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을 담기 가장 효과적인 카메라

with 영화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

by 만타

영국의 앤 여왕은 몸과 마음이 병들었다. 그녀가 의지할 곳은 그녀의 은밀한 연인 사라다. 사라는 여왕의 옆에서 휘그당과 함께 국정을 좌지우지한다. 몰락한 귀족 출신에다 사라의 사촌 출신인 애비게일은 하녀로 궁에 들어오지만, 앤 여왕의 환심을 사 사라를 대체하려 하고, 토리당의 당수도 이런 애비게일과 손을 잡으려 한다.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감독_요르고스 란티모스)는 영국의 궁중 암투극을 통해 권력을 탐하는 두 여자의 욕망을 보여준다. 절대 권력자의 사랑을 얻어 권력을 쟁취하려는 이야기는 이미 많음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많은 사람들의 눈길을 끌고 끝까지 영화에 집중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 그 이유를 생각해보자면 욕망을 향해 달려가는 사람들과 그들의 충돌이라는 주제는 언제 들어도 재밌기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화려한 미술, 연기, 음악을 담아내는 카메라 움직임이라고 생각한다.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의 몇몇 장면은 vr 화면을 생각나게 한다.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를 보다 보면 마치 내가 연극을 보고 있는 것 같다. 영화에 몰입하기 어려웠다는 얘기를 하는 게 아니다. 평면의 화면들이 편집된 2d 영상을 보고 있는데 마치 실제 궁전에 들어가 사건들을 목도하는 것 같았다는 의미다. 그만큼 이 영화는 유독 공간감이 두드러진다. 광각으로 잡아내고 있는 컷들을 볼 때면 vr로 영화를 보고 있는 것 같다. 이렇게 두드러진 공간감은 성이라는 한정적인 장소를 관객들이 탐방하는 듯한 기분을 준다. 극의 도입부에 입궁하는 애비게일의 서사와 맞물려 이는 이야기에 잘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로써 역할을 한다.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의 공간은 비분절적으로 묘사되는 경우가 잦다.


한 인물이 복도를 걸어와 방으로 진입한다고 하자. 이 장면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주로 오른쪽 그림과 같은 컷 배열을 확인할 수 있다. 1)에서 인물이 화살표 방향을 따라 걸어가고 화면에서 사라진다.(프레임 아웃) 그리고 바로 다음 2)에서 인물이 화살표 방향을 따라 화면으로 들어온다.(프레임 인)

이는 카메라가 놓이는 장소를 생각해보면 이해가 더 쉽다. 먼저 카메라를 1) 위치에 두고 찍은 다음, 2)에 카메라를 새롭게 위치시키고 찍고 나서 두 장면을 합치는 것이다. 컷 자체는 이동하지 않았지만 인물이 움직임을 관객들은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다.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가 취한 방법은 조금 다르다. 위에서 설명한 방법대로 하기보다 눈에 띄게 두 번째 그림의 오른쪽 방법을 택한다. 즉, 그대로 걸어오는 인물을 따라오다 그 자리에서 카메라를 돌려 방 안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보여준다. 의도적으로 패닝을 많이 넣어 공간을 비분절적으로 인식하도록 유도하는데, 이 방법은 궁중을 다룬 극을 즐길 수 있는 흥미로운 방법이었다. 이를 통해 영화에서는 미술 또한 아름답게 보여주면서, 그 거대한 궁에서(화면에서) 작은 인간들을 그려내 이들의 위압감을 잘 설명하고 있다.


영화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드는 요소들은 카메라 말고도 많다. 특히 어둠 속에서 인물이 촛불을 들고 있을 때의 컷은 마치 촛불 이외의 조명은 사용하지 않은 듯 촛불의 움직임에 인물의 얼굴이 달리 보이고 화면의 어두운 부분에 노이즈가 조금씩 보인다. 혹자는 전 씬이 자연광만 사용한 거 아니냐고 하던데 확실하지 않으니 이 부분은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감독에게 물어보고 싶다. 배우들의 연기는 또 어떠한가. 괜히 앤 여왕 역을 맡은 올리비아 콜먼이 아카데미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은 게 아니다. 엠마 스톤과 레이첼 와이즈까지 세 배우는 그들의 캐릭터의 힘으로 넓고 높은 영화의 무대를 꽉꽉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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