 예정이었습니다. 그러나 코로나 19로 인해 일일 관객 수가 2만 5873명으로 (3월 24일 기준) 2004년 1월 집계 이후 역대 최저 관객 수를 찍는 등 상황이 악화되자 감염 예방을 위한 사회적인 노력에 대부분의 영화도 동참하여 많은 영화가 개봉일을 미루게 되었습니다. <사냥의 시간>은 그중 하나였고요. 그러던 중 영화를 기다려온 사람들에게 반가운 소식이 들립니다. 바로 넷플릭스에서 <사냥의 시간>이 오는 4월 10일 공개된다는 소식이었습니다. 그런데 반가움도 잠시, 삐걱거리는 소리가 납니다. 배급사 리틀빅픽쳐스와 해외 배급 대행사 콘텐츠판다의 분쟁이었죠.

     

  먼저, 콘텐츠판다의 입장문을 정리해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콘텐츠판다는 2019년 1월 24일부터 <사냥의 시간>의 투자배급사 리틀빅픽쳐스와 해외 세일즈 계약을 체결하고 1년 이상 업무를 이행했다.

국제 필름마켓 참가 등 여러 노력을 통해 현재까지 30여 개국에 선판매했으며 추가로 70개국과 계약을 앞두고 있었다.

또한 한국 영화 최초로 베를린 국제영화제 스페셜 갈라 부문에 초청받아 해외에 선보였다.

리틀빅픽쳐스는 콘텐츠판다와 논의 없이 3월 초 구두 통보를 통해 넷플릭스 전체 판매를 위해 계약 해지를 요청해왔고 중순 공문 발송으로 해외 세일즈 계약해지 의사를 전했다.

콘텐츠판다는 차선책을 제안하며 일방적 계약해지는 안 된다고 의사 전달했으나 이후 넷플릭스 공개라는 소식을 기사로 접했다. 이는 이중계약이다.

리틀빅픽쳐스의 행위로 금전적 손해를 입었고 해외 영화시장에서 쌓아 올린 명성과 신뢰를 잃게 될 위기다. 이는 콘텐츠판다뿐만 아니라 한국영화 자체의 신뢰에 해를 입히는 행위다. 합법적 계약을 바탕으로 업무를 진행하는 국내 해외 세일즈 회사들의 생존권을 위협할 수 있는 선례가 된다.


  이후 나온 리틀빅픽쳐스의 입장문을 정리해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리틀빅픽처스는 영화가 관객들과 가장 안전하게 만날 수 있는 방식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해 이해관계자를 모두 찾아가 설득했지만 콘텐츠판다만 넷플릭스와의 협상을 중지할 것만을 요구했다.

해외 판권 판매의 경우 개봉 전에는 계약금 반환 등의 절차를 통해 해결하곤 하고, 천재지변 등의 경우 쌍방에 책임을 물을 수 없게 계약서에 명시돼 있었다. 모두 계약서 조항에 따라 적법하게 해지한 이후 넷플릭스와의 계약을 체결했기에 이중계약 주장은 터무니없다.

리틀빅픽처스는 콘텐츠판다에게 해지 요청 공문 발송 이후 직접 찾아가 수차례 면담했고 손해를 배상할 것을 약속하며 부탁했지만 거절했다. 콘텐츠판다가 주장하는 일방적 통보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

베를린영화제의 성과는 감독과 배우, 제작진의 성과지 해외 배급 대행사만의 것이 아니고, 영화제 과정에서 필요한 비용은 리틀빅픽처스가 집행했다.

한국영화 신뢰 훼손과 관련해 불가피한 상황을 리틀빅픽처스가 손해를 보상하겠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해외 판매사에 모두 직접 보냈고 일부는 다행스럽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콘텐츠판다는 계약 해지 요청을 하기 직전일 까지도 해외 세일즈 내역을 전혀 공개하지 않아 매월 정산내역 통보의 계약 의무를 저버렸다.

    


  두 회사는 다툼을 통해 시시비비를 가릴 것으로 보이며, 이와 별개로 4월 10일 넷플릭스에서 영화는 공개 예정입니다. 배급업계에서 일을 해보지 않은 제가 사안에 대해 시비 여부를 판단하는 건 서투르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 분쟁이 중요한 의미를 갖는 사건인 것은 틀림없습니다. 이 분쟁은 대한민국에서 ‘극장 개봉을 확정 지었던 영화가 극장 개봉을 포기하고 온라인 스트리밍으로 공개하기로 한’ 것에서 비롯된 사건이기 때문입니다. 봉준호 감독의 <옥자>,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아이리시맨>처럼 온라인 스트리밍을 통해 공개하는 영화가 영화관에 걸린 적은 있었고, 극장 개봉 후 대부분의 영화가 VOD 시장과 온라인 스트리밍 시장으로 옮겨가지만 애초에 극장 개봉을 위해 준비했던 영화가 극장 개봉을 건너뛰고 온라인 스트리밍을 통해 공개한 적은 극히 드뭅니다.


  뭐든 시작이 어렵지 한번 시작하고 나면 계속되기 마련입니다. 이번 일은 영화관 배급의 기존 지위가 흔들리는 현상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영화관의 위기는 코로나 19 이전에도 지속적으로 제기됐던 주제였습니다. CGV는 CGV를 영화관이 아닌 컬처플렉스라 명칭 하며 ‘영화 시청’이라는 영화관의 본질과 함께 다양한 체험형 시설을 추가해 이용자들을 모았고, 다른 영화관들도 스페셜 티켓 등 영화관에서만 얻을 수 있는 굿즈를 증정하거나 판매하고 있죠. 이번 코로나 19의 강력한 한 방으로 영화라는 콘텐츠 시청의 중심이 완전히 온라인 스트리밍으로 넘어왔습니다. 유럽에선 너무 이용자들이 많은 넷플릭스에게 트래픽을 줄여달라고 요청했고, 넷플릭스가 이를 수용했을 정도니까요. 아직 끝나지 않은 이 사태가 지나고 영화라는 콘텐츠를 즐기는 방식이 이전으로 돌아갈 것인가는 더 이상 아무도 장담하지 못합니다. 팬데믹으로 인해 영화관에 걸릴 예정이었던 대작의 온라인 스트리밍으로의 이탈은 영화 생태계 급변의 첫 징조일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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