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여행 산책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냐 정혜승 Dec 09. 2016

<춘천 소풍>먹방&휴가 보람있는 이준웅 쌤 발표

평판이냐 인격권이냐, 명예훼손조차 잼난 주제

 

춘천 소풍 다녀왔습니다. 이준웅쌤, 비단결님과 마주보고 도란도란 수다 떨며 기차 타고 가는 아침부터 설레였고. 춘천역 앞에 차를 대놓고 영화 속 쥔공처럼 기다려준 한종호 선배는 멋졌어요.

진실을 얘기해도 명예훼손 형사처벌이 가능한 문제는 수년 간 비슷한 논쟁에 익숙한데, 이준웅 쌤 접근은 완전 신선했고요. 놀러갔다가 얼결에 토론자가 된 비단결님 코멘트는 세미나의 품격을 완전 높였어요.

오후와 저녁까지 이어진 심포지엄. 원래 단어 뜻이 토론과 음식, 술을 함께 하는 거라는데.. 김신동 쌤은 열정적 호스트였고, 저녁에 최재홍쌤이 합류하며 더 화기애애ㅎㅎ  정연구쌤, 문안나쌤 반가웠습니다^^


무튼 소박한 먹방과 세미나 내용을 기록으로 남깁니다. 좋은 기억은 글로 박제해두는 버릇에 따라.




휴가까지 내고 춘천. 세미나 마치고 2시에 시작한 점심이 2시간 이어지는 중.. 토종닭 백숙도 빈대떡도 좋았지만.. 정작 막국수를 못 먹고 가다니.. 주최측의 환대에도 불구하고 말 못하는 아쉬움이.. 오후 일정에다 저녁은 또 어쩌나.. 춘천 별당막국수


북한강인줄 알았더니 의암호라고. 너른 잔디밭에 물이 보이는 환상적 공간. 호기롭게 야외테이블에 앉았는데..한 시간 되어가니 따뜻한 얼그레이도 이젠 식어가고. 폰질 하기엔 손가락이 얼기 시작. 근데 토론만 여전히 뜨겁고요.. 춘천 상상마당 댄싱카페인


차 마시던 카페 옆이란 이유로 상상마당 레스토랑에서 파스타 와인을 먹을뻔 하다가.. 그래도 여기까지 와서.. 조금 더 걸어서 부근에서 닭갈비. 300g 1.1만원인데 넘 많아 남기고. 배부르지만 끝내 막국수도 주문해 입가심. 춘천이잖냐. 삼천동 닭갈비


이하, 페북에 올린 글을 그대로 옮깁니다. 이준웅 쌤 발표와 토론



존경하는 June Woong Rhee 쌤이 미디어 학자로서 바라본 명예훼손에 대한 통찰력 있는 분석. 무려 하루 휴가를 내고, 춘천까지 와서 듣고 있으니.. 당연히 기록해서 공유해야죠. 한림대에서 열린 세미나 발표입니다.  이런 휴가라니ㅋㅋㅋ 아침에 김비단결 님, 이쌤과 사이 좋게 기차 타고 나들이. 황공하옵게도 춘천역까지 마중나와주신 한종호 님과 잼나게 공부 중입니다. 지금 뜨거운 토론 중이나 일단 이쌤 발표만 공유. 법이 꼬이고 꼬여 비잔틴 양식이라니ㅎㅎ
Shin D Kim 쌤. 감사합니다^^



우리나라 명예훼손은 늘고 있다. 왜,

1) 표현의 자유 기회가 증가하기 때문(인터넷)
2) 인격권 침해에 대한 민감도가 증가
3) 타인의 의견통제를 위해 명예훼손 소송을 남발하는 전략?

여기서 세번째에 주목
분쟁이나 시민사회 갈등 해결을 위한 도구가 아니라, 갈등을 만들어내는 전략 아닌지.
권력에 대한 비판에 대해 대개 시민단체가 고발하고, 검찰이 수사하는 수순.

고발을 당하는 사람은 자신의 진실성을 입증하기 위해, 상대방을 무고죄로 걸고.
진짜 침해라면 민사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데, 국가형벌권을 요청한다.
최근 토론회에서 만난 금태섭 의원에 따르면 국회의원도 이런 식으로 해결한다고 한다.
상대방의 정치적 주장을 명예훼손으로 고발하고 맞선다는 것.

