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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냐 정혜승 Dec 28. 2022

<2022년> 마냐 밥상

넘 잘 해먹었다. 올해도. 

넘 진심이었다. 신년엔 좀 자제를 하고 싶은데, 잘 모르겠다. 


<먹는다> 주부놀이, 이 정도는 기본이죠 (2013 여름~2015 여름)

<2015년 가을과 겨울> 밥상 일기

추석 밥상과 여자들

<2015년 여름> 밥상 일기

<2016년 1~6월> 밥상 일기

<2016 7~12밥상 일기
<2017밥상 일기
<2018먹방 일기 + 밥상 일기
<2019밥상 일기>
<2020 1~6밥상 일기집밥 정선생 놀이
<2020 7~12마냐밥상

<2021년> 마냐밥상 


“도대체 서비스 해지는 어떻게 하는거야.”

한 때 온 가족이 함께 썼던 월 유료구독 서비스를 옆지기가 새해 기념 정리하기로. 이미 유사한 다른 서비스로 습관이 바뀌었거든요. 옆지기 계정에 기생하다가 이용량 많은 둘째가 먼저 독립했고, 저도 다른 서비스 구독해서 별 문제 없었어요. 그런데 별 문제는 해지 자체. 해지 UX가 가입보다 보통 불편하잖아요. 옆지기가 그래봐야 1~2분이지만 헤매자 첫째가 나섰습니다. 어차피 아빠 계정으로 로그인되어 있으니 자기가 하겠다고요. 해지에 30초도 안 걸렸어요.


“요즘엔 드라마 뿐 아니라 광고도 어려워서 뭔지 모르겠더라” 시아버님 하소연입니다. 마침 새 핀테크 CF가 나오던 중이었죠. 옆지기는 “원래 광고는 호기심을 위해 애매한 경우도 있어 다들 잘 모를 것”이라 쿨하게 넘겼습니다. 그 다음 광고는 숨고. 저건 지식인 같은 거냐는 첫째 질문에 “필라쌤부터 경리 직원까지 전문성 있는 사람 찾아주는 거”라고 제가 답하면서, 아 안 써봤으면 모르는게 당연하구나 싶었어요. 요즘 디지털 서비스는 과거엔 없었으니 다 낯선거죠. 아버님은 숨고는 물론 지식인도 안써보셨을텐데 말입니다.


친정 부모님께 뒤늦게 넷플릭스 연결해드렸어요. 지난번 방문 때 인터넷 선이 없다는걸 발견해서 그거 구해갔죠. 계정부터 새로 설정하는 건 둘째와 조카가 해결. 시댁에는 hdmi 케이블이 필요해서 챙겨갔고요. 넷플릭스에 유튜브에 온갖 설정 복잡한 스마트한 TV 덕에 어른들은 자식들에게 기대게 되네요. AI가 뭐든 다 해줄 것 같은 시대인데 왜 점점 어려운 걸까요. 호기심 덕분에, 혹은 FOMO 탓에 제페토도 깔아보지만 왜 재미있는지 잘 모르겠어요. 가끔 새 서비스에 이렇게 툴툴대면 "네가 타겟이 아니라서 그래" 라는 말을 듣는데요. 유쾌하지는 않아요.


새해 첫날 잘먹고 이런 단상이라니. 전날 pcr검사 받느라 이번엔 며느리 노동 면제. 결국 음성 확인했으니 새해 운이 좋은걸까요? 시엄니 조기찜에 빨강초록노랑 고명 올라가지 않은건 처음 봐요.. 엄마는 갈비찜, 잡채, 들깨탕을 하셨던데 수삼 올린 샐러드가 인기 없다는걸 이해못하심..동생이 사온 훈제삼겹살과 전까지 이번 설은 진짜 무노동과식. #마냐밥상 아님


연휴 마지막날 저녁엔 아들과 둘이 오붓하게 고등어볶음밥. 혼밥인줄 알고 암생각 없다가 아들 외출이 취소됐다는 소식에 30분 요리. 대파마늘 기본에 당근과 브로콜리 심지를 다졌고. 대충 고등어 구우면서 옆에 볶기 시작. 팬 한구석에 간장액젓매실청 각 한숟가락 부어 바글 끓이다 뒤적. 갓 지은 밥 넣고 마지막에 참기름. 당연히 맛있습니다..


연휴 시작할 땐 찬밥 한 공기 남은 걸로 김밥 네 줄. 계란과 당근 시금치만 넣고 키토김밥이라 우겼어요. 밥이 워낙 적어서 모양도 별로고 옆구리 터졌다고 핑계댈 수 있어 좋아요. 김밥 마는 걸 목격한 옆지기는 라면을 끓였...


어느 주말에 시도한 월남쌈은 순전히 양배추 처리용. 파프리카는 비싸서 노랑 하나만 사고 당근과 양파 약간, 맛살과 불고기. 온가족 다욧 식단이라 종종 해야지 싶지만 거의 연례행사급 메뉴.


동생이 선물해준 두부프레스도 요즘 최애템. 두부를 눌러 물기를 빼면 그릭요거트 삘은 아니지만 하여간에 괜히 더 고소하고 맛난 느낌. 그렇게 물기 뺀 두부 들기름에 구우면서 스팸은 왜 구웠을까만. 굴시금치 볶음까지 딱 저것만 먹으면 역시 키토식.


남편이 해고됐을 때, 다행이라는 덕담을 건넸다. 사약을 받거나 유배를 가지 않았다. 가족들이 노비가 되지도 않았다. 내 편이 아닌 이들을 그런 식으로 처리한 시절은 끝났다. 권력을 총칼로 얻던 과거는 지났다. 민주주의 세상이라 얼마나 다행인가.

