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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냐 정혜승 Jun 01. 2022

<2022년 1~5월> 마냐먹방 치유기

지난 겨울 나는 불행했다. 돌아보니 번아웃이었고, 우울증이었나 싶다. 내 상태와 감정을 정확하게 인지하는데도 시간이 걸렸다. 15개월 온전히 몰입한 일을 정리하는데 시원섭섭하기보다 미련이 길었다. 서서히 터널에서 빠져나오니 계절이 두 번 바뀌고 있다. 힘든 시기는 지나가게 마련이라니 얼마나 놀라운가.

거기에 사람이 있었다. 우리는 모두 사람 때문에 지치고, 사람 때문에 살아간다. 나는 그걸 #마냐먹방 이라 정리했다. 원래 먹방 위주로 맛집 소개나 하려고 시작했던게 몇 년 쌓이니 일기 같고, 이번엔 치유기록 같다. 여럿이 마음을 포갰다. 이건 더 놀라운 일이다.

#마냐먹방 22년 겨울부터 봄까지 일단 정리한다. 충전이 필요하다고 밥 사달라 했는데, 충분히 찼다. 먹고 다니는 것만으로, 아니 사실 좋은 사람들의 기운을 얻는 것만으로 속 깊은 곳부터 서서히 단단해졌다. 동시에 좀 더 부드러워졌다. 숙성인지 성숙인지, 이 나이에도 자란다. 역시 놀랍다. 이제 여름이다.




쉬운 인생은 없으니 늘 굴곡은 있게 마련. 고비고비 넘어온 것은 넌 괜찮은 사람이라고, 애썼다고 해주는 이들이 뒷배가 되어준 덕분이죠. 몰랑몰랑 새로운 꿈을 꿔도 좋다고 하는 이들이 늘 옆에 있어요. 바닥난 에너지를 쌓아가는 과정에 늘 사람들이 있다는거, 그게 전부여요. 최근 저를 지탱해준 H님, 힘들까 바로 전화해준 Y님도 각별히 기억하고요. 메시지 속닥속닥 님들이 정말 고마웠죠. 2022년 1월 11일에도 다정한 기운을 한껏 받았다고 기록합니다. 객관적으로 다들 성공한 분이지만 또 각자 고충이 훤한 터라, 언젠가 저도 누군가에게 뒷배가 되리라 다짐도 해봅니다. 들고 다니는 책을 한껏 극찬한 S는 끝내 제게 책를 주셨어요. 밑줄 좀 쳤고, 감사의 말은 아직 안 봤지만 분명 네가 무척 좋아할 거라고 주셨죠. 이런게 두근두근 하는 즐거움이란걸, 아직 저는 잊지 않고 있습니다. 음식도 와인도 더할 나위 없이 좋았던 #마누테라스 #물고기는존재하지않는다 #마냐먹방


공감의 힘을 보여주신 C님과 J님. 우리가 이렇게 허심탄회한 사이가 될지 작년 겨울엔 몰랐죠. 경제를 바라보는 관점이 남다른 C님 덕분에 배운 것도 많고, 그만큼 할 일 많은 분. 뜻을 이루셨으면 좋겠어요. 은근 호젓하게 하이볼 홀짝 청계천 #아이와


밥 사주세요, 글 올린지 거의 1분 만에 톡 주신 K선배와 점심. 고시든 재벌3세든 한 번 허들을 넘은 이들은 정체된 채로 살아도 그만인 사회. 그런 아재들의 세상에서 여자들은 뭐라도 더 채우고 성장하려 애쓰는데..블라블라 얘기가 새삼 콕. 남자들은 절대 내탓이오 않는데 여자들은 일단 모든걸 복기하며 내탓 타령한다는 말씀도 콕. 장작 넣는 난로 위 물주전자가 따땃. 갈치조림에 반찬 정갈한 수색역 #지중해소나무 특이한 공방이 2층에 있는데 우연히 S를 만나다니 놀라운 세상.


시내 내려다보는 호텔 한정식이라니 과한 호사. 게다가 뒷얘기 앞얘기 모두 와우.. 다들 건강하세요. #무궁화


간증도 아닌데 H쌤 앞에서 무장해제. 의지할 수 있는 말들을 툭툭 던져주면서 소맥 말아주는 술친구가 고마운거죠. 잠이 중요한 기준이란걸 확인. 도시락도 안주가 되는 충무로 #진고개 


읽고 쓰는거 하지 마세요. 바디프로필 도전하거나 골프. 드로잉이나 요리. 해보지 않은거 하세요. 좀 놀아보세요. 마냐가 이런 진정한 조언을 무시할 확률이 95%쯤 되지만 제발. 앞으로 10년이 달라질겁니다. I와 #스패뉴


내가 몹시 투명한 인간이란걸 새삼. 제 행복을 기원하는 대사는 그와 같은데 느낌은 다르네요ㅎ 님은 제가 늘 응원합니다. 채식 메뉴 궁금했는데 몇 년 만에 첫방문. 둘이서 2시간 반 깔끔하게 소주 3병 #마지


둘째 생일 선물로 오마카세 점심. 좋은 음식으로 행복해하는 시간을 나눴고요. 간만 데이트에 살짝 뽀샵 버전 셀카를 오히려 제가 선물받은 느낌. 경복궁역 #스시호센. 지난주말 가족 다함께 미리 가진 생파 저녁은 양다리 통구이 예약해 #용산양꼬치. 술 안 마시는 둘째가 운전해서 교보 나들이까지 갔다가 차 왼쪽 싹 갈았던 날. 인생 별거 있나요. #마냐먹방


이 맛을 아는 사람은 우울할 수 없지. K님과 남산을 걷고 장충동 성곽길 지나 #평양면옥. 다리가 슬슬 후들거릴 때 완벽한 일요일 점심. 태극당 모나카까지 풀코스. 마냐는 좋은 에너지 강하니 마음 가는대로 두면 된다는 며칠전 H님 응원에 이어, 유쾌한 돌격대장, 사(심) 없는 인간이라는 K님 말씀 등 저도 잊고 있던 저에 대한 덕담 수집 기간이군요.


토요일 저녁은 H와 남산 아래 #데미그라스그릴. 돼지고기 스테이크나 함박은 삼청동 시절처럼 훌륭한 맛. 지나가면서 오래 봤던 오리엔스 호텔 양식당으로 변신했군요. 그 경험과 마음을 나눈 덕에 우리가 이런 시간을 갖다니. 역량도 뛰어나지만 공감능력도 갖춘 그녀. 서로 오래 응원하는 걸로.


#꾸스꾸스 나이 들어 새로 만난 인연도 깊어질 수 있었던건 온니가 다정한 분이기 때문. 저도 온니처럼 베푸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말 보다 행동이 앞서는 온니는 정말 온동네 복덩이. 제가 잘 모르는 분야이지만 온니 에너지라면 즐거운 번화가 가능할텐데 부디 지치지않고 도전하시길. 서촌 튀니지 식당에서 이국적 별미에 차와 디저트까지.


#마초갈비 상호명은 그닥이지만 가성비 훌륭하고 쌈야채 인심 넉넉. 보쌈과 고등어찜 점심 굿. 세심한 S의 배려 덕에 3시간 반 힐링 코스. 완전 다른 취향과 안목을 가진 님과 함께 하니 세상은 온통 제가 모르던 별천지. 21년 힘들었을텐데 22년 괜찮다는 도사님 말씀도 접수.


차 한 잔 마셨을 뿐이지만 창 너머 서촌 풍경은 평온했고, 음악은 부드러웠고, 조언은 정확했죠. 땡큐 Y님.

1대1 오붓 자리로 이어가는 #마냐먹방 사진 없으니 기록도 없지만 #프레스클럽 삼겹살탕면 사주신 Y님도 푸근한 정을 나눠주셨고, 남영동까지 찾아와 소맥 수다 진했던 #은성집 회동 M님 부부에게도 감사. 특히 아 하면 어 하는, 말 통하는 그 부인님을 만나니 새삼…


뭘 그리 먹고 다니냐고 묻는 이들 중엔 서로 행간을 읽는 사이도 있습니다. 미국서 전화한 B는 제가 잘먹고 다니는 것 보다, 사람들 만나 에너지를 얻고 있는지 관심. "이 나이에.." 투덜댔더니, 열살 어린 그도 "이 나이에.." 한다면서, 그저 그때 맞는 일을 하면 된다고요. 술 줄이라는 것만 빼고 님 조언 다 가슴에 콕.


