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슷한 류의 할리우드 영화가 생각나신다고요?

with 영화 <돈>

by 만타

인터넷 상에 영화 <돈>(감독_박누리)의 홍보 포스터와 예고편이 퍼질 때부터 영화가 미국 영화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감독_마틴 스콜세지)의 한국판인 것 같다는 누리꾼들의 의견이 많이 제기되었다.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의 포스터를 보고 온다면 누리꾼들의 반응이 바로 이해가 될 법하다.


▲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의 포스터. 음... 비슷하군!

영화 <돈>의 1차 포스터와 영화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의 포스터는 매우 닮았다. 흥분의 도가니인 주식거래소를 배경으로 하여 주인공이 삐딱하게 웃고 있는 모습, 글자 색을 노란 계열로 사용한 점까지. 포스터만 보여주고 "영화 <돈>은 할리우드 영화의 한국 각색 버전이다"라고 말하면 여러 사람이 믿을 것 같다. 그뿐인가? <돈>과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의 예고편도 그렇다. 두 예고편 다 빠른 컷 편집으로 여의도(월 스트리트)를 보여주고, 신입이 막대한 부를 얻어 기뻐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요트를 타고 부를 즐기는 장면은 덤이다. 영화 마케팅을 위해 사람들의 이러한 반응을 노린 것 같기도 하다. '전략이 효과적이었나?'라는 물음에는 답을 쉽게 하기가 어렵다. 영화 자체에 대한 사람들의 눈길을 끄는 데는 성공했어도 사람들의 발길을 극장으로 돌렸는가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글에서 <돈>의 마케팅에 대해서 깊게 다룰 것은 아니기에 이 얘기는 이쯤 하고 넘어가도록 하겠다. 영화 <돈>이 그저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의 짝퉁일까 우려하는 예비 관객들은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다. 이 영화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주연의 할리우드 영화와는 결이 확연히 다른 한국의 시원한 범죄 오락 영화다.



※ 아래 내용부터는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영화 <돈>은 궁핍한 새내기 주식 브로커가 부를 위해 절대악의 유혹에 넘어가 부정한 방법으로 부를 축적하지만, 절대악의 도를 넘는 해악의 손길에서 벗어나기 위해 작전을 설계하고 '마지막 큰 한 방'을 통해 절대악을 무너뜨리는 이야기다. <돈>의 이야기 구조는 관객들에게 통쾌함을 느끼게 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문장으로 말하면 아마 다음과 같을 것이다. "짜릿해, 멋져, 최고야!" 무엇이? 정의구현은 아니다. 여기서 짜릿하고 멋지고 최고인 것은 바로 어마어마한 액수의 돈이다.


돈은 이 영화에서 짜릿함을 유발하는 최고의 장치이다. 한 번의 거래로 일현(류준열)은 자신이 가지고 있던 빚을 모두 갚고 자취방에서 고급 아파트로 이사할 수 있었다.(짜릿해!) 또 하나의 거래로 일현은 병으로 고생하시는 부모님의 농장에 인부들을 보내고 병원비까지 마련했다.(멋져!) 마지막 한 방으로 일현은 친구 아버지의 사라질 뻔한 대기업의 주식을 본인이 브로커를 고용해 사들이면서 친구를 구했다.(최고야!) 자신의 실수로 사천 만원을 팀 성과급에서 제하게 되자 싸늘한 시선을 보냈던 팀원들이 자신이 억 단위의 돈을 벌게 되자 보는 눈과 대하는 태도가 달라진다. 옷도 시계도 죄다 최고급으로 바꿀 수 있고 자신 쫓아다니는 월급 받는 금감원 직원 지철(조우진)에게 아이패드 두 대 쯤은 거저 선물해줄 수 있다. 영화는 빠른 편집 호흡과 함께 돈이면 모든 것이 해결되는 머니 판타지를 보여줌으로써 오락성을 극대화하고 있다. 머니 판타지와 함께 류준열을 비롯한 주조연진의 호연과 예상치 못한 진선규, 유재명, 다니엘 헤니의 출연은 영화의 재미를 더해주고 있다.(일현의 첫 번째 거래실수 주문자 목소리의 주인은 황정민이라고 한다)


영화의 이야기 구조를 통해 본 영화의 주제는 극 중 지철의 대사 "일한 만큼 정당하게 돈 법시다"와 거리가 멀다. 주인공 일현은 한 번도 자신의 부정한 영리 행위를 반성하지 않는다. 그는 자신이 돈을 버는 일을 방해하는 존재들이 거슬리고 불안할 뿐이다. 금융감독원은 돈의 흐름을 의심하며 자기를 압박해온다. 악의 축 번호표(유지태)는 자신의 유흥을 위해 금융 범죄를 저지르면서 자신을 배신하는 주식 브로커는 살인교사하는 사이코임이 드러난다. 언제 자기를 죽일지 모르는 보스 밑에서 일하는 일은 불안하기 짝이 없다. 내가 번 돈 좀 편안히 누리자! 다행히 일현은 이때까지 모아 온 부로 상황을 해결한다. 번호표를 검찰이 체포하는 데까지 일조한 그는 지철이 한눈을 판 사이에 지하철을 타고 도망가버린다. 그는 자신의 범법 행위에 대해서 책임질 생각이 없다.


범법 행위를 책임지지 않는 주인공을 내세우면서도 이 영화는 착한 영화가 되길 포기하지 못했다. 주인공이 마치 자신도 평범한 시민들 중 하나인 것 마냥 지하철을 타고 "난 부자이고 싶었다"라고 독백하는 엔딩은 이 영화가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굉장히 애매하게 만들어버렸다. 진정 착한 영화가 되고 싶었다면 악인인 주인공이 자신의 죄를 뉘우치거나, 영화 속 '한 번 물면 놓지 않는 사냥개' 지철이 일현의 태블릿 선물에 웃어버리긴 커녕 분노하며 끝까지 일현을 쫓았어야 했다. 명백하게 나쁜 캐릭터가 착한 척을 하며 영화의 매력을 떨어뜨리는 셈이다. 극의 마지막 시퀀스, 일현은 지하철역 플랫폼에서 번호표를 향해 오만 원 권을 던진다. 플랫폼의 사람들은 남녀를 불문하고 돈을 허겁지겁 줍는다. 모두가 돈을 줍기 위해 몸을 숙인 그때, 몸을 숙이지 않은 사람은 '푼돈'은 필요하지 않았던 일현과 번호표뿐이다. 그런데 갑자기 일현이 자기가 플랫폼에서 돈을 줍던 사람들과 같다고 주장하다니 이 무슨 어불성설인가.




영화 <돈>은 덜컹거리는 폭주기관차와 같은 호흡으로 일반인은 상상도 못 할 고액의 금융 범죄를 저지르는 인물들을 통해 머니 판타지를 보여준다. 거래 실패로 300억의 손실이 났지만 그것보다 자신의 계획에 주인공이 따르지 않아 화가 난 악당이라니. 게다가 한 번의 거래로 억 단위의 성과급을 받으며 호화 생활을 하는 주인공이라니. 주인공의 미래를 죄여 오는 금감원의 추격과 번호표의 악행은 폭주기관차가 덜컹거리다 언제 탈선할지 모르는 긴장감을 준다. 하지만 영화의 엔딩 때문에 폭주기관차는 더 이상 질주하지 못하고 아무 일 없이 천천히 플랫폼에 들어온다. 개운하지 않은 뒷맛이다. 그러나 이를 감안하더라도 영화 <돈>은 종합적으로 꽤 볼만한 오락영화임은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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