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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냐 정혜승 Jan 15. 2017

<볼드> 세상은 이미 놀랍게 달라졌다

유료 독서모임인 트레바리에서 17년 1~4월 시즌에 '어떤 혁신'이라는 클럽을 맡았다. 클럽을 준비하면서 떠올린 책들은 <볼드>, <오리지널스>, <사피엔스의 미래>, <에너지혁명 2030> 등 그동안 읽고 검증한 책과   <미래는 누구의 것인가> <당신은 데이터의 주인이 아니다> <마스터 알고리즘> 등 읽지 않았으나 어쩐지 의무감으로라도 읽고픈 책, <클라우스 슈밥의 4차 산업혁명>처럼 무난한 책 등이다. 이 중에 혁신의 방향을 곁눈질하겠노라 목표에 따라 첫 책으로 고른게 바로 <볼드>다. 추천사부터 끝내준다. 21세기에 단 한 권의 경영서를 읽는다면 이 책이라니ㅎㅎ

저자 피터 디아만디스. 사실 좀 재수 없을 만큼 잘났다. MIT에서 분자유전학과 항공우주공학을, 하버드에서는 의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아는 사람은 아는 X프라이즈 재단 CEO이자 싱귤래리티 대학 학장. 설립한 하이테크 기업이 10여개를 훌쩍 넘는다. 끼리 끼리 모이는 그의 주변 사람들은 래리 페이지, 에릭 슈미트, 일론 머스크, 제프 베조스.. 저들의 육성과 사연도 책의 재미난 재료다.

그는 인류 미래를 낙관하는 전도사다. 책은 긍정의 기운으로 가득찼다. 그런데 사전에 제출된 트레바리 멤버들의 독후감을 보니 마냥 좋은 반응만은 아니었다. 트레바리 룰에 따라 준비한 발제는 이렇다. 2시간 이상 진행될 토론 준비물. 공감 못하는 부분에 대해 더 뜨거운 토론이 가능할 거라 생각했고 실제 그랬다.


1. 세상을 바꾸는 대담한 도전… 기하급수의 시대
  - 가장 공감가는 대목은? 공감가지 않는 대목은?
  - 앞으로 10년 동안 바뀌지 않을거라 보는 건?
  - 미친 속도와 변화에 올라타라는 건 알겠는데.. 과연 다른 옵션은?


2. 미친 생각들이 실행으로 이어지는 비결은
  - 저거 따라해서 될까? 과연?
  - 생태계를 만드는 중요한 요소들은 뭘까. 사람? 제도? 자본?
  - 피터가 놓친 것들은 없을까?


일단 책의 주요 내용을 보면.. HD급 캠코더, 양방향 화상회의, GPS.. 30년 전에 모두 보유하려면 수십만 달러가 필요했다. 하지만 1) 디지털화 Digitalization 2) 잠복기 Deception 3) 파괴적 혁신 Disruption 거쳐 4)무료화 Demonetization 5)소멸 Dematerialization 6)대중화 Democratization 까지 '기하급수의 6D가 진행된 결과.. 그냥 폰 하나로 해결된다. 우린 엄청난 기술 수혜자들이다.

14만 직원을 거느린 100년 기업 코닥이 망하는 동안, 실리콘밸리 창고 사무실에서 10명이 시작한 인스타그램은 18개월만에 10억 달러 기업으로 컸다. 사진이라는 본질에서 인스타그램이 훨씬 뛰어난 건, '기하급수 기업'이었기 때문이란거다.


전체 시장 자체가 스케일이 다르다.

10년 전 인터넷 연결된 기기는 전세계 5억대. '14년 매초 100개가 새로 연결..2020년엔 500억개가 연결될 전망. 2013-2020 이런 슈퍼 네트워크는 19조 달러 가치 창출 전망. 미국 연간 경제 규모 15조 달러 보다 큰 기회


역시나 AI, 로봇 얘기가 이어진다.

IBM은 왓슨을 클라우드에 업로드, 누구나 개발용 플랫폼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모더나이징 메디신은 왓슨과 함께 신상기록을 지운 환자의 데이터를 취합해 네트워크에 가입한 의사들이 볼 수 있게 해준다. 치료결과, 논문 등 수백만 데이터 활용  사실 구글 딥마인드도 영국 보건당국과 함께 의료 데이터 분석에 본격 나섰다. 스캔 이미지 데이터를 축적, 진단해준다.