우리나라 법 현실


명예훼손 형사처벌 제도화. 억울한 개인의 명예를 보호하기 위해 국가 형벌권이 필요. 민사소송으로 해결? 그런데 1) 비용이 상당하고 2) (전관예우 때문에) 소송 결과 예측가능성이 떨어지고 3) 설사 승소해도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불비한 상태이기 때문에 충분한 피해구제가 이뤄질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
실제 헌재는 2013년 12월 “국가가 자신의 명예를 보호해주리라는 믿음이 존재하지 않는 사회에서는 개인이 공적 토론에 참여하는 것이나 다수 의견과 다른 견해를 공적으로 표명하는 것은 용기가 필요할 뿐 아니라 위험부담을 안고 있어 일반 국민은 주저”한다고.. 형사처벌 필요성을 긍정.

명예훼손 형사처벌 국가는 많지 않고. 우리는 특히 진실한 발언으로도 명예훼손이 가능한게 가장 비판받는 대목.‘발언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것. 그런데.. 재미있게도, 이 문제를 법원이 알고 있다. 형법 제310조는 “행위가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 사실적시 명예훼손을 처벌하지 않는다고 하고 대법원은 96년 “적시된 사실이 공공 이익에 관한 것이면 진실한 것이라는 증명이 없다 할지라도 행위자가 진실한 것으로 믿었고 또 그렇게 믿을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위법성이 없다”고 판결.

비잔틴 양식의 법 구조

그럼 애초에 언론 자유 보장하고, 명예훼손 따로 처벌하지.. 법 현실이 꼬여있을까. 이건 ‘비잔틴 양식’이라 부르고 싶다. 멀리서 보면 화려하고 멋있지만 가까이 가보면 복잡하게 꼬였다 �일단 모두 안된다고 하고, 그런데 공익에 관하면 괜찮다 하고. 근데 이걸 판사 앞에 가야만 보장된다. 일단 소송 가서 엎어치고 되치고 해야 한다는 것.  (이런 유사한 구조가 개인정보보호 쪽도 그렇다. 일단 규제하고 )
이 문제에 대해서는 사법 권위가 너무 강하다. 일단 기소되느냐 문제부터 법원 판단 받아보자 하고.

2가지 명예. ‘사회적 평판’ vs ‘존엄으로서 명예’

2004년 신평 쌤은 “사실적시 명예훼손 처벌 형법은 위헌”이라고 주장. 이 주장은 ‘허명은 보호할 가치가 없다’는 논지를 포함.  명예는 ‘진실을 은폐할 경우에만 유지할 수 있는 명예, 즉 허명이므로 보호할 가치가 없다’는 것. 그러나 진실한 사실적시 명예훼손죄가 보호하는 명예는 과연 허명뿐인가?

일단 명예를 ‘사회적 평판’으로 형성된 명성 또는 악명이라고 한다면 -100점(악명)에서 +100점(명성)까지 한 개인의 명예는 이 분포의 평균값. 그러므로 허위적 사실 주장은 부당하게 평판을 나쁘게 만드는 일이라서 제재가 필요한 반면…진실한 사실 주장으로 명예를 실추하려는 행위는 ‘사회적 평판의 갱신’. 처벌 대상이라기 보다 사회적 보상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의 명예훼손죄 유지론자가 생각하는 명예는 ‘사회적 평판으로서 명예’와 사뭇 다르다. ‘개인이 관리하는 정보 집척체가 구성하는 자아의 상태’라고 본다. ‘침해받을 수 없는 존엄함’의 개념으로 국가가 보호해야 할 인격권. ‘존엄으로서 명예’라 부를 수 있는 이 개념은 ‘깨지기 쉬운 조각상, 더럽혀져서는 안되는 천, 보호받아야 할 순수함’ 같은 것. 모든 개인은 +100점을 받고 티어나고.. 국가나 타인의 존엄성 침해로 일시적으로 부당하게 점수가 깍일 수 있다.

