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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냐 정혜승 Feb 20. 2021

<아이디어 불패의 법칙> 실패담 속에 '될 만한 놈'


"처음부터 ' 만한 ' 찾아야 시장을 이긴다"
참신한 아이템, 자본과 실행력 모두를 갖추고도 비즈니스는 90% 이상 실패한다.
구글 최고의 혁신 전문가가 찾아낸... 어쩌고... 표지와 띠지의 문구들입니다.

서점에서 만났다면, 별 관심 갖지 않았을 것 같은 책. 다 아는 얘기일 것만 같은 책. 그런데 작년 11월 다정한 A가 콕 찍어 이 책을 말했어요.  
"마냐, 무슨 일을 하든 응원할게요.  추천해드리고 싶은 책이 있어요."
바로 구입해놓고 책상 위에 놓아두었던 책입니다. 그리고 결론만 말하면 제가 한 고비를 넘도록 도와준 책입니다. 지난 수요일, 뜻대로 되지 않는 상황에 사무실에 남았는데 기력이 없더군요. 입맛도 없어서 저녁 대신 곡물차 한 잔 마셨어요. 식탐 많은 제게 이런 날이. 그리고 문득 이 책을 펼쳤는데, 와웅... "여러 결과 중에서 확률이 가장 높은 것은 '실패'"라는 얘기를 보다가 푹 빠져든겁니다. 닐슨리서치가 조사해보니,  80% 신제품이 처음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실패' '실망', '취소' 등으로 분류된다고요. 아니, 이런 얘기 보는데 왜 기분이 나아지는거죠? 다시 의욕이 생기는건 뭐죠?

대부분의 신제품은 시장에서 실패한다. (이런)
유능하게 실행해도 마찬가지다. (젠장)

최고의 전문가들이 수십년 경험과 독보적 노하우를 쏟아부어도, 코카콜라 뉴코크, 크리스털 펩시의 거대한 실패담. 2.5억 달러 제작비에 1억 달러 마케팅비 투입한 디즈인의 <존 카터>.. 네, 아무도 기억못하는 실패작.

구글이 망한 서비스 많다는 건 알았어도, 구글 묘지, Google Graveyard 란게 있는지, MS 영안실 Microsoft Morgue 이란 얘기들이 나돌았는지 몰랐어요. 진짜 실패 실패 실패..


무튼, 저자의 핵심 메시지는 이렇습니다.

제대로 만들기 전에,
'될 놈(The Right It)'을 만들어라.

실패는 대개 Launch, Opration, Premise(전제) 탓이기도 하지만, 일단 모든게 다 훌륭해도 하나로 삐끗합니다. 실패 확률이 높을 수 밖에 없는거죠. 또 실제 시장 조사가 아니라 '생각랜드'의 한계.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라 생각해도, 생각에 갖히기 일쑤란 겁니다.

책은 매우 구체적인 지침을 내립니다. 일단 아이디어가 생겼다면 XYZ가설을 세워봅니다.  
적어도 x퍼센트의 y는 z할 것이다... 적어도 10%의 대기질지수 100 이상 도시 시민들은 120달러짜리 휴대용 오염 탐지기를 구매할 것이다... 그리고 이 가설을 더 작고 테스트하기 쉬운 여러 개의 xyz 가설로 가져갑니다. 그리고 '프리토타이핑'. 

시제품(프로토타입)이 아니라, 시제품인척(pretend) 해도 좋으니.. pretendotyping, 줄여서 pretotype 을 만들라는 겁니다. 사례들이 엄청 흥미진진합니다. IBM은 사람들의 음성을 타이핑해주는 신기술이랍시고, 옆방에 사람이 숨어서 시연해보이는 방식으로 반응을 테스트했답니다. 시제품 만드는데 수백만 달러 쓰는 것보다 비용은 저렴하고 효과는 같다는 거죠.

이 과정에서 '나만의 데이터', 무성의하거나 딱 맞지 않는 시장조사 말고, 고유의 데이터를 뽑아냅니다.

90년대 제프 호킨스란 이는 PDA폰 아이디어를 떠올린뒤 나무토막으로 만들어 봤답니다. 그리고 몇 주간 쓰는 척.. 실제 가지고 다닐때 어디다 쓰는지 직접 테스트 한거죠. 해보니, 주소록, 일정표, 메모, 할 일 리스트 정도를 기록하는 척 했다나요. 샘플 크기는 작아도 이게 첫 테스트.


내가 이걸 사용할까?

언제 어떻게 얼마나 자주 사용할까?

남들이 사줄까?

사람들은 이 시제품에 얼마까지 지불하려고 할까?

사람들은 언제 어떻게 얼마나 자주 이걸 사용할까?

===> 이걸 만들어야 할까?


미캐니컬 터크, 피노키오, 가짜 문, 외관, 유튜브, 하룻밤, 잠입자, 상표 바꾸기.. 각각 사례도 흥미롭지만 방법 다양한 프리토타입은 1) 적극적 투자가 있는 '나만의 데이터' 생성해야 하고 2) 빠르게 수행할 수 있어야 하고 3) 저렴하게 수행할 수 있어야 합니다.. 와웅.. 디테일한 가이드.


하룻밤 프리토타입.. 리처드 브랜슨은 버진아일랜드 가는 자신의 항공편 취소에 다른 승객들 모아서 비행기 전세낸 것으로 버진항공을 시작했죠. 에어비앤비도 한 번 해본 것에서 출발. 테슬라는 컨테이너를 개조해 팝업 쇼룸을 테스트 했다고요. 이케아에 직원 복장 입고 잠입해서 팔릴 물건인지 테스트도 놀라워요. 한 시간 동안 240명이 지나갔고, 12명(5%)이 집어들고 확인. 사려고 한 사람은 3명(1.25%)..이런걸 확인하고, 이 실험영상을 마케팅 도구로도 활용하고.

이렇게 데이터를 확보하면, '될놈척도'를 이용해 분석하고... 추진하라. 폐기하라. 수정하라.. 를 결정하면 된다는 겁니다.  

유일한 성공 기회는
유능한 실행력에 '될 놈'인 제품을 결합하는 것.

1. 실패 가능성을 극적으로 낮출 수 있다.
2. 실패하더라도 바보가 된 기분은 들지 않을 것이다.
3. 포기하지 않는다면 결국은 성공할 것이다.

정말 실패로 가득한 세상에서.. 이렇게 한 번 해봐? 저렇게 한 번 해볼까? 나의 '될 만한 놈'은 뭐지? 어떤 가설을 세워서 어떻게 데이터를 모으지? 실제 해보고 싶게끔 친절하고 구체적인 설명. 실제 이 책 자체를 그런 프리토타입으로 낸 사연도 드라마. 그리고 사람을 흔드는 구석이 있습니다. 복잡한 얘기 아니고, 다 아는 얘기인 것만 같지만 훅 와닿는게 있어요. 그래서, 아마... 책 읽다가 기분이 좋아진 것일테고.. 제가 회복력 좋은 인간이긴 하지만, 하여간에 다시 다음날의 태양을 담담하게 맞았다가..(목요일과 금요일에도 또 한 방 씩 얻어맞았으나..) 토요일, 다시 기운내서 책 마저 읽고 이렇게 정리하고 있잖아요ㅎㅎ  아래 문구를 담아둡니다.

"세상은 해결을 기다리는 심각한 문제들과 챔피언을 기다리는 의미 있는 기회로 가득하다."


고마워요 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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