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냐 정혜승 Aug 15. 2016

<반지성주의를 말하다> 읽다 말았다만

문제 제기 만큼은 시대적으로 유의미한

"최근 더욱 심해져 가는 일본 사회의 우경화와 소수자 혐오, 그에 따른 민주주의의 위기를 진단하고 그 밑바탕에는 반지성주의와 반교양주의가 있음을 성찰하는 책".. 책 소개다. 

기본적으로 우리는 왜 퇴행하고 있는가, 문제를 던지는 책이다. 


문제 제기에 공감하는데 일본 지식인 9명 기고 다 읽기 전에 지쳤다. 진도 안 나가는 글이 섞여있게 마련. 계속 더 읽을까 고민했는데 일단 절반 못 나가고 멈췄다. 독서모임 #트레바리 에서 고른 책인데, 먼저 읽은 ㅎㅈㅊ님이 "책은 아무 것도 말해주지 않는다. 현상을 인식하고 폐해를 지적할 뿐이다. 우경화, 소수자 혐오, 지식인 혐오 등 일본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상들을 나름의 현학적인 수사로 재해석할 뿐이다. 일본에서 일어나고 있는 반지성주의적 현상에 대해서 반지성주의라고 딱지를 붙이는, 그저 동어반복뿐인 책이다. 이유를 분석하지도, 대안을 제시하지도 않는다"라고 일찌감치 정리를 해버리셨다ㅎㅎ 책을 중간에 덮을 핑계로는 충분하다. 


마침 ㅎㅈㅎ쌤도 멘션을 주셨다. "전 이 책 읽기 힘들던데요..밀도가 들쭉날쭉..."

나의 대답은 "네네. 저도 지금 중간에 중단. 더 안 읽으려고요. 들쭉날쭉의 맘에 안 드는 글에 걸렸는데, 더 찾아서 밀도 높은 글을 골라낼 에너지가 부족해요.."  이 글은 그러니까, 책을 맛만 보고 정리하는 거라고 분명하게 밝혀둔다. ^^;;


엮은이 우치다 다쓰루, 잘 모르지만 '사상가'라고 소개된다. 50년생. 고베여학원대학 문학부 명예교수. '무도가'라고도 한다. 무도가? 역시 뭔지 모르겠다.. ㅠ 일단 반지성주의가 무엇인가. 글 첫머리 그의 설명을 보자. 


지식인이 종종 반지성주의자. 교육받은 자의 적이 어정쩡한 교육을 받은 자이듯. 뛰어난 반지성주의자는 종종 진부한 사상이나 알려지지 않은 사상에 홀려있다..반지성주의를 움직이는 힘은 게으름이나 무지가 아니라 대개 '외곬의 지적 정열'이다...

반지성주의자는 종종 소름끼칠만큼 박식. 하지만 그의 이야기를 들어도 기분이 개운해지지 않는다. 왜냐면 그는 모든 것에 이미 정답을 알고있기 때문. 사물의 옮고 그름 판단을 맡길 생각 없고. 동의하든말든 내 말의 진리는 흔들리지 않는.. 


저런 설명이라면, 떠오르는 인물 몇 정도는 있지 않나?ㅎㅎ  반지성주의자라고 지식인이 아닌게 아니고, 오히려 지식인 자의식이 강한 사람 중에서도, 외곬수 중에서도 등장할 수 있다고. 내가 특정 언론사 혹은 언론인을 싫어하는 이유가 "나만 유일한 정론"이라는 식의 자의식 때문인데 그것이 반지성주의인가? 그냥 유연하지도, 개방적이지도 않은 잘난 인간들의 특징이기도 하다. 그것이 때로 진영 논리의 선두에 서면서 이상해질 뿐. 나는 저 정의가 사실 별로 탐탁치 않았는데, "네가 틀렸어"라고 반지성주의를 몰아붙이는 것도 닫힌 사고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거짓을 선동하는 반지성주의자들의 실체가 분명 있다고 보는데, 저런 논리라면 아마 서로 손가락질 해도 이상하지 않을 수 있다. 대체 경계가 무엇이란 말인가. 


약간 실례를 무릅쓰고 말하자면, 반지성의 원인은 그들이 자기들 수준의 지적 능력으로 이해할수 있는 설명을 간절히 바랐기 때문. '여러가지 원인의 복합적 효과' 같은 애매모호한 설명을 싫어하는 이들은 딱 잘라서 한마디 대답을 바란다. 

이건 그냥 조지 레이코프 식의 프레임. 사실 쉬운 프레임이 선동에 강하지. 


05년 고이즈미 총리 선거 때 광고회사 리포트는 국민을 A~D층으로 분류. B층을 '구조개혁에 긍정적이고 IQ가 낮은 층, 구체적인건 모르지만 고이즈미 캐릭터를 지지하는 층'으로 규정. 중산층 붕괴 후 새 계급을 지지기반으로 대승리 

아예 대놓고 국민을 B층, 저렇게 분류했다니.. 그리고 그런 문건이 공개되어 버렸다니ㅋㅋ 앞뒤 관계는 모르겠지만, 하여간에 선거에서는 대승리했고... 


반지성주의자 대표로 매카시가 나오는데... 


매카시는 거침없는 인신공격과 악질적 경력 사칭으로 40대에 상원의원. 저급한 허풍에 싸구려 정치인. 전환점은 "국무성이 공산주의자의 서식처이며 그 명단이 있다"는 연설. 그는 실체를 알지 못했고 관심도 없었다. 주목이 필요했을 뿐.. 


앞서 정의에 보면, 반지성주의도 출발은 지식인이란 건데... 매카시는 그냥 '꺼리'가 필요했던 정치꾼. 반지성주의라는 정의 자체가 모호한 측면도 있고. 9명이 기고를 각각 할게 아니라, 차라리 여러 차례 대담이나 포럼을 통해서 이 시대, 반지성주의에 대해 컨센서스를 모아봤다면 어떨까 싶다. 


우리가 이런 책에 혹하는 이유는.. 우리 사회의 반지성주의를 느끼기 때문일테고. 일본의 극우주의를 비롯해 전세계 극우적 움직임, 테러리스트들의 공격에 '반지성주의'라고 폄하하고 싶기 때문은 아닌지. 그냥 '극우'라고 하는 것과 반지성주의는 또 어떻게 다른 걸까. 테러리스트들에겐 반지성 운운하는 것도 좀 안 맞는 것 같기도 하고... 질문만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책을 다 읽지 않았더라도, 이 정도면 뭐...  다음주 토요일 토론이 기대된다ㅎㅎ 




매거진의 이전글 <목격자들>4.16을 기억하는 또다른 방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