굳이 기다렸다며 사람에 대한 예의를 가볍고 유쾌하게 보여주고, 별뜻 없는 얘기로 별뜻 있는 시간 채우고, 저를 미련많은 미련한 인간으로 남게 만들고, 고마움은 장부에 달아놓을게요.


지금 마냐는 어떤 마음일까? 곧바로 연락했다는 K의 마음이 넘나 예쁜것. 공감은 사람에 집중할때 막강한 힘을 가져요. 훌륭한 음식과 술은 그 자체로 즐거운 기억이지만 전적으로 공감할줄 아는 능력자와 한다면 완벽하죠.

재미있는 일이란 결국 우리 공동체에 의미와 가치를 더하는 일이고. 그런 가능성을 ‘살아 생전에!’ 현실로 얘기하는 고마운 친구. 한남동 #코마드 음식은 분에 넘치는 호사. 특히 버터에 익힌 농어는 풍미 깊고 살살 녹아요. 딱 9시까지 둘이 와인 두 병 비우면서 교감한 시간을 이렇게 박제합니다.


큰 독방 쓰기엔 역시 중국집이죠. 큰 테이블 멀찍이 앉았던 서울역 #만복림. 계절별미라는 굴튀김, 중국식은 일식과 또 다르네요. 디지털 미디어 공부 함께 한지 벌써 몇 년. 비슷한 고민과 상상들. 기왕이면 새 상상 쪽에 무게.


슬슬 코엑스 돌아다니며 가장 줄이 길었던 #르사이공 고른건 시간 많은 덕분. 서로 겁나 바빴으나 모처럼 둘 다 한가. 이런 시간을 즐길줄 아는 그가 성질 급한 저를 다독인 세월도 20년 넘었군요. 함께 쌀국수와 반미를 나눠먹고 헤어샵 들렸다가 영화 관람하는 일상이 왜 좋은건지 그의 설득에 넘어갔어요. 아직 정리 못했지만 영화 #특송 기대 이상 굿.


설명 필요 없이 이해와 공감이 가능한 사람 중에 J님이 있다는 생각을 미처 못했군요. 베셀 작가로 진짜 글 좋은데 글쓰기에 자신 없다는 님의 대사는 정말 웃겼어요. 제가 얼마전 "난 탁월한 글쟁이가 아니다"라고 했더니 황당해하던 M님 모습이 제게 오버랩. 덕분에 저도 자신감을 더 가져보기로.. 성수동 #윤경 지라시스시 굿굿.


현명한 선배와 친구는 문제 정리도 깔끔. 제가 해온 일을 선배 정리로 들으니 와우.. 3월 일정 잡아야 한다니까 연휴 일요일 콜해주시는 센스까지. 휴일 브런치는 낯설지만 좋은 경험이라 가끔 더 해보고 싶어요. 스웨덴식 명란 샌드위치도, 미트볼도, 민트치킨 플래터도, 널찍한 공간도 간만 호사였어요. 청담동 #B3713


간판도 없는 2층에 혹시나 문을 열면 작은 구둣방 같은 공간이 나와요. 어딘가 두런두런 소음이 들리는데 문이 없어요. 다시 혹시나 눈 앞의 신발장을 옆으로 밀어보니 작은 술집이 나옵니다. 예약자 이름을 마치 암호처럼 접수한 셰프님은 구석 작은 문을 가리킵니다. 열려라 참깨 마냥 숨어있는 공간 안에 또 작은 방이 숨어있군요. #피디알 끝내주는 음식과 술. 다정한 친구들이 쐈어요. 꽃말이 새출발과 우정이라는 프리지아를 선물하고, 집으로 과일을 보내줬어요. 인생 후배들이라 생각했는데 이젠 그냥 친구. 이런 30대 친구들이 있다니 저 잘 살았어요. C님과 L님은 각각 같이 일해보려고 욕심냈지만 제 역량 부족으로 모시지 못한 친구. Y님은 맘으로는 이미 함께 하는 친구. 님들 공감 파워가 너무 강력해서 당황했어요. 예리한 통찰력으로 대화를 이어가면서도 다정한 온기가 가득한 님들. 평소 까칠한데 몇몇에게만 상냥하다니 더 영광. 굿윌헌팅의 it's not your fault 명장면을 함께 보니 또 다르네요. 님들에게 꼰대가 아닌 어른 친구로 잘해보고 싶습니다. 캐비어 얹은 굴, 스모키 풍미를 더한 방어..퍼포먼스 끝내준 디저트까지. 오래 기억될 저녁입니다.


그냥 좀 덜 바쁘겠구나 싶어 바로 톡 주셨다는 J선배. 잘 모르는 강남역 식당을 고르느라 아이와 남편 추천 받고 서비스 쿠폰까지 챙겨오심. 그런데 양고기도 술도 못드시는 분이 양꼬치집을 고르다니. #일품각 가지튀김은 새콤. 이름의 정체가 궁금한 간변오징어도 좋은 안주. 20대의 제겐 하늘 같은 선배셨고, L선배는 글로만 흠모하던 시절도 있는데 오랜만에 봐도 선배들 품은 넉넉하고 편해요. 담담하게 털어놓는 말씀들에, 선배들과 가끔 잘 놀아야겠다고 결심.


새로운 세계관이 필요하고, 결국 키워드는 공동체에서 출발한다는데 의기투합하며 C님과 3시간 점심. 유엔은 65세 이상 인구 비율 7%, 14%, 20% 기준으로 고령화 사회, 고령사회, 초고령사회로 분류하는데, 7%에서 20% 가는데 프랑스는 155년이 걸렸고, 스웨덴은 124년, 미국 독일 영국은 80~90년, 일본은 35년.. 우리는 25년이란 말씀이 넘 인상적이라 숫자 기록. 속도가 너무 빨라서 부딪치는 문제들은 결국 연금과 세금 이슈. 새로운 세력이 등장해야 하는데 그건.. 무튼 알찬 대화. 마포 #능라도 


“다들 똑같아요. ‘제가 무슨 자격으로..’ 여성들은 섭외하면 다 이렇게 얘기해요. 본인 능력보다 평가절하하는데 익숙하죠. 잘나가는 남성들과 능력이 비슷해도 움추러들어요.

.. 제가 FA로 풀렸다는걸 축하하며 꽃다발을 안겨준 님. #부민옥 양무침 한 접시에 소맥 말면서 내내 제게 항변과 격려. #까칠한마냐 블로그도 운영했던 제게 “까칠한 건 철학 없이 이기적인 것이고, 까다로운건 취향과 철학이 있는 것이라, 혜승님은 까다로운 것”이라고 열변. 제 다음 세대는 이렇구나. 확실히 다르군요. 저는 내내 평가가 과하다 생각했는데 제가 틀렸다고 술을 권한 님. 일단 땡큐. 저는 님을 응원했을 뿐인데.


"여자들은 끊임없이 복기를 하지. 내탓들을 찾아내려 애쓰지. 하지만 남자들은 그러지 않아요. 자기가 잘했는데 협조 않은 남탓을 하지."

N의 말을 다른 사람도 아닌 선배 사례로 확인하다니. 암만봐도 선배 탓 아닌데 혼자 괴로워하셨다니. 선배 잘못 없습니다.

그런데 N이 내게 정신차리라고 했을 때, 나는 뭐라 했던가. 머리로 아는 것과 감정은 다르다고? 선배와 대답이 같군요. 그래서 계속 울었나봐요. 과도한 책임감이 독이란 얘기도 아직 스스로 설득은 안되요. 

선수들은 다 아는 이탈리안 버티고개역 #브레라. 최고의 이탈리안


“더이상 능력과 역량을 입증하려 하지마. 우린 충분히 했어. 여자들이 남자들보다 자존감 문제에 더 예민해. 입증해서 살아남으려 하지”

사고방식, 언어가 다른 여성 고위임원으로 홀로 살아남은 얘기를 들려준 또다른 선배의 조언. 사실 몇 년 전부터는 입증 욕심보다는 하고 싶은 일만 했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돌아봅니다. 아. 이런게 다 복기 습관. 성찰도 과하다는데.

급히 캐치테이블 검색해서 예약되는 곳으로 잡은 압구정로데오역 #갓포이든.


