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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냐 정혜승 Nov 03. 2019

<블랙 머니>이 실화, 이렇게 쉽고 잼나게 만들기어렵죠

70조 짜리 은행을 1.7조원에 삼킨 뒤, 수 조원 차익 챙겨 떠난 사건. 불가능할 것 같은 최초의 딜이 성사된 건 은행 BIS 비율이 갑자기 떨어졌기 때문이고, 바로 그 BIS 비율이 조작된 정황을 검찰이 수사하던 중에... 생기는 일이 영화의 도입부입니다. 


실제 역사요? 론스타는 70조 짜리 외환은행을 1.4조원 투자로 삼켰고(인수 뒤 추가 몇 천억 더 넣었죠?), 3년 만에 4.5조원의 수익을 내고 매각했습니다. 와중에 론스타는 매각 지연으로 손해를 봤다고 한국 정부에 소송을 걸었고, 결과에 따라 우리 정부가 약 5조원을 물어내야 할 수도 있습니다. BIS 비율이 갑자기 떨어져 론스타에게 유리했던 상황은 당시 외환은행 차장과 금감원 검사역이 사망해서 확인이 안됩니다.

영화 같은 얘기가 왜 영화로 안나올까 했는데, 투자를 못받아 오래 걸렸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결국 뜻있는 분들이 힘을 모았군요. 시사회에 불러주신 K님 고맙습니다ㅎ

우연히 휘말린 검사 역할 조진웅과 투자은행을 대리하는 통상전문 변호사 이하늬의 합이 기대 이상 매력적입니다. 그리고 어려운걸 쉽게 풀어내는 방식,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 전개 등 상업영화로서 훌륭해요. Oh Dongjin 선배가 언급했듯.. 정지영 감독이 대단하신거죠.  

"노 감독으로서, 그 정체성을 가지고, 고집스럽게 자신이 하고자 하는 얘기를 전달하면서도 동시에 그걸 대중적 어법으로 정리하기란, 도통 어려운 일이 아닌 것이다. 그런데 정지영은 그걸 이번 <블랙 머니>로 해냈다. 그는 46년생 73세이다. 한국에 이런 노 감독은 현재 존재하지 않는다. 거의 유일한 존재이다."

2016년 김의성님이 내레이션을 맡은 다큐 #탐욕의별 은 IMF 이후 외국자본이 300조원을 챙겨나간 상황을 다루는데, 거기서도 론스타는 등장하죠. 그 영화도 좋았지만, #블랙머니 가 더 재미있는건 사실입니다.

올해 출간된 이정환 님의 #투기자본의천국 #국가부도와론스타게이트 역시 대단한 정리죠. 거기 나오는 재미난 사실 몇 가지.


- 론스타 문제보다 출처 불명의 사모펀드에 은행 인수를 승인한 한국의 감독 당국이 더 문제. 우리 정부는 "론스타에게 속았다"고 하지만 당시 모피아는 어디까지 알았을까 의혹이 남아있음.
- 금융감독원은 2003년 5월27일 외환은행 BIS를 8.44%로 전망. 그런데 6월16일 9.14%까지 뛰어올랐다가 7월25일에는 6.16%로 급감. 당시 근거가 바로 외환은행에서 받았다는 팩스 5장 => 영화의 핵심 모티브.
- 론스타는 적어도 2006년부터 (은행 인수 자격 없는) 산업자본이었다는게 분명한데 그 이전에 어땠는지, 모피아가 어디까지 알고 있었는지 관건.
- 2003년 4월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 변양호를 외환은행 이달용 부행장이 만난 자리에서 '론스타의 자격 요건 문제는 외환은행에서 신경쓰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언급.
- 변양호는 론스타가 일본에서 4000억 세금 탈루 사실이 밝혀진 뒤에도 "외국에서 있었던 일이므로 국내 사정과 무관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함. 대주주 적격성 문제에 관심이 없었다고.
- 제일은행을 사들였다가 스탠다드차타드에 팔아 1.1조원을 벌어들인 뉴브리지캐피탈, 한미은행 샀다가 씨티에 팔아 0.7조원을 번 칼라일, 외환은행 샀다가 하나금융지주에 팔아 4.5조를 번 론스타의 관계 : 뉴브리지 지분 70%를 보유한 최대주주 텍사스퍼시픽그룹 회장 데이빗 본더만은 론스타의 공동창업자. 론스타코리아 대표 스티븐 리와 칼라일 이사 제이슨 리는 친형제. 이 펀드들은 모두 매각주간사로 모건스탠리 선정. 법률대리인은 모두 김앤장.
- 칼라일은 케이터에어 인수 뒤 1990년 조지 W 부시를 이사로 영입하면서 연을 맺음. 1989년엔 프랭크 칼루치 전 국방부장관을 영입해 1990년 헐값에 사들인 군수회사 BDM 회장으로 임명해 엄청난 성장 뒤 IPO. 존 메이어 영국 전 수상, 피델 라모스 전 필리핀 대통령, 아난 빤야라춘 전 태국 총리, 박태준 전 총리 등이 칼라일에 합류. 1993년 칼라일이 영입한 제임스 베이크 전 국무부 장관은 조지 W 부시가 당선된 2000년 미국 대선에서 선거캠프 진두지휘. 오사마 빈라덴 이복형제인 샤피크 빈라덴도 칼라일 주요 투자자. 조지 H 부시는 9.11 아침 칼라일 고문으로서 샤피크 빈라덴과 함께 칼라일 투자자연례회의 참석. 칼라일 투자자산은 2015년 3분기 기준 1877억 달러로, 3340억 블랙스톤에 이어 세계 2위.


... 책 내용에 빠져들기 시작해서, 이만 총총.. 영화 얘기 하려다 책 얘기만 하게 될까봐요. 영화 보세요. 잼나게 보고, 이런 관심 가져보는 것도 나쁘지 않아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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