예컨대.. 과거 연애경험, 내가 그런 찌질이하고 사귀었나? 라는 식으로 이게 공개되면 진심 명예 훼손이라 믿고. 범죄 피해경험, 해고, 파산, 재난의 개인사, 예컨대 너 메르스 환자였니? 의료서비스 이용, 어, 프로포폴을 맞았어? 성적 정체성, 종교 및 정치단체 후원 등과 관련된 사실을 공개하면 존엄함이 침해된다고 한다.

이건 법적 평등 개념과 연결되어 무적의 개념이 된다. 조국 쌤은 2014년 ‘절제의 형법학’에서 “사회적 약자인 사적 개인이 사회적 강자인 언론 등에 의해 명예훼손을 당할 경우 구제할 수단이 있어야 한다”고. 공인의 의료경력과 성적 정체성 주장은 사적 사안이고, 이를 공개하는 건 범죄라고.

그러나… 개인의 인격권 보호를 위해 국가가 나서야 한다는 식의 논지가 위험하다는게 제 주장.
국가란 개인의 인격권 보호를 위해 경계해야 할 대상에 가깝지, 인격권을 보호하는 당사자로 삼기에 의심스런 존재. 경험적으로 바람직한 결과를 낳는지 알 수 없기에 불안하고, 이런 인격권이 모두에게 평등하게 적용되리란 보장도 없다.
소송 비용을 지불하는 강자, 부자들, 권력자들이 오히려 명예훼손 소송을 통해 약자를 괴롭히고 있다.

독일법 vs 미국법
 
일부 법학자들은 비교법으로 미국은 어떻고 유럽은 어떻고 그러고 끝. 이게 무슨 논리냐. 전형적인 노예의 논리다. (으하하)
미국 예일대 위트만 쌤은 “미국과 유럽이 보호하는 명예 개념이 다르다”고. “유럽은 honor 나 respect 에 관해 비존중이나 몰존중을 처벌하는게 독일법 핵심. 현대 독일에선 개인을 ‘당신’이 아니라 ‘너’라고 불렀다고 모욕으로 소송하는게 가능하다. 독일은 사실 적시 명예훼손, 정치인에 대한 중상, 사자명예훼손이 다 범죄. 독일의 명예훼손 관련 법은 모두 피해자의 기소, 즉 사인 소추(정부 기소 아님). 92년에는 유죄건수 981건, 전체 명예훼손 고발 중 8%. 그런데 2015년 IPI(국제언론기구) 통계에 따르면 2013년 유죄 건수가 21,963건. 92년에 비해 22배 증가.

독일은 귀족적 명예관념에 따른 결투 관행에 따라.. 특유의 명예훼손 법 문화를 낳았다고. 로마법은 명예훼손을 돈으로 보상하게 했는데, 독일 중세법은 반드시 결투로.. 이후 소송으로 진화. 더구나 나치 집권기 ‘강한 사회적 평등주의 원칙’이 존중 받을 권리를 보편화.

반면 미국은 18세기 말 누구에게도 존중과 존경을 표현할 필요가 없는 강력한 평등주의 형성. 누구도 귀족인 척 하면 안된다, 누구나 평등. 독일은 다 귀족처럼 높인 평등, 미국은 반대. 미국의 명예는 사회적 평판. 그래서 둘이 싸우면 공연성이 없어서 인정안되고, 제3자가 있어야 평판 훼손이 가능. 사회적 평판의 명예는 이동이 가능해야 한다는게 전제. 명예가 훼손되어도 이사 가서 잘 살면 되지 않나. 미국은 가능하고 유럽은 다르다.

다시 묻자. 우리 법이 보호하는 명예는?

우리는 유럽식 ‘신분상승적 평등’에 기초한 ‘영예와 존중’이 중요한 사회? 아니면 미국식 ‘법앞에 평등’에 기초한 ‘사회적으로 성취한 평판’이 중요한 사회인가? 명예훼손은 유럽법에 가깝지만 면책은 미국식.

우리는 명예와 존중을 좋아하지 않는다. 타인의 욕설과 비난에 익숙하고, 그 다툼을 당연시. 우리 사회의 욕은 성관계나 신분 지칭 욕설 많다. ‘존엄으로서 명예’를 존중하는 독일과 일본에서 찾기 어려운 욕설이란게 특징.
우리는 사회적 평판이 잘 유지되는가? 우린 평판 없다. 아무리 논문 잘 써도 SCI 로만 평가하지 않는가.