수백년 전통의 낙타경주. 가벼운 아이들을 기수로 썼으나 위험해서 비난. 아랍에메리트와 카타르는 더 가벼운 기사를 찾았다. 키 30cm 무게 2kg, 고삐를 조절하고 채찍을 휘두르는 깡마른 팔, 스피커로 명령을 전달하는 로봇 기수. 인간 향수까지 

낙타경주조차 로봇 기수를 쓴다는데, 이게 꼭 근사한 방향인지는 잘 모르겠다.. 최소한 아이들을 위험에 빠뜨리지 않는거니 괜찮은건가.


AI가 페타바이트 단위 게놈 데이터를 정리하고, 합성생물학은 노화된 줄기세포의 잘못된 게놈을 교정한다. 저자는 100세를 60세처럼 만들어주는 프로젝트를 위해 'Human Longevity'라는 회사도 직접 차렸다. 미국에서만 65세 이상 자산이 50조 달러이기 때문에 될 수 밖에 없는 사업이라는데 사실 이 대목에서 입맛이 썼다. 청년들은 저렴한 노동에 시달리는데, 부를 더 많이 가진 노인들 수명 연장에서 대박이 터질 거라니..어쩐지 세대 전쟁 느낌.


그러나, 대담한 도전의 매력은 결코 만만치 않다. 저자의 좌우명은 "일이란 잘못될 수 있다. 그러면 고치면 된다"고. 스티븐 호킹 교수와 무중력 체험 비행 발표하자 '정상인'만 된다며 당국이 제동을 걸었다. 그는 좌절하는 대신 의사를 동승시키는 타협안으로 돌파했다. 호킹 교수는 인생 최고의 순간을 맛보았고 8번이나 비행했다고. 이후 휠체어를 타던 청소년 6명도 슈퍼맨처럼 날았다. 와이낫. 문제를 돌파하면 감동은 비할데 없이 커진다.


우주에 관심 많던 저자는 92년에 우주대학을 세우기로 결심하고 캠퍼스 RFP를 냈다. 온갖 후원자들에게 메일을 보냈단다. "저희는 국제 우주 대학교입니다. 5개 도시에서 5번의 여름 프로그램을 운영했고, 비전과 계획은.....현금이나 건물, 운영비를 얼마나 주실 수 있는지 알려주세요." 그들은 제안서를 7개나 받았다. 2000만~5000만 달러 규모의 투자와 후원이 이어졌다. 화제를 몰고 다니며 몇 번의 성공을 거둔 이후 승승장구라고 해야할까. 그런데, 그의 끼리끼리 친구들 사연도 한결 같다.


넷스케이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자 직접 코딩, 창업해서 3억 달러에 팔고. 인터넷 상거래 진전이 없자 새로운 뱅킹 서비스를 발명. 화성 온실 프로젝트에 필요한 로켓을 찾지못하자 로켓 사업에 뛰어들었고. 에너지 관심으로 전기자동차 회사까지.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얘기다.

16세에 학교 중퇴, 청소년 잡지 만들고. 음반값 비싼거 보고 우편주문 레코드회사 창업. 서비스에 실망해 중고747 한대로 항공사 시작. 500여개 투자하거나 설립. 이동통신,철도,해저탐사,와인유통,헬스케어,우주항공사. 그런데 위험회피가 기본이라고.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 얘기다.

앞으로 10년 동안 뭐가 달라질까요? 흥미로운 질문. 하지만 여태껏 한 번도 받아보지 못한 질문..앞으로 10년 동안 바뀌지 않는 건 뭘까요? 감히 말씀드리건대, 실은 두번째 질문이 훨씬 더 중요. 바뀌지 않는걸 중심으로 전략을 세워아 합니다... 이건 제프 베조스의 말. 정말 와닿는다.

건강한 방식으로, 불가능은 무시하라. 큰 야심이 진전 더 쉽기도. 아무도 하려들지 않기 때문에 경쟁자도 없고. 야심찬 일을 찾는 최고의 인재를 모을수있다. 번역 알고리즘 묻자 연구자들은 불가능하다고 했다. 6년만에 64개 언어를 번역중이다... 이건 래리 페이지 얘기다.


정말 너무들 잘났는가? 그러나 이런 스토리가 줄줄이 이어진다.