(물론 해고는 나빴다. 그 좋은 민주주의 세상인데 언론 독립과 자유를 보장하지 않았으니. 내가 낸 세금으로 국정원이 언론인 사찰이나 하고)


민주주의라니, 좋은 세상이다. 민주주의는 "우리에게 동의하지 않을 권리를 부여하고, 창조적 갈등의 에너지를 긍정적인 사회 변화의 힘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고안된 것"이라고 파커 파머는 썼다. 아무리 대화해도 합의에 이를 수 없는 이가 좌파와 우파에 각각 15~20%. 뒤집어보면 차이를 넘어 배우고 대화할 수 있는 이가 60~70%.


새 리더가 그 60~70%의 목소리에 귀기울일까? 당연히 제각각 다른 목소리일테니 토론이 필요할테고, 끝내 조금이라도 나은 방향으로 갈텐데? 문득 우리가 토론하는 사회였던가, 회의가 들지만 그래도 해야지. 그게 민주주의니까. 불현듯 박근혜 당선자의 첫 연설 키워드도 '통합'이었던 기억이 떠오르지만..역사에서 배운게 있겠지.


셀프해장을 위해 진한 멸치육수의 잔치국수를 준비하고, 달래무침에 곁들이기 위해 고기를 구웠다. 누군가는 긴장 탓 폭식이라 하겠지만, 든든히 먹고 투표소로 가족나들이. 대충 나선 나와 달리 딸은 옷 색깔까지 신경썼다. 딸은 이번 투표에 누구보다 절박했다. 어떤 공약들에 분노했고, 공포를 느낀다고 했다. 절반의 국민을 불안하게 만드는 건, 혐오로 갈라쳐서 전선을 긋는 건 선거기간으로 족하다. 이제 정치적 견해가 다르다는 이유로 목숨을 잃지 않는 정도로는 다행이라 할 수 없다. 한국은 어느새 민주주의 강국. 선거가 끝이 아니라 통합의 시작이 되는 민주주의를 보고 싶긴 한데. 우리가 그 정도 수준까지 온 건지 궁금하다. #마냐밥상 포스팅임.


한동안 사라졌던 요리 욕구가 살살 차오르고 있어요. #먹고_기도하고_사랑하라 10년쯤 전 아주 좋았던 책이 떠오르네요. 영화도 괜찮은데, 좋은 음식과 좋은 사람들이 있으면 사람은 다시 일어나게 마련입니다. 잘 먹고 체력이나 키우자 해놓고, 잘 먹는 것에만 집중하는게 문제일 뿐.


양파를 갈색으로 볶아 단맛 내고(카라멜라이즈) 만드는게 O선배 비법이라길래 함박과 라자냐 시도. 소 돼지 다짐육 각1팩+넉넉히 다져서 볶은양파가 메인. 냉장고 원로가 되어버린 불독소스와 소금후추마늘 정도 추가해 함박 빚고 남은건 라자냐로. 볶다가 토마토소스 넣고 끓이면 끝. 라자냐 면을 4분 삶은뒤 면-소스-치즈를 3층으로. 1층에만 야매 베사멜소스(버터밀가루우유소금) 먼저 깔고 소스 얹었어요.

첫번째는 오븐에 20분 굽다가 태웠고, 2차 시도 15분 안 넘겼어요. 맛은 묻지마세요. 팔고 싶을 지경인데 정말 가끔 할겁니다. 칼로리폭탄이라.


함박 반죽은 빚자마자 오븐에 초벌 구워 냉동. 라자냐용은 그냥 냉동.

찬밥으로 볶음밥 하면서 얼려둔 함박 두 덩이 데워 엄마 외출나갈 때 애들 점심.

또 역시 찬밥은 쫑쫑 썬 미나리로 볶아서 고기 올리면 그럴싸하죠. 요즘 두부구이, 순두부찌개에 꽂혀서 경지에..


모델인 O선배 표 라자냐와 함박은 친구네 집에서. 진짜 훌륭했죠. 저는 기운 없을 때라 친구집 가는 길에 시금치와 베이컨 사다가 휙 볶아 한 접시. 분홍소세지 계란 적셔 부쳤어요. 다정한 수다의 힘이 중요할 뿐입니다.


성질 급한 나는 요리도 후딱 한다. 재료 손질과 동시에 가스레인지에 불을 켜고 프라이팬을 달군다. 마음이 더 바쁜 워킹맘 시절 늘 그랬다. 와중에 공들이는 음식이 닭곰탕. 토종닭을 골라 꼼꼼하게 지방을 제거한다. 꽁지와 목의 덩어리 지방 외에 몸 곳곳에 지방을 가위로 잘라낸다. 삼계탕 부속 재료와 대파마늘, 1시간을 끓인다. 끓이면서 기름을 떠내고, 살만 발라내어 다시 강불로 마무리. 일주일 전 닭곰탕 하면서 제육볶음, 마약계란, 오징어채볶음을 준비. 증세 나타나자마자 피난간 가족에게 테라플루, 스트렙실과 함께 배달했다. 나름 정성 인증 맞다.


그가 격리를 마치고 돌아온 날 밥상은 멸치다시마육수 진하게 낸 배추된장국과 새콤달콤 섬초무침. 시들어가는 토마토는 데친후 껍질벗겨 메이플시럽발사믹올리브유 퐁당. 애들이 먹다남은 갈비찜엔 야채만 남았길래 물기뺀 두부 추가.

집콕 주간이라 돼지목살 구우며 미나리도 함께 올려보고.

4000원대 냉이 대신 1980원 참나물 한 봉으로 생으로도 무치고, 데쳐서 된장에도 무치고. 봄은 밥상에서 느껴야지.


