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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냐 정혜승 Nov 01. 2021

<익산-군산 1박2일> 먹방원정대

"익산에 가야 해. 그 콩나물국밥은 대한민국 최고야. 그리고.."


올들어 단 하루도 휴가를 쓰지 못했다는 걸 최근 인지. 지금은 때가 아니라 생각했지만 K옵바의 익산 제안은 몹시 강력했죠. 전주 남부시장 현대옥의 콩나물국밥도 먹방 멤버들 덕분에 입문했죠. 그래, 딱 하루만 휴가내자, 내가 지속가능한 것도 중요하다고 셀프면죄 후 먹방원정대 출정. 엄청난 1박2일이었습니다. K옵바는 다 계획이 있었습니다.


#일해옥 맑은 국물 한 숟가락에 진한 멸치 내음이 깊게 치고 들어옵니다. 토렴 덕분에 국물 맛과 온기가 밴 밥알은 뭉근하게 맛을 내고요. 말없이 퍼먹다가 절반 무렵에 노른자를 터뜨리되 퍼뜨리지 않고 고소한 맛을 즐깁니다. 깍두기는 달달시원. 고추장아찌도 훌륭. 익산에 달려온 보람, 있더군요.


그런데, 반드시 먹어야 한다는 만두가 있는 겁니다. 일해옥에서 걸어서 18분. 완탕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콩나물국밥이 애피타이저라니. 오래된 골목길을 산책해야 할 이유는 여럿.


이 골목 한 구석 의외의 열녀문! 안은 형편없이 방치되어 있어요. 누구를 위한 기념인가 싶지만 이게 역사. 남자 집안의 소유물로서 먼저 떠난 이를 명분으로 남은 생을 봉사하고 소모하라 칭송하던 시대.


엄청난 만두 전문점인줄 알았더니 분식집 #고려당. 그날치 만두 다 떨어지면 땡. H온니가 두 번이나 헛탕쳤다는 만두가 딱 2인분 남았다길래 싹쓸이. 1인분 6개 5000원. 또 유명하다는 쫄면을 시켰는데 뭔가 문제라는걸 금방 알았어요. 양이 어마어마. 그런데 맛도 어마어마.

만두는 고기와 당면 양파 생강 등을 잘게 다진 속이 꽉. 잘 발효되어 쫄깃하고 구수한 풍미의 만두피조차 훌륭. 쫄면도 믿기지 않게 맛있고, 곁들인 냄비우동도 멸치육수가 장난 아닌지라, 아무리 여럿이 맛만 보겠다고 시켰지만 힘들었어요. 만두 절반은 그대로 남아서 포장.


K옵바는 커피 타임도 제대로 준비. 커피 향도, 커피 잔도, 가구도, 공간도, 서비스 마인드도 110점씩 주고 싶은 훌륭한 #커피벨트. 배우인 K옵바를 알아봐서 저리 친절한 건지는 알 수 없지만, H온니도 S온니도 마치 화보 같잖아요!


익산은 원불교의 도시. 원광대 옆 원불교 익산성지 방문. 한 30분 산책하자는 제안이었는데 놀라운 경험. 일제시대 적산가옥을 그대로 보존하고 활용하는 것도 대단하지만, 단정하고 고즈넉합니다. 정성과 조심스러운 예가 깃든 그런 곳이더군요


대종사께서 열반에 들기  기거하던 곳과  주변이 고요합니다.


삼성 홍라희 여사가 원불교도로서 지원을 많이 한 덕분인지 알 수 없으나, 무튼 관리가 무척 잘되어 있고, 괜히 평온해지는 효과가 있더군요. 근데 일요일이라 사람이 없는 건가요?


숙소는 대고하우스. 에어비앤비로 예약한 한옥 펜션. 대만족입니다. 금마시장 골목통에 숨어있어요. 무엇보다 토퍼 매트와 이불이 깔끔하고 푹신해서 잠자리가 편합니다. 언젠가 다시 익산을 찾는다면 꼭 다시 갈래요. 난생 처음 와본 도시, 언제 또 와볼까 하는 생각은 늘 설레임 반 아쉬움 반.


해가 지면 더 예쁜 마당. 길냥이의 수호자 O온니는 닭가슴살에 애들 식기까지 들고다니는데 이날밤 찾아든 하얀 냥이 복받은듯. 아. 이틀째 군산 동국사 앞에서 만난 새끼 길냥이 네 마리도 챙겨먹였으니. 대체 온니 가방엔 온통 길냥이 식량이라니. 복을 널리 나눠주시는군요.


익산 먹방원정의 보람은 #신동양. 한국에 중국음식 4대 권역이 있다는데, 인천, 평택, 익산-군산, 그리고 서울 북부권. 이런건 어찌 아시고, 또 이런 골목 안쪽 오래된 식당은 어찌 찾아내시는지 하여튼 대단. 마침 인근 일정을 마치고 합류한 H쌤과 아드님 덕에 우리는 8명이 할 수 있는건 다 했습니다. 겉바속촉 수준이 탁월한 난자완스가 원탑. 역시 식감과 새콤단짠 극강의 깐풍기 훌륭. 팔보채는 수준급이지만 얘들에게 밀렸어요. 그리고 3만원대 요리 하나 사이즈가 특대급. 조금씩 맛보려면 머릿수가 중요합니다.


