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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마냐 먹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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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냐 정혜승 Dec 31. 2022

<2022 7월~12월> 마냐먹방


<2022년 1~5월> 마냐먹방 치유기  는 내 오랜 먹방 기록 중에 유일하게 대놓고 '치유기'라고 부제가 붙었다. 먹방의 효능이 얼마나 대단한지, 산 증인이 바로 나다. 올해 평일 기준 진짜 많은 이들과 함께 했다. 약속 없었던 날이 손 꼽을 정도였으니, 한 해 받은 사랑이 넘치고 넘쳤다. 이 사랑, 다시 갚으며 살라는 K님 얘기가 콕 남아있다.


6월 한달 여행을 마치고 7월부터 12월까지 다시 먹방. 인친인 N의 어머님께서 "저 선배는 저렇게 먹고 다녀도 괜찮냐"고 물을 정도로 찬란하고 우쭐대는 기록이다. 새해에는 조금 줄어들지 않을까 싶다.


무튼, 이건 기록이니까.  <2021년> 마냐먹방 링크를 타고 들어가면 오랜 기록들이 고구마 줄기처럼 나온다. 다시 보니 여러 추억이 갈래갈래갈래..


22년 7월 첫 먹방도 꽃. 12월 30일 먹방도 꽃이다. 나 진짜 사랑 받았다.




"새끼 코끼리에게 사슬을 채워 키우면, 몇 톤 어른이 되어서도 벗어날 생각을 못해요. 코이의 법칙과 비슷하죠. 코이란 비단잉어는 어항에선 한뼘이지만 강에 풀어놓으면 1m 넘게 자란다고요. 마냐는 여러가지 힘이 있어요. 할 수 있는게 많아요."

A의 응원은 비유도 탁월했지만 구체적이다. 마냐의 글은 직관적인데 흡입력이 있어서 생동감이 있다나. 이런 말 처음 듣는것도 아닐텐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왜 자기 글에 자신감이 없는지 모르겠다며. 이걸 쓰면서도 나는 여전히 쑥쓰럽지만, 잘난 유전자가 아니라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며 칭찬을 쏟아부어 정신이 혼미할 지경이다. 기세좋은 여인들의 연대. A는 꽃을, <다크호스>라는 책을 선물했고, <무지한 스승> 일독을 권했다. 새삼 명리학 공부에도 솔깃하다니, 뽐뿌력은 A가 나보다 낫다. 논현동 #와인북카페 분위기 끝내준다. 와인이 비싼게 아쉽지만 좋은 시간을 사는거라는 쥔장의 유머도 괜찮다.


신동호님 시집 <그림자를 가지러 가야 한다> 출판기념회에 들려서 괜히 들뜬 그날, 안국동 #후스테이블 유쾌하고 귀여운 온니들에게 에너지 듬뿍 얻고, L님이 직접 무친 오이지도 얻고, 저렇게 나이들고 싶다는 로망까지 얻었다.  끝나고 출판기념회 모임에 합류했다가..오랜만에 반가운 얼굴들과 씨게 달렸고.. 덕분에 다음날 #온더보더 모임에서는 산뜻하게 무알콜 레모네이드만 마셨다. 후스테이블이나 온더보더나 잘 먹어놓고 음식 대신 얼굴 사진만 찍다니 #마냐먹방 잊은게냐. 하지만 다들 표정들이 사랑스러워서 어쩔 수 없었다. 이 사진들은 우리끼리만 볼거임. A는 마냐 잘 나온 사진이라며 본인은 모자이크하는 수고까지 해줬으니 공개ㅍㅎㅎ



강남구청역 #봉밀가 평냉에 간만 과식. 메밀전, 만두, 불고기까지 안주의 시간. 귀국 일주일 지나기 전에 P님 얼굴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 좋아서 달려갔는데 한시절 동지 두 K님, 그리고 10여년 만에 멋진 리더로 성장한 그녀가 무척 반가웠다. 한결같이 푸근한 이들과 일신우일신 차세대를 만나는 건 각각 다른 즐거움이다.


책을 잘 안보는 즈음이지만, 책으로 폼잡는 것은 여전히 좋다.

트레바리 강남아지트 2층 라운지가 열렸다. 1층 슈퍼마켙에서 20% 멤버 할인가로 구입해 홀로 낮맥. 저녁에 클럽 앞두고 배운녀자 놀이.


“명상은 마음의 작동을 멈추는 겁니다. 그러면 진실이 보인다죠.”