내 목이 아프던 날, 호로록 먹고 싶어 진한 쇠고기미역국을 끓였고, 코다리조림에 도전했는데 매콤달큰하게 졸인 무가 너무 맛나서 자뻑. 두부프레스로 쫀쫀해진 두부는 들기름에 버섯과 볶아도 좋다.


뼈 없는 닭다리 살로 찜닭 할 때 포인트는 넙적한 당면. 짭조름한 감자와 무도 좋지만 다들 당면 러버.

토요일 점심은 육식파 아들과 둘이 쇠고기야채볶음. 저녁엔 비육식파 남편과 딸에게 연어구이와 야채 볶음


그분이 꼬리곰탕에 직접 후추를 뿌렸다는 뉴스, 그분이 식사길 시민과 소통하는 민생행보에, 관계자들과 스킨십 높이고, 맛집탐방까지 일석삼조 윤슐랭 행보를 보인다는 뉴스, 그분이 '엄지척을 들어올리며 덩실덩실 춤추는 고양이와 체리 이모티콘을' 쓴다는 뉴스, '살이 뽀얀' 그분을 목욕탕에서 목격한 뉴스 등 뉴스가 마냥 놀라운 시대. 뉴스가 아니라서 다행인 #마냐밥상 기록이다.



'통합'에 대한 기대가 배신당하는데 딱 5일 걸렸다. 2012년 당선인은 국민 통합을 먼저 얘기했다. 나라만 생각한다는 이라 믿어보기로 했다. 5일 뒤 대변인을 발표했다. 크리스마스 선물치고 잔혹했다. 내가 무척 잘 아는 이였다. 윤그랩이라 불리는 그 분 맞다. 사람 쓰는 건 쓰는 사람도 보여준다. 새 정부에 대한 기대 대신 공포가 밀려왔다. 정신과전문의 H쌤에게 물었다. 너무 무섭다고, 5년을 어떻게 버텨야할지 모르겠다고, 어쩌면 좋냐고. H쌤은 단 한 글자의 답을 보내왔다. 전문의 답지 않은 답. 그러나 정말 유용했던 답.


나는 사람에 집중하는 사람이다. 사람에게 상처받고 사람에게 힘을 얻는다. 약속을 거의 안잡은 작년말 한두달은 돌아보니 그만큼 힘들었던 시기. 1월 중순부터 다시 사람을 만나기 시작했다. 충전이 아주아주아주 많이 필요하다고 포스팅했더니 밥 먹자는 연락이 이어졌다. 혼자 쉬는 것도 생각했지만 그냥 마음 가는대로 하기로 했다. 현재 4월은 다 찼고, 5월에 저녁 빈 날이 열하루 남았다. 4월 중순부터 매주 목요일 저녁 강연 일정이 잡힌 것도 있지만 고마운 일이다. 인복 많은 인간이다.


셋이 모였다. V은 생선조림과 부추전, 불고기떡복이를 준비했다. 끝내 맞추지 못한 생선의 정체는 제주도 지인이 직접 잡았다는 쥐치. 달았다. J은 고퀄 김떡튀순을 가져왔다. 고기순대를 살짝 볶아 스리라차 소스를 곁들였더니 별미. 나는 잡채를 가져갔다. 셋이서 8시간 가까이 10인분 해치운 비결은 알콜.

"전 요즘 프로즌 마가리타가 그렇게 마시고 싶네요. 넷플릭스에서 스위트 매그놀리아라는 미드 보는데 거기 여자 셋이 매일 믹서기를 갈아요 ㅎㅎ"

J의 한 마디에  V가 준비했다. 데낄라와 트리플섹(?) 라임쥬스와 얼음. 잔 테두리에 묻힐 핑크소금까지. 마가리타는 술술 들어가는 무서운 칵테일이란거 처음 알았다. 스위트 매그놀리아의 여자들은 우리만큼 마시지 않았던듯. #마냐친구밥상 포스팅이다. 2012년 두려움에 막막해하던 나에게 H쌤이 준 한 글자는 '술'이다.


내 안의 나에게 귀 기울여야 할 시기라는데, 요즘 나를 들여다보면 식탐만 두드러진다. 그러려니 하는 날들이다. 밥상 차릴 힘도 없다고 징징대는 것보다 낫지. 사소한 즐거움을 때때로 챙겨야 오래 간다. 복잡한 일로 뇌를 돌리려면, 단순한 일로 에너지를 순환시키며 균형을 잡아야 한다. 뭐래니..

급기야 간장게장에 도전했다. 인어교주해적단 할인광고에 또 당했다. 냉동이면 어떤가. 다리 떨어진 몽당이면 어떤가. 알배기 암꽃게 2kg 45,900원. 어지간한 식당 1인분 가격에 열두마리를 얻고 의기양양. 전용 간장을 넘 적게 주문한 탓에 결국 황금레시피를 검색해 간장3컵 소주사이다 각1컵1 설탕 1/2컵  끓여 식히고, 고추 생강 마늘 레몬 투척. 생각보다 간단했고, 맛은 훌륭했다. 식당처럼 예쁘게 차리는 건 실패. 내가 그것까지 잘하면 좀 사기 아닐까.

메이커스 제주 농가돕기로 무 8kg 7개를 8,600원에 구매. 깍두기 야심 불구, 시엄니께 좀 나눴더니 생채와 숙채로 다 해치울 판이다.

단백질 집중하는 둘째를 위해 수육. 무생채에 시엄니 겉절이, 묵은지는 씻어서 들기름에 익혔다. 두툼 목살을 두툼 버섯과 버터에 구웠다.

