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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타 Sep 02. 2020

유튜브 감성으로 중무장한 박나래X한혜진X화사의 여은파

'나 혼자 산다' 스핀오프 여은파의 세 캐릭터 분석

1. 프로그램 소개

MBC 금요 예능 ‘나 혼자 산다’의 디지털 스핀 오프 여은파가 큰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여은파는 ‘나 혼자 산다’ 에피소드 중 인기를 얻었던 ‘여자들의 은밀한 파티’편에 출연한 박나래, 한혜진, 화사가 조지나, 사만다, 마리아가 되어 여러 프로젝트에 도전하는 형식을 가지고 있는데요, 화제성 높은 캐릭터들의 케미를 본격적으로 보여주며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습니다. 캐릭터 빌딩을 잘 하는 게 예능에서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알려주는 현상이죠. 여은파는 인기 캐릭터의 캐릭터성을 강화하며 TV 방송에선 보여주지 못하는 웃음 포인트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여은파 캐릭터 분석을 통해 어떻게 여은파가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고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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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안동 조씨 조지나

박나래는 조지나로 분해 여은파에서 투머치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조지나의 행동은 모든 게 과장되고 자극적입니다. 여은파에서는 분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데, 조지나가 센 분장으로는 일등이죠. 이에 자극 받은 사만다와 마리아가 조지나에게 지지 않겠다며 더 코믹한 분장을 하는 모습이 홈트 비디오 제작기편 초반에도 그려지고 있습니다.

또, 조지나는 여은파에서 정체불명의 자칭 ‘유튜브 감성’을 책임집니다. 유튜브 감성이란 TV 예능에선 보여줄 수 없었던 웃음 포인트를 의미하겠지요. 박나래는 조지나가 되어 자신의 강점으로 평가받는 성적인 농담을 던집니다. 사만다와 마리아는 조지나의 농담에 질색하지만 한편으로는 웃는 반응을 보입니다. 조지나의 과장되고 자극적인 발언과 행동이 웃음을 위한 티키타카의 시작점이 되고 있습니다. 그 덕에 여은파는 나혼산에서는 보지 못했던 ‘매운맛’으로 표현되는 투머치한 행동과 투머치한 발언으로 시청자들에게 긍정적인 반응을 얻으며, 시청자들의 마음속에 확실히 각인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화끈하고 은밀하다고 해도 시청자를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한다는 방송에서 투머치한 행동과 투머치한 발언만 존재한다면 시청자들은 쉽게 질렸을 겁니다. 화끈하고 맛있는 불닭 소스로 비유를 해볼까요? 불닭 소스가 많은 사람들에게 인기 있는 이유는 다양한 음식에 불닭 소스를 뿌려먹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불닭 소스를 좋아한다고 끼니를 챙겨먹을 때 소스만 들이키지는 않죠. 그렇기에 여은파는 은밀하고 화끈하다는 콘셉트(소스)를 중심으로 여러 프로젝트(음식)를 진행하는 포맷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조지나의 멘트를 제한해야 하나요? 아니죠, 다른 캐릭터로 중심을 잡아주면 됩니다.


두 번째, 청주 사씨 사만다

사만다는 여은파에서 진행하는 프로젝트의 중심을 담당하는 캐릭터입니다. 조지나보다 웃기기 위해 노력하지만, 프로젝트의 핵심 사항은 지키려고 노력합니다. 홈트 비디오 제작기편에서 사만다는 전문가와 함께 실제 운동이 될 수 있는 자세를 바탕으로 영상을 찍어오고, 다이어트 식단 만들기에서 맛은 없을지언정 다이어트식의 끝판왕 도시락을 만들어 옵니다. 사만다가 핵심을 지키고 있기 때문에 멤버들도 질색팔색하는 조지나의 홈트 비디오용 운동 자세와, 다이어트식 같지 않지만 맛있는 샌드위치가 더욱 대조적으로 보이며 웃음을 자아냅니다. 조지나와 사만다의 대비되는 캐릭터성은 궁합이 잘 맞습니다. 서로 다르기 때문에 서로를 향해 공격과 수비를 번갈아할 수 있기 때문이죠. 조지나가 못하는 걸 사만다가 할 수 있고, 사만다가 못하는 걸 조지나가 할 수 있습니다. 두 사람의 티키타카 덕에 여은파는 시청자에게 많은 웃음을 줍니다.


세 번째, 순흥 마씨 마리아

말하는 사만다에게 들어주는 조지나가 있고, 말하는 조지나에게 들어주는 사만다가 있어야 하듯 예능은 농담을 받아주는 사람이 있을 때 재미가 더해지는 법입니다. 마리아를 비롯해 각종 예능 속에서 화사는 많이 말하기보단 많이 듣고 반응하는 역할로 더 많은 웃음을 만들어냅니다. 그런데 화사는 ‘들어주는’ 역할에 엉뚱함이 추가되며 다른 ‘들어주는’ 역할을 하는 캐릭터와 차별점이 있습니다. 여은파에서 마리아는 다른 출연자들의 말을 듣다가도 음식이 나오면 음식에 집중하느라 정신이 팔립니다. 환불원정대에서도 화사는 다른 출연자들의 말을 듣다가도 음식에 더욱 집중합니다. 유재석과의 만남에서도 둥굴레차를 지미 유보다 먼저 신경을 썼죠. 전통적인 토크 티키타카에서 화사와 같은 캐릭터는 긍정적인 삑사리입니다. 말하는 사람이 원하는 대로 흐름이 흘러가지 않아서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웃음을 자아내죠. 자기만의 세계가 확고한 캐릭터다보니 자기 생각에 집중하느라 다른 사람 말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데 밉지가 않습니다. 마리아는 조지나와 사만다 사이에서 신선한 리스너 포지션의 출연자가 되어 여은파의 재미를 만들어갑니다.


더 하고픈 이야기

여은파의 성공은 ‘나 혼자 산다’를 향한 비판도 같이 생각해보게 만듭니다. ‘나 혼자 산다’는 최근 고정 출연자끼리의 케미를 강조하는 에피소드가 너무 자주 나와서 초기 기획인 ‘혼자 사는 사람을 관찰하는 프로그램’에서 많이 벗어난 것 같다는 비판을 자주 받고 있는데요, 현재 나혼산 시청자 중에는 이들의 케미가 재밌기 때문에 보는 시청자도 많은 만큼 제작진 입장에선 프로그램 방향을 어느 하나로 선택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됩니다.

여은파는 나혼산 인기 캐릭터끼리의 케미를 강조하는 스핀오프죠. ‘나 혼자’와는 거리가 멉니다. 이를 본편에 계속 내보냈다면 ‘이게 정말 나 혼자 사는 거냐?’라는 비판을 더 받았을 겁니다. 그러나 스핀오프로 본편에서 이 구성을 빼면서 ‘혼자 살기’에 대한 부담을 내려놓고 시청자들을 마음껏 웃기고 있죠. 여은파를 통해 나혼산 속 고정 출연자의 케미에 열광하는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방법을 찾았다면 이젠 나혼산 본연의 재미, 즉 혼자 사는 사람들의 생활을 관찰하는 재미에 열광하는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방법을 찾을 차례라고 생각합니다. 여은파를 필두로 고정 출연자의 케미를 극대화하는 에피소드는 스핀오프화 시키고, ‘혼자 살기’에 집중한 구성이 본편에서는 잘 드러나길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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