ㅇㄱ디지털대학 요가 명상 전공자라 설명에 더욱 솔깃했다. 명상은 늘 어렵고 졸렸는데 L님 정리가 좋다. 생각이 많은 인간이라 더 팔랑ㅎ

아이 셋을 키우는 직딩맘 L님은 트레바리 클럽에서 만났다. 독서모임 뿐 아니라 디지털대학에 편입해 요가명상 공부하며 산스크리트어까지 배운 분. 바가바드 기타 라는 힌두 경전 얘기를 하시는데 대체 정체가 뭔지 궁금했다. 본업은 회계와 재무 전문가.. 온갖 재미난 얘기를 넋놓고 들었다. 알고보니 동네 친구라 #만리199 피맥. 피자 스타일이 바뀌어 두툼해졌는데 괜찮다. #마냐먹방


2차를 겸해 도서관을 구경하자는 제안에 별 생각 없이 걸었다. 서울로 끝 만리동에서 모퉁이를 돌았더니 #손기정문화도서관. 동네 주민 자격으로 도서관 운영에 의견 보태고 있는 L님 덕에 심봤다!

몇몇 분들이 애들 공부하는 열람실을 늘리자고 해서, 도서관 본질에 더 집중하자고 했어요. 다들 독서실 대신 카페에서 공부하는데 오하려 더 멋져야 하고요. 손기정 선수 기념 공간이니 체육 책을 늘리자는 얘기도 있었지만 역시 주민들 관심을 더 고려해 알차게 꾸렸죠.”

책 읽고 싶어지는 분위기. 공간은 쾌적하고 예쁘다. 사람도 많지 않은듯. 남산도서관에 가봤다가 열람실 엄숙함에 맞지 않아 관뒀는데 여긴 훨씬 아늑하다! 괜히 책 빌리러 오고 싶은 곳. 아니 뭐라도 해보고 싶거나 그냥 가만히 앉아 있고 싶은 곳이다.

#책당근하실래요? 아이디어도 굿. 알라딘 중고서점에 애들이 엄마책 가끔 팔러가는데 그냥 도서관에 나눔해도 좋겠다.


손기정체육공원엔 수영장, 테니스장, 없는게 없다. 오후 9시 넘어 운동장엔 두 트랙에 각각 걷고 뛰는 주민들이 꽤 보였다. 마당의 나무는 1936년 베를린올림픽 마라톤 우승자인 손 선수가 받아온 묘목을 심었다고. 지중해 나무 월계수가 아니라 대왕참나무 가지로 만든 월계관의 그 나무다. 나무를 심은 손 선수 모교인 양정고등학교는 이사갔지만 체육공원이 된 자리에서 수십년 잘 자랐다. 그 시절 사람들에게 벅찬 감동을 남겼던 흔적이라 그런지 어쩐지 설레이는 나무. 이젠 주민들의 의견을 존중하며 지역 공간으로 사랑받는다.

5.

집으로 가는 길. #서울로 #마냐산책


검사들에겐 두 종류의 사람이 있어요. 수사 대상과 앞으로 수사 대상이 될 사람. 누구든 잡아넣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죠. 검사들을 온갖 요직에 기용하는 거요? 검사들에겐 자기들 빼곤 다 꺠끗하지 않다는 생각이 있어요. 검사 빼곤 다 수사해봤으나, 검사들 수사 경험은 거의 없으니까요.


검찰 수사를 받아보면, 완전히 무너진답니다. 가족이 파탄나고, 개인도 파탄나고. 사람 기억이 완벽하지 않잖아요. 중간에 빈 곳도 있고, 거기 개연성 있는 스토리를 검사가 만들어서 얘기를 먼저 하더래요. 다 듣고보면 그랬나 싶고, 자기 기억이 오히려 헷갈리고. 그럼 문답식 조서에 서명하라고 하는데, 맞는 건지 본인 기억도 엉키는거죠. (가스라이팅이네요)

반드시 변호인과 함께 조사를 받아야 하는데, 여전히 도움 못받는 경우가 많아요. 선진국 중에 검찰 조사 받다가 자살하는 사건이 끊이지 않는 나라 또 있나요?


누구는 자기 폰을 끝내 지켰지만 일반인은 대개 열어준답니다. 수사 대상 앞에 폰 딱 내밀고 온갖 거래처, 친구, 지인에게 검사라고 (협박 압박) 전화를 돌리면, 알아서 폰을 열게 된다고 하더라고요. 요즘은 카톡 뿐 아니라 클라우드에 일정도 다 있잖아요. 본인보다 검사가 더 많이 알아요. 몇월며칠 부부싸움 하시고, 이렇게 하신거 아닙니까? 하면 아니라고 확신하지 못할 정도래요.