“여성들을 더 승진시키려면 인사평가를 바꿔야 합니다. 능력 부족한 여성을 끌어올리자는게 아닙니다. 단순 실적만 따지면 큰 조직 꿰찬 남자들이 유리할 수 밖에요. 다면평가 등을 보강했더니 여성 승진이 늘었어요. 여성들은 이른바 갑질 문제가 상대적으로 적고, 애쓴 만큼 평가가 잘 나와요”

조 단위 실적 낸 수장 Y님 말씀. 조직의 규칙 자체가 남성친화적이라면 바꾸는건 리더의 의지 문제라고요. 그 연배에서 젠더감수성 남다르신데 오랜 해외 근무 덕이라니

복도에 간판도 없이 더 부티나는 한남나인원의 #피에세. 담백하고 고급진 중식에 룸과 서비스도 수준이.. 맘편히 얻어먹을 때나.


미디어는 커뮤니티 없이 성장에 한계가 있어요. 10년 전 독자를 참여시키는 프로그램을 처음 시도해 이제는 프로젝트가 20개에 육박해요” 여성 CEO의 이런 이야기는 찐. 고민해온 시간 만큼 엄청난 자산을 쌓으셨고, 앞으로 해볼 일이 엄청 많이 보여 흥미진진. 여성의 언어가 다를 때, 어떻게 해오셨는지, 그 세월 쉽지 않으셨을텐데 담담한 님을 앞으로 온니로 모시기로. #원복집 복 고니, 미나리를 살뜰하게 계속 챙겨주시는 와중에 생각 나눈 시간.

어쩌다보니, 여성 관점에서 여러 이야기를 듣고 있어요. 여성이 여러모로 다르다는 걸 절절하게 확인합니다. 동시에 시대 변화를 받아들이는데 더딘 사회에서, 여성들은 그 어느 때보다 부글부글. 임계점을 넘어가고 있는 시기라는걸 아시는지. 구조적 차별이 없다는 얘기는 공감 못하는 정도가 아니라 시대 변화에 무지한 겁니다.


눈을 감고 와인을 맞춰보는 거죠. 연도와 품종, 지역과 도수. 그런 블라인드 테스트 하면서 마시곤 해요

Y의 눈이 아련하게 깊어졌습니다. 그게 가능하단 말인가요?

“생각하면서 마시면 되요.”

저도 적지않게 와인을 즐겼다 생각했는데 생각 없이 마셨던 거군요. 십수년 와인에 빠져든 Y는 그 세월을 켜켜히 진심으로 쌓았더군요.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을 좋아하고 호기심 많은 인간이라 자처했는데 전 말 뿐이었고. Y는 그새 국제 소믈리에 자격증 WSET를 땄다고요.

“이건 아마 처음이실 겁니다”

그가 골라준 화이트 와인에 깜짝 놀랐어요. 샤도네이 정도 즐기던 제게 완전히 낯선 풍미. 청량한 기운이 신비롭게 감돌았어요. 사바냥(savagnin) 이란 품종 처음 맞아요. 이날 세번째 와인도 처음 만나는 맛. 내추럴 와인의 산도 뿐 아니라 뭔가 다른 향입니다. 일반적이지 않은 비율의 블렌딩이라고요. 차이가 있군요.

“날마다 저녁 약속 이어가는거 괜찮아요?”

“저도 살려고요.”

“조금씩 조금씩 옆으로 앞으로 나오셔요. 터널은 끝나면 흉터가 남고 완치는 없더라고요. 그래도 또 만나면 또 힘들지만 이전보단 낫더라구요.“

터널 속에 머무르거나 같은 생각을 반복하지 말라는 조언을 접수했습니다. 언제든 ‘곁을 지키는 수다지기’들이 있으니 씸내라고요. 돌아보면 Y는 츤데레 도시남 같지만 속 깊고 다정했어요.

함께 옆을 지켜준 K. 님은 별 말 없어도 든든하다는 거 아셨음 해요. 조용히 사람을 챙기고 일을 매끄럽게 진행하는 능력, 그거 쉽지 않아요. 기꺼이 곁을 지켜주는 마음, 티 안내면서도 한결 같잖아요.

테스트 메뉴라는 전갱이 타틀렛 굿. 한치고수버섯무침을 비롯해 치킨 등 모든 요리와 서비스, 그리고 이야기가 흐뭇했던 옥수동 #jade&water 


음식 만으로 힘이 나는 곳도 있어요. 비싼 값을 하긴 합니다. 진짜 응원이 필요할 때 H이 쏘는 곳. 몇 년 만에 다시 왔네요. 크고 두툼하고 실한 포쓰의 장어구이 #송강. 힘든 시기를 잘 넘겨온 이의 포쓰도 어느새 커졌어요. 귀여운 동생에서 이젠 대표님 아우라가 든든. 함께 나이가 들면서 서로 의지하는 느낌 좋아요.


#브레라 포스팅 덕분에 다시 브레라. 한 시절의 사람들을 돌아보게 만든 시간인데 한 시대의 풍경으로 이어집니다. 각자의 고뇌와 분투가 만들어낸 결과들이 새로운 소용돌이로 연결됩니다. 가까이 본 모습과 멀리서 다시 보는 모습 사이의 간극을 생각합니다… 와중에, 그 정도면 평균 시간, 충분했다는 말씀 저장합니다. 즐거운 일을 함께 해봐야 할텐데요. #마냐먹방


3차대전의 서막은 아니라도 강대국 국지전의 시대가 다시 시작되는 즈음. 혼돈의 시간에 국내 정세도 궤를 같이 할까요. 마음 다스릴 때가 아닌듯 싶지만 필요하다 싶기도요. 혼자 생각하는 시간을 줄이려고 사람을 만납니다. 다른 이야기를 듣고 수다를 떱니다. 제가 터널을 지나는 방식입니다. 식당들도 터널을 지나야겠죠




딸은 오열했고, 아들은 덤덤했다. 딸은 공포를 호소했고, 아들은 "정치가 내 삶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것 같지 않다"고 했다. 이게 약자의 경계선일까. 잘 자란 아들은 위협을 느끼지 않는다. 


남자들은 위협에 둔감한게 당연하다. 뒤에서 걷는 발소리, 택시기사를 경계해본 적 없겠지. 불법촬영도 상상해본적 없겠지. 임금과 승진에 차별을 걱정한 적도 없고,고위직에 같은 성별이 없는게 어떤 느낌인지 모르겠지. 성공한 남자들은 약자의 감정에 무심할 수 밖에 없다. 감수성이란 저절로 키워지지 않는다.


나는 아재다. 잘난 남자들 틈에서 생존했다. 그런데 만약 내 감수성이 아재들과 쪼금이라도 다르다면? 여자라 그럴 수도 있지만, 무엇보다 내가 노는 물 덕분이라는걸 이제 생각한다. 8년째 트레바리 독서모임을 하면서 2030과 토론했다. 나와 다른 관점의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는 시간이 쌓였다. 빚진게 정말 많다. 소통은 충분히 듣는 일이다.


새 정부 핵심인사 구도를 분석한 기사를 사진만 봤다. 100% 남자. 축하 꽃다발을 젊은 여성과 여성의원에게 맡겼으나 화면에도 대개 남자였다. 민주당은 다른가? 간신히 한둘 있다고 다양성이 확보되지 않는다. 다양하지 않은 구성원들은 같은 생각만 서로 나눈다.


"페미 때문에 없어지는 거 좋긴한데ㅋㅋ 여가부에서 교복이랑 급식 지원해준다고 하고, 여가부에서 지원하는 저소득층들도 많다고 들어서 걱정되네... 안 그래도 내년에 동생 고등학생 되는데 괜찮나... 나 투표 잘한 거 맞겠지?ㅠㅠ"

라는 짤이 트윗에서 돌고 있다. 덕분에 ‘멍청한 새끼들'이란 키워드 실트윗이 3만 개가 넘었다. 여자들의 분노는 그렇다치고, 왜 어떤 이들은 여가부가 폐지되면 페미가 척결된다고 믿었지? 여자들은 불꽃 페미로 깨어났는데? 알량한 여가부 실제 예산은 청소년과 약자 돌봄에 쓰이는데?


그들 탓이 아니다. 다양성 없는 커뮤니티에서 지내면 다른 관점을 보지 못한다. 남초와 여초로 커뮤니티가 갈라졌다. 정체성 정치는 부족화를 부추겼다.


