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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웨Manwe Nov 01. 2023

수학 바보들에게 걷는 세금

복권

로또 1등 당첨 확률 1/8,145,060


복권으로 1등에 당첨될 확률은 굉장히 낮다. 그나마 로또보다 당첨확률이 다소 높다는 연금복권도 1/5,000,000의 확률이고, 미국의 파워볼(1/292,201,338)이나 메가밀리언(1/302,575,350) 복권은 우리나라의 복권은 비교도 안될 정도로 심한 당첨확률을 자랑하고 있다. 당첨은 언감생심 꿈도 꾸지 말아야 되는 수준인 셈이다. 그러니 확률에 약한 수학 바보들에게 걷는 세금이라는 말까지 있다.


하지만 사람은 심각한 오류에 빠진다. 그래도 매 회차에 1등 당첨자는 나오기 마련이고, 그 당첨자가 내가 되지 말라는 법은 없지 않다는 생각에 확률 따위는 잊어버리고 긍정적인 기대와 함께 복권구매에 열을 올리기 쉽다. 게다가 요즘엔 인터넷이나 문자로 당첨번호를 예상할 수 있다는 광고가 수시로 오는 데다가, 당첨자의 후기도 쉽게 접할 수 있어 마치 이성적인 뇌가 마비가 되어 정상적인 사고가 불가능해지는 것만 같다.


복권의 시작은 언제였는지 기록이 남아있지 않아 정확히 알 수는 없으나 고대 로마시대에도 존재했다고 알려져 있고, 기록으로 남아 있는 것도 1530년에 이탈리아 피렌체와 제노바에서 판매되었다고 하니 그것만 해도 무려 500년 가까이 되었다. 그 긴 시간 동안에도 복권이 사라지지 않고 전 세계 사람들에게서 흥행하고 있으니 사람은 어쩔 수 없는 생물인가 보다.


나도 한때는 이성적 뇌가 마비되어 오류에 빠져버렸었다. 매주 로또를 샀고, 한 주 내내 1등 당첨에 대한 기대에만 빠져있다 당첨번호가 발표만 되었다 하면 마음이 울적해졌다. 그 행위를 빠지지 않고 꼬박 2년은 했던 것 같다. 당첨이 된 날도 있긴 했다. 5,000원 몇 번, 50,000원 한 두 번. 구매하는데 들어갔던 돈에 비하면 비교할 가치도 없을 정도로 초라한 결과다. 매주 구매하던 복권은 당첨이 되지 않으니 자연스레 횟수가 줄어들다 종래에는 완전히 구매하지 않게 되었다.


최근 직장동료와 얘기를 하다 복권에 대한 얘기도 나누게 되었다. 예전에 내가 했던 것처럼 거의 매주 구매를 한다고 한다. 그래서 확률 얘기를 들려주었더니 본인은 그것도 좋지만 다른 부분도 있기 때문에 복권을 산다고 했다.


"복권에 당첨되어 부자가 되는 것도 좋지만. 안된다고 해도 발표전까지 당첨금을 어떻게 쓸까 고민하면서 행복한 기분을 느끼는 것도 좋아."


순간 머리가 멍해졌다. 저렇게도 생각할 수가 있는 거구나. 나는 당첨금에만 매달렸기 때문에 행복한 기분이 아닌 당첨되지 않아 느끼는 우울함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똑같은 복권을 샀지만 한 사람은 행복함을 얻었고, 한 사람은 우울함을 얻게 된 것이다.




난 이번 주에 한동안 사지 않았던 복권을 사볼까 한다. 다만 이전과는 다른 마음을 갖고 살 생각이다. 내가 로또를 사는 목적은 당첨을 기대하며 느끼는 좋은 기분을 위해서라는 마음을 갖고 말이다. 당첨이 되지 않더라도 실망하지 않고, 복권이 한 주 동안 나에게 좋은 에너지를 줄 테니 어쨌든 나에겐 이득이지 않겠는가.


(사진: Unsplashdylan nol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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