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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묵작가 Aug 20. 2020

제01화. 대학생이 되기 위한 과정

대학생활 일기

나는 대학생이다. 특별히 티를 내지는 않지만 나는 학교 다니는 걸 좋아하고 특별한 일이 없더라도 종종 학교 구경하러 가기도 한다. 그리고 이제는 동기들이 하나둘씩 졸업반이 되어가는, 마찬가지로 나이를 먹어가는 복학생 아저씨이기도 하다. 그래서 아직 끝나지는 않았지만 절반 정도 지나온 이 시점에서 대학생활에 대해 한번 떠들어보려고 한다. 대학생들에게는 본인들의 현재 진행형인 이야기가 될 것이고 아직 아닌 이들에게는 어쩌면 있을 법한 미래의 이야기, 그리고 이미 지나간 선배님들에게는 심심할 때 볼만한 추억 회상이 되지 않을까 기대하며 한번 시작해보자. 


나는 재수를 했다. 사실 요즘은 재수는 물론 삼수, 사수까지 하는 마당에 그게 뭐 별 대수냐고 할 수 있다. 다섯 번의 수험생활을 이야기하는 유튜버도 있고 이미 대학에 다니면서도 간혹 재미 삼아 매년 시험을 보는 학생들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수험생활의 횟수는 크게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게 있어서 두 번째 수험생활은 단순히 늘어난 '횟수'로 치부하기에는 조금 부연설명이 필요하다. 동일하게 시험을 봤고 동일하게 수험생활을 보냈다. 하지만 선택되는 사람은 그중 일부에 불과하다. 


나에게는 고등학생 시절 자주 놀던 친구들이 있었다. 기숙사 생활을 하다 보니 그때 당시에는 오히려 가족보다도 더 많은 시간을 같이 보낸 셈이다. 그리고 그 무리 중 나는 거의 유일하게 대학 입시를 좋게 끝내지 못했다. 꽤나 당황스러웠고 스스로에게 실망도 했었다. "얘 진구야, 옆 집 철수는 너랑 맨날 놀면서도 전교 1등을 하는데 너는 점수가 이게 뭐니?" 절대 진구라는 이름을 비하할 생각도 철수라는 이름을 띄워줄 생각도 없지만 종종 이런 일들이 있다는 걸 우리는 들어왔고 또 누군가는 겪어왔을 것이다. 스스로에게 이런 말을 해보니 참 비교라는 게 얼마나 사람을 불행하게 하는지 알 것만 같다. 


어찌 됐든 한번 실패라는 걸 하고 나아가려고 했지만 그 과정 또한 결코 순탄치는 않았다. 혼자서 생각을 정리하는 건 어찌어찌한다 해도 부모님을 설득시키는 건 솔직히 겁이 났다. 뭐 크게 말썽을 피우지도 않았고 지금껏 굴곡이랄 것도 없었기에 그 자리는 몹시도 겁이 났다. 아마 다시 시작하는 학생이 이 글을 본다면 어떤 느낌인지 알 것이다. 흔쾌히 허락을 하거나 먼저 권장하시는 부모님들도 계시겠지만 마지못해 허락해주시는 분들도 계시기 때문에 각자마다 다른 건 당연하다. 경제적인 형편도 다르기 때문에 더더욱 다시 도전한다는 말이 쉽게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 


결국 나는 학원에 등록을 하게 되었고, 지금의 내가 있기 위한 두 번째 시간은 그렇게 다시  흐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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