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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냐 정혜승 Feb 12. 2017

<인에비터블> 미래, 이미 현재진행형

해마다 인류는 인터넷에 2조 개의 질문을 던진다. 검색 엔진은 2조 개를 무료로 답해준다. 답은 저렴해지고 질문은 가치가 높아진다. 피카소는 64년 "컴퓨터는 쓸모없어. 답만 하잖나"라고 말했다.


질문에 대한 화두 맘에 든다. 사내 독서모임 '임팩트 북리뷰' 1월 책이었고 '트레바리 어떤혁신' 2월 책이었다. 요즘 관심 많이 받는 책인건 맞는데. 둘 다 제안자가 나였다는게 함정ㅎ

일단 가장 쉬운, 이미 보이기 시작한 미래에 대한 상상.. 이게 왜 2050년 그림이란 건지 그게 좀 의문이긴 하고. 


미래에 대한 책이다. 인공지능이 등장한다. 사람도 등장한다. 일단 질문을 잘 던지는게 중요해진다. 왜? 그게 사람이 하는 일이니까. 질문이야말로 기계가 마지막에 하는 일일테니. 그리고 이 책은 질문을 던지기 위한 재료를 제시한다.


이런 종류의 미래 책을 많이 보는 편은 아닌데, 케빈 캘리라는 저자 이름 보고 주저않고 골랐다. <와이어드> 공동 창업자. 해커 정신으로 인터넷 공동체를 통해 사회와 문화 혁신을 주도한다는 활동가. 사상가 반열로 평가받는 테크 칼럼니스트. 그리고 다행히 독서모임 친구들의 반응이 나쁘지 않았다. 꽤 호평에 가까운 반응도 여럿.


책은 12개 동사에  따라 미래를 살펴본다. 사실 굳이 저 12개여야만 했나, 한다면 다른 분류도 가능할 터. 그러나 저자는 유려하게 이야기를 이어나가며 내공을 과시한다. 앞 부분에서는 진정한 미래를 엿보는 기분도 들고, 어느 순간 현재와 미래의 구분이 모호하다. 이미 와 있는 미래. 현재진행형 얘기가 꽤  나온다. 그래서 함께 읽은 이들 중 이 바닥 고수들은 "아는 얘기가 많더군요"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구체적 사례들을 줄줄이 이어가기 때문에 그래도 괜찮았고, 대체로 다수에겐 새로울 얘기들이라 생각한다.

BECOMING 새로운 무언가로 되어가다
COGNIFYING 인공지능이 사람처럼 인지화하다
FLOWING 고정된 것에서 유동적인 것으로 흐르다 (뭐랄까 스트리밍보다 더 크게)
SCREENING 현재는 읽지만 미래는 화면 보다 (세상이 온통 디스플레이)
ACCESSING 소유하지 않고 접근하다 (사실 공유로 묶어도..)
SHARING 나만의 것이 아닌 우리 모두의 것, 공유하다  
FILTERING 나를 나답게 만들기 위해 걸러내다
REMIXING 섞일 수 없는 것을 뒤섞다
INTERACTING 사람에게 하듯 사물과 상호작용하다
TRACKING 측정하고 기록해 흐름을 추적하다
QUESTIONING 가치를 만들어낼 무언가를 질문하다 (이 글 서두에 꺼낸 내용은 여기 나온다)
BEGINNING 오늘과 다른 새로운 미래를 시작하다


리뷰도 12개 항목별로 정리하는게 가장 쉽겠지만, 워낙 방대한 얘기다. 그냥 내 관심사만 조금 정리해본다.


진정한 AI는 독립된 슈퍼컴이 아니라 망이라는 10억개 칩으로 이뤄진 초유기체. 그것의 생각이 어디에서 시작되고 우리의 생각이 어디에서 끝나는지 식별하기 어려울 것..편재하기에 존재 자체가 가려지고. 우리의 기억일까, 교감을 통합 합의일까


아무래도 AI 없이 미래를 논할 수 없다. 독립된 슈퍼컴이 아니라, 연결된 기계가 학습을 통해 진화하는 시대. 저자는 AI와 인간의 생각이 어찌 엮이고 이어질지 문제를 제기한다. 이 책이 맘에 든 건, 생각해볼 여지를 계속 던져주는 바로 그 느낌.

그는 마음의 종류를 구분한다. AI가 따라잡는다 해도 아마 20년 이후에야 나올까말까한 그런 마음들. 다르게 생각하는 방법이 필요하다.


