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빌언덕 비덕님 부엌 어씨 자리를 호시탐탐 노리는데. 사실 기회가 자주 있지는 않아요. 비덕님은 좋아하는 이들을 위해 음식할 때 신나고 행복하다는데, 전 비덕님 옆에서 이것저것 썰고 다듬고 씻고 정리하고 상차림 거드는게 행복하더라고요. 어제는 70명분 음식이라 했는데. 오전에 갔더니 이미 거의 다 해놓으신 상태. 저 많은 일을 어떻게 하셨나 싶은데 그게 비덕님이죠.
저는 비덕님 어씨에 눈이 멀었지만. 이날은 혜신명수님과 함께 하는 '당신이 옳다', 1주년 공감콘서트. 부엌 주변을 강아지처럼 종종거리다가 2시 넘어 드디어 자리에 앉았고. 저녁 약속 때문에 먼저 일어난 5시까지.. 공감의 자장 아래 간증이라도 해야할 것 같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시와님의 노래는 신기합니다. 어쩐지 쓸쓸한데 따뜻해요. 가늘지 않고 굵지도 않은데 울림이 참 좋아요. 우렁차지 않지만 힘이 있죠. 차분한 노랫말은 외로운데 외롭지 않게 공감의 마법을 쓰고요..
혜신명수님이 각자 준비한 '소중한 것'에 대한 이야기를 끌어내는데.. 참석한 분들의 이야기 듣다가 계속 눈물이 났어요. 혜신쌤이 "느낌이 어땠어요?"라고 묻는 질문에 담담하고 솔직하게 털어놓는 얘기 한 토막은 누군가의 삶 전체. 우리가 품어안고 쓰다듬지 않을 수 없는 일들. 미움과 분노, 혐오 대신 자연스럽게 마음이 포개지고, 한 존재에게 훅 빨려가는 느낌이라.. 어느순간 씻김굿 마냥 누군가의 기쁨과 슬픔에 귀기울이는게 내게도 치유의 시간이 되더군요. 비록 경청의 표정마저 전 다소 새초롬하지만 마음이 풀어지는 중! 손수건으로 눈물 훔치면서 감정이 마구 흔들리는데 점점 더 내려놓고 편안한... 이거 종교인가요.
절박한 누군가에게 손 내미는 일은 엄청난 기운을 필요로 합니다. 때로 실패하면서 상처도 적지 않겠죠. 사람은 여전히, 누구나, 불완전한 존재라는 말씀.. 전 아직 멀었어요. 금요일 팩트체크 토론회에서도, 팩트체커가 완벽히 옳다는게 아니라 겸허해져야 한다는 지적이 와닿았는데.. 저는 확신에 따라 움직이는 인간인지라, 이 문제를 좀 더 생각하게 됩니다.
이런 자리, 아직은 좀 낯설지만 점점 더 반가운 얼굴들에 남몰래 저 혼자 조금 편해지기도 하고.. 함께 어씨하면서 일을 나눈 분들이 더 사랑스럽고 그렇습니다. 한 명 한 명 눈 맞춰주고 마음 포개준 혜신명수님 따라하기는 힘들겠지만..마음을 다해 음식을 준비해준 님, 엄청난 디저트를 준비해준 님, 모두를 달래주며 노래를 불러준 님, 먼 길 마다않고 즐겁게 달려와준 님, 어려운 이야기 담담하게 털어놓으신 님, 공감치유와 번아웃을 경험한 어린 님, 제가 준비한 참 부끄러운 선물, 기꺼이 받아주신 님, 알고보니 조용히 별 일 다해온 님, 누구보다 밝게 웃으며 분위기 띄워준 님, 다정한 마음으로 사진 기록 남겨주신 님, 웃어주고 반겨주고 나눠준 님들 보면서 저도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어보렵니다. <당신이 옳다> 이제라도 보세요.. 간증 마냐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