고급 일식 먹으며 검사 얘기만 했다. 법없이 산다는 이, 떳떳하다는 이도 다 죽일 수 있다는데, 구체적 얘기는 더 어마어마하지만 이쯤에서 생략 #마냐먹방

 

요즘은 두툼하고 겉만 바삭하게 태운 디트로이트식 피자가 유행이구나. 만리199 피자 스타일 바뀌었네 했더니, 핫한 맛집이라는 이 피자와 닮았다. 다만 상호를 확인않다니 먹방에 소홀해졌ㅠ

피자 먹으며 언어철학을 한다는 청년과 인사했다. 코딩에서 언어를 해체하고 그게 어떤 맥락을 담고 있는지 분석하는데 관심 있다고. 컴공 전공인데 복학해서 철학과 수업도 함께 듣는다는데, 어찌나 논리정연한지, 어찌나 생각 반짝이는지 즐거웠다. 검사들은 끼리끼리 술마시는게 최고라는데, 난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는게 좋아 죽겠다. 아재들끼리 만나면 츄파춥스 음료를 어떻게 마셔보겠나. 예상보다 맛있다.


이 정부가 무엇을 먼저 할까요?

적폐청산이요.

두번째로는요?

적폐청산이요.

그 다음은요?

적폐청산이요.


문제> 이 대사의 시점은 언제일까?

통찰력 있는 S님에게 저런 질문을 던진 이들은 17년과 22년에 같은 대답을 들었다. 탄핵이 요구한 시대정신을 감안해도 조금 슬프다.

점심에 K선배 만담에 취해 언제나처럼 #카페라그린 우아한 점심을 마친뒤 추앙하는 모님 따라 쫄랑쫄랑 계획에 없던 #살롱텍스트북. 정말 우연히 들린 사람들끼리 시그니처 와인인 텍스트북을 낮술로 즐겼다. 이런게 진정 네트워킹이구나. 좋은 술에 울고웃는 이야기가 이어지니 자리가 자리가.. 저녁 마무리는 서촌 #체부동잔치집 국수와 계란말이, 들깨수제비, 김치전. 모님은 언제나 옳다. 고뇌의 날들 덕에 몇달새 살이 쫙 빠지셔서 더 알흠다우시다. 좋은 일은 아니지만, 겪어보니 또 달라지는 시간들이 있다. 그저 옆에 있어드리리. 우리가 뭔가 작당할 일이 술뿐이겠나.


공부한, 신중한 경청자와 대화란게 그런거다. 근데 넘 명료해..음.. 작년 말 영험한 조언을 경험한뒤 K님을 재발견. 시간을 청했다. 이번에도 놀라운 이야기다. 실상 내 마음속에 있는 답을 제3의 시선으로 꺼내는 기분 같다. 공부한, 신중한 경청자와 대화란게 그런거다. 근데 넘 명료해..음..  하고싶은 일을 다 할 수는 없겠지. 좋아하는 일, 잘하는 일 그래도 길은 여럿이다. 서촌 #서산진국집 시인의 추천으로 마침내. 우럭찜 훌륭하다. 게국지는 맛본 걸로 됐다. 감태와 어리굴젓은 역시 내 최애. #퀸즈테라스한옥달 고래다!


건강해진 내 모습에 기뻐한 W. 이탈리아 다 가봤지만 내 여행기가 아침 선물 같았다고, 글 잘쓰더라고 다정한 응원이 넘쳤다. 십수년 현명한 조언자는 상흔을 품고 사는 법도 안다. 그 결정이, 그 시간들이 결코 간단치 않았겠구나 새삼 먹먹했다. 단단하고 평온한 모습은 온갖 전투의 상흔을 갈무리한 내공일까. #피디알 가성비 떨어져도 능력자가 쏠때 가야하는 찐맛집. 라임 풍미 좋은 세비체에 W은 페루의 맛이라고. 양고기 순대도, 트러플 비프 타르타르도 환상적이었다. 바 끝자리에 혼술하던 여성을 힐끗거리다 결국 잠시 합석. 취한 시간들이 에너지가 된다. #마냐먹방


지지난 겨울, 인생 버킷리스트였던 요리수업을 들었다. 토요일 1회였지만 행복한 여운이 길었다. 당시 #오픈북  @openbook.seoul 일본요리 선생님이던 @iam.little.l 님이 최근 서촌에 식당 #오카즈 @ohkaz_ 를 열었다.