니켈과 디하트는 열아홉이었고 둘 다 일이 없었다. 온라인 티셔츠 디자인 대회에서 만났고. 매주 대회를 여는 사이트 만들기로. 우승자는 100달러 상금에 티셔츠 판매. 알고보니 사람들은 티셔츠 투표를 좋아했다. 스레들리스닷컴은 미국3위 티셔츠업체

키바는 개발도상국 사업가에게 보통 100달러 미만을 대출해준다. 2013년 키바는 104만명에게 5억 달러 대출중. 상환율은 98%.
킥스타터 모금은 2010년 2700만달러에서 3년뒤 4.8억 달러로. 폴리매스 프로젝트는 수학문제를 크라우드로

디지털 영상 광고 크라우드소싱 플랫폼인 Tongal. 10배 싼 가격으로 10배 빠르게 10배 더 많은 콘텐츠 옵션을 제공. 브랜드가 상금을 내걸면 500자 아이디어 제출. 아이디어 창출 단계에서 평균 422개 컨셉, 영상 완성본은 100개까지

캡차 입력에 10초. 인류 전체가 매일 50만 시간 낭비. 이걸 실제 일로 바꾼게 리캡차. 누렇게 변색되어 컴퓨터가 판독못하는 옛날 책 30%를 캡차로. 알아보기 어려운 글씨 타이핑하면 전세계 도서관 디지털화. 하루 1억개 단어. 연 250만권

데이터에서 통찰을 뽑아내는 방법을 모두가 아는건 아니다. 이럴땐 캐글이나 톱코더를 검색하라. 크라우드소싱 데이터 발굴대회 플랫폼. 조사 목표나 알고싶은걸 정의, 상금 정하고 데이터를 업로드하면 수만명의 데이터 과학자들이 최적의 알고리즘 찾아준다

면역체계 유전자 정보 분석에 40만 컴퓨터 프로그래머 커뮤니티인 톱코더 활용. 2주짜리 대회에 70여개국 프로그래머 100여명 참여. 그중 16명은 미 국립보건원이 사용하는 알고리즘보다 뛰어난 성과. 뭉치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뭉칠 기회를 준

셰릴 샌드버그, 베스트셀러 <린인> 이후 온라인 여성 커뮤니티 만들기로. 지역별로 8~10명 여성이 모이는 '린인 서클'. 어떻게 형성되고 기능할지 느슨한 기준 제시가 전부. 조직 구성이나 관리 없이 1년 지나자 1.3만개의 서클이 만들어졌다.

무에서 유를 만든다거나, 혹은 전혀 기대하지 못한 성과를 목격할 때 사람들의 가슴이 뛰게 마련이다. 기술이, 크라우드펀딩이, 집단지성을 이끌어내는 플랫폼이 세상을 바꾸고 있다. 책은 중반 이후에 갑자기 자기계발서 느낌이 살짝 나는 '조언'들이 나온다. 그런데 사실 이 책을 읽을 당시 내게 마침 필요한 조언들이었다. 보고 자료에도 인용하는 등 아주 잘 써먹었다. 이 부분은 그냥 그랬다는 이들과 정말 좋았다는 이들이 엇갈린다. 상황에 따라 다른게 당연하다.


구글X 대부분의 프로젝트가 결국 중단되며, 다음 단계까지 가는 프로젝트는 소수라는 사실도 흥미로웠다. 실제로는 중단되거나 데이터로 남는다고. 그러나 그것도 언젠가는 쓰이지 않을까? 모든 프로젝트는 측정가능해야 한다고, 대담한 프로젝트는 무모해서 투자를 받지 못하는게 아니라 측정 수단이 없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깊이 와닿은 내용이다. 측정가능해야지... 그런데 이 마법의 주문을 깨준건 '측정가능한게 전부가 아니다'라는 점을 조목조목 지적한 <기술중독사회>지만, 그건 다음에.. 하여간에 귀 얇은 나..

트레바리 어떤 혁신 클럽의 첫 모임은 사실 매우 재미있었다. 서로 다른 백그라운드를 가지고 다르게 바라보는 생각들을 나누는게 책보다 더 흥미진진. 구구절절 전하지는 않겠다. 나름 유료모임! ㅎㅎ

송승훈님은 원래 피터 디아만디스 팬이라며, TED 영상을 소개해주셨다. 우리 미래는 풍요로울 거라는 피터의 긍정론이 압축 요약되어 있다.

"I’m not saying we don’t have our set of problems; we surely do. But ultimately, we knock them down.” ... 사실 이런 말에 나도 늘 혹한다. 이게 내 좌우명 "내게는 절망할 권리가 없다"는 하워드 진 옵바의 말과 일맥상통한 거 아닌가? ㅎㅎ


자기계발서를 비롯해 이런 억만장자 비법 같은 책에는 전혀 관심 없는 분에게도 나름 유용한 정보가 꽤 있는 책이라고 덧붙여본다. 그리고 번외편....


책에 나오는 구글X 책임자 Astro Teller. 저런 이름에 할아버지 둘이 모두 노벨상 수상자라고 해서 찾아봤다.. 이런 금수저라니. 진짜 그렇더라. 근데 친할아버지 에드워드 텔러는 수소폭탄의 아버지. 핵개발 매파. 영화 주인공 핏줄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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