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학기가 시작된 지금은 같은 유치원에 다니지만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첫째 아이와 둘째 아이는 서로 다른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다녔었다. 같이 다니게 하고 싶은 마음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첫째 아이가 다니는 원에 둘째 나이대는 받지를 않아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도 했다.
다니는 곳이 다르니 당연히 등하원차량이 서로 다르고, 타고 내리는 시간도 달랐다. 덕분에 아내는 등원 때도 그리고 하원 때도 꼭 두 번씩 집을 나설 수밖에 없었다. 그로 인한 불편함으로 언짢아진 아내를 내가 눈치껏 풀어줘야 했기에 이제 그럴 일이 없어졌다는 사실은 참 다행이다.
우리 아이들은 노란 하원차량에서 폴짝폴짝 뛰어내려와 마중 나온 엄마 품에 쏙 안기며 웃는다. 그러면 아내는 아이들에게 잘 다녀왔어?라는 말을 해준다. 그리고 가끔 내가 마중 나갈 때도 나는 아이들에게 똑같이 묻고는 했다.
'잘 다녀왔어? 친구들하고 재밌게 놀았어?' 하고 말이다.
보통 나는 아이들이 하원해 집에 있는 상태에서 퇴근한다. 그리고 나는 퇴근해 집에 들어서면 바로 아이들을 안아주며 하원차량에서 맞이할 때와 같은 질문을 한다.
그날도 똑같이 아이들에게 인사를 던지는데 옆에 아내가 재밌는 얘기를 해주었다.
"오늘 하원하는데 애들이 뭐 했는지 알아?"
"왜? 둘이 또 싸웠어?"
"아니 그게 아니고, 지들끼리 서로 잘 다녀왔냐고 얘기를 하는 거 있지?"
"진짜? 뭐라고 물어보는데?"
"첫째는 둘째한테 어린이집 잘 다녀왔어? 하고 물어보고, 둘째는 그러고 나서 형아 잘 다녀왔어? 하고 물어보더라고 글쎄"
"어이구, 지들끼리 서로 챙기기도 하고 참 다 컸네 다 컸어."
엄마, 아빠가 하는 걸 보고 따라 하는 게 웃기기도 하지만, 별거 아닌 인사라도 쪼그만 아이 둘이 서로의 하루가 어땠는지 물어보는 모습이 너무 기특해 두 아이를 꼭 안아주었다.
생각해 보면 저런 조그만 아이들도 서로를 챙기는데 나는 아내에게는 하루를 잘 있었는지, 아니면 별 일은 없었는지 안부를 물어보는 걸 언제 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마지막이 지난주였는지, 지지난주였는지.
같이 살고 있는 아내에게도 그럴진대 부모님의 안부를 물은 기억은 더더욱 나질 않는다. 영상통화로 아이들 모습만 보여주고 들어가세요 라는 말로 전화를 끊기만 했지. 반성한다. 그래서 항상 다짐해 왔지만 지켜지지 않았던 그 다짐을 다시 또 해야겠다. 안부를 자주 물어봐야지. 별 일은 없는지.
나는 오늘도 아들 덕분에 성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