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되는게 어딨어, 해보면 되지
처음에는 가구와 제품, 인테리어, 건물 외벽을 다뤘다고 한다. Thomas Heatherwick이 1994년 시작한 영국의 헤더윅 스튜디오. 2001년 의뢰받은 건축 프로젝트가 실현되지는 않았지만, 건축과 도시계획 쪽으로 확장한 이 분들. 사실 문외한인지라 처음 들었는데, 감탄 또 감탄.
이 전시회를 전문가인 박상현님 설명과 함께 듣겠답시고, 오후 반차 휴가까지 내고 시간을 맞췄다. 실제로는 전시회 보면서 별 말씀 안하셔서 툴툴댔는데, 끝나고 기막힌 강의가 이어졌다.
한남동 디뮤지엄. 요즘 핫한 대림미술관이 연 곳이라고 소문은 들었다. 8000원 티켓인데 전시기간 중 또 와도 된단다. 1000원만 더 내면 커피도 준다. 무엇보다 사진 촬영이 자유로운 SNS 시대의 이벤트 공간이다.
계단을 통해 아래로 내려가는 구조. '세상을' '변화시키는' 일상' 'Inside' 'Heaterwick'.. 이렇게 다른 차원으로 진입하면, 종이들이 종처럼 매달려 있다. 한 장 떼서 지그재그로 접으면 브로셔다. 아, 센스쟁이들.
왼쪽 사진은 런던 세인트폴 대성당 옆 Peternoster 광장의 통풍구. 당초 요구는 변전소 냉각장치 설비를 위한 것이었다는데 통풍구도 예술이 된다. 오른쪽 사진은 런던 Guy's Hospital에서 보일러실을 가려달라는 요구에 보일러실 자체의 외관을 바꿔버렸다. 사진을 배경으로 이런 입체 곡선 타일 모형이 전시되어 있다.
아부다비 사막의 매몰 지형을 활용한 공원 디자인. 가뭄에 갈라진 땅처럼 보이지만, 틈 아래 오아시스가 드러난다.
강철을 엿가락처럼 뽑아내면서 곧바로 벤치로 만들어버린 작품과, 금속판으로 만드는 건물 외자재. 저런걸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그런 장비가 없는데? 누구나 부딪칠 수 있는 질문에 "그러면 장비까지 같이 만들어버리면 되지", 어쩌면 더 심플하게 문제를 해결한다. 이 분들은 그래서 없는 걸 만들어내는 걸로 유명하다고.
Learning Hub. 새로운 학습 공간. 둥글게 앉아 수업할 수 있도록 고안된 원형 교실이란다. 필요하면 그렇게 만들면 된다.
왼쪽은 영국 남해안의 East Beach Cafe의 사진과 일부 모형. 비바람에 녹슨 강철로 건물 골조를 구성했다. 용접회사 공장에 다 안 들어가서, 각 파트별로 나눠서 만들어 조립했다나. 불가능하다고? 하면 된다. 오른쪽은 영국 맨체스터의 행사를 기념한 B of the Bang 이라고. 출발 총성인 bang에서 착안했다나. 이후 맨체스터 축구 구단으로 들어가는 입구 역할을 하다가 2009년 해체됐다고. 아름답다.
이게 뭐더라..ㅠ 무튼, 일부 조형만 봤을 땐 뭐지? 했는데 옆에 대형 사진 보면서.. 으아.. 했던
헤더윅은 중국에서 활동을 많이 했나보다. 결국 자본의 힘인가 싶기도. 오른쪽 사진은 상해의 모간산(莫干山). 2018년 쯤 모습을 드러낼 전망. 하나의 건물이라기보다 특정 지형을 활용한 복합단지 개발. 건물 기둥을 숨기는 대신 오히려 밖으로 드러내며 나무와 식물의 화분 받침 마냥 구성해버렸다. 쇼핑몰, 호텔, 식당가, 사무실, 아파트 등을 저런 방식으로..
새로 디자인한 런던 버스. 버스 길이를 늘려 더 많이 태울 수 있도록 했는데, 모서리를 고선 처리해서 실제보다 작게 느껴진다고 한다. 실제 눈으로 봐도 그렇다! 오른쪽은 2012년 런던 올림픽 성화대인데.. 이건 동영상을 봐야한다. 끝까지 불붙는 영상을 잠시 지켜보는데 두근두근 설레이기 까지.