세가지 전채로는 완두콩스프와 관자초절임 보리샐러드. 로스트비프에 단새우, 튀김, 꼬치까지 이게 일본 밥상이구나. 상큼한 라임 얹은 냉국수는 찰진 식감이 역대급. 스끼야끼 약간, 솥밥을 오니기리 형태로 만든 오차즈케에 20년에 담근 매실절임..매번 맛의 향연이다. 마지막으로 사케 풍미의 푸딩까지..이걸 혼자 하셨단 말입니까. 함께 일하는 분이 마침 다치셔서 혼자 바 테이블 8명 요리를 준비하고 내주셨다. 중간에 써비스로 한 잔 주신 사케는 고래술! 스이게이 토쿠베츠 준마이라는데, 무튼 사케와 내추럴와인 리스트도 좋다. 8만원 코스라 가볍진 않은데 미식가 N은 가성비갑이라고 칭찬. 곳곳에 문 닫은 식당이 보이는 서촌에서, 재능을 갈고닦아 야심차게 창업에 나선 그녀를 응원한다. 씩씩하고 다정하면 다 멋진 언니지. 그걸로는 최강인 N에게 어제 엄청 깨졌다. 내게 인생 헛살았다는 생각을 들게하니, 그저 존경하고 부러울 뿐. 내가 자기 멘토라고 하길래 그저 친구로 남아달라 청했다. 말 지지리도 안듣는다고 잔소리 들었는데, 기분나쁘지 않다니, 그게 친구지ㅎ


그나저나, 포털의 뉴스 편집을 법으로 금지한다는 발상은 헌법이 보장한 영업자유 침해다. (반대 주장에 대해 얼마든 토론할 용의가 있다) 어느 나라도 그런 짓을 하지 않는다. 이미 포털도 자체 편집 다 포기하고 내줬는데 그래서 서비스에 만족하나? 그 시장조차 치외법권인 구글에 다 내줄텐가? 어차피 시장경쟁에 따라 1020은 포털보다 유튜브 본다. 어르신들이나 쓰지. 경쟁력 있는 서비스 만드는 건 좀 냅둬라. 포털이 뉴스 편집 않으면 언론사들이 다 살아날거란 것도 착각이다. 시장의 니즈, 서비스 차원에서 경쟁력을 쌓는 언론사가 몇이나 된다고.

댓글 실명제 얘기도 다시 나오는 모양인데..2007년 거의 만장일치로 도입한 실명제는 5년 만에 위헌결정 받았다. 그것도 서비스 경쟁력 차원에서 각자 결정할 몫이다. 얼룩소는 댓글필터해서 악플 없게 만들었다. 그런거 법으로 강제하면 후진국 된다.


“디테일이 떨어지는 다정함은 오지랖이다. 다정함은 해상도가 높아야 한다”

초고해상도의 다정함을 지녔다는 K가 소개해준 L님은 툭툭 이런 명언을 던졌다. 마치 연예인 보는 느낌인데 영화 전우치, 어슐러 르귄부터 화산귀환까지 이렇게 잘 통하다니. 게임에 대한 고정관념을 흔드는 얘기 등 유쾌한 수다에 시간가는줄 몰랐다. 7전8기 버텨내 홈런 친 사연은 그야말로 드라마. 게다가 글 컴플렉스 인간에게 글 칭찬은 러블리 콩깍지를 더한다. 비건 프렌들리 신사동 #퓌어알레 시금치 페스토를 이용한 뇨끼와 연어 사과 샐러드, 두부 크럼블을 이용한 토스타다, 오렌지 치킨과 구운 구황작물까지 역시 흡족한 맛집이다.


K님이 탕수육을 좋아했다. 그걸로 됐다. 소싯적부터 정치적 비건인 K님에게 얼마만인가. 이태원 #알트에이 탕수육은 대체육으로 만들었지만 바삭쫄깃 식감과 달콤새콤 풍미가 훌륭. 어향통가지도 따라해보고 싶을만큼 맛있다. 오랜만에 대체육 고기만두까지 맛본 K님 행복한 표정에 식당 찾아낸 이로서 흐뭇. 비건 중식당이라니 궁금했는데 기대 이상이다. 대화도 좋지만, 이런 식탐의 즐거움에 엔도르핀 솟는다. 녹아내리는 지구 아이스크림, 이글거리는 지구 프라이. 나같은 육식주의자도 가끔 비건 해줘야 지속가능할까.