법의 도구화 

법에 타당성이 없다. 어떤 나라는 관습법. 우리는 이미 지켜온 바가 법으로 체계화된 것도 아니고 보편적이기에 당연히 지킬 내용이 법이 된건 아니다. 지키지 못할 법을 만들고, 모두가 사실상 지키지 않다. 털어서 먼지 없는 자는 없다는 나라다. 세법이나 김영란법을 보라. 이런 조건에서 국가의 형벌권은 때로 정치적 업압의 도구가 되고, 사인의 고소고발권이 정치 투쟁의 도구가 된다. ‘종북’이 명예훼손이 되는 나라. 모든 비판적 발언을 잠재적 고발대상이 됐다. 조국 쌤의 주장과 달리 사회적 약자가 아니라 강자가 전략적으로 활용한다.

이하 토론 내용


- 명예훼손은 근현대로 넘어오면서 정체성이 애매해진, 수그러드는 개념이고 오히려 프라이버시가 점점 더 부각될 수 밖에 없는 개념이란 얘기라고.. 이에 대한 찬반 격론.
- 정당하게 명예를 형성하는 것과 .. 부정적 조작의 문제가 되면서, 진실성이 중요해진다고.
- 명예를 평판으로 대치시키는게 맞느냐 반론
- 개인이 자기정보 통제하는게 자유주의 일반적 원칙이지만, 코쿤 안에 들어가는 방향은 아니잖냐. 결국 민주주의 원칙으로 돌아가서.. 개인의 기여와 동시에 부정적 정보를 공개하는 것도 공동체에게는 오히려 도움이 된다.. 는.
- 이미 공인의 프라이버시는 보장받지 못하는 거 아니냐.
- 동의 없이 공개할 수 없는 조건들이 있다, 타 법에서 공개할 수 있도록 하는 것. 대통령 정보를 30년간 기밀 유지는 타당한가.

- 우리 민주주의를 위해서는 권력은 모두 투명하게, 비권력자는 완전히 불투명하게 가야 한다는 어산지의 말. 이런 기조가 법에서도 적용되어야 하는게 아닐까.
- 프라이버시는 자아와 외계의 관계 맺기 룰. 민주주의 발전 방향으로 만들어가는 과정 중.

- 민주주의는 결국 투명성의 문제.
- 명예훼손은 폭력. 그 후속 폭력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장치로도 볼 수 있지 않나.
- 한국 사회야말로 전통적으로 청렴, 결백 등의 가치를 중시해왔다. 조선도 엄격한 법리가 있었고. 평민인 여자가 살인죄로 잡혀왔는데, 연애사를 퍼뜨린 게 화근. 판결은 결백함과 지조를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사면 결정...
- 폭력의 측면에서 봐야 한다는 것도 포인트. 이게 왜 형사처벌일까 하는 질문에 대해 폭력의 통제는 국가의 임무.
- 증오발언의 핵심 의제가.. 말이 폭력인가 하는 것. 사람을 해할 수 있지만 폭력적이지 않다는게 제 생각이긴 하지만, 반론도 많다. 말은 폭력이라는 전제에 대한 논의가 필요. 그렇다면 왜 미국에선 형사처벌 않냐고? 사회적 평판을 해치는건, 폭력이 아니라.. 개인이 쌓아온 재화적 속성에 대한 것이라 보기 때문. 한 대 맞은게 아니라 도둑질 당한거라.. 민사 통해 피해 구제하자는 거다.



부록이랄까.. 준웅쌤의 명저 '말과 권력' 외에 몇 권 더 추천받았어요. 이 책들은 혼자 읽기는 힘들어서, 10명 모으면 이쌤이 직강해주신다는데..ㅎㅎ 관심자는 알려주시길.



그리고.. 존경하는 한종호 선배 2004년에 이미 이렇게 세상을 정확하게 바라보고 계셨다는.. 추억 삼아ㅎㅎ 


정말.. 기록해두는 차원에서ㅎ 신나는 소풍 정리 끝.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