함께 떠들 공론장이 없다. 하다못해 커뮤니티에서 만나야 한다. 주변에 다 비슷한 사람들 뿐이라면 독서모임이든 달리기모임이든 뭐든 해라. 정당이라면 청년과 여성이 중심부에 참여하도록 해라. 구색 맞추기 말고 제대로 하자. 다양성이 우리를 구한다. 그리고 정치는 삶에 영향을 준다. 엄청.


선거 다음날 멍하게 나갔다가 햇볕과 바람, 좋은 음식과 수다가 힐링이란걸 확인한 이태원 #핌피. ‘힘내요 언니’ 마음들 모아 먼 길 달려와 계산까지 먼저 해버린 K님. 커뮤니티에서 남녀가 정중하게 만났을 때 어떻게 어울리는지 경험담들. 번아웃에서 우리를 구하는 것도 다정한 오프 커뮤니티다.

다양성에 대한 깨달음을 더해준 저녁 만남은 을지로 #. 비프 부르기뇽을 품은 미트 파이, 얇게 저민 감자 밀푀유, 신선한 오일과 소금만 더한 부라타 치즈, 소시지와 구운 알배추.. 모든게 좋았다. 내겐 사부 같은 친구들이란걸 이제 안다. 우리는 다시 연결되어야 한다. #마냐먹방 포스팅이다.


자연 앞에서, 심지어 우주 앞에서 모든게 사소해지는 경험 아세요?

“지구에서 달까지 거리가 38만km여요. 그런데 놀라운건 해마다 3.8cm 멀어지고 있답니다”

순한 눈매의 그는 평소 차분한 모습과 달리 목소리가 살짝 높아졌어요. 눈은 즐거운 비밀을 공유하는 아이처럼 반짝였죠. 그의 두근거림이 고스란히 전해지면서 별 생각 없던 저는 어느새 메모와 함께 묻기 시작했어요. 아니 대체 38만km 거리가 3.8cm씩 줄어드는걸 어떻게 측정한다는 말인가요??

150만km 떨어진 곳에 제임스 웹이라는 우주망원경이 설치되어 난리난 뉴스? 못 봤는데요? 걔는 통신을 어떻게 하는 건가요? 태양계 같은게 5000억개, 그게 모인 은하가 2조개라고요? 그건 어떻게 세나요?

프록시마 센타우리. 태양계에서 가장 가까운 항성(like 태양)이 4.25광년 거리에 있고, 관측 가능한 우주 자체의 크기는 지름 920억 광년이라니.. 별의 총 개수는 10의 23승.. 우주 나이 138억년. 지구가 46억년…

과학잡지 에피 3월호에 이런 얘기가 실렸답니다. 에피 만드신 분부터 그 내용에 설레임을 감추지 않으신 덕분에 저도 서당개처럼 주워들었어요. 숫자로는 감도 오지 않는 스케일. 우주 이야기는 사람을 겸허하게 만들고, 가슴 속 돌들을 사소하게 만들더군요. 무엇보다 좋아하는 이야기, 그리고 새로운 일에 기분좋게 흥분한 님이 무척 예뻤어요. 역시 사람은 좋아하는 일 할 때 에너지가 달라져요. 저도 이런 기운을 나눴던 모양이라, 가끔 자극을 얻었다, 영감에 고맙다는 얘기를 듣곤 했는데요. 그게 제가 잘하는 일인데.. 으응? 엄한 생각은 장엄한 우주 앞에 날려보내는 걸로. 제 최애메뉴는 역시 모닝글로리볶음이란걸 재확인한 공덕동 #팟타이로얄


옛직장 부근 멋진 곳들이 늘어나서 다른 동네 분위기. 한 시절이 지났음을 이런 식으로도 알다니. H님이 K님을 불렀고, 급초청한 내친구 T까지 신박한 조합인데 편한 수다. 잘 맞을 이들을 엮기 좋아하는 나란 인간 간만 흐뭇. 음식도 분위기도 친절한 서비스도 칭찬할만한 통의동 #오스테리아소띠


또 그 동네. 부끄러움을 아는 인간이라 안된다는 조언이 오래 남아있어서.. 그건 어려워요. 나도 모르는 내 욕망을 설혹 님이 더 잘 알 수 있고, 님 조언이 늘 옳다는 것도 알지만 늘 제멋대로라 미안. 쇠고기와 와인으로 호사롭게 통의동 #국빈관.


셋이 오랜만에 번개. 폭풍이 휘몰아치던 때라 선배와 통화하다말고 울어버렸네. 몸이 안좋아 못가겠다 전화했던 선배가 한달음에 달려오셨고. 각자 사연이 구만리. 끝내주는 수다 한 판. 그저 품어주는 존재들의 힘이란. 통인동 #퀴진라끌레


친구 T와 둘이 #명동교자 칼국수와 만두. 이런 맛집은 가끔 나들이에 딱. 이날 영화는 ‘프랑스’.


친구 H와 둘이 아이파크몰 #소녀방앗간. 명란비빔밥은 짭조름한데 코다리조림 순한맛은 처음. 건강한 밥상. 이날 영화는 ‘스펜서’.


그동안 수고했다며 2000년산 까쇼 등 기막힌 술과 음식을 기꺼이 쏘셨어요. 그냥 밥 먹는 자리라 생각했는데 이날도 호사. 젊은 부부가 다 하는 내방역 #푸슈 음식은 캐비어와 레드와인 곁들인 버전과 얼린 달달 샴펜 곁들인 석화로 시작해 굿굿. 아마 이 겨울 시즌 석화는 이걸로 끝.


한번도 쉬지 않았잖냐. 부디 혼자 제주 한 달 살고 와라. 가서 넷플릭스만 보더라도 떠나라. 아무것도 하지마.. L님 절절 조언. 넌 사람 안 만나면 더 우울할거라는 옆지기 조언과 반대군요. 올들어 새 일 시작한 L님과 B님 기운 나눠받은 광화문 #마르셀. 브로콜리 구이 굿


와중에 since 1956 #부민옥 다시. 다정한 D는 만나자마자 꼭 안고 반갑게 인사. 주먹인사도 참는 시대에 포옹이 얼마나 따뜻한 것인지 새삼. D, R 고마워요. 그저 함께 한 잔 하는 보통의 맘. 이런건데 말입니다. 사진 없음ㅠ


진짜 간만 필름 끊기고 주책… 주니어들 반가워 넘 흥분했.. #락희옥 두릅에 마샐러드에 와인 곁들일 때만 해도 쿨한척 했는데. 더이상 추태는 없다! 작심


엄마는 수학을 좋아했어. 다른 과목? 글쎄. 그저 그랬어.

말해놓고 바로 깨달았다. 좋아하는 걸 일찌감치 포기한 인간이었네. 답을 찾는 과정이 좋아서 수학의 여왕이라 불리기도 했는데. 입시 이후 수학은 완전히 잊었다. 그게 언제적..


"엄마. 나는 내가 뭘 좋아하는지, 뭘 잘하는지 많이 생각하는 중이야. 엄마 닮아서(세뇌의 효과!) 머리는 괜찮은 편이라 수학을 잘하지. 그런데 수학을 좋아하지는 않아. 잘한다는 칭찬, 성취감을 좋아했지.”


이런. 나름 공대생인데. 잘하는 걸 좋아하지 않다니..

엄마는, 딱히 좋아하는 일을 쫓지는 않았어. 그저 매순간 최선을 다하면 길이 열릴 거라는 믿었지. 실제 그랬고.


"엄마와 나는 거기서 달라. 나는 동기가 분명하지 않으면 최선을 다하고 싶지 않아. 나는 좋아하는 일을 잘하고 싶어. 지금 해보는 것도 최고가 되기 어렵다 싶으면 다시 생각할거야."


모처럼 아들과 데이트. 딸과 아들이 똑부러지는 포인트가 정말 다르다. 뭐든 하면서 일의 의미를 찾았던 나는 옛날사람. 젊은 허세와 패기를 엿보니 부럽다. 엄마 이제 뭐 하고 싶냐는 질문은 이 나이에도 어렵네. 아닌척 해도 나 역시 하고 싶은대로 했으니 날 닮았나? 앗 아빠도 그런데? 집으로 걸어오는 골목길, 추위 타는 엄마에게 점퍼 벗어줄까 묻는 귀여운 녀석..