삼각지역 주변에 간판도 보이지 않는 힙한 와인바 #파브. 잠시 귀국한 친구 A님을 위해 T가 고심한 식당 답게 음식이 또 끝내줬다. 매쉬드 포테이토와 고추잎 페스토 곁들인 문어, 관자, 마살라 치킨 등 음식마다 감탄했고, 발효한 파인애플, 홍차에 절인 복숭아 등 디저트도 창의적이다. 귀가길에 온갖 얘기 좔좔 털어놓다니 편안한 대화를 이끌어내는데 탁월한 A님. 좋아하는 사람들 만나는게 거의 모든거란걸 이해하는 사이다, 우리는. 함께 일하는 이들과 연대하고 공감하는게 얼마나 중요한지 아는 사이고. 그조차 seasonal 할 수 있다는걸 배웠다.


먹고 마시는게 우정을 단단하게 해준다고 로빈 던바도 말했다. 더구나 미식탐방이라니 오죽. 서촌 #팔마 맘에드는 타파스바. 가리비에 우니를 얹어 숯불에 굽고, 황제버섯이나 옥수수도 통으로..불맛 향연이 타코 접시마다 이어졌다. 작은 식당의 바에 앉아 구경하는 재미도 좋았지만 눈빛에 다정함을 가득 담은 J와 수다하는 시간. 지난 겨울의 나를 봤던 그는 이제 사람 된 나를 대견해하는 눈빛까지 숨기지 않았다. 재미를 찾아 삶의 경로를 여러번 바꾼 도전가 정신은 우리의 공통점. 그의 이번 여정은 아직 숨어있는 재미가 있을거라 믿는다. 가끔 #마냐먹방 함께 하면서 응원하는거 이번엔 내차례다.


내겐 동네 피맥맛집인데 #만리199 주변 야외 테이블이 꽉 찬 계절이다. 이제 고작 몇 주 쉰 C은 초특급 인재라 뭘해도 잘할텐데 좀 더 쉬어도 좋겠다. 기왕이면 야심과 욕망을 키워주면 좋겠다. 비록 내가 쫌 언니란 이유로 베프 자리는 어렵다는 농했지만 예쁘니까 넘어가준다. 유능한 사람을 편애한다지만 내 주변엔 온통.. 자리 잡아 일 잘하는 L님도 예쁘고, 이들이 입모아 일 잘한다는 O님까지 다들 억척 인재들. 에너지를 나누는 시간이다.


하늘 맑은 가을날 온니들과 벼르던 당일 기차여행. 소나무 숲에서..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어쩌다보니 유기농 대파 두 단씩 들고 돌아온 우리.

매콤달큰 파무침과 대파를 산 곳은 도자기 굽는 집의 아래층 식당. 산초나물, 깨순나물, 머위와 죽순무침, 잘 구운 생선과 두부까지..계속 나물들 리필하면서 탐욕스럽게 #마냐먹방.


아주머니와 소녀의 우정이었나? 뭐였더라? 마침 읽고있는 소설의 넬라 아주머니는 왜 나온거지? 저녁에 반려견 시장 얘기 한 덕에 동물들도 나왔나? 책과 그림책 두 버전 모두 끝내줬는데 길고 복잡한 제목들..내가 버벅대니까 누군가 한 단어씩 읽어줬는데. 사투를 벌이는 내게 도넛을 고르라던 그 다정한 청년은 누구더라?

꿈이 생생하다는 건 반만 맞고 뻥이다. 중요한건 5분도 안되어 다 사라진다. 책을 읽지 않고 리뷰한 적 없거늘. 마감 직전, 누군가 내게 떠넘긴 북리뷰 원고를 까먹었단걸 알았다. K는 믿고 뽑은 경력짱짱 내가 빵꾸를 냈다는 사실에 표정이 오묘했고. 나는 10분만 달라고, 까짓 5.5매 금방 쓴다고 했다. 근데 주변 새 동료들의 걱정과 응원과 도움과 실망과 무심함에.. 하여간에 정신없었다. 남자들의 군대꿈 마냥 마감 개꿈이라니.


퍼뜩 눈뜨고, 피마르는 시간에서 해방됐다는 안도감에 잠시 좋았다만..곧바로 책 내용이 궁금해 죽겠다. 대박날 기막힌 스토리였는데. 알라딘의 책 소개 트레일러와 평들이 끝내줬는데. 그런 책을 쓰라는 운명일지도 모르는데. 우정과 사랑이 언제나 그렇듯 완전 얘기되는 이야기였는데!