치아바타 베이킹 배울까 했는데 냉동 10개에 6,980원? 에프에 구워 치아바타 샌드위치들. 마요네즈와 머스터드를 슥슥 바른뒤 먹다남은 불고기에 치즈 올리거나, 햄치즈토마토에 루꼴라 듬뿍. 이거 팔고 싶을 지경.  

건강식 집중해야할 옆지기에겐 2주 연속 청포묵 무침. 미나리 데치고 지단 채썰고 고기 약간에 김. 참기름과 소금으로 단순하게 낸 맛에 흡족하다. 들기름 막국수, 잡채밥, 오징어덮밥, 배추된장지짐.. #마냐밥상

원래 주말에만 차리던걸 평일에 둘째 핑계대고 열일 중. 한 끼도 소홀하지 않는 나를 칭찬해야 하는데, 다이어트 운운하지나 말아야지.. 먹는 낙으로 살면서 날씬하길 바라지 않을 정도로 내가 겸손하다.


해장했으면 하는날 모처럼 아들도 그렇다니. 점심 메뉴로 준비한 가지찜을 온가족이 아점으로 국물 넉넉히 한 조각씩 해치웠다. 소소한풍경 스타일로 시도. 멸치액젓에 고춧가루만 더했지만 푹 익힌 가지의 풍미가 더해져 국물이 끝내준다. 다진고기 속이 많이 남아서 완자 마냥 넣었더니 당연히 맛있다. 4980원 다짐육 절반에 가지까지 총 재료비가 6000원쯤 되려나. 다들 신기해하며 맛있단다. 흐뭇한 맛이다.


이미아님께 댓글>

- 가지 껍질을 감자처럼 벗긴뒤, 전 4등분. 오이소박이 마냥 십자 칼집 냈고요

- 돼지고기 다짐육+파마늘소금후추 치댄뒤 억지로(?) 가지 십자틈에 넣고

- 물붓고 끓였어요. 벗긴 가지껍질 아까워서 넣었더니 색깔은 거무튀튀하지만 괜찮고요. 대파 넉넉히+마늘 추가.

- 액젓 4숟가락. 막판에 고춧가루 1숟가락. 40분은 끓여야 가지 맛이 충분히 국물에 우러나고 살캉 녹는다고 하여 그리 했어요.

- 한식당 소소한풍경 원본과 다른건 완자 추가. 가지에 생각보다 소가 조금 들어가는 바람에ㅎㅎ


재료가 남으면 어떻게든 쓴다. 가지찜하고 남은 남은 소는 양배추롤로. 일욜 점심으로 만두 추가해서 한그릇 씩.

양배추롤 준비하다가 양배추 찐게 남은건 드디어 키토김밥. 밥 대신 양배추로 쌌다. 죄책감을 줄여주는 맛.

애호박은 팬에 살캉하게 익혀 양념장에 무쳤다. 고소한 참나물에 묵무침, 순두부찌개, 청란 프라이, 들기름에 쪄낸 김치찜..신경쓴 #마냐밥상. 마음 가는대로 응원밥상이다.


#소뿔농장 루꼴라 부자로서 방울토마토, 닭가슴살, 물기 뺀 꾸덕한 두부 등 토핑 바꿔가며 신났던 4월. 루꼴라 특유의 고소한 풍미가 좋아서 딱 소금후추 올리브오일만 더했다.

1시간 푹 고으는 닭곰탕에서 가슴살만 따로 샐러드하니 뭔가 요리 하나로 두탕 해치운 기분. 조삼모사다.

치아바타 에프에 굽고 마요네즈 겨자 듬뿍 발라 햄치즈에 루꼴라 플렉스 샌드위치는 실패할 수가 없다.


쪽갈비와 립의 차이는 뭐람. 2.5만원에 1kg. 두툼하게 살 많은 12조각 나온다. 월계수 잎이 함께 와서 먹다남은 포도주도 좀 넣어 1차로 삶고, 소스 발라 오븐에 구우면 거의 완벽. 단번에 성공하다니..음.


더할나위 없이 유쾌했던 티타임을 마치고 2차 어디갈까 하다 우리집이라니. 알고보니 옆지기가 궁금했던 Y님. 손님들 거실에 10분만 기다리라 하고 휘리릭 차려낸 마냐안주상. 햄 치즈 올리브 비스켓 아몬드가 마침 다 있던 날. 두부 샐러드까지 흠흠.


엄마는 외할머니에게 제발 그냥 시켜먹자고 하면서 정작 본인은 왜 직접 차리는거냐. 딸의 지적은 타당하다.


하지만 모처럼 엄마아빠 동생네 다 모인 날이라 10인분 #마냐밥상. 전복 10마리는 술찜. 다시마 깔고 얇은 무로 덮어 소주 넣고 1시간. 청주가 향긋했겠지만 마침 요리에 쓰다만 소주가 있었다. 전복내장은 따로 갈아 간장맛술버터에 볶았다. 남은 전복 5마리는 오징어 양배추버섯파프리카와 파마늘 맛간장굴소스에 버터볶음. 쪽갈비는 핏물빼고 시어버린 와인 부어 소금,월계수잎과 1시간 삶고. 갈비양념해 오븐과 에프 총동원해 구웠다. 샐러드 토핑은 방토와 물뺀 프레스 두부. 큰 접시 10개에 나누는 것도 일이더라. 비장의 야심작은 멍게젓비빔밥. 얼마전 반찬도 파는 식당에서 작은병 2만원에 득템. 딱 세 그릇으로. 갓지은 밥에 식당쥔장 조언대로 얇게 썬 양파 쪼금, 상추 왕창. 멍게젓 얹고 참기름 휘릭. 안타깝게도 아이들은 이 맛을 모른다. 동생 말로는 어릴적 부산 외할머니 덕분에 우리가 멍게 성게 좋아하게 됐다는데. 어쩌면 어른의 맛. 초딩 입맛들 같으니라고. 멍게 사다가 달래 양념장해서 무치면 쉽다는데 동생이나 나나 집안에 먹는 이가 혼자인 건 잘 안 산다..

