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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타 Aug 20. 2020

새롭게 발견한 진행자 허영지

웹예능 <라떼월드> 리뷰

1. 프로그램 소개

웹예능 ‘라떼 월드’는 목요일 저녁 6시, 스튜디오 룰루랄라에서 제작하고 라떼 월드 채널에서 공개되는 자칭 “동년배를 찾아 떠나는 추억82 프로젝트”입니다. 허영지가 추억의 소품을 들고 거리를 돌아다니며 일반인 인터뷰를 하는 방송이죠. 드디어 독립 채널을 개설할 정도로 인기를 얻은 ‘라떼 월드’, 오늘은 라떼 월드가 재밌는 이유 두 가지와 위험 요소 하나를 어떻게 극복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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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_ 추억의 소품과 일화 듣기

MP3, 슈게임, 문방구, 싸이월드, 만화로 보는 그리스로마 신화까지. 라떼 월드는 주로 90년대 생이 자라며 접했을 소품을 소개하고, 소품을 들고 길거리를 나가 시민들에게 소품에 대한 기억을 물어봅니다. 원래 ‘나 때는 말이야~’로 시작하는 라떼는 옛날에는 이랬으니 지금의 너희도 이렇게 행동하라거나 옛날이야기를 끊임없이 쏟아내는 걸 말하죠. 그런데 ‘라떼 월드’는 옛날이야기를 끊임없이 쏟아내지만, 우선적으로 시민들의 이야기를 듣습니다. 한 사람만의 일방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많은 사람이 공감하는 과거 이야기가 모이니 추억 탐방이 될 수 있는 거죠.

라떼 월드는 90년대생 만의 추억을 탐방하는 프로그램이 아닙니다. 인터뷰를 통해 80년대생, 00년대생, 10년대생을 만날 때도 있고, 그들이 즐겼던, 혹은 즐기고 있는 문화를 물어봅니다.  최근 ‘여름 노래’ 편과 ‘추억의 땅따먹기’ 편에서도 이 특색이 잘 드러납니다. ‘여름 노래’ 편에선 ‘여름 이야기(1996)’, ‘해변의 여인(1997)’부터 ‘냉면(2009)’, ‘Summer hate(2020)’까지 다양한 노래가 나와 세대별로 ‘라떼’와 ‘라떼를 보는 사람’의 포지션을 바꿔갔다면, ‘추억의 땅따먹기’ 편에선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은 그 나이대만의 놀이 문화를 소개합니다. 이를 통해 전 세대가 공감하고, 세세한 룰의 차이나 시간의 변화에 따른 약간의 놀이 방식 변화에 대해 얘기하죠. 그렇게 라떼 월드는 90년대생 만의 공감이 아닌 폭넓은 시청자의 공감을 자아냅니다.


두 번째_ 진행자 허영지

‘라떼 월드’가 공감을 받을 수 있던 이유가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데에 있었음을 첫 번째 강점에서 확인했습니다. 어떻게 이렇게 많은 사람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까요? ‘라떼 월드’의 또 다른 강점은 시민 인터뷰를 훌륭하게 해내는 허영지입니다.

시민 인터뷰는 진행자가 시민에 대한 사전 정보가 없기 때문에 현장에서 어떻게 시민의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는지가 관건입니다. ‘라떼 월드’는 추억의 소품을 아냐고 물어보면서 인터뷰를 시작하고, 추억의 소품 덕분에 시민의 자연스러운 거부감이 한 꺼풀 벗겨집니다만, 그 상태에서 이야기를 듣고, 공감 못하는 사람을 기분 나쁘지 않게 놀리거나, 혹은 공감 못하는 사람에 억울해 하거나, 자기가 공감 못하는 얘기를 만났을 땐 당황하는 역할은 진행자의 몫입니다. 그리고 진행자 허영지는 이에 능숙합니다. 기계적으로 능숙하다는 말이 아니라, 다양한 재미가 진행자의 반응에서 올만큼 매력적이란 말이죠. 시민 인터뷰란 게 방송에는 성공하는 시민 인터뷰만 나가지만 촬영 땐 인터뷰 성사조차 거부당할 때도 많을 텐데, 그럼에도 성사된 인터뷰에서 기분 나쁜 사람 없게 밝은 분위기를 매번 만들어내는 게 쉽지는 않습니다. 90년대생의 추억을 메인 소재로 삼는 프로그램에서 90년대 중반에 태어나고, 시민에게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으며, 인터뷰에서 밝은 분위기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조건에 정말 딱 맞는 진행자를 ‘라떼 월드’ 제작진이 찾았습니다.


반발요소 극복

라떼라는 말이 부정적인 행동을 하는 사람을 희화화하는 용어로 쓰이기 시작한 건 다들 아실 겁니다. 그만큼 라떼는 잘못 다루면 진짜 라떼가 되어버리는, 즉 공감을 이끌어내지 못하고 주변을 기분 나쁘게 하는 사람이 될 수 있는 거죠. 저는 그래서 라떼가 되지 않기 위해선 자신의 단언적인 말에 과도하게 확신을 얻지 않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라떼 월드’는 세대별 과거 이야기를 편견 없이 듣고 나서 마지막에 ‘라떼는 ○○부터’라고 단언해버립니다. 굳이 있어야하는 마무리 멘트인가?라는 생각이 들지만 ‘라떼 월드’는 단언적인 마무리 멘트가 가질 수 있는 약점을 진행자를 통해 최대한 희석시킵니다.

‘나 때는 말이야~’라고 말을 시작하는 사람을 생각해보세요. 학교 선배거나, 직장 상사가 과거 이야기를 통해 지금은 이러이러하다고 단언적 말을 하는 경우가 많죠. 라떼의 단언적인 말이 부정적인 배경에는 그 말을 하는 사람이 듣는 사람보다 사회적 위계가 높고, 듣는 사람은 쉽사리 반박할 수 없다는 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라떼 월드’에서 진행자는 전혀 시청자나 제작진, 인터뷰한 시민들보다 위계가 높은 것처럼 묘사되지 않습니다. 허영지가 제작진에게 놀림 받는 모습, 허영지가 제작진을 놀리는 모습도 ‘라떼 월드’ 영상에서 꽤 볼 수 있죠. 이런 분위기에서 ‘라떼는 ○○부터’라는 말은 단언적인 형식이지만 누구든지 반박할 수 있고, 지나가는 하나의 의견에 불과해 큰 거부감을 가져다주지 않습니다.     

‘라떼 월드’는 같은 세대끼리의 공감을 유발하면서도 다른 세대의 추억까지 들여다보는 포용력을 가진 프로그램입니다. 추억은 과거에 만들어진 것도 있지만 지금도 만들어지는 거니까, 추억의 소재가 부족해지면 벌써 라떼가 되어가는 최신 유행을 찾아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시청자들의 좋은 반응에 채널까지 독립하게 된 ‘라떼 월드’, 앞으로도 세대별로 공감할 추억 탐방 인터뷰를 쭈욱 만들어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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