선물같은 내 사진들에 기분 좋은 저녁이었다. 물론 닭의 향연에 한껏 신났었지. 참나무능이장작구이(1.9만)로 시작해 대파 주말을 보낸 내게 닭모래집대파튀김(1.5만)은 눈이 번쩍, 혀도 짜릿. 닭편육(0.9), 닭모듬전(2.1만), 닭완자전(0.9)을 해치우고 고기된장막국수 물막국수 닭개장까지..언제 다시 올지 모른다며 달렸다. 거를 타선이 없다더니 메뉴에서 닭탕수육 빼고 다 시켰다. 살짝 맛만 보려던 식사 메뉴까지 맛있으면 반칙인데 어쩔 수 없었던 #마냐먹방. 5시 쫌 넘어 만석에, 줄 긴 신당역 #계류관. 일찍 갔고 끝난 시간도 여전히 일러서..서울중앙시장 한바퀴 돌았지만 커피 한 잔 더 넣을 수 없다는데 합의. 옥경이네건생선 마침 휴뮤라 덜 아쉽고, 시장 구경 자체가 즐겁긴 했다. 오래된 시장인데 통로가 넓어 산책이 여유롭고 양 옆으로 좁고 어두운 골목들이 매혹적이다. 서울은 여전히 낯선 즐거움이 어우러지는 도시다. 닭과 함께 C님, L님 수다는 각자 털어놓는 알찬 지식과 정보, 분석이 조화로왔고. 지하철역 개찰구 앞에서 P님과 조곤조곤 수다까지 완벽한 저녁에..지하철에 앉아 P님이 보내주신 사진을 보니. 마음이 마음이… 근데 왜 마무리는 개꿈이냐. 아니 문학적 영감을 주는 꿈인데 왜 기억이…


법조기자 때 내 글이 망가진거라 믿고 있다. 쓰는 단어가 100 개도 안됐다. 그 전에 과연 글을 잘 썼는지 알 수 없지만 그리 우겼다. 그런데 두둥.. 증인이 나타났다.

“누나 글 진짜 좋았어요. 도스또옙스끼 똘스또이 분석 글은 무슨 대학교 4학년이 이렇게 잘 쓰나. 사실 감탄했어요. 제가 파일로 달라고 했잖아요.”

나도 자뻑했던 글인데 착각이 아녔구나. 크.. 소실된건 아쉽지만 기억하는 이가 있다니. ㄱㅅ는 그시절 나와 가장 가까웠던 후배인데, 연락 끊긴채 세월 무상. 온갖 사연 딛고 그는 이제 38층에서 비싼 밥 사는 능력자다. 더 깊고 단단해졌지만 여전히 귀엽고, 내가 잊은 것들을 줄줄이 복기해주다니.. 고맙다.


내가 과거에 약한 인간인걸 확인하는 자리가 또 있다니. 앞만 보고 달려온 탓이라 우겨야할까. 그 시절 내가 그랬다고? 그때 경찰출입 여기자들 모임을 주도한게 나였다고? 진짜 오랜만에 K, L과 회동. 각사에 선수 1명 있을까말까 하던 시절의 용사들. 가리비찜, 삼합, 미나리전 등 안주 훌륭한 #삼씨오화 여됴점에서 1차. 2차는 무려 페어몬트호텔 옥상바. 이런 곳이 생겼는지도 몰랐는데, 와. 서울의 이런 야경이라니. 시간가는줄 모르고 수다작렬한 밤. 멀리 있어도 다 엮이는 우리들.


지나가다 눈독들인 서촌 #제분소. 예약 못했는데 7시까지 1시간만 먹기로 하고..쌀 같은 알갱이 파스타 프레골라 맛있다! 음식 좋고 한옥 리모델링한 지붕의 빗소리가 기분업. 에너지 미녀 K님은 그새 터키, 포르투갈, 이탈리아에 이어 아이슬랜드도 간다고? #텍스트북 으로 자리를 옮겨 K님 챙기는 C 우정을 샘내며 웃고울고 찐한 시간. 텍스트북, 트러블메이커, 매치북, 페더럴리스트.. 이집 와인리스트 끝내준다.


한달만에 또 들린 한남동 나인원 #앤더슨씨. 오픈샌드위치와 오믈렛 훌륭. 수다 주제가 이창용 한은 총재라니 우리 참ㅎ 덕분에 누가 뭐래도 거시경제는 덜 걱정되고 든든하다는데 의견일치. 학연지연 대신 국경 없이 진검승부로 경력 쌓은 이의 내공에 대해 얘기하다보니.. 좋은 리더란? 세계 무대 경력 있으면 다 괜찮은가? 정치인보다 기업인들 실력이 나은 경우가 많은데.. 사 대신 공에 더 집중하는 자질은? 어떤 사람이 좋은 리더인가 얘기하다가 H님 칭찬으로 수렴한 오지랖ㅎ 이 집은 수다 길어지면 주차비 무섭다.