큰 접시 보면서 양 부족한거 아니냐 묻길래 나 손 큰 여자다, 염려 말라고 한건 비빔밥까지 염두에 둔건데 인기가 없었고.. 대신 동생이 코슷코에서 사온 연어 한 판, 두 접시 가득 냈는데 깨끗하게 비웠다. 멍게젓도 못먹는 애들이 어째 연어 킬러다.


오전부터 쉬지 않고 움직인 내게 옆지기가 잘 먹었으니 남산 가잔다. 당신은 한게 없구나. 난 뻗기로 했다. 쉬어야 한다. 내일은 시엄니네 간다. 가지찜만 해서 가져갈까, 쪽갈비 또 할까, 제주농가돕기 무를 또 주문한 탓에 무생채숙채 좀 해갈까 머릿속은 이미 분주하다. 밥상 기획부터 아이템 선정, 식재료 구입(할인행사 덕에 종종 이게 첫순서) 재료 손질, 요리, 상차림까지. 당신이 자랑하는 설거지 외에 일이 많다는걸 알리 없지. 어버이날 주간 주말은 정말이지… 꽃단장 따위 할 여력이 없어 부시시. 셀카 모드 렌즈도 안 닦았구나..


생각된다, 확인된다, 판단된다, 예상된다….

’된다'는 틀린 말이란다. 우리말에 없던 말. 일제 강점기 일본어를 번역하는 과정에서, 이후 영어의 수동태 표현까지 더해져 익숙해졌을 뿐이다.


얘기를 꺼낸 K님은 스스로 부끄러워했다. 기자 시절 그렇게 썼단다. 나도 그랬다. 툭하면 썼다. 전망된다, 지적이다, 주장이다.. 누군가를 인용하는 척, 몇 사람에게 듣고서 한 방향으로 몰았다. 그래도 자작은 없었.. 논란이다, 파문이 예상된다는 엇갈린 주장을 나란히 소개하는 걸로 면피할 때 편했다.


제발 '된다'고 하지 마세요

선생님이 호소했다. “이런 말법이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스며들 때 특히 위험”하다고, “자아를 형성하고 스스로 생각의 주체가 되어야 하는 시기에 오히려 정반대의 생각을 갖고 주체가 빠진 말과 글을 쓰는 것이 습관처럼 굳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기자가 ‘된다'를 안 쓰는 법은 간단하다. 말했다, 밝혔다, 취재원을 정확하게 밝히면 된다. 업계에 따르면, 네티즌에 따르면 대신 취재를 더 빡세게 하면 된다. 내가 그걸 잘 못했다. 높은신 취재원 보호한답시고 관계자를 인용하며 함부로 전망된다고 했다. 인용 못할 취재원에게 한 마디 들었으면, 인용할 수 있는 취재원을 찾아다녔어야 했는데 게을렀다. 충분히 취재하고, 칼럼의 경우, 생각한다, 판단한다, 예상한다고 주어를 밝히면 된다.


K님은 기자를 그만둔 이후, 더 훌륭한 글쟁이. 저 벽돌책에 빽빽하게 붙여둔 포스트잇 앞에서 켜켜이 애쓴 시간을 느꼈다. 누구도 다 읽지는 않았을 거라며 호기롭게 책을 빼어들었다가 당황했다. 세상엔 이런 분도 있다. 모처럼 예쁜 동생들(이라고 하지만, 이쯤되면 다 친구지) 다 불러 한 상 차려주셨다. 거실에서 화창한 봄날의 뷰를 감상하다 야경까지. 달까지 대기시켜 휘영청 밝았다. L은 꽃을 준비했고, 나는 술만 가져가려다, 와인샵 자잘자잘 아이들을 쓸어담아 가져갔다. 그 중 살라미 스틱에 붙은 설명이 웃겼다. ‘개 사료 아님'. #마냐친구밥상 #마냐먹방


옛날옛적 옆지기가 구애하며 줬던 목걸이를 딸에게 넘겼다. 생일선물이다. 좋아하는 딸을 보는게 내게도 선물. 미역국은 한 시간 이상 푹 끓였고, 가자미는 딜 허브에 재워 오븐에 초벌구이. 전복은 하얗게 솔질 후 이빨은 떼어버리고, 내장은 조심스럽게 분리하고 격자 칼집까지. 버섯마늘내장부터 소금 버터에 투입후 전복은 마지막에 야들야들 살짝 볶았다. 다진 파를 버터에 볶다가 바질페스토.. 버터에 다시 구운 가자미 위에 올렸다. 올리브와 케이퍼를 다져 올렸던 미트로컬 가자미구이 흉내내면서 파를 썼는데 낫배드. 냉동과 생물의 차이는 어쩔 수 없고.. 샐러드와 닭찜, 배달 회로 한 상 차렸다. 며칠전에 담은 오이지도 성공. 시어른들도 오셔서 오랜만에 불살랐던 #마냐밥상


톡딜로 26,900원 저렴하게 구입한 해신탕 밀키트는 닭, 능이버섯, 전복, 새우, 문어까지 훌륭. 양가 어른들에게 배송하고 우리도 한 솥 끓여 아직 남았다.


그리스 샐러드에 반해서 맨날 비슷하게 시도한다. 온갖 야채에 올리브유, 발사믹, 소금후추. 올리브 다진 토핑이 있으면 굿.


