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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냐 정혜승 Jun 02. 2018

<국부론> 보이지 않는 손?

앞서 밝혀야 하나봅니다. 제대로 못 읽었습니다. 이건 리뷰가 아니라, 국부론을 읽어야 하는 상황에서, 잘 읽지는 못하고, 주어들은 얘기를 기록삼아 정리한 잡담입니다. 



‘국부론’을 읽게 되다니, 이거 실화냐. 가벼운 흥분을 느꼈으나, 배송된 책의 두께를 본 순간, 속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트레바리 국경 클럽의 카톡방은 애덤 스미스가 얼마나 사랑스러운 사람인지 수다가 끊이지 않는데, 또 다시 속았다 싶었습니다. 관심사와 수준 자체가 다른 분들이잖아.. 제대로 살펴보지 않고 클럽에 등록했는데, 2, 3, 4개월차 책 목록을 뒤늦게 보고 제대로 속았음을 알았습니다. 외거노비처럼 일하기에도 벅차고, 가뜩이나 부족한 뇌를 풀가동중인데 이런 책들을 어찌 볼 수 있을까요.

   

그런데 1723년에 태어난 애덤 스미스가 경제학자가 아녔네요? 글래스고 대학에선 라틴어 희랍어 철학을 배웠고, 옥스퍼드에서 언어학과 고전을 연구했고, 논리학 교수가 됐다가 도덕철학 교수로 옮겼고, 나중에 10년 역작이 53세에 내놓은 ‘국부론’이라고요? 금은보화 가장 많았던 포르투갈과 스페인이 왜 유럽에서 가장 가난해졌는지, 아메리카 독립은 괜찮은건지, 교회 수입 증가는 국부 증진에 도움이 되는지. 이분이 묻고 답한 질문들을 보니, 아찔해졌습니다. 대체 18세기 지식인은 어떤 사람들인건지. 인류는 진보하고, 기술은 당대에 비해 미친 속도로 발전했는데, 21세기에는 애덤 스미스 같은, 레오나르도 다빈치 같은 이가 보이지 않는 느낌에서 의문의 1패.

 

과제하는 딸 앞에서 폼 잡기는 좋았어요. 책장이 잘 안 넘어가서 문제


잡설로 독후감을 채울 수 있을까요? 불가능하지는 않겠죠. 애덤 스미스는 왜 국부론을 썼을까요. An Inquiry into the Nature and Causes of the Wealth of Nations 라니. 다 같이 잘 사는게 참된 국부라고요? 국가는 공정하게 경쟁하도록만 하면, 인간의 이기심이 ‘보이지 않는 손’으로 쿵짝쿵짝? 그 유명한 ‘보이지 않는 손’이 알던 것과 다르다는 것이 아마 이 책을 접하게 된 가장 큰 보람. 더 큰 이익을 얻기에는 독서가 짧았습니다. 국가는 왜 존재하는가. 국민을 잘 살게 하기 위해서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지난 시절은 실패했습니다.

   

박정희 대통령은 1961년부터 1979년까지 중 1인당 국민소득을 85달러에서 1709달러로 20배 늘렸습니다. 한강의 기적은 거기서 끝난게 아닙니다. 박정희 이후 1994년 1만 달러를 넘겼고, 97년 외환위기를 극복하고 2006년 2만 달러를 달성했습니다. 곧 3만 달러. 한국 경제 성장의 기적은 반 세기 이상 지속됐습니다. 경제는 성장했는데, 국민은 그 이익을 나누지 못한게 실패죠. 1980년대 중소기업 임금이 대기업 임금 90% 수준이라는 사실을 얼마전에야 알고 놀랐습니다. 당시 중소기업 노동자는 53%. 2014년엔 전체 노동자의 81%가 중소기업에서 일하는데 임금은 대기업의 60% 수준입니다. 100대 기업 노동자는 전체의 4%인데, 100대 기업이 한국 순이익의 60%를 차지합니다. (이런 내용이 잘 정리된 책이 있죠.. 그 저자 분이 입에 달고 다니는 말이, 국가는 왜 존재하는가..입니다)

   