프로먹방러들의 먹방 모임, 이번엔 마포 #밀밭정원. 손만두 손국시 맛집답게 음식 다 찐. 돼지갈비 전골 낯선데 훌륭. 진정한 #마냐먹방. 2층의 방 하나 차지한 우리, 참 시끄러웠고ㅎㅎ S옵 새출발 축하하며 잘 얻어먹었다! 옛날 욕지도 자리인데 거리도 식당도 계속 바뀐다.


비건온니 행복한걸 본뒤 채식주의자 친구와 다시 이태원 #알트에이. 셋이서 궁채볶음, 가지, 탕슉, 두부냉채, 만두, 된장짜장, 마라비빔면까지 과했지만 좋잖아. 내가 알던 이태원은 사라졌다는걸 골목탐험으로 확인하고. 짱짱한 음악이 터져나가는 젊은 뒷골목에서 빠져나와 녹사평역 한적한 #코레아노스키친 테라스에서 가볍게 마무리. 10대 시절 친구들과 지금도 놀고 있다. 대단한걸.


이태원 뒷골목 안쪽으로 혼자 고졸한 식당 #파킨. 안마당으로 난 창 뷰가 몹시 좋다. 비프 타르타르, 브로콜리니 구이, 닭껍질에 토핑 올린 애피타이저 등 메뉴 몇 없는데 모두 훌륭. 와인 비싼 것도 참아줄 수 있는데..한가지 흠은 음향 처리. 깨끗한 벽과 천정은 소리를 흡수못하고 반사시켜서 만석인 식당의 소음에 힘들었다. 안마당에서 와인 홀짝이고 싶은거 참았네. 그래도 H님에 대한 팬심 및 큰일 하시라 쪼는 자리로 만남은 즐거웠네.


과음을 예비하는 C에게 콧웃음 치고 홀짝 마시려 했는데. 오랜만 우리 수다가 그런 성질이 아니었다. 어우.. 그 시절 에피소드는 요즘 얘기와 겹쳐 엄청났고, 목이 탄 우리는 폭탄을 영접했다. 횟집 1차로 끝날줄 알았는데 #서촌181 술집이 또 장난 아니고 내 취향. 내 최애지만 구경 어려운 히비키 병이 즐비하고, 히비키 하이볼 잔은 또 왜이리 예쁜가. 밤새 자료만들 일이 아니었음 계속 달렸을 날. 여긴 또 와야지. 다들 강건하시길.


어두운 불빛에 앤틱 인테리어, 은근한 향, 밀어를 속삭이기 딱 좋은 홍콩 삘 식당이 왜 여기에. 경복궁역 #아디오도시. 그시절 양조위 사진이 벽에 붙은 식당의 메뉴는 이탈리안과 중국 퓨전에 정체는 와인바. 음식과 분위기, 가성비 모두 괜찮다. 온니가 두달 가까이 술 한 방울 마시지 않고 지냈다는 얘기에 내 맘이 취했다. 내가 더 잘할걸.


가성비는 별로지만 음식과 술, 서빙이 워낙 훌륭한 강남구청역 #피디알. 취향 비즈니스 하는 분을 만났다. 취향 없는게 좀 부끄러웠던 인간이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 어떤 취향은 돈이 좌우한다. 이젠 그냥 생긴대로 살아도 좋다. 내 색깔이 흐릿해도, 취향이 잡식이라도, 나를 좋아할 수 있는 경지랄까. 척 하면 착 하는 친구들과 함께라, 대화는 즐겁고 음식은 너무 좋았고.


이탈리아 4인방이 다시 뭉쳤다. 미국에서 방한, 시차 적응도 못한 연은 봄날의햇살 마냥 여전히 다정했다. 그녀의 진실한 친구 빈은 미국에 없는 회를 찾아 마포 #남해바다 예약. 민어회와 민어전 올해도 못먹나 했는데 덕분에. 2차는 역시 미국에 없는 족발. 공덕시장 족발골목이 이렇게 대단한지 처음 알았다. 함께 경의선 숲길을 걸어 삼각지까지 걸었는데 올려다보니 또 친구 집일세. 한밤의 습격까지 좋은 밤.


다시 찾은 서촌 #오카즈. 그가 모든 음식에 감탄하는 걸 흐뭇하게 봤다. 음식이 주는 즐거움이 일상을 반짝이게 만들 때가 있다. 고래술을 곁들여, 쥔장의 다정한 대접에 취하고 싶었지만 그는 저녁 후 다시 일터로 가야해서 적당히. 두번째 방문한 나를 위해 기꺼이 메뉴를 변형한 쥔장 덕에 복숭아와 도미 밀푀유가 얼마나 환상적인지 알게 됐다. 살면서 이 정도 행복한 시간이 있으니 괜찮아.