영상은 대략 6분 이후부터 보면 된다.
영국 템즈강의 Garden Bridge. 역시 2018년 쯤 등장할텐데, 보행자 전용 다리.. 서울시도 이런 걸 꿈꾸는 걸까.
전시장 마지막에 Spun Chair 를 체험할 수 있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 2개 있다나. 줄 서서 탔다는 얘기도 들었는데, 여긴 여유있게 마련, 바로 앉아봤다. 다들 의자에 앉은 것만으로 해맑아지는게 특징. 플라스틱 버전으로 판매도 하더라. 69만원이던가. (해맑은 모습을 공개당하신 ㅇㅅㅊ님 감사합니다^^;; 암만 봐도 제 카메라에선 가장 잘 나온 사진이라. 혹시 문제가 있다면 내릴께요)
다른 분의 초상권까지 노출하면서, 나를 숨기는 것도 우습지.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낸 일행들!
아참. 헤더윅 전시는 10월23일까지다.
그리고 우리는 장충동 메디아티로 자리를 옮겨 박상현 메디아티 콘텐츠랩장님의 강의를 들었다.
지인들끼리 놀러간건데 준비를 다 하셨다. 20세기 서양 건축.. 와웅.
다 옮길 수는 없고. 간단하게 트윗해놓은 것만 옮긴다ㅎ 정말 지식의 선물을 행복하게 만끽한 밤이었다! 수업이 이렇게 재미난 거라면, 어떻게 공부하기 싫을 수가 있지?
인터내셔널 스타일 건축. 고딕/르네상스 2000년 유럽 건축사를 끝냈다. 대표작이 바우하우스. 건물은 공간. 덩어리(mass)가 아니라 volume. 매끈하게 규칙적으로 이어진 창. 콘크리트와 강철. 권위와 장식 빼고 가볍게. 뉴욕 씨그램빌딩 삼일빌딩
포스트모더니즘 건축은 다시 불필요한 장식이 들어가고, 르네상스를 재해석한 선들이 들어가고.. 비교하기 어려운게 섞이고. 뉴올리언즈의 이탈리아 광장은 좀 기이한 느낌. 대체로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는다. P님 설명 참 좋은데 문득 본준님이 그립다.
해체주의 deconstructive 건축. 전혀 실용적이지 않음. 건축과 조각 사이. 이론적 탐험. 미술관 건물들의 경쟁도. 내부도 헤매면서 충격, 감동받게. 프랭크 게리 디즈니콘서트홀 성공에 구겐하임도 빌바오 미술관. 주변과 조화가 관건. DDP는ㅠ
그리고.. 사실 건축 이야기에 앞서서 살짝 설명해주신.. 미국 영부인들의 의상.
헤더윅이 등장한 것도 사실 인터내셔널 스타일에 이어 포스트모더니즘, 해체주의 건축이 나왔기에.. 그 다음에 등장할 수 있었다고 한다.
힐러리가 오늘날 대통령에 도전하게 된 것도 다 그만큼의 과거 노력이 차곡차곡 쌓인 덕분. 심지어 의상이 그렇다.
힐러리가 바지를 입고 등장한것도 사건이었다고. 엘레노어 루즈벨트의 30년대 의상, 단정한 아이젠하워 여사, 80년대 어깨에 뽕 들어간 스타일 대신, 좁은 어깨에 레이스 스타일 낸시 레이건과 달리..바지로 남자들의 권위를 따른 비즈니스 정장 -P님 설명
이건 번외편..
메디아티 처음 구경. 장충동에서 미디어 스타트업 역사를 쓰기 시작. 뭔가 공부하는 재미도 괜히 더 두근두근. 빈 책장에 책 좀 채워드려야ㅎ
메디아티 진짜 사무실 구경. 곳곳에 귀염 돋는 아이들ㅎ 메디아티 박상현님의 기막힌 강연 들으며 놀았는데. 사무실에선 미디어 스타트업 닷페이스 친구들이 야근 중. 진지하게 몰입해서 이렇게 깜찍발랄한걸 만든다.
https://www.facebook.com/facespeakawak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