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th 영화 <미성년>
배우 김윤석의 감독 데뷔작 <미성년>은 중년 남자의 불륜을 다루고 있다. 아빠와 남편의 불륜 사실을 알게 된 딸과 아내는 남자의 불륜 상대방과 그 여자의 딸과 얼굴을 마주한다. 뭐? 불륜이 소재라고? 각종 미디어에서 다루는 불륜 이야기의 진행을 얘기해보자. 남자는 아내에게 어정쩡하게 미안해하며 옆에 서있고, 아내는 남편을 유혹한 년이라며 불륜 상대방의 머리채를 잡고 어떻게 네가 그럴 수 있니 하고 외치고 있다. 물이 든 물컵은 근처에서 아내가 자기를 잡아주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아아악! 외치는 두 여자와 드디어 물컵을 잡는 아내의 손. 그러고는 확! 남자는 아내에게 용서를 구하고 가족의 품으로 되돌아간다. 영화 <미성년>에서는? <미셩년>의 여성 캐릭터들은 중년 남자를 둘러싸고 서로 차지하려 싸우지 않는다. 두 모녀가 대원에게 얘기한다. 기만자는 빠져! 아, 불륜 상대방이었던 미희는 아닐지도.
● 최대한 담백하게_미성년의 의미
영화에서 가장 미성년 같은 사람은 불륜을 저지른 대원(김윤석)이다. 대원이 문제를 마주하기보다 도피하는 인물이다. 대원은 영화 내내 도망만 친다. 자신의 불륜 사실을 알아챈 딸과 만나지 않기 위해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에서도 기둥 뒤에 숨기 급급하고, 두 모녀가 서로 만나서 문제를 직시하는 동안 차를 타고 멀리 가버린다. 그는 불륜을 들키기 전에도 그랬다. 미희(김소진)가 자신의 아이를 임신했음에도 자신의 거취를 결정하지 못하고 갈팡질팡했다. 그는 문제를 마주하질 못하니 무능력하기만 하다.
두 모녀 또한 대원처럼 스스로 문제를 마주할 정도로 성장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모두가 미성년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리(김혜준), 윤아(박세진), 영주(염정아)는 용기를 내서 문제를 바라본다. 그들은 미성년이지만 성년에 가깝다.
영화는 꼬인 실타래를 담담히 풀어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겁나는 것을 용기를 내서 바라보기란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대담하고, 호쾌한 액션을 통해 사건을 주도하는 일은 말이 되지도 않는다. 그건 성년의 일이니까. 하지만 불륜과, 예기치 못한 조산으로 인큐베이터에서 생을 연명하는 아기와 같은 감당하기 힘든 일들을 맡은 미성년들은 오히려 준비가 돼있지 않기 때문에 천천히, 그리고 조심스럽게 문제를 해결해나간다. 이는 서로를 배려해주는 일이기도 하지만, 오히려 자신을 위하는 길이기도 하다. 이 과정을 담백하게 그려내는 과정은 영화 <미성년>의 장점이며 감독으로서 김윤석의 성취다.
● 최대한 재밌게_극에 녹아들어 빛나는 배우들의 연기력
배우들의 연기는 극을 풍성하고 재밌게 만들어준다. 모두의 연기력에 찬사를 보내기가 아깝지 않다. 이러한 장점은 캐릭터들의 성격이 대사로 직접적으로 드러나지 않고 몸짓과 행동으로 간접적으로 표현되기 때문에 더 부각된다. 배우인 김윤석이 각본에 이보람 작가와 함께 참여해서 그럴까, 배우들의 연기력을 뒷받침하는 상황들이 현실에 있을 법하면서 하나같이 재밌다. 영화를 보며 웃음을 많이 지을 수 있는 것도 이러한 덕택이다. '아빠!'를 외치며 자신을 쫓는 윤아를 뒤로하고 도망가는 대원(김윤석)이나, 윤아를 집에 불러 '넌 잘못한 거 없다'며 말해주지만 윤아가 집을 나서려 현관으로 가자 울음을 터뜨리는 영주(염정아)나, 대원에게 마지막으로 '자기를 데리러 와주길 부탁하며 와준다면 퇴원 안 하고 기다리겠다'는 미희(김소진)까지. 확고한 캐릭터로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주리(김혜준)와 윤아(박세진) 또한 마찬가지다.
영화 <미성년>은 조연들이 가져다주는 영화의 재미가 크다. 극의 주된 스토리 라인을 해칠 정도로 관여하지 않는 선에서 극이 지루하지 않게 만드는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학교 선생님(김희원), 옆 산모(정이랑) 옆 산모 엄마(염혜란), 방파제 아줌마(이정은), 주리의 친구(김혜윤), 윤아 아빠(이천희), 책임 간호사(이상희)까지 여러 매체를 통해 얼굴을 접한 배우들의 활약을 보는 일은 흥미롭다.
영화 <미성년>은 최대한 담백하고 재밌게 사건을 마주하는 미성년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엔딩은 관객에 따라 받아들이는 정도가 많이 갈릴듯한데, 역시 이 부분은 연출의 의도를 맞추기보다 우선 관객들의 판단에 맡기는 게 좋을 것 같다. 감독으로서 김윤석 또한 관객들에게 인상 깊게 남을 그의 첫 연출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