#소뿔농장 채소 꾸러미는 여름에 가장 풍성하다. 새우젓 한숟가락만 넣어 뭉근하게 익힌 호박, 가지나물, 통으로 쪄낸 양배추가 달다. 꾸러미 도착한 날 만난 온니들에게 채소나눔까지 하니 뿌듯하고

달걀지단, 무채, 팽이버섯 볶음, 배추 등 토핑에 신경 좀 쓴 비빔국수

돼지고기와 가지를 간장액젓에 볶다가 불린 쌀 넣고 가지솥밥. 이런 날은 탄수화물 자제 불가.


하늘 맑은 가을날 온니들과 벼르던 당일 기차여행. 소나무 숲에서..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어쩌다보니 유기농 대파 두 단씩 들고 돌아온 우리. 기차에서 맑은 파개장, 대파찜, 대파수육 등 대파 요리법을 공유하고, 난 일단 장아찌부터 담았다. 반칙이지만 ㅇㄸㄱ 장아찌 소스가 있길래 쫑쫑 썰어..하룻밤만에 맛이 괜찮다. 새벽에 깨서 해동한 쇠고기와 파를 참기름에 볶다가 1시간 푹 끓여 액젓 소금으로 간한 파개장도 맘에 든다. 이렇게 장아찌와 파개장으로 일단 한 단 해치웠고..파를 어슷썰어 냉동실 오징어 다리 넣어 파전. K온니 추천으로 들고온 복순도가 탄산 막걸리까지 궁합이 좋다. 온니는 파김치를 담았고, 또다른 온니는 쌀가루 들깨가루 무쳐 대파찜.. 다들 파파파파파잔치.


채소 반찬에 꽂힌 와중에 #소뿔농장 꾸러미가 제주서 돌아온 아침에 도착해 마침 채소부자. 식당서 배워온 가지찜부터 더한 #마냐밥상. 식당 쥔장께서 멸치육수를 액젓과 같이 달여서 간하셨다는데 그건 못하고 그냥 쪄서 액젓참기름에 무쳤다. 실한 애호박에 새우젓 한숟가락 더해 찌고.. 와중에 군산 친환경 생금들 찰보리와 외장아찌를 보내주신 다정한 A님. 술지게미, 주박을 걷어내고 씻은 장아찌는 쫑쫑 썰어 입맛을 돋우고..마침내 보리 샐러드 도전. 따로 삶아 식힌 뒤 온갖 채소와 버물버물. 이건 내 취향이다.


"대파가 5000원을 넘겼어. 장난 아니야."

아침부터 동네 슈퍼 아저씨의 목소리가 커졌다. 동료들에게 푸념하는 소리인데 손님인 내 가슴이 철렁했다. 가격표를 보니 대파는 현재 3300원. 오후 쯤에는 새로 들어온 가격이 반영되겠지. (와중에 대파 집에 쫌 남았다고 사지 않은걸 후회한다..흑)


버섯전골을 끓이려고 배추를 들여다보는데..크기도 작은 알배기 배추가 5000원이다. 역시 화들짝 놀라 포기했다. 다행히 얼갈이가 1000원이라 그걸로 대체. 무려 중국산 양상추가 5700원, 무도 5400원이다. 지난번 제주 농가 돕는다고 하나에 1000원꼴로 샀는데ㅠ 보통 1000~2000원쯤 수준이던 애호박과 오이2개가 3000원을 훌쩍 넘겼다. 고기와 같이 볶을 야채를 고르다가 2500원 돌미나리로 결정. 물가가 메뉴를 정한다.


장바구니 물가란건 정말 장보면서 놀라는 지표다. 요즘 다시 ㅇ마트 불매 신경쓰는데, 거긴 오이 3개에 5980원이다. 울 동네 재래시장의 슈퍼가 야채는 더 저렴한 편인데 오늘 장보기는 심장에 해로웠다.


가끔 술값은 저 10배도 척척 쓰는 인간이라 부끄럽지만, 장보기 정체성은 주부인지라 나도 다른 이들처럼 알뜰하다. 모두 그렇듯 한숨이 푹푹 나온다. 더구나 태풍이니, 당분간 쉽지 않겠다. 각자도생의 시절이니 정신 바짝 차리라 했다지만 장보기마저 이럴 일인가. 물가만큼 월급이 인상되면 좋겠지만 요즘 뭐라더라? 7.4% 요구에 1.7% 인상하기로 했다는 공무원은 그렇다치고.. 법인세 줄여주면 회사원 임금은 오를려나..


고기와 미나리를 볶고, 버섯전골을 끓여 둘째에게 아침 상납. 울 집에서 아침을 제대로 드시는 단 한 분을 위해 엄마가 이렇게 생각이 많단다. #마냐밥상


며느리노동절인 명절 감흥은 없는 편인데.. 처음으로 전을 부치지 않고 샀다. 마침내? 성균관조차 전 부치지 말라, 몸 사리는 시절에 와서야 뒷북이다. 전날 오후 공덕시장은 전을 사려는 이들로 북새통이었다. 생각보다 비쌌고 줄 선 시간이 전 부치는 시간만큼 아깝긴 했다.


전날 시엄니와 함께 하던 노동도 처음 생략했다. 집에서 혼자 갈비 기름 떼고, 칼집 넣고, 핏물 뺀뒤 오래 푹 고왔다. 하룻밤 냉장고에서 굳은 기름을 걷어내면 끝. 굴비는 꼬리 지느러미 떼고 비늘 벗겨 준비했고, 준비와 조리에 10분 걸리는 미나리고기볶음 재료도 챙겨서 아침 일찍 출동했다. 시엄니는 토란국을 끓이고 꽃게찜을 하셨다. 차례상 아니라도 상다리 휘어져라 차리는 시엄니의 명절 리추얼은 팔순 넘겨 봄에 고관절 골절 수술까지 하신 뒤에야 바뀐 셈이다.


