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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냐 정혜승 Sep 20. 2019

<원앙아리> 애환의 원앙여관이 코워킹 공간으로

“1965년 건물이라 도면도 없었어요. 해체해보니 1, 2층 연탄 구들이 12개 나오더라고요. 구치소 옥바라지 하던 분들, 하루벌이 하던 분들이 머물던 애환이 있던 공간이 ‘원앙여관’이었어요. 새로 건물을 짓기 보다, 그 흔적을 남겨서 더 좋은 공간으로 나누고 싶었어요.”

서대문구 코워킹스페이스 ‘원앙아리’ 다녀왔어요. 30년 해외에서 활약하다가 국내에서도 호텔 오픈의 전과정을 검수하는 것이 본업인 부동산 디벨로퍼 한이경님. 본업은 일이고, 이건 좀 더 즐거운 실험으로 시작했다고 합니다.


1층 건물 벽 아래 무릎보다 조금 높은 하얀 벽이 구들 자리여요. 층고가 낮았던 건물이 구들을 떼어내니 확 높아졌죠. 이런 역사의 흔적을 가급적 살려내 남긴 재건축 좋네요. 

천정에 보이는 쪽방 벽의 흔적을 보면, 간신히 한 몸을 뉘이던 공간.

없는 길을 만들어 주거나 막힌 길을 뚫어준다는 의미의 순우리말 아리아리에서 따온 아리를 붙여, 옛 원앙여관은 코워킹 브랜드 ‘원앙아리’로 재탄생했습니다. 낡고 초라한 과거를 딛고, 에너지를 담은 공간이 됐군요.


어제 공부모임 IWDM에서 모빌리티 관련 강연을 듣기에 앞서, 공간을 탐험했어요. 한이경님은 중국에서 웰니스 전문으로 일하셨다는데, 최고의 공간을 위해 공기부터 잡았다고 합니다. 필터가 달린 에어컨이라든지, 친환경 페인트 사용은 기본.


핀란드 NAAVA 사의 그린월을 찾아내 식물 벽을 만드셨더군요. 유해물질과 미세먼지를 걸러주는 역할을 한다고 합니다. 더듬이 같은 안테나 통해 NAVAA 경기도 사무실에서 직접 공기질과 물 주는 시간 등을 관리한다고요. 공간의 핵심은 조명. 눈이 편하도록 직간접 조명으로 조도를 맞췄고요. 덴마크 사람들은 직업을 구해 돈을 벌면, 자신이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내는 의자부터 산다더니.. 저도 덴마크 프리츠한센 의자 오리지널에 앉아서 말씀 들었네요. 저야, 아는게 없는 분야지만, 딱딱하면서도 편안한 의자에 혹했습니다.


또 2층 구석의 의자를 보니, 물욕이란게 슬금 생기더라고요. 

"개인이 비싼 의자 잘 못 사잖아요. 이런데서 앉아보고, 좋은 걸 겪고, 좋은 걸 꿈꾸면 좋겠어요. 희망을 가질 수 있는 공간이길 바래요.” 한이경님 말씀입니다. 1층은 어제 우리들처럼 모임 공간으로 대관이 가능하고요.

2층은 위워크처럼 1인석으로 판매. 월 40만원이라는데, 종일 스타벅스에서 일하는 것보다는 훨씬 낫지 않나 싶더군요. 루프탑도 있고요.

1층 커피도 무척 훌륭합니다.

한이경님이 만들어낼 네트워크와 문화 이벤트 등이 어떨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사실 다음달 모임에서 이 분 얘기는 제대로 더 들어보기로 했어요.


아참, 2층에 커다란 호박처럼 생긴 빨간색의 예쁜 아이를 안은금주님이 소개해주셨어요.

이름하여 원더백. 안에 끓는 냄비를 넣어 열을 가두는 역할을 합니다. 아프리카의 낙후된 지역에서는 여전히 밥을 하려면 땔감이 많이 필요한데, 장시간 밖에서 노출될수록 성폭력과 납치 위험이 높다고요. 최소한의 땔감으로 냄비가 끓을 정도에 호박 안에 넣으면 슬로우쿠커가 된다네요. 여성 인권을 보호하고, 공장을 세워 일자리도 만들고.. 난민촌에 많이 들어가있다고 합니다. 한이경님의 외국 친구가 열정적으로 하는 활동이라고요. #원앙아리 #IWDM #공부모임 #wonderbag #이날_본강의는_모빌리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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