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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냐 정혜승 Dec 06. 2020

<부부가 둘 다 놀고 있습니다>재미난 분들께 물들고파요


물론 우리도 떨린다. 돈도 절실히 필요하다. 하지만 돈은 늘 모자라게 되어 있다. 그리고 방법이 아주 없는 것도 아니다. 뭔가를 계속 기획하고 시도하면 새로운 기회는 늘 온다. 그리고 일정 부분을 포기하거나 방향 전환을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비싼 가방이나 좋은 오디오, 고급 자동차 등 눈에 보이는 귀중품들을 소장 목록에서 지웠다. 그 대신 계속해서 재미있는 일을 만들고 찾아보자고 다짐했다. 이것은 '정신 승리'가 아니다. 다만 이렇게 살아도 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을 뿐이다. 그리고 솔직히 말하면 이젠 알고 있다. 누구든 회사를 그만두어도 굶어 죽지 않는다는 것을. 스스로 느끼는 막연한 불안감을 걷어낼 수만 있다면 새로운 세상은 열린다. (20)

부부가 둘 다 놀고 있다며, 아무렇지도 않게 책까지 내셨습니다. 다만 ‘정신 승리'도 아니고, 사실 떨린다고 고백합니다. 그저 와이놋.

윤혜자, 편성준님 부부를 처음 만난 것은 작년 김탁환쌤 북콘서트 였습니다. 딴에는 용기를 내어 좋아하는 작가님을 찾았지만, 그런 자리 가본 적이 없어 내심 긴장 모드. 근데 낯선 이에게도 아무렇지 않게 말 걸어주는 분들이 계셨습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평온한 일상을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만 같은 아우라. 이후 페친이 됐고 어느새 제 담벼락에서 가장 많이 보는 분들이 되어버렸습니다. 그것도 부부 둘 다. 그것도 혜자님은 인스타에서까지. 일단 날마다 #소행성밥상 올리시니까 부지런하기도 하시고, 이분들 일상은 뭐랄까, 그냥 한없이 응원하고픈 어여쁨이 있는 겁니다. 저만 빠져든게 아니었습니다. 저도 초보작가 해봐서 좀 아는데ㅠ 출간 한 달 만에 4쇄 찍는 베스트셀러라니, 어마어마합니다. 성준님 글이 워낙 유쾌한 덕분이겠지만, 가만 보면 글감은 대부분 혜자님이 제공합니다. 그리고 이 부부가 살아가는 법 자체가 사람들을 매혹시키는 구석이 있는거죠. 그러니 부부가 둘 다 놀면서 괜찮은거죠!


(고백하자면, 이 부부의 한옥 입성기 찐 구독자. 기록하는 이가 이긴다, ‘적자생존’을 믿는 이로써, 두 분 다 훌륭한 기록자)​


이미 페북에서 간증이 줄줄 이어지듯, 저도 휴일에 펼쳤다가 후딱 봤습니다. 술술 넘어갑니다. 매력 쩝니다. 잘나고 대단한 자랑질이 아니라, 한없이 겸손하고 솔직합니다. 남의 연애담, 가정사를 이렇게 시시콜콜 본 적 오랜만인데, 이게 이렇게 재미있을 일인가요.

일단, 잘 몰랐던 윤혜자님의 '내공' 깊이에 감탄, 또 감탄합니다.

그동안 운전을 하지 않았던 이유에 대해 구구절절 변명을 늘어놓았다. "내가 운전이 워낙 미숙하다 보니 혹시 사고가 나서 혼자 죽으면 몰라도 같이 타고 가다가 당신까지 죽게 만들까봐 무서워서..."  소리를 듣던 아내는 "혼자 죽는  걱정이지 둘이 같이 죽는  아무 상관이 없다" 말하며 호탕하게 웃었다. (28쪽)

정말 뒷통수 맞는 기분이죠? 혼자 죽는 게 걱정이죠, 둘이 같이 죽는 건 괜찮다는 깨달음. 이런 식으로 훔쳐보다니.

