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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냐 정혜승 Aug 13. 2016

<목격자들>4.16을 기억하는 또다른 방법

조선탐정물 백탑파 이야기 

작년에 읽고 기록을 남겼던 책이다. 이건 내 본진 블로그의 링크

<목격자들>4.16을 기억하는 또다른 방법, 조선탐정물 백탑파 이야기


굳이 이걸 브런치로 다시 옮겨놓는 건.. 방금 카페에 앉아 2시간 여 <거짓말이다>를 완독. 폭풍처럼 거칠어진 감정을 다독이는 나름의 과정이다. 김탁환님의 그 마음을 <목격자들>을 보면서도 어렴풋 짐작했는데, <거짓말이다>까지 보고 나니.. 이 땅의 글쟁이로서 그 작업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궁금해졌다. <거짓말이다>에 대한 리뷰는 천천히 하기로 하고.. 일단 


 

선생은 바위처럼 묵직하면서도 강물처럼 유연하고, 무겁게 가라앉으면서도 또한 깃털처럼 휘휘 날았다. 먼저 오래 웃기도 하고, 상대방이 따라 웃을 때까지 세상 곳곳의 농담을 끌어대기도 했다. <목격자들>에서 연암 선생을 묘사하는 대목. 태도에 관한 전범


발바닥이 갈라지고 찢기는 고통도 감내하며,아들은 차가운 바닷속을 헤매는데 나만 편히 다닐수없다며,맨발로 아들의 이름을 길 위에서 부르는 어머니의 슬픔을 어루만질수만 있다면 그보다 더한 일도 나는 할것이다.인간이라면 누구라도 그러하지 않으리.<목격자들>


전하께서는 배가 난파되었을때 마지막으로 그 배를 떠나는 사공이 되어야 하옵니다. 물론..두려움에 휩싸이겠지요. 그러나 배에 탄 백성이 모두 무사히 뭍에 내린 것을 확인한 다음에야..구하고 구하다 다 구하지 못하고 최후를 맞는 이가 군왕일지도<목격자들>


모두 과인의 백성이다. 그들이 천수를 누리지 못하고 죽었으니 그 잘못을 어찌 다른 이들에게 덮어씌울 것인가. 과인이 부덕한탓. 차디찬 바닷물에 사라진 목숨들을 떠올리니 죽고만 싶구나. 약속하겠다. 그들의 이름을..삶을..그들의 꿈을 기억하마<목격자들>

어둡다고 희망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눈부심을 기억하여 적어 두면, 터무니없이 긴 어둠 속에서도 그 기록에 의지하여 또 다른 눈부심을 향할 수 있다. 그러므로 백탑파에 관한 이야기는 과거의 기록이자 미래의 기록이기도 하다. <목격자들>


김탁환쌤 백탑파 시리즈 어게인! <열하광인>문장에 취하고 사건에 빠졌으며 이치를 엿보았다  정리가 2007년. 나름 주인공 김진을 흠모해온 조선 탐정물. 이번엔 세곡을 나르는 조운선 침몰사건을 파헤친다.<목격자들> 


"돌아오지 못할 줄 알았다"는 김탁환쌤이 다시 백탑파 이야기 <목격자들>을 쓰기 시작한건 14년 5월. 아무것도 쓰지 못한 한 달 간의 침묵 이후. 그 봄을 잊지 않겠노라고 쓰셨다고. 마지막 사자후가 절절하다. 


거대한 세력의 음모를 여유롭게 파헤치는 꽃미치광이 김진은 셜록보다 매력있고. 이야기꾼 의금부 도사 이명방은 왓슨보다 용맹하다. "남자가 여자를 사모하는 데 시간은 중요하지 않네. 한 순간이면 족해" 이런 대사를 김진이! 달달함도 가히 압권 <목격자들> 


======  이번에도 그냥 트윗만 옮겨놓는다. 배가 침몰하는 과정에 대한 세세한 묘사, 탐구 과정이 조금 난해할 수 있으며. 용어도 쉽지 않지만. 그런 와중에도 푹 빠져서 읽었다. 마지막 대목에서는 마음이 아팠다. 우리는 모두 4.16을 기억하고, 각자 방식에 따라 추모한다. 이 책은 김탁환 쌤이 4.16을 마주한 결과물이다. 수백 년 전 가상의 선박 침몰사건 이야기를 따라가는데 문득 문득 가슴이 미어지는 느낌이 오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누가 임금 앞에서 저렇게 고하겠으며, 임금이 저렇듯 통렬하게 토해낼까 싶다만. 김 쌤은 책 말미에 얼마나 많은 '참고문헌'을 참조했는지 나열하고 있다. 담헌 홍대용. 그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연암 박지원과 정말 그렇게 우정을 나눴을까. 박지원과 홍대용, 김진과 이명방, 이른바 백탑파들은 문체반정이라는 분서갱유의 시대를 버텨냈고. 당대에 중용되어 큰 뜻을 펼치지는 못했다. 오히려 오늘날 열하일기를 다시 읽는 이들이 적지 않은 것은 역사의 아이러니.


어찌됐거나 백탑파 동인들이 시문과 음악, 미술, 춤 등 예술과 천문, 과학까지 넘나들며 지적 열락에 빠지는 모양새가 매우 부럽다. 지금처럼 콘텐츠가 넘치고 미디어가 과한 시대가 아닌 그 시절. 세상만사를 논할 수 있는 벗이 있다는 것 자체가 지금과는 다른 무게였을 듯. SNS를 통해 지인들과 얕은 정보를 나누고 짧은 코멘트를 주고 받는 것도 즐겁지만, 지적 교감을 나누는건 생각보다 근사한 경험이라 믿는다. 물론 껄렁한 유머를 나누면서 키득대는 것 역시 깊은 재미가 있지만. 


백탑파 시리즈는 <열하광인>에 푹 빠져 <방각본 살인사건>을 봤는데, 전자가 훨씬 좋았다. 굳이 더 거슬러 올라가지는 않았다. 그래도 이렇게 다시 만나면 옛 애인을 만난 듯 반갑?? 음, 이건 아닌가 .옛 친구를 만난듯 반갑다ㅎㅎ 정말 좋아했나보다. 열하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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