무려 2시간 웨이팅이라니 미쳤지만. 엄마 어차피 책 볼거니까 시간 낭비 아니라는 아들에게 설득되어 인근 카페에서 노닥노닥. 항정살과 가브리살 쫄깃한 식감과 풍미, 조개젓 등 깔끔풍성 셋팅, 냉쫄면과 써비스인 달달 김치찌개까지 명불허전 #남영돈. 술 싫어하는 아들 덕에 무알콜 고기라니 #마냐먹방


<믿을 수 없는 도시괴담.. 기승전 교육>


외출했던 엄마가 방문을 열었을 때 아들은 여자친구와 섹스중이었단다. 엄마에게 문닫고 나가라고 소리쳤단다. 자신도 스트레스를 풀면서 살아야 할 것 아니냐고 항변했단다. 엄마가 원하는대로 전교 몇등 공부잘했으니 자신도 원하는 일을 하겠다는 그 아이는 당시 중학생. 이건 도시괴담 마냥 강남 어느 동네 괴담으로 떠돌았다. 내 아이가 중학생 때 옆동네 중학교 얘기로 들었다. 그러니까 옛날 얘기다.


현재 십대 아이를 키우는 엄마가 들은 이야기는 이렇다. 고등학생 아들이 스트레스 풀면서 공부하도록 엄마가 성매매 여성을 붙여줬다는 괴담. 누구를 추행폭행하거나 사귀다 임신시켜 경력에 흠이 나지 않도록 전문가를 과외선생 마냥..아, 영화 같은 얘기다.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 거래하고 아들의 성욕은 관리 대상으로 보는 엄마가 있다는게 믿기지 않아서 정말 괴담이면 좋겠다.


초등학생들이 반 여자 아이들 가슴 크기로 순위를 매기면서 네가 가슴 3위야, 라고 말한 순간이 성추행의 추악한 기억으로 남아있다는 얘기. 역시 초등학생이 여자 동급생들 얼굴 순위를 매기면서 "근데 쟤는 만질 데가 없잖아"라고 말해서 여학생이 울음을 터뜨린 얘기, 우는 친구 옆에서 다른 여학생은 "쟤는 고추가 작잖아"라고 말했다는 얘기.. 이건 괴담이 아니라 다 실화란다.


공부만 잘하면 모든게 용서된다는 건 사실 더 무서운 괴담이다. 그렇게 공부만 잘한 아이들이 어떤 어른이 될까. 좋은 스펙 쌓느라 돈과 노력 들였으니 그만큼 월등한 보상이 당연하고, 공부 못한 친구들이 고생하는 게 공정하다고 믿는 아이들. 공부 안하면 거지된다는 어른의 협박이 자연스러운 아이들. 약자에 대한 공감과 연대는 배워본 적 없는데 갑자기 좋은 시민이 되라는 건 황당하겠지. 하버드대 서울대 출신 중에..인권 감수성 없는거, 공부만 잘한 이들에게 그런걸 요구한 적이 있던가.


우리 애들 때는 4학년 학습이 평생을 좌우한다며 뭔가 해야한다고 난리여서 기함했는데 요즘은 초3이 수학 정석을 시작한단다. 더 어릴때부터 오로지 공부. 나머지는 루저 취급하는 교실. 왕따 문제에 "걔는 왕따 당할만 해서 그렇다"는 교사의 발언은 우리 애들 때 겪었는데 지금도 있다니. 교장이 화장실 불법촬영한 실화도 그렇지만 우리 인권교육 제대로 할 역량은 있나? 공부할 시간 쪼개서 페미니즘 가르치고 장애인과 더불어 사는 공동체 가르치는걸 부모는 좋아할까.


미래의 일자리는 지금 학업과 거리가 멀텐데 언제까지. 정시 비중 수능제도 손보는 문제가 아니라, 어떤 직업을 택해도 벼랑끝 공포 없이 살만해야 할텐데 교육개혁은 어디서 어떻게 진행되는지 모르겠다. 우리 이제 선진국인데 개발도상국형 공부지상주의는 좀 아니지 않나.

초등학생이 아니라 유치원 때부터 인권과 시민교육을 해야한다는 수다를 술 없이 밥 먹고 차 마시며 뜨겁게 나눴다. 서촌 #마지 신선로 국물은 은은하게 달큰한데 짐작도 어려워 결국 물어봤다. 표고버섯과 각종 채소 우린 채수에 2년 묵은 집간장, 들기름에 볶은 버섯의 풍미가 더해졌단다.

아이들 탓 안된다. 잘못 가르친 어른들 탓이다. H쌤 같은 훌륭한 교사 10만 양병론, 뭐든 하고 싶다. 오늘 처음 뵌 두 분을 비롯해 고민을 나누는 이들이 있어서 위안이 된다. #마냐먹방 #와중에_좋은만남에_눈웃음치는나


덧. 교대에 남성 할당 30% 있는거 잘 몰랐다. 할당제 없애면? 여자들이 많아지면 문제인가? 남자들만 있는 대다수 직군에 그런 문제 제기가 있던가?


사울 레이터 전시 보고 딸과 데이트 마무리는 동네 프렌치 #끌레망꾸꾸. 별도 주문하는 빵이 궁금해서 빵과 돼지고기 리예뜨를 주문하고, 메인은 홍합밥 하나만. 사과파이 디저트까지 맛보고 싶었고, 선택 완벽했던 나를 칭찬한다. 빵과 버터가 끝내주고 리예뜨는 내 취향. 레몬 듬뿍 뿌린 홍합밥도 좋지만 사과파이도 예술이다.


분노와 우울, 헛웃음은 내 탐라에만 넘치는걸까. 뉴스를 끊은 이들도 많던데 차라리 좋은 음식과 좋은 사람으로 버텨야지. 별 일 없는 시기에도 우린 늘 그렇게 힘을 쌓는다. 하물며 봄인데.


반짝반짝 빛나는 사람만 쫓아다니는 인간이란다. 내가 그랬나? 부인할 수 없다. 그게 때로 위험하단다.. S님 분석은 몹시 흥미진진해 어느새 와인 두 병 순삭. 피자, 파스타, 문어 등 주문 요리도 결국 다 해치웠다. 자기애가 공감 능력보다 앞서는 인간들 얘기도 잼났고. 여차저차 열정을 좀 잠재우는 얘기도 몹시 설득력 있는데 나 외골수?


시청옆 이탈리아 노포 #라칸티나 저녁에서 이 얘기를 들은 J는 열정 줄이지 말라고 내게 당부. 서로 가슴 뛰는 에너지를 나누는 시간들이 인생이긴 하지. 솔직한 수다에 양파스프와 오징어, 새우, 달팽이, 아스파라거스, 스테이크를 즐기는 시간이 온기로 충만했다. 만날 때, 헤어질 때 토닥토닥 다정한 포옹의 여운..


십수년 언제나 응원했고, 앞으로도 그럴거라는 예전 보쓰와 낮술이라니, 내가 복이 많다. 한남동 #에피세리꼴라주 야외 테이블 얼마만인지. 컬리플라워 구이 훌륭하고, 보통 메뉴판에서 두세번째 저렴한 와인 택하는 나와 달리 좋은 와인 골라주셔서 또 행복. 언제나 현명한 조언자였는데 말릴게 뻔해서 내가 일부러 상의 않았던 일이 새삼스럽다.


은근 냉정한 조언을 따뜻하게 해주는 K님과 인사동 #꽃밥에피다. 떡갈비는 가성비가 아쉽지만 훌륭했고, 우럭찜 좋다. 무엇보다 해창막걸리 후훗. 우리가 겪은 일들이 사실 비슷했나 돌아보니 나보다 촉도 감도 좋은 분. 마지막 진심 조언이 문제인데..각오할 수 밖에.


용인 어드메 9000원 #신토불이된장배추국. 국물도 깊은 맛이 끝내주는데 계란후라이, 고등어조림, 두부조림, 김 등 반찬을 끝없이 리필해주는 엄청난 식당. 골프를 친다는 건 그동네 식당을 발견하는 재미가 추가되는군.