아내는 휴대폰을 잃어버렸더라도 사랑하니까 너무 심란해하지 말라 말했다. 나는 이런 남편을 사랑하느라 당신도 들겠다고 아내를 위로했다. (174쪽)


남편이, 아이가 휴대폰을 잃어버렸다고 하면, (그때 해봐야 아무 소용 없는) 잔소리부터 하지 않았을까? 스스로 돌아봤습니다. 물론 요즘은 저도 철들어서 "시간이 해결해줄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아니야"라는 말을 합니다. 다리 부러졌을 때 사람들이 걱정해주면 그렇게 답했어요. 실제 다 해결되거든요.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건 '어지간하면', 더 쉬운 쪽입니다. 쓰다가 '어지간하면'이라는 단어를 추가했어요. 실제 많은 이들에겐 이게 가장 어려울지도 모르는데 쉽게 말할 건 아니죠. 그래도 뭣이 중헌디. 괜찮아, 다 괜찮아.. 라고 공감 먼저. 그리고 그런 공감에 대해 공감으로 화답할 줄 아는 것.

나는 아내에게 그런 걸 모두 말한다. 지금 내가 얼마나 힘든지, 얼마나 멍청한 짓을 했는지, 얼마나 창피한지, 아무리 바보 같은 얘기를 해도(하다못해 출근하다 바지에 똥 싼 얘기를 해도) 그녀는 다 받아준다. 다 받아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 그 사실이 나를 부자로 만든다. (226쪽)  정말로 혜자님은 "괜찮아.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아니야"라고 위로하는 분인거죠. 그러니 이런 말이 자연스럽게 나옵니다.


우리가 평생 하는 일이 뭘까요?
사랑하고 죽는 것.
가장 확실한 것 하나는
우리 모두 반드시 죽는다는 거죠.
그렇다면 죽기 전에 할 일이
사랑 밖에 더 있습니까.

단순하고 분명합니다. 어쩌면 우리 다 아는 것. 그리 못해서 그렇죠. 하기야...유발 하라리가 지적한 대로 자본주의는 '그만하면 충분히 벌었으니 이제 그만하라'고 말하는 법이 없다. 업계는 늘 위기였고 다니는 회사마다 사정이 안 좋았다... 가장 큰 문제는 나 자신이었다. 점차 자존감을 잃어가고 있었다...전혀 행복하지 않았고 이대로 계속 회사를 다니면 계속 불행할 것만 같았다. 며 던지는 것도 누구나 하는 일은 아닙니다. 다 알고 있지만, 그리 못하는 거죠. 이 부부는 우리가 아는 이상 아는 것 같지 않은데, 우리와 달리 결정하고 실행합니다. 우리보다 엄청 용감한 것 같지 않은데, 생각이 조금 다릅니다. (자꾸 우리라고 몰아가는게 찔리지만...ㅎㅎ)

[약간의 거리를 둔다]라는 책에서 "유난히 재미없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대부분 실패담이 없다는 것이다"라고 했던 말에 동의한다. 그렇다고 실패를 자랑할 것까지는 없지만 적어도 실수를 두려워하거나 창피해하지 않는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자, 내년에도 새로운 실수담을 만들어보자. 그리고 재미있는 사람이 되자. 그중 몇 개가 언젠가는 성공담으로 변할지도 모르지 않는가. (158쪽)


제가 유난히 재미없는 사람이라고 평소 컴플렉스가 있어서요... 뭐랄까, '남다른 이'를 보면 계속 흘끔흘끔 보다가 어느새 물드는 거. 저는 그냥 이 부부에게 서서히 물들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재미있는 사람'이 목표인 분들이라, 그냥 봐도 재미있고, 저도 재미난 인간이 될 수 있을까요ㅎㅎ 그리고 또 누가 알겠어요. 또다른 용기를 주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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