게다가 이 집의 백미는 고추짬뽕. 맑은 국물이 칼칼하고 깊어요. 백짬뽕 계열이지만 굴짬뽕과 달리 텁텁하지 않은 국물이 끝내줍니다. 조금 얇은 면발에 스며든 맛은 또 어쩌고요. 그리고 삼선볶음밥은 궁극의 맛. 이런게 볶음밥이었지, 해물 식감이 이런거였지 싶습니다. 여럿이 나눠먹어야 합니다. 8명의 원정대를 꾸린 이유는 여기에 있었어요. K옵바도 평소 짬뽕만 먹고 갔다고. 아빠 따라 온 H군이 엄청 신나게 먹는 걸 보니 흐뭇. 이제 막 청년이 된 그는 우량예 독한 맛에 켁켁 놀라면서도 예의 바르게 즐겁게 함께 했어요. 아유 예뻐라.


저렇게 먹고 숙소에 돌아오니 S온니가 준비한 와인 상. 서울에서 싸들고 온 샤인머스켓, 스테비아 토마토, 거봉, 사과, 멜론, 햄, 치즈, 프로슈토, 올리브, 무화과조림, 크래커, 청어알, 할로윈 조명, 레몬 조명.... 온니, 완벽해요. 담부터 온니가 만드는 자리는 어떻게든...


둘째날 우리는 해장하러 40분을 달려 군산으로.

#한일옥 쇠고기무국. 저도 무국 좀 끓이는데 정신 번쩍. 그렇게 좋은 부위는 아니라지만 한우를 오래오래 끓이는게 비결? 무엇보다 밥이 밥이 밥이 너무너무너무 맛있어서, 그냥 밥만 먹어도 달아요. 국에 좀 말아도 달라요.


한일옥은 바로 앞이 그 유명한 초원사진관. 인증샷 필수. 우리에게 가렸지만 심은하씨 그 사진 있습니다. 초원사진관 모르는 세대라면 패쓰.


먹방 여행은 먹는게 주 목적. 그러려면 중간에 걸어야 합니다. 한일옥 부근은 적산가옥을 비롯해 아기자기하게 볼게 많은데 월요일은 모두 휴무.. 아파트가 좀 생뚱맞지만 기이하게 어우러진 동네입니다.


슬슬 걸어가면 동국사. 우리나라 최초의 일본 양식 사찰이라고요. 한일합병 1년 전인 1909년 포교소를 만든 뒤 1913년에 이 자리로..평화의 소녀 동상도 있습니다. 군산 골목길을 걷다보면 교회도 나오고, 예쁜 성당도 보이고, 이렇게 절도 있고, 점집(?)도 많습니다. 한 시절 수탈의 관문으로 흥했던 역사도 궁금해지지만, 패쓰. 이날 철새떼가 브이 편대로 머리 위로 날아갔습니다.. 신비로워요.  


이 골목 주변에 바로 그 이성당. 왼쪽 사진은 신관입니다. 오른쪽 사진의 본관에서 빵을 사서 신관 2층에서 우아하게 커피와 맛만 봤습니다. 각자 야채빵 등을 구입해 노랑 봉투 하나씩 챙겼고요.

사진을 못 찍었는데 우연히 들어간 옷가게 Sofie. 매우 독특한 유럽 옷들을 파는데 가격도 합리적. O온니의 생일선물을 땡겨서 안겨주자고 한 온니들 멋져요. 저도 간신히 숟가락. 근사한 스카프를 선물로 끼워주신 사장님도 감사ㅎ


먹방여행의 마무리는 간장게장. 당초 가려던 집(대가)이 월요일 휴무라서 급히 찾았는데 이럴수가. #유성가든? 혹은 #유성꽃게장_수송점. 일단 2인분 5.6만원의 가격이 서울보다 훨씬 착한건 그렇다치고, 게딱지는 다 발라서 밥 비벼먹기 좋게 참기름 곁들여 담아주시고요. 계란말이, 생선구이, 김치전조차 맛이 남달라요. 정말 맛있어요. 손으로 찢어주시는 김치는 폭풍흡입하며 리필. 그리고 솥밥... 아침에 한일옥보다 한 수 위의 밥이 가능하다니. 밥으로만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다니. 누룽지까지 나오는데, 도저히 멈출 수 없어요. 평소 탄수화물을 잘 먹지 않는 저는 밥을 싫어하는게 아니라 맛없는 밥을 싫어하는 거였어요. 밥이 달라요. (밥알이 좀 크다는 이유로 신동진 쌀이라는 품종을 맞춘 A 만세!)

포장은 1kg 네 마리 9만원인데요, 싸들고 와서 가족들에게 저녁으로 제공. 만족도 높습니다. 강추. 포장에 김까지 챙겨주시는 세심함 무엇인가요.


온니옵바. 건강하게 오래 놀아요. 충전해야한다고 끌고 가주셔서 고마워요. 오며가며 운전하랴, 총무하랴, 세심하게 모두를 챙기는 A도 최고! 고마워요. 고프로로 찍어준 영상까지 완벽ㅎ


먹방여행 의외의 득템. 바로 며칠 전에 영화 보고 완전 흥분했던 #라스트듀얼 원작. 테드 창의 소설을 비롯해 주로 SF를 번역하시는 줄 알았더니 김상훈 선생님 번역은 뭘 해도 훌륭합니다. 테드 창 팬으로서 매번 감사했는데 ㅅㅇ온니 편에 보내주시다니. 감사히 읽고 널리 알리겠습니다. 앞에 몇 장 읽는데 짜릿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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