모든 일은 아마 로봇의 몫. 예컨대 당신이 농부라면 제초, 해충방제, 수확은 로봇 일꾼이 하고, 남는 건 농사 시스템 감독이다. 다양한 품종 중 뭘 심을지 조사하고, 소비자가 원하는 걸 알아내고, 고객 정보를 갱신하고.. 성공은 로봇 및 기계와 일하는 과정을 최적화하는 사람이 거둘 것이라는 한 마디가 묵직하게 다가온다. 마음의 종류가 작게 쪼개지듯 한 사람의 일도 작게 나뉘어 거의 모두 로봇 몫으로 바뀔 때, 살아남으려면 그 프로세스 어딘가에서 사람의 몫을 찾아내야 한다.


소프트웨어는 공짜, 사용설명서는 1만 달러라는 농담이 있다. 레드햇과 아파치는 무료 SW 사용설명서와 유료 지원을 판다. 당신의 DNA 사본은 머잖아 저렴해지고 보험사가 공짜로 분석할것. AI가 분석까지 다 해놓으면 그게 무슨 의미인지, 어떻게 해석하고 무엇을 해야할지, 유전자 설명서는 비싸질 것이라는 전망. 그런데 유전자 설명서까지도 AI가 만들어줄텐데..


더 많은 데이터가 연결된다는 건..


5만 단어에 불과했던 중세 영어는 인쇄술 통해 100만 단어로. 단어 선택 범위가 늘면서 의사소통 범위도 확장..지금은 50억 디지털 화면. 제조사는 연간 38억대씩 새로운 화면을 만든다..우리는 책만큼 빠르게 값싼 미술품과 음악을 뽑아낸...

Screening 에 나오는 대목이다. 언어 자체가 플랫폼의 변화와 함께 진화한다. 인쇄술로 어휘가 저렇게 늘어났다는게 놀랍다.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플랫폼은 어떤 변화를 가져오는 걸까. 그 콘텐츠의 진화가 진심 궁금하다. 하드웨어는 의외로 덜 궁금하다. 영화 <패신저스>에서 우주선 창을 모두 디스플레이로 활용, 기막힌 풍광으로 덮어버린 고급 객실 디자인이 떠오른다. 아래 영상은 2020의 일상을 그린 건데, 전반부 자율주행차는 Haval 이라는 중국 브랜드 이야기. (그렇다. 중국차!)  후반부는 코닝의 유리 얘기다. Screen 은 저렇게 되겠지..

Watch your day in 2020 [ Future Technology ]


문명의 모든 원본 문서가 교차연결되는 시대도 상상해보자. 저자는 황색 신문, 전화번호부, 먼지 쌓인 공문서.. 과거의 많은 것이 연결됨으로써 오늘과 과거를 더 이해하고. 문명, 종으로서 우리가 뭘 아는지 모르는지 확실히 알게 될 거라 전망한다. 현재 디지털로 재구성된, 혹은 앞으로 등장할 데이터도 어마어마하지만, 과거도 데이터 속에서 새로운 모습을 얻게될지 모른다.


콘텐츠 홍수와 큐레이션


14억 주민의 페북. 이 나라 경제 전체는 무보수 노동력으로 돌아간다. 10억명이 무보수로 콘텐츠를 만들며 시간을 쏟는다. 주변 사건을 알리고, 소설 줄거리를 요약하고, 견해를 덧붙이고, 그래픽을 창작하고,농담을 지어내고,멋진 사진 동영상을 만들고..

맞다. 우리는 모두 무보수로 엄청나게 콘텐츠를 만들어준다. 카페나 블로그도 사실 그랬다. 검색 결과물로 쓸만한 콘텐츠가 없던 시절에도 그 간극을 이용자들이 직접 메꿨다. 그런데 저자는 이런 생태계의 한계도 지적한다.


창작자와 대중 사이 큐레이터. 역할은 바뀌어도 수요는 사라지지 않을것. 가디언은 뉴스 블로그에 독자가 기사 올리는 방식 2년 뒤 접었고. 한국의 오마이뉴스는 잘해냈지만 2010년 편집자 방식으로 돌아갔다. 페북은 이미 알고리즘으로 걸러내고

시민 저널리즘이 프로페셔널보다 균질하게 뛰어나긴 어렵다. 오마이뉴스가 저랬는지 잘 모르겠지만, 좀 더 볼 만한 컨텐츠를 고르는 큐레이션은 필수. 사람이든, 알고리즘이든. 왜냐하면...


연간 노래 800만곡, 책 200만권, 영화 1.6만편, 블로그 포스트 300억개, 트윗 1820억개, 신제품 40만개가 쏟아진다..우리에게는 선별할 방법이 필요하다. 문지기(부모 성직자 교사), 매개자, 큐레이터, 상표, 정부, 친구가 필터


정보가 과하게 많아서, 엑기스만 골라주는 필터 역할이 필요하다.