서대문의 그리운 배추국 집이 휴무인 바람에 옆집 갔는데 #들깨나라 갈비탕도 괜찮다. ‘늘 좋은 세상 만들려 애써 주셔서 감사'하다고 저자 사인을 해주셔서 맨날 쓰는 문구냐고 감히 물었더니, 나를 위한 진심이라고 하셔서 감동. 사실 L님이야말로 늘 없던 길을 내면서 애쓴 분. 이젠 서로 응원하는 사이로.


미디어 관련 최전선을 각자 십수년 지켜온 님들과 기대 이상 유쾌하고 편한 대화. 양장피, 탕수육, 군만두, 볶음밥 다 좋았지만 공덕동 #외백 2층 구석방은 창 밖의 봄까지 느낄 수 있다. BTS 화보에 낚여 뒤늦게 달려온 이 덕분에 이야기는 더 풍성해지고, 실컷 웃고 떠든 날.


매체 하시는줄 알았더니 플랫폼 구상중인 L님과 마포 #청춘구락부. 양곱창 집인줄 알았더니 점심 메뉴 산더미 불고기 실하다. 왜 그런 그림을 그리시는지 너무 이해되지만 쉽지 않은 도전. 여전히 치열하시니 일단 응원.


주변에 온통 미디어 관심자들인지 역시 미디어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떠들며 두 K님과 후암동 #흐이. 괜찮은 와인선술집이다. 20대에 만났을 때나 지금이나 끝없이 도전하며 젊게 사는 분들. 새로운 이야기와 인사이트를 종종 나눠받을 수 밖에.


집으로 초대받았는데 셰프가 부친이라니. 수비드한 스테이크가 나오다니. 부자가 함께 어울려 온갖 대화가 즐겁다니 대단한 가족. 50대 부친이 아니라 20대 아들 초대를 받다니 나도 대단. 함께 한 커플은 또 어찌나 예쁘던지. 어떤 경계도 없이 어울리는 시간, 집파티 로망이 생기는 저녁이었다. #마냐먹방 치유기록 같네.


인연은 묘하다. 자주 보든 아니든, 오래됐든 새롭든 그게 중허지 않다. 온라인 친구와 몇 마디 주고받는게 은근 친밀한 시대에 뭔 상관이람.

오랜만에 만나자마자 툭 던지는 말에 무장해제. 사람이 먼저라는 감각은 가슴으로 온다. 다정하고 유쾌한 에너지와 분노 에너지를 적절히 나눴다. 창으로 쏟아지는 햇빛, 쨍한 바깥풍경, 돌아오는 길 야경까지 근사한 부암동 #소소한풍경. 가지찜은 꼭 따라 해보리라.


꿈에 내가 생기있고 즐거운 얼굴이었다며, 맛있는 거 많이 올려달라, 대리만족이라도 하겠다는 그녀의 톡. 같은 얘기를 이틀 전에도 들었다. 가끔 페북 들어오는 이유가 #마냐먹방 보면서 기운 나눈다고. 이러니 술과 음식으로 즐거웠다는 기록을 어찌 아끼랴. #브레라 모임은 쿨하고 현명한 옵바와 오랜 흠모에 맘 통하는 온니 덕에 술술. 소중한 내 인지기능을 위해 술을 줄이려 했는데, 좀 흐릿해지고 멍해져도 좋지 않냐는 말씀에 고고. 카프레제까지 굿. 온니댁에 잠깐 들렸는데, 세상에 이런 뷰였어요?


오직 당신만 신경쓴다는 말, 당신을 protect 한다는 말이 또 각별. 이 다정한 이를 어쩔. 세심한 그와 직설가 친구까지 조합이 조화롭다. 착해서 문제라고 혼나고, 착해서 인복 많다니 어쩌라고. 오랜만에 서초동 #하레. 음식과 써비스는 여전히 훌륭하네.


당신이 지치는 이유에 전적으로 공감. 그날 나눈 얘기도, 공유한 글에 대한 소회도, 어제 나눈 톡도. 그러나 부디 꿈을 잃지 마시길. 이건 당신에게도, 내게도 필요한 다독다독. 생각이 비슷한 이들이 있어 우리는 버티고 끝내 나아간다. #일품당 스끼야끼 정도는 소소한 응원.


세상 멋진 공간에 뷔페 음식 준비해주신 덕에 또 간만 신나는 수다. 모스크바 교환학생 시절 그루지아(조지아) 와인이 세상 최고라고 맛봤던 경험을 잊지 못하는데 얼마만에 조지아 와인! 심지어 몰도바 와인까지? 요즘 이쪽 와인 수입하는 분들이 열일하나? 근데 술맛 좋은 건 결국 사람. 이날 쏟아지는 응원에 새 책 결심 굳혔다. 사랑과 우정에 꽂혔는데 잘됐지. 덕분에 구상중인 책이 둘이네?


간질간질 머릿속 씨앗이 뭐가 될지 모를 때. 홀로 생각에 집중해 답을 찾는 능력이 부족하다. 대신 주변 사람들이 나를 살린다. 다양한 이들을 만나면 조금씩 힌트를 얻는다. 실컷 떠드는 과정에서 내 생각이 단단해진다. 과거보다 미래를 얘기하는 분들은 저마다 퍼즐의 한 조각을 내놓는다. 나도 누군가에겐 그럴거라 믿자. 내 경험자산을 어떤 맥락에서 살릴지 진심 조언해주신 M님과 데이트. 재미와 가치, 돈의 균형점은 저마다 다르겠지만 나이들수록 더 생각해야지. 커뮤니티와 콘텐츠, 그리고 인간의 욕망을 엮어내는건 뭘까. 몇달 전까지 생태계를 만드는 생각만 했는데 퍼즐 조각이 늘어난다. 계속 활짝 웃는 분과 함께 샴펜 반 병에 알딸딸 딱 좋았던 명동 #비꼴로. 오래된 집인데 음식도 분위기도 여전히 좋다.


좋은 사람들과 시간을 쌓는게 #마냐먹방. 추억 많은 식당에서 새로운 기억을 만든다. 오로지 딤섬만 먹으며 다닌지 10년 넘은 #웨스턴차이나. 미디어와 인터넷 고수들이 툭툭 주고받는 대화가 다정했다. 이집에서 고량주 대신 와인이라니. 사람도 술도 덜 독해지고 있다. 분명 더 현명해진 시간이었다. 나는 어디로든 나아가고 있다.


진정한 먹방의 날. 19시 약속에 큰맘먹고 16:45에 집근처 #남영돈 웨이팅 올렸는데 20~21시 예상? 당황해서 같은 골목 #남영탉 웨이팅도 올리고 카페에서 놀다가 18:20 연락 받음. 일행 기다리며 두 팀 양보하고 18:45 입장. 근데 진짜 음식 내 취향ㅠ 버섯시금치듁셀? 페스토 소스로 이렇게 맛있을 수 있나 싶은 서양탉. 간단히 한 마리로 버티고 2차 가려고 했는데 순삭 해치우고 초리조찹쌀에 마늘튀김 올린 동양탉까지. 오이와 목이버섯 피클도 두번 주문.. 그리고 20:30에 연락받고 남영돈으로. 셋이서 2인분만 주문했지만 육즙 터지는 맛에 감탄하기엔 충분. 1, 2차 고기고기지만 술은 샴펜과 소주..결국 울집에서 3차 와인까지 수다 작렬. 몇년 전 S의 일에 새삼 감정이입했다. 우리는 길 위에서 별별일을 겪는다. 대체 얼마나 더 성장하려고.


꽃도 좋지만 연두연두한 지금이 눈부시다. K선배는 신록예찬 얘기를 나눠주셨다. 시간부자인 우리는 평일 오전 남산을 걸었다. 밤새 내린 비 덕분에 숲내음이 더 짙었다. 문경새재까지 갈지언정 집앞 남산도 안오르는 인간이 민폐 될까봐 헉헉. 히말라야도 다녀온 K선배는 너그럽게 내 속도에 맞췄다. 흠모하던 선배와 걷다니 내가 성덕이다. 선배가 20여년전 알라딘 마냐부터 날 지켜봤다니 진정 성덕 맞네. 남산을 훤히 아는 선배 따라 필동 가는길. #필동면옥 제육에 물냉비냉을 안주삼아 낮술이 달았다. 마음만 통하는게 아니라 적정주량도 비슷. 울고웃던 기억을 공유하는 충만한 시간이었다.