애덤 스미스는 국가가 공공 사업이나 국방, 치안만 잘 하면 된다고 생각했을지 모르지만, 국민이 경제 성장의 보람 따위 느낄 수 없다면 국가는 무엇을 해야 하나요. 인간의 이기심은 중요한 동력입니다. 그런데 돈이 돈을 먹는 자본의 이기심은 어떻게 관리되어야 할까요. 부의 의미는 ‘타인의 노동을 얼마나 이용할 수 있는가’라는데, 우리나라 자본은 더 이상 노동에 관심이 없어요. 돈이 돈을 버는 것 외에 21세기 시대 변화에 맞게 창의적 도전을 어찌 해야할지 모른채 헤매고 있어요. 돈을 벌어도 투자도 제대로 못하는 자본은 대체 어떻게 해야 하나요. 돈을 잘 버는 문제 뿐 아니라 돈이 돌고 돌아 많은 이들에게 필요한 상품과 재화가 돌아가야 한다는데, 돈이 안 돌아요. 이건 어떻게 해야 하나요. '국부론'은 제목만으로도 사실 매력적입니다. '국부'를 늘려 함께 잘 산다는 것만큼 동서고금 중대한 과제가 있겠습니까. 200년을 뛰어넘는 통찰력을 원문으로 고집하는 클럽 멤버들도, 이 시대의 해답을 찾는 이들이겠죠. 놀라워라.

   

토론주제, 독서가 짧아서 겸허하게 그냥 듣겠습니다...만, 하나만 꼽아본다면, 역시 진채님의 주제. 평등하게 가난한 나라와 불평등하게 부자인 나라 중 어디를 선호하는가? 왜 그 둘 중 하나죠? 비교적 평등하게 부자인 나라가 되면 안되나요?



저렇게 얼렁뚱땅 독후감 남기고, 어느 토요일 트레바리 국경 클럽 참석. 일주일 단 하루 쉬는 토요일에 이런 지적 고난+노동을 해야 싶었지만 역시 귀동냥이라도 해야 남는 법..


중상주의 비판.. 스페인은 수출 늘리고 수입 제한해
금을 모았죠. 그런데 금 쌓아두는게 국부 늘리는게 아니야, 국민이 잘 살아야 해, 이게 애덤 주장.


otteson 은 애덤을 정리하며 Great hand 실패한다, . 국가 관료가 아니라 개인 잘 할 것.. 보이지 않는 손! 이라 했으나, 지금은 통하지 않는다고 해요. ‘국부론’은 서문 누가 쓰느냐가 중요한데 요즘은 아마티야 센 버전이 인기라네요. 시대가 변한거죠. 우리가 읽은건 김수행 선생님 번역입니다.


시장에 맡기자는 생각이 틀렸냐? 세금 줄였어야? 산업 장려정책 쓰지 마라? (이건 진정 토론용)
시카고 대학은 록펠러 재단이 만들었고, 밀턴 프리드만과 앨런 그린스펀을 배출했고, 그들은 끝내 경제 위기에  미안하다, 잘 몰랐다고 했다는 것도 흥미로운 대목.

한강의 기적? 산업 장려 다른 아시아 국가들 실패했어요. 우리는 미국의 지원이나 80년대 3저 호황 덕도 있다는 ㅈㅊ님 말씀이던가. 하여간에 ㅈㅊ님과 ㅇㄱ님 덕에 쉬운 요약 강의 듣는 기분.
맨해튼 프로젝트, 혹은 인터넷도 국방부가 자본과 인력 때려박아 만든 거고, 뭐가 되긴 되더라는. 그런데 일반화 어렵다는 지적도요.

고용. 특정 상황까지는 애덤 말이 맞는데 어느 시점 이상은?
한계생산성- 마샬
기술 발달이 어느 순간 올라가면 고용이 안 늘어난다-맑스
돈이 금융으로 빠진다. 투자 안하게 된다 -케인즈

생산적이지 않은 - 예술가 변호사.. 라고 했던 애덤.
세금 걷어 어떻게 써야 하나. 국방 사법 도로인프라 교육. 국왕의 품위유지비 .. 이런게 안되면 국부 훼손.. 그 외에 아무 것도 하지 마라. 의도한 효과를 낼 수 없다는 애덤..
자본가의 비열한 독점욕.. 웬만하면 부유층에서 세금 걷어라. 불평등 가치판단 아니라고 한 애덤..


우리는 경제학 아버지 애덤을 잘못 알아왔고. 저 두꺼운 저작에 단 한 대목 나오는 ‘보이지 않는 손’만 기억했다니 미안할 지경. 그런데 그건 어떤 세력의 농간이 아니라 할 수 있는 걸까요? 학자들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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