'이것도 좋아합니다' 추천이 아마존 매출의 1/3, 14년 $300억. 넷플릭스는 추천 전담인력 300명, 예산 $1.5억..구글은 매분 200만 번에 걸쳐 60조쪽 웹 필터링. 필터는 우리를 예측. 문제는 내가 뭘 원하는지 내가 모른다는


이런 이야기는 미래가 아니라 현재. 알고리즘과 필터버블 이야기가 나온지 몇 년 됐다. 문제는 내가 뭘 원하는지 내가 모르는게 문제라는 지적은 타당하다. 알고리즘이 아니라 나랑 취향이 맞거나, 워너비 마냥 훌륭한 사람이 물건을, 뉴스를, 콘텐츠를 골라준다면 그게 고급 큐레이션이겠지만 필터를 거치는 구조는 변하지 않는다.


균형과 대칭


이 책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맘에 든 건 의외의 대목. 감시 이슈다. 추적 자체를 불법화하는 건, 복제를 불법화하는 것만큼이나 부질 없거나 어려운 일. 맞춤형 서비스가 진화할수록, 데이터를 수집하고 활용하는 기법이 점점 더 세련되질수록 필연적인 문제가 감시. 그런데 저자는 감시는 불가피하고, 서로 감시해서 투명성을 높이는 쪽에서 답을 찾는다. 힌트가 되는 건 사실이다..


유비쿼터스 감시는 불가피. 그 관계를 더 대칭적으로 만드는 수 밖에 없다. 공동 감시. 기술 혁신과 새로운 사회 규범 둘 다 필요하다..쉬운 추적 불법화는 쉬운 복제 불법화만큼 비효율. 미국 정부의 시민 추적을 폭로한 스노든을 지지한다


익명성에 대한 설명도 인상적이다. 한 때 실명제가 왜 작동하지 않는지, 뭐가 문제인지 떠들고 다닌 시절이 있어서..익명성은 그저 필요한 거라고만 생각했는데, 저 비유 기막히다. 독하고 거친 말들이 증폭되는 걸 어찌할지.


익명성은 희토류 같다. 용량이 많을때 이 중금속은 목숨을 빼앗는 독성 강한 물질. 하지만 세포가 살아가는데 필수 성분. 익명성은 내부고발자가 나올 수 있게 하고, 박해받는 비주류와 소수를 보호한다. 하지만 때에 따라 책임회피로 시스템에 독


트레바리 어떤 혁신 클럽에 함께 해주신 추천 알고리즘 개발자 전상혁님 덕분에, 그리고 네오 러다이트에 가까울지 모르겠다고 고백해주신 이상은님 덕분에, 기술이 바꾸는 미래, 두려움에 대해서도 여러가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어떤 기술이 언제쯤 현실화될지 좀 더 손에 잡히듯 그리게 됐고, 터미네이터를 걱정할 단계는 아니라는데 수긍하는 동시에 없어질 일자리에 대해 고민할 수 있었다.

 

우리는 군중이 어떤 놀라운 일을 할수있는지 탐구도 거의 시작 않은 상태. 아이디어를, 구현할 자금을 모으고 제작하는 방법은 200만 가지. 예기치 않은걸 예기치 않은 방식으로 공유하는 새로운 방식은 100만 가지. 부와 혁신은 이 방향에서 나올 거라는 케빈 켈리의 말. 내 발제문을 가져와본다면.. 그 유명한 말을 다시 인용해본다면, 미래는 이미 와 있다. 기술은 도구. 어떻게 쓸지, 어느 방향을 추구할지, 우리는 계속 질문을 던진다. 다양한 기회에 대한 탐색과 도전이 이어지고 있는 이 시대. 중심을 잃지 않고 가봐야지.

 



지난 1월 #트레바리 #어떤혁신 독후감 중에 서로 투표를 했는데  Jongmoon Kim 님이 1등을 하셨죠.  

당시 "종합적으로 이 책을 평하자면 매우 읽을만한 책"이라고 하셨던 종문님이 2월에 뭐라 하셨냐면 
"그래도 이 책 <인에비터블>이 1월의 책 <볼드>보다 한수 위라고 생각했다는 점은 꼭 밝혀야겠다"고 하셨습니다.

제 허접한 정리만으로 책을 평한다면 아까우실ㅎㅎ


기록 삼아 덧붙입니다.  <트레바리 어떤 혁신> 2월 책 발제문. 고작 저 몇 줄로 3시간 여 함께 떠들다니ㅎㅎ

1. 기술의 변화가 가져올 12가지 미래

  - 미래는 이미 와 있다. 단지 널리 퍼져있지 않을 뿐?

  - 3년 후, 5년 후, 30년 후 미래를 예측할 수 있을까?

  - 공감하는 미래 vs 두려운 미래 vs 만들어갈 미래


2. 피할 수 없는 미래에서.. 인.간.

  - 기술은 도구라는데, 인간의 품위와 존엄성은?

  - 로봇권, 기계의 권리 vs 네트워크 인권

  - 러다이트를 이야기하는 이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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