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으로 써 내려가는 최신식 추리소설

with 영화 <서치>

by 만타

딸이 실종되었다. 아빠인 데이비드에게 주어진 단서라고는 딸의 노트북밖에 없다. 딸의 SNS 계정, 구글 계정으로 알아가는 딸의 모습은 자기가 평소에 알았던 딸의 모습이 아니라 데이비드는 당황스럽기만 한데... 데이비드는 딸을 찾을 수 있을까?


짧은 시놉시스를 들었을 땐 영화 <서치>(감독_아니쉬 차간티)는 평범한 영화다. 더 흥미로운 소재를 다루고 있는 추리물은 많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영화 <서치>(감독_아니쉬 차간티)는 이야기를 표현하는 방식에서 기존의 추리물과 궤를 달리 한다. 101분의 러닝 타임 동안 영화에서 일어나는 일은 오직 컴퓨터 모니터 화면 안에서만 일어난다. 관객들은 내내 컴퓨터 화면만을 보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분명 관객들이 보고 있는 건 컴퓨터 화면뿐인데, 우리는 영화 속 세계를 생생히 느낄 수 있고 데이비드의 감정선까지 따라갈 수 있다. 그렇다. 기존의 추리소설이 글로, 영화가 영상 속 서사로 이야기를 전달했던 것과 달리 이 영화는 영상 자체로 써 내려가는 최신식 추리소설인 것이다.


● 화면을 보고 있는 관객은 이미 영화 속 세계로 편입됐다. 1인칭 관찰자 시점의 관찰자로.

데이비드가 셜록이라면 영화를 보고 있는 관객은 왓슨이다.


셜록 홈즈 시리즈는 홈즈의 친구인 군의관 출신의 왓슨 박사의 시점으로 소설이 쓰였다. 1인칭 관찰자 시점으로 주인공의 주변 인물인 왓슨 박사가 주인공의 행동을 관찰하고 서술하고 있는 것이다. 추리소설에서 1인칭 관찰자 시점이 자주 사용되는 이유는 이야기 속 관찰자는 작가처럼 전지전능한 존재가 아니어서 한정된 정보만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과연 범인이 누구인가?'를 묻는 추리 장르물에서 모든 인물의 속마음을 초반부에 다 알아버린다면 김이 새 버릴 것이다. 그래서 작가들은 1인칭 관찰자 시점을 사용해 독자들이 접하는 정보의 양과 수준을 조절해 마지막에 진실이 밝혀지는 과정에서 쾌감을 느끼게 한다.


<서치>는 관객들을 1인칭 관찰자 시점의 관찰자로 영리하게 편입시킨다. 컴퓨터 화면은 필연적으로 화면을 보고 있는 사람을 상상하게 한다. 영화 속에서 스크린 위에 펼쳐진 컴퓨터 화면을 보고 있는 사람은 데이비드겠지만 관객들 또한 직접적으로 그 컴퓨터 화면을 보고 있다. 자, 다시 정리하자면 영화 속에서 컴퓨터 화면을 보고 있는 사람을 영화 밖의 세계의 관객이 보는 것과, 영화 속에서 관객이 그 컴퓨터 화면을 보는 것은 명확히 다르다. 관객들은 이미 영화 속의 세계 안에서 주어진 정보를 가지고 '과연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를 궁금해한다. 영화가 시종일관 컴퓨터 화면으로만 이야기를 진행하면서 가질 수 있는 장점이다. 이 같은 방식으로 인해 추리소설을 읽을 때처럼 관객들은 진실이 밝혀지는 과정에서 더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 디테일을 겸한 연출은 몰입도 높은 극을 만든다.

시선을 따라가는 화면 크기는 '컴퓨터 화면만을 통해 서사 만들기'를 가능하게 한다.


컴퓨터 화면을 통해 서사를 진행시킨다고 해서 풀 사이즈의 화면을 러닝 타임 내내 보여준다면 관객 입장에서는 마치 누가 원격 조종하고 있는 컴퓨터 화면만을 보는 기분일 것이다. 그래서는 극의 관찰자로 관객들이 몰입할 수 없다. 영화는 중요한 부분은 크게 보여주고, 패닝을 통해(카메라를 움직이지 않으니 패닝으로 부를 수도 없지만) 스크롤하며 글을 읽는 기분을 조성한다. 하지만 이런 기법은 유튜브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영문법 맞춤법 검사 홈페이지인 Grammarly 광고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서치>는 추리소설처럼 단서들을 체계적으로 흩뿌리며 몰입도를 유지한다.


(스포일러 주의!) 추리소설을 비롯한 추리물에서 독자와 관객들은 '갑툭튀' 증거를 싫어한다. 아무런 언급이 없다가 갑자기 툭하고 튀어나와서는 사건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증거들은 개연성 없는 이야기를 만들 뿐이다. 그러나 <서치>에는 갑툭튀 증거가 없다. 그만큼 디테일에 신경을 썼다. 데이비드는 딸이 실종된 자동차와 딸과 동생의 메시지를 보고 동생과 딸 사이에 부적절한 관계가 있었다고 의심하게 된다. 이 의심은 동생이 딸을 살해했을 거란 의심으로 이어지는데, 극의 초반부 동생의 영상통화에서 언급된 마리화나는 충분히 동생이 그럴 수 있는 인물이라는 생각을 관객들에게 가지게 한다. 하지만 마리화나는 오히려 결정적으로 동생이 누명을 벗는 계기가 된다. 또한 형사와 거짓 범인이 같이 찍은 사진을 극의 초반부에 보여주고, 후반부에 다시 사진을 언급하며 진범을 밝히는 과정은 이때까지 못 알아차리고 있던 나를 반성하게 만든다.


영화에서 언급되는 포켓몬 켈리몬은 카멜레온을 모티프로 한 포켓몬이다.

영화 <서치>는 알면 알수록 그 디테일한 설정에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영화다. 극 중 데이비드의 딸이 좋아하는 포켓몬과 관련해 두 포켓몬이 언급된다. 바로 유크시와 켈리몬인데, 켈리몬은 카멜레온을 모티프로 한 포켓몬으로 특성이 '변색'이다. 타입을 바꿀 수 있는 카멜레온 포켓몬 켈리몬은 신분을 위조하는 인물을 암시하기에 더없이 좋은 설정이었다. 또 한국계 미국인인 데이비드의 컴퓨터 속 유일한 한국어는 연락처 속 '엄마'를 발견하면서 감독이 얼마나 디테일에 신경을 썼는지 알 수 있었다. 때로는 디테일함이 재미 요소를 만들기도 하는데, 음담패설을 서슴지 않고 문제 청소년의 분위기를 풍기는 딸의 페이스북 친구의 알리바이를 데이비드가 취조하던 도중 사실 딸이 사라진 그 시간에 그가 저스틴 비버의 콘서트에 갔음을 '확인(confirmed)'하는 장면에서 웃었던 사람이 꽤 되리라고 본다.


<서치>는 아니쉬 차간티 감독의 첫 영화다. 인터넷을 통해 우리가 그 어느 때보다 많은 것을 할 수 있는 시대에, 컴퓨터 화면만으로도 많은 일들을 담아내며 가장 최신식의 추리소설 같은 작품을 만들어 낸 이 감독의 다음 행보가 매우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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