오랜 명절 풍경을 버틴건 고약한 범생이 DNA 탓이다. 내가 왜 그랬나 몰라.. 여전히 왜 그러나 몰라.


공덕시장 전의 절반은 친정에서 저녁 밥상으로. 근데 동생이 직접 부쳐온 전이 더 맛있다.. 시장에서 줄서면서 내년엔 그냥 다시 부치고 말지, 흔들렸는데 아이고.. 사실 일이 힘든게 아니라, 며느리만 부려먹는 전통의 상징이라 내키지 않는거지. 요리 즐기는 이로서 마음은 안 가는데 손만 쓱쓱 나간다고 할까. 친정 명절 밥상엔 사실 코스트코 연어가 가장 인기다. 울 애들과 조카들 입맛은 또 사뭇 다르다. 뭐든 덜 힘쓰는 방향으로 #마냐명절밥상


대화 주제도 달라졌다. 웹소설 '화산귀환'에 나와 딸이 각각 돈을 쏟고 있다는데 기막혔는데, 여동생과 조카도 그렇단다. 이러니 화산귀환 매출이 300억을 넘겼지. 조카와 딸이 엄마들 보라며 '슬기로운 문명생활',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패왕의 별', '내 아버지의 아들을 찾아서'를 권해줬다. 선배가 '광마회귀' 보라고 했는데.. 와.. 책도 뉴스도 안 팔리는데, 세대를 뛰어넘어 남녀노소 다 돈쓰는 시장은 따로 있다. 선배 강추로 '환혼' 시작해 시간 없는데, 읽고보고놀게 넘친다. 불평등 공정 책도 쌓여있는데ㅎㅎ 이래서야 원.

구름에 숨은 달도 밝다. 까미 눈도 크게 빛나는 밤이다. 다들 평온하고 행복하시길.


생선찜, 셀프감탄.. 지리산에서 고구마 한 박스 직접 갖고 오셨다는 분에게 감사하며 고구마전 고구마빵 시도했고, 어묵김밥 말면서 옆구리 터진게 멀쩡한 것보다 많다는데 한숨. 채소부자 샐러드와 뭔가 볶아대는 건 다양하게 변주하고 있다.


찰라의 순간 눈부시게 스스로 태운 불꽃은 금새 어둠으로 돌아간다. 느리게 폭포 마냥 떨어지는 불꽃도 있지만 너무 짧아서 거짓말처럼 더 아름답다.


불꽃놀이는 기원전 2세기 중국에서 시작된 것으로 추정한다. 대나무 줄기를 불에 던지면 대나무 속 공기가 뜨거워지면서 터진게 최초의 천연 폭죽이다. 중국인들은 이 폭죽이 악령을 물리쳐준다 믿었다.

600~900년 무렵 중국의 연금술사가 질산칼륨, 유황, 목탄을 섞어 검은 가루를 만들면서 불꽃놀이는 새로운 시대를 맞았다. 처음엔 대나무 속에 넣다가, 점차 단단한 종이관을 썼다. 13세기에 유럽으로 건너간 불꽃놀이는 15세기 성스러운 축제나 대중적 오락으로 자리잡았다. 성주들은 불꽃으로 성을 밝히는 걸 뿌듯하게 여겼다.

3년 만의 서울 한강 불꽃축제. 80억을 썼다는 19년 행사보다 더 커졌다고. 경찰관, 소방관을 비롯해 행사를 준비하고 대비한 인력만 1만명이다. 그리고 100만명 이상이 나처럼 꿈같은 시간을 보냈겠지. 한강시민공원으로 나가는 길에 사람들의 줄이 저녁 내내 빽뺵하게 이어졌다.


오후 5시 이촌동 S온니 집 앞 버스에서 내릴 때부터 걷기가 힘들 정도로 인파가 많았다. 온니는 끝내주는 테이블을 준비하고 우리를 맞았다. 소국을 꽂은 미니 센터피스, 블랙올리브와 그린 올리브가 조화를 이뤘고, 각자 공수해온 명동 만두와 오징어김밥, 서울역 누들킹 아보카도김밥에 나는 보리샐러드와 쇠고기청경채볶음을 싸들고갔다. 샤인머스켓은 탐스러웠고 온니는 진정 파티 데코의 여왕. #마냐친구밥상 최고다. 노을에 건배하기 시작해 불꽃놀이와 마찬가지로 꿈 같은 시간이었다. 이제 끝났나 싶을 때, 적잖은 수의 보트가 상류로 빠르게 돌아가고 있었다. 이렇게 보트족이 많았던가? 서울 새삼스럽지만 대단한 도시다. 한국, 어느새 10년 전과 또 다르다. 사정은 어디나 다사다난하지만, 모두의 가슴에 희망의 불씨가 남았기를. 가을이었다.


“엄마. 인터넷은 밤새 난리야. 근데 뉴스는 없잖아. 이런건 왜 보도 안해?” 얼마전 아침, 아들은 강릉 일대 폭격? 영상을 내밀었다. 어어어.. 아마 엠바고 아닐까? 훈련한 것 같은데...이런거 숨기긴 어려울거야. 영상도 많잖아...

짐작은 맞았지만 훨씬 심각했구나. 미사일 추락사고 탄두가 군 골프장에, 추진체가 인근 유류저장고에 떨어졌다는 건 8일 만에 공개됐다. 사람들 사는 집에서 불과 몇 백 미터 거리란다.