#홍보가아니라소통입니다 동료들과 함께 읽고 독후감까지 보내주셨다. C님 콜이면 그냥 달려갔을텐데 어쩔. 바람 살랑 좋은날 연희동(인줄 알았더니 홍은동) 골목끝 언덕자락의 #백년약수골 평상에서 닭백숙, 도토리묵, 감자전 옆에 놋북까지 펼치고 열강 모드. 질문 이어가고, 피드백 좋은데다 선한 영향력과 기술의 힘을 믿는 이들이 넘 예뻐서 오버오버오버. 공감 덕분에 요즘 창비학당 강연자료 싹 털어서 약장수 마냥 떠들었다. 나중에 K님이 #백숙스피치 넘 좋았다고, "사그라들지 않는 열정이 너무 좋았고 무엇보다 재밌었다"고 메시지. 앗싸. 동지들이 늘어난다. 좋은 오후였다.


서울의 밤은 걸어야 한다. 밤 택시는 턱없이 줄어 희귀해졌다. 수입이 더 나은 배달에 인력을 빼앗기고, 노인 기사들은 밤에 다니지 않는다. 덕분에 먼 거리를 야밤에 걷는다. 청계천이 밤에 더 예쁘다는 걸 이제야 안다.

#마냐먹방 오늘 메인은 종묘 담장 옆 #우리술집다람쥐. 향긋한 삼양춘 청주와 우렁이 쌀 청주에 이어 달큰한 사과술 사랑할때 를 나눠 마셨다. 미나리새우전과 부세구이, 두부삼합을 즐긴 날. 좀 더 젊은 이들에게 도움되고 싶다는 멋진 온니 K님 말씀에 모두 끄덕이며 아이디어를 떠들었고. 공론장에 진심인 이들이라 두런두런. 깔끔하게 헤어지고.. 버스정류장을 향해 걷던 김땡땡님과 나는 그만 길거리 포차에 홀렸다. 이건 거의 잊었던 과거의 일상. 꼼장어 한접시에 써비스로 어묵탕을 곁들여 소주가 달았다. 김님은 내게 작심 충고와 조언. 알고보면 비슷한 도전을 이어왔고, 함께 엮인 인연들에 같은 고민을 오래 해온 사이. 매트릭스 알약을 먹은양, 과거로 돌아가기 힘들거란다. 산전수전 스타트업까지 해본 인간은 다르다나. 사람에 대한 안타까움과 연민, 애증까지 나누다보니 막차 끊겨 우린 결국 걸었다. 청계천은 밤에도 조명이 멋지고 인공폭포도 흐른다.


얼마전 B님과 낮에 찾은 청계천도 한껏 봄을 즐길만했다. 하동관 곰탕을 쏘울푸드 마냥 영접하며 노란 튤립을 선물받은 날. 그날도 오늘과 비슷한 수다를 이어갔다는걸 이제 깨닫는다. 우린 다 진심이구나.


출입기자를 붙들고 이회창이 나라를 구할 거라 열변을 토했던 그는 DJ 정부 출범 이후 조용히 고향을 바꿨다고 한다. 서울 출신에서 전주 출신으로. 그는 후배들에게도 인기는 없었던 모양이다. 모멸감을 주는 방식으로 수하를 깨는 그를 기억하는 일화가 있다. 게다가 지난 5년 카드 이용액이 0원이라는 건, 참 신통방통.. 그는 어느 모임에서나 say hello 못하는 성격이라 로비스트로 활약이 대단했을 거라는 짐작도 없단다. 그런 그에게 김앤장은 왜 19억을 안겼을까. 한덕수 총리 후보 얘기다. 과거 안대희 전 검사장이 5개월 간 16억을 벌었다가 낙마했을때, 김앤장에 몸담은 S검사장은 “로펌에서 큰 돈 받을 때는 공직에 가면 안된다”고 했단다. 신망 높았던 그는 김앤장 이후 공직을 맡지 않고 그 말을 지켰다. 김앤장에서 한덕수 총리 후보 외에 한동훈 검찰총장 후보의 부인도 일하고 있다는 걸 나는 오늘 알았다. 사실 이 모든 얘기를 저녁 먹다가 들었다. 요즘 뉴스를 덜봤는지 아무 것도 몰랐다. 이 모임에서 이런 얘기를 듣다니. 언제나 뉴스통이던 내가 정말? 레알? 이러면서 계속 놀라다니.

도곡동 #미누씨 소문대로 음식이 끝내준다. 성게알과 아보카도, 단새우. 연어알을 감태에 싸먹는 건 도저히 맛이 없을 수 없는 조합. 구운 컬리프라워를 견과류와 할라피뇨랜치 곁들였고, 앤다이브를 리코타 치즈 소스에 찍어먹는 걸로 시작. 제주 달고기 생선 구이와 해물 스튜도 굿. 재료를 당일 받아서 요리하는 셰프님의 자부심 인정. 부안에서 온 토마토는 정말 달았고, 올리브를 발효해 으깬 소스에 곁들인건 최고다. N선배가 통크게 쐈지만 우리는 N선배가 인생의 즐거움을 모른다고 놀렸다. 무슨 얘기를 해도 깔깔대고 신나게 즐거웠던 #마냐먹방. 오래됐지만 자주 보지 않던 우리가 7월에 강릉 여행을 작당했다. 우리는 이 시기를, 이 시대를 잘 넘어가는데 온 에너지를 집중하고 있다.


“네가 와줘서 좋아. 내가 괜찮은 사람이라는 생각을 들게 해주네.”

내가 의도하지 않아도 응원의 기운이 K님께 전달됐다니. 나 상반기 내내 날마다 누리면서 슬슬 다른 이에게 나눌 정도가 됐나보다. 어쩌다 나온다는 비건 메뉴 덕에 구내식당 데이트. 십수년 한결 같이 단정하고 치열한 분을 가까이 보면서 서로 든든하다니 완벽한걸?


“그건 님이 좋은 사람이라 그래요”

마음 포개주는 좋은 이들을 줄줄이 만난다고 인복 자랑했더니 S쌤은 저렇게 답했다. 힘내라 끝판까지 달리는 기분. 사실 어마어마한 우주의 기운을 받고 있다. 한동안 받는데 충실했고, 이제 다시 나눈다. #마냐먹방 자뻑모드 주의. 경고했음.


질문하고 정리하는 능력이 탁월하다는 칭찬을 들었다. 그 동네 최고의 인사이트로 엄청난 이야기를 풀어내는 L님에게서 들었다. 이날 귀한 대화 중에 저게 콕. 팔랑팔랑 난 아직 멀었다. 정보의 간극을 통해 컨설팅이 돈 버는 것처럼 nft 세계도 최전선은 뜨겁고, 이번 사태마냥 적잖은 장난질이 정리되면 또다른 세상일까. 눈반짝 청년 둘을 소개받았는데 알고보니 20대와 40대. 젊게 살면 20년 세월도 줄일 수.. 무튼 더 배우고픈 욕심이 동했다. 서래마을 #막걸리이야기 오마카세는 사장님 맘대로 안주. 낙지와 가리비가 쫄깃탱글.


현명하고 유쾌한 S님. 지난 십여년에 이어 평생 보고 지내고픈 스무명 쯤에 내가 들어간다니 영광! 좋은 자극과 솔직한 피드백, 즐거운 시간을 서로 기대한다. 어느새 사촌옵바 느낌으로 믿고 털어놓는 S님은 좋은 와인도 주저않고 사주심ㅎㅎ 논현역 #오디너리플레져 음식은 끝내주는데 와인 비싸고, 솔직히 좋은 와인은 그 자체로 좋다. 부득이 둘이 세 병.


연태고량주 큰 병 호기롭게 주문했는데 늦게 도착한 D가 위스키 한 병을 꺼냈다. 젊은이들과 달리는 것은 이래서 위험. M까지 불러냈으니 이날 분위기는 미쳤다. 소식들에 복잡미묘한 기분이지만 님들에겐 언제나 하고픈 일이 더 많기를 응원한다. 공덕동 #외백 2층방 좋다.  


S는 소싯적 나를 떠올리게 한다. 이거 칭찬ㅎㅎ 동시에 젊은 날에 대한 그리움과 질투다. 그러니 좋아하지 않을 수 없다. 당장 막막해도 부딪치면 열린다. 사실 그런 믿음 없어도 부딪치면서 살아온 시절이 누구에게나 있다. 어쩔 수 없어서, 혹은 그게 나니까. 남대문 #테라스5 호젓하고 아늑한 와인바 발견.


