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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게으른 이유는 부모의 이런 버릇 때문입니다.

잔소리가 많은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들의 특징.

by 맨티스

소극적인 반항

사람은 누구나 통제를 받으면 반발하게 됩니다. 어떤 이는 겉으로 드러나는 분노와 거부로 맞서고, 또 어떤 이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듯한 태도로 조용히 저항합니다. 후자의 모습, 즉 ‘소극적인 반항’은 종종 게으름이나 의지 부족으로 오해되지만, 그 안에는 깊은 심리적 배경이 숨어 있습니다.



강압적 양육과 무기력의 학습

‘학습된 무기력(learned helplessness)’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이 개념을 처음 제시한 마틴 셀리그만의 연구에 따르면,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한 동물은 자신의 힘으로는 아무런 변화시킬 수 없다는 생각에, 그 어떤 시도조차 하지 않게 됩니다. 이 현상은 강압적이고 통제적인 가정에서도 쉽게 나타납니다.


미국 정신신경 전문의 미실다인 박사 역시 강압적인 부모가 자녀에게 무기력을 심어준다고 지적했습니다. 부모가 화를 내고 혼을 낼 때, 아이는 단순히 혼나는 것이 아니라 부모와의 감정적 연결이 끊기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이는 아이에게 불안을 불러오고, 동시에 상황을 통제할 수 없다는 무력감을 심어주게 되죠. 불안과 무기력은 따로 오는 것이 아니라, 마음속에서 동시에 생겨납니다.



반항의 두 가지 모습.

부모의 통제에 대한 반응은 크게 두 가지로 나타납니다.

소극적 반항: 핑계, 거짓말, 무기력, 회피 등. 처벌이나 결과를 감당하기 어려울 때 나타난다.

적극적 반항: 지시와 명령 거부, 고집, 분노, 폭언·폭력 등. 처벌을 감당할 수 있다고 판단될 때 나타난다.

두 반응 모두 ‘규칙과 통제’에 대한 거부라는 공통점을 가집니다. 차이는 단지 그 표현 방식일 뿐입니다.



세대를 타고 이어지는 강압

군대식 훈육과 공감 결핍은 종종 부모 세대의 인내력과 이해 부족에서 비롯됩니다. 그러나 그 뿌리를 더 들여다보면, 부모 역시 어린 시절 같은 방식으로 길러졌고, 당시의 사회 분위기—권위주의, 군부 독재—역시 강압과 통제를 당연시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죠. 이는 일종의 세대 간 학습된 양육 패턴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만약 부모가 의식적으로 이런 패턴을 깨뜨리려 노력하지 않는다면, 통제와 강압은 습관처럼 다음 세대로 이어집니다. 이때 자녀가 배우는 것은 ‘상대의 요구를 수용하는 법’이 아니라 ‘어떻게 버티고, 혹은 조용히 거부하는가’입니다.



성인이 된 이후의 반항

소극적 반항을 학습한 아이는 성인이 되어서도 무기력하게 살아갑니다. 공부, 직장 일 모두 최소한의 노력만 하고, 때로는 몸이 아파도 병원조차 가지 않습니다. 스스로 조차 자신을 돌보지 않게 되죠. 뿐만 아니라, 규칙, 시간 약속, 계획 등 자신이 ‘통제’라고 느끼는 모든 것에 반발합니다.


결국 ‘강압적인 부모의 말에 대한 반항과 무기력’은 시간이 지나 ‘강압적인 말 자체’에 대한 반항과 무기력으로 전환됩니다. 대상이 부모에서 상사, 사회 제도, 심지어 스스로 세운 계획으로까지 확대됩니다. 이로 인해 학교에서는 잠만 자게 되고, 숙제는 전날이 되어야 쫏기듯 하게 되고, 공부 계획은 세우지만 지키지 못하게 됩니다.



변화를 위한 첫걸음

이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는 자신의 반응 패턴을 인식하는 것이 출발점입니다. 어린 시절의 경험이 지금의 행동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깨닫는 순간, 통제에 대한 무조건적인 반발이나 무기력을 새로운 방식으로 다룰 수 있습니다. 심리치료, 특히 인지행동치료(CBT)나 애착기반 치료는 이러한 패턴을 수정하는 데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Bowlby, 1988; Beck, 2011).


소극적인 반항은 단순한 게으름이 아닙니다. 그것은 어린 시절 자신을 지키기 위해 배운 방식이며, 이해와 공감이 결핍된 환경이 만든 생존 전략입니다. 그 사실을 인식하고 나서야, 우리는 반항 대신 주체적인 선택으로 삶을 바꿀 수 있습니다.



공부는 성향,

학습 성향 분석가

맨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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