근데, 난 정말 순진했다. B님이 말했다. "너무 아찔하지 않아요? 미사일 추락? 저게 만약 북한에 떨어졌다면?"


어우어우.... 어우어우...

온갖 소소한 수다로 낄낄대는 와중에 잠시 말문이 막혔다...

찰보리샐러드, 묵무침, 감바스, 돈마호크 구이와 미나리 볶음, 그리고 얼마전 얻은 옥수수로 스프를 끓였던 #마냐밥상. 오랜만에 즐겁게 준비했다. L님은 과카몰리에 소금집 샤퀴테리까지 챙겨오셨고, P는 몇년전 선물해줬던 2단 피치 케잌을 또! 달콤상콤한 시나노 골드 사과.. 공수해오신 꽤 고급진 술들까지. 더할 나위 없이 편안한 저녁인데, 미사일 상상만 잠시 얼음.. 쳇.


"웃는 사진과 무뚝뚝 사진? 둘 다 별로던데?"....."실물보다 못 나왔어"

이런 말 듣고 밥상에 힘 준건 아니고, 원래 응원 내조 기본이지. 가지에 칼집내서 오일굴소스간장조청 발라 180도 20분, 야매 가지구이 강추. 닭곰탕 푹 끓여 가슴살만 따로 발라 오이달래무침 곁들였다. 그가 좋아하는 김치찌개와 시금치무침까지 다이어트 #마냐밥상


역시 야매 싱가폴치킨덮밥 시도. 닭다리만 생강대파 넣고 끓인뒤 얼음물에 식혀 쫄깃하게 살만 발라내고. 오일간장굴소스에 파양파마늘생강 볶아서 소스로 얹었다. 이거 기대 이상이다.


마감세일 5700원 닭, 오랜만에 소금후추간장액젓에 구웠다. 쉬워서 예전에 많이 했는데..

식당에서 먹어본 비빔국수 흉내. 온갖 야채를 국수보다 많이.

농장 꾸러미의 건호박 볶음, 건가지 볶음..반나절 불려서 액젓파마늘에 볶으면 끝. 들기름 둘러봤다. 솔직히 너무 맛있다.


농장 꾸러미에 배추가 있어서 첫 겉절이 도전. 소뿔농장 톡방에서 레서피 얻은대로. 배추 1통에 천일염 150g에 물 뿌려 30분 절였다가 고춧가루10 새우젓4 설탕4 액젓7 다진마늘 2.5 생강조금. 양파 작은거 1개 채져서 버무렸다. 성공. 이건 간이 진했고, 깍두기는 싱거웠다. 이러다 김치 도전할 기세다.


시아버님이 동네 트럭에서 홍게 샀다고 들고오셨다. 정작 옆지기는 김치찌개 계란찜에 더 만족. 아들도 옆지기도 발라먹는걸 귀찮아한다. 잘못 키웠나..


돼지고기 가지 볶다가 솥밥. 굴전. 민어찜까지 저날은 왜 저렇게 힘줬을까. 오래되어 기억도 안나네..


제육볶음은 마감세일 30% 나오면 그냥 주문하는 편. 고기에 양념 재우는데 좀 게을러졌고, 내 노동력까지 감안하면 이편이 가성비 좋다. 콩나물과 함께 볶으니 딱이다.


쉬운 메뉴만 찾다가 카나페. 양파다져 물에 담궈 아린맛 빼고 물기 빼고 참치와..그리고 계란다진거..둘다 마요네즈. 고수와 올리브 토핑. 할만하다.

밥상을 날마다 평생 준비하는 모든 이들을 응원한다. 대충 넘기는 끼니도 있겠지만 보통 일이 아니다. 정성과 횟수는 반비례한다.

……

굴 1kg의 위엄. 꼬양이 보내줬다. 과메기 사양했더니 굴. 언니도, 형부도 여기저기 숨은 응원단이 있다는 거 잊지 말라는 당부. 뭐 이리 다정한게야. 내탓블랙홀에서 벗어나 그저 씩씩하게 잘하는 소식 만으로 배부르지만 굴이라니 도저히 사양할 수 없... 아낌없이 팍팍 넣어 굴솥밥, 딸이 부친 굴전으로 주말 점심 #마냐밥상


지난 주말에도 마트 마감 할인에 집어온 굴로 굴탕면과 굴전. 미리 낸 멸치다시마 육수에다 버섯과 청경채 푹 끓이다 굴까지 넣은 국수라 국물이 끝내줬고 추운 날 딱 좋았다. 지난주엔 굴 500g도 나쁘지 않았는데 앞으론 1kg는 먹어야..


지난주 팟캐스트 녹음 후 친구와 망원시장에 들렸다. 후암시장보다 통인시장, 통인보다 영천시장이라면, 망원시장은 진짜다. 넘 좋잖아. 회에 특별한 관심 없는데 친구의 팁에 따라 1만원 광어회 한 접시 사다가 세비체 도전. 레몬즙 필수라 했지만 없으니까 집의 감식초와 비니거를 썼고, 파프리카와 고수 듬뿍. 소금과 양파 약간. 꽤 그럴싸하다. 딸과 둘이 행복한 저녁이었다.


옆지기를 위한 특식은 배추찜. 망원시장에서 1500원에 사온 노란 알배기 배추 4조각 내어 찌고..이번엔 이연복셰프님 레시피 흉내. 간장 굴소스 설탕 고추기름 식초까지. 이건 건강한 맛이라기엔 진짜 맛있다.


닭다리 레몬구이를 생각하며, 냉장고 귤 처치용 요리. 닭다리 마늘 듬뿍. 브로컬리와 굴까지 오븐에 구웠다. 요즘 다시 마냐밥상은 주말 모드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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