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th 영화 <캡틴 마블>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영화 <캡틴 마블>(감독_애너 보든, 라이언 플렉)이 개봉한 지 10여 일이 지났다. 한국에서 누적관객수 370만 명을 넘기며 승승장구하고 있는 <캡틴 마블>은 개봉을 앞두고 있는 마블 회심의 영화 <어벤저스: 엔드 게임> 직전의 마블 영화인 데다가, 영화 속 페미니즘이 화제가 되어 여러 반응들이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도무지 내가 영화를 보며 내내 공감을 못한 '한 부분'에 대해서는 아무도 언급을 하지 않아서, 이미 영화를 본 많은 관객들과 마블 팬들이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의견을 묻고 싶다. '이 부분'이란 바로바로... (강력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위의 사진은 캡틴 마블의 심벌 마크로, 무려 캡틴 마블이 닉 퓨리에게 자기를 호출할 수 있도록 준 호출기에 쓰였다. 얼마나 캡틴 마블인 캐럴 댄버스가 심벌마크와 자기를 일체화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마치 배트맨의 박쥐 모양 심벌처럼. 그런데 이 심벌마크의 영화 속 기원을 조금만 생각해보면 이러한 설정은 이상하기 짝이 없다. 이 심벌마크는 크리 제국의 특수부대인 스타 포스를 상징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크리 제국의 특수부대 스타 포스는 캐럴 댄버스에게 그녀를 속이고 이용하려던 가해자 집단이다. 그녀는 기억을 잃은 채 비어스라는 이름으로 위 사진처럼 스타 포스의 일원으로 활동했었다. 영화에서 캡틴 마블은 그 사실을 알고 분노하며 자기는 더 이상 스타 포스의 군복을 입을 수 없다며 그저 색을 바꿔버린다?!? 이게 충분한 조치인가? 심지어 자신의 힘을 이용해 군복의 색을 바꾸는 것도 아니고 군복 자체의 튜닝 시스템(?)을 이용해 색을 바꾸고 흡족해한다. 마블 스튜디오와 감독들에겐 사회적 억압에 굴하지 않고 자신의 힘으로 자신의 길을 개척해나가는 주인공이 자신을 억압해왔던 시스템의 상징을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 유일한 연출법이었던가? 이 시점에서부터 캡틴 마블에 대한 몰입은 급속도로 식을 수밖에 없었다.
그림은 내가 느낀 영화 <캡틴 마블>의 심벌 사용법이다. 그저 평화롭게 살길 바라던 스크럴 종족을 학살하려 하는 크리 제국의 스타 포스 심벌은 과거 나치의 하켄크로이츠와 같은 의미를 피해자들에게 줄 수 있다. 그래서 피해자들이 이를 극복하는 방법은 배경색을 다르게 칠하는 것이다? 정말 와 닿지 않는 극복법이다. 피해자들이 극복하는 좋은 방법은 아예 문양을 확실히 변형시키든가, 아니면 그 심벌을 찢어버리는 방법이었을 것이다.
영화 <캡틴 마블>은 마블 코믹스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캡틴 마블의 심벌이 코믹스에서는 어떤 식으로 유래되었는지 잘 알지 못한다. 그러나 영화 속의 설정만을 놓고 봤을 때는, 주체적인 캐릭터가 더없이 안 어울리는 행동을 하도록 한 연출이 안타까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