저것은 두루미일까, 설마 학? 왜가리였다. 검은댕기도 확실한 왜가리. 청계천에 큰 왜가리가 살다니. 우아하고 느릿느릿하게 돌아다니던 그는 순간 날카롭게 휙. 순식간에 파닥거리는 물고기를 부리에 물었다. 마지막 발버둥은 5초도 못 갔고 왜가리는 그대로 꿀꺽. 긴 목이 꿈틀대는걸 보는 시간은 마치 멈춘듯..어느새 고요했다. 왜가리도 맹수구나. 유유히 헤엄치다 찰라에 생을 마감한 작은 물고기. 이런 원샷원킬 장면이 눈앞에서 두 번이나. 청계천에서 낮맥을 즐기던 우리는 겸허해졌다. 5년간 진짜 수고많으셨다. 님에게 내가 괜찮은 사람이라 나도 좋다.  


요즘 내 방앗간인지 내 부엌인지 딸기네 집에 들락날락. 뭐 하지 말라고 해서, 하루는 소세지, 하루는 훈제고기만 사서 데웠다. 대신 딸기가 우삼겹 떡볶이, 마라탕을 해줬다. 마라소스는 파마늘 양념도 없이 만능이구나. 하루는 초전문가들의 우크라이나 전쟁 토론을 관전했고, 하루는 멋진 후배 L과 수다. 세상의 비정함을 절절하게 느꼈다가, 다정함을 느꼈다가 냉탕온탕. 사는게 원래 그렇다. 와중에 멋진 분들도 새롭게 알게 되고.  


수고했다며 공평동 #스시메르 정갈깔끔호사 점심을 사주신 K님. 직업 정신과 그 결과물로 종종 감동을 주신 K님과도 어느새 속 깊은 얘기를 나누는 사이. 세상을 바꾸려는 이들과 기득권을 지키려는 이들의 전선은 다양하구나 새삼 실감. 그냥 뚜벅뚜벅 하던대로 잘하실테고, 외롭지 않게 응원할게요.  

음식 사진을 안 찍다니 오랜 인연들에게 소홀했군. 어쩔 수 없이 인증샷 남겨본다. 기록을 건너뛰기엔 온갖 세월에도 여전히 편한 이들이니까. #남포면옥.


해초멍게비빔밥 맛났던 날도 사람과 날씨에 취했다. 우린 모두, 이렇게 잼나고 편할수가! 를 외치며 시간을 즐겼다. 한때는 존경과 어색함이 교차하던 분들이 훅 다가오는 마법. 골프는 낯설고 새롭다.


“OOO은 차가운 사람이어요. OO님은 뜨겁죠. 혜승님은 따뜻한 사람이어요. 그래서 제가 사랑해요”


저녁 내내 사랑한다, 좋아한다는 고백을 끊임없이 들었다. 추앙이다. 이런 마음은 힘이 세다. 염미정 같은 드라마 여주인공만 삶을 버티게 해주는게 아니다. 받는 만큼 주지 못해 미안하지만, 사랑은 원래 그냥 받는거다. 그냥 주는 거고. 추앙은 그게 더 진하다. 그저 더 나은 인간이 되고 싶다는 욕망을 단단하게 만든다. 사랑은 받는 사람도, 하는 사람도 상대를 위해 진화하고 앞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불씨가 된다. 가만히 멈추는 시기에도 차곡차곡 에너지로 쌓인다.


사랑이라는 단어는 남녀상열지사로 묶어버리기엔 훨씬 깊고 넓다. 몹시 특별하지만 특별하지 않은 일상의 범주에서도 아우라를 잃지 않는다.

그는 해방일지 주인공 각각에게 공감했다. 그도 해방을 바란다. 착하고 성실하며 유쾌하고 상냥한 모습에 자신을 가둬버린건 아닌지 탐색한다. 그는 진심 강박도 빚이 된다는 걸 배우는 중이다. 애착하던 작업에서 잠시 떨어져보기로 결심한 뒤, 그래도 별 일 없다는 걸 확인 중이다. 사실 그의 말마따나 어지간해서는 세상 안 무너지고 인생 안 망한다.


나는 좌충우돌 그의 젊은 에너지가 좋다. 대학생이던 그의 패기에 호기심을 가졌고, 이제 직업인으로서 대단하고 소소한 고민이 예쁘다. 그의 열렬한 사랑이 부럽다. 아직 덜 여물었지만 각자 치열한 이들을 엮어보겠다는 구상은 응원한다.


그가 예약한 회현식당은 소문대로 음식이 예쁘고 맛있다. 브로콜리와 함께 쭈꾸미는 산을 닮았고, 우니는 양이 적었.. 고로케와 고등어볶음밥은 굿. 사케는 그중 저렴한게 보통보다 비싸서 그 값을 했다. #마냐먹방 9시 식당 마감이 이젠 아쉬워서 우리는 맥주를 들고 남산을 걸었다. 트래킹만 했어야 했는데 변덕으로 클라이밍까지 하는 바람에 저질엔진 허덕댔다. 그래도 서울 야경은 아름답다. 저기 누가 있겠구나, 누구도 같은 하늘 아래 있네, 떠오르는 얼굴들, 보고 싶은 사람들이 있어서 기분이 좋아진다. 미운 얼굴은 왜 떠오를까. 쳇.

산책 하기에 좋은 날씨. 미녀 둘이 밤길을 걸어도 안전한 도시를 즐긴다. 해방이다.


이탈리아 아르지아노의 솔렝고. 잘 모르는 둔한 인간에게도 훌륭한 와인이었다. Y님에 대한 팬심으로 모였는데 그의 파트너가 더 매력적이라니. 멋진 남자 옆엔 반드시 더 멋진 여자가 있다. #브레라 피자도 좋지만 역시 사람. 에너지 반짝이는 H님에게 선물도 받았다. 내가 종종 여자들에게 약한게 혹시 호르몬 탓?


최애는 진로소주였는데 요즘 와인이 늘었다. 쥔장 S님의 환대는 와인냉장고를 털 기세. 공간도 늘 조금씩 더 예뻐지는데 벽에 걸린 K작가님 홍매화 사진에 빨려들뻔. 비슷한 사람들이 모여서 미묘하게 다른 전선을 지키며 수다. 난 당신과 생각이 다른걸?ㅎ 진짜 오랜만에 모임 다운 모임이었다.


H는 잘 버틴다고 했다. 그거면 됐다. 내가 그대를 염려하는 건 오지랖이지만, 그대는 더 사랑받고 응원받아도 된다. 그대는 언제나 최선을 다하고, 더 많이 기여하고자 하는 좋은 사람이다. 서소문 #한성식당 곱창전골 푸짐했다. 노포가 점심 때 한가하다니 젊은 직딩들은 입맛이 다르구나.


능력자 그는 3월 중순 어느날 이메일을 썼고, 햇빛 좋은 그 나라의 오래된 대학은 기꺼이 그를 1년간 초청했단다. 진심 부럽고, 이럴 때 영어 안되는게 안타깝다. 부디 잘 쉬고 충전하시길. 사실 충전은 N에게 더 필요한데 몸이 먼저라네. 많이 지친 당신에게 별 도움이 안되다니.. #에피세리꼴라주 오리콩피 맛집이었네.


서울 촌사람이라 파주 출판단지의 멋진 정경에 괜히 설레고. #심학산두부마을 두부보쌈은 고기가 넘 얇아 놀랐지만 퉁퉁장 비벼먹는건 괜찮았다. 뷰가 좋다는 #라플란드 휴일의 티타임. 함께 본 십수년 세월에 더 단단해지고 깊어진 분들과 시덥잖게 사회를 논했다.


22년 상반기 시리즈처럼 이어간 #마냐먹방 마지막은 옛 동료들과 베이징덕과 연태고량주. 언니와 오라버니라고 이제 마음 가는대로 부른다. 그시절 나, 은근 온동네 사랑받는 막내였구나. 우리끼리 떠들 수 있어 좋구나. 맘맞는 이만 있다면 외롭지 않다는걸 굳이 확인하시다니 고생하셨슴다. 신사동 #왕스덕 닭으로 우뚝 선 하림 빌딩도 화려하더니 방이 무척 호사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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