경의선숲길에 잘 어울리는 예쁜집 #정각. 작년 봄 그 앞집 정정에서 만났던 이의 추억이 떠오르는 와중에 정각은 정정과 달리 예약이 되어 선호한다는 K님. 비록 문어 식감이 조금 덜 익혀도 좋았겠다 싶지만 전복리조또와 문어파스타 괜찮았고, 음식이 문제인가. 이날은 대화지. 얼마나 애쓰고 있는지 훤히 보이는 분과 이런저런. 그 회사 잘되기를 바라는 이로서 응원 말고 할게 없네.


가지튀김과 공부가주로 시작해서 강남역 #일품각 은근 유쾌한 자리였는데..연태고량주는 추가하지 말았어야 했다. 끝내 잠들었다고 한다. 얼마만인가... Y님과 달리지 말아야지. 근데 며칠전 우연히 길거리에서 만난 님은 왜 나를 피하는가. 왜 일까..


일 잘하는 여자들은 굳이 인정욕구조차 높다. 그저 잘하고 있는데 인정을 갈구한다. 잘난 여자들은 비슷한 역량의 남자들보다 잘하는 걸로 인정받아본 경험이 적다. 그 남자들보다 훠얼씬 잘하면서 인정받은데 안도한다. 내가 한때 그랬고 그녀도 그렇다. 이 대단한 여자가 하필, 공은 내꺼 과는 니꺼라는, 독썰 보쓰를 만나 자존감이 흔들렸다. 매력적인 능력자가 시들어갈까 내심 걱정했다.

몇 달 만에 만난 그녀가 다시 반짝반짝 새로운 꿈을 꾸기 시작했다. 기쁘다. 신사동 #야사이마끼쿠이신보 꼬치구이는 훌륭한 안주. 6종으로 결국 두 번 시켰다. 내가 힘들 때 옆에 있었던 그녀와 함께 온갖 애증을 안주 삼아 한 잔 나눌 수 있어서 기뻤다. #몽리 샹그리아 2차도 맘에 들었다. 내 사람 힘든거 보는게 힘든 책임감이 새삼 절절하네. 서로 존중하는 이들과 일하는게 인생 최고 즐거움. 응원한다.

3년 만에 귀국한 친구는 냉면을 골랐다. 대화가 즐거울 다른 친구들을 불렀고, 시간 순삭. 좋은 친구들과 함께 하는 시간 이상 좋은게 없다. 대통령들이 민간인 시절 남긴 한마디에 우리 수다가 더 유쾌했던 #남포면옥 


제육무침이라니. 처음이다. 혼밥 점심 안주라는 그의 설명이 이해되는 메뉴. 남대문 #부원면옥 이렇게 와봤네. 시내 1만원 이하를 유지하는 평냉인데 좀 달다.


유쾌한, 우리끼리 모임하는데 최적의 #텍스트북. 대관료 감안해 서울역 #누들킹 아보카도 김밥과 롯데마트 음식을 알뜰하게 준비했다. 내가 막내 뻘인 언니들 모임이 이제 얼마 없어서 즐겁게ㅎ 나 이날 책 16권 팔았다ㅋㅋ

고민 많을 그가 몇 달 만에 연락하더니 집 앞으로 찾아왔다. 고생 아는데.. 그 보쓰 보니 쉽지 않겠다.. 서울역 #하노이의아침 


이 계절 멜랑꼴리를 부르는 #오리올. 오랜만이다. 3층 옥상도 좋은데 일찍 마감. 단단하고 강한 E의 이야기를 주로 들었다. 뭐 재미난 거 없냐 묻지만, 그는 일에 몰입하고 헌신하는 사람. 사진도 잘 찍는다! 역시 어두운 조명이 최고다. 막걸리맛집 #윤주당 육전과 순대도 괜찮다. #마냐먹방


J 말마따나 이건 루테인 광고에 나갈 얘기다. 충격이 컸지만, 우리가 앞으로 두고두고 떠들며 즐겁다면 그걸로 됐지.. (속 쓰리군...)


안경 없이 보려니 눈이 아팠다. 요즘 잘나가는 식당들 메뉴는 왜 그리 글씨가 작은지. 내가 툴툴거리며 음식 메뉴를 들여다보자 V이 술을 골랐다. 이 집은 술이 비싸구나. 그중 가장 저렴한 걸로, 500ml 5만원 짜리로 골랐다고 했다. 닭고기 냉채, 생선찜, 매콤 갈비 등 안주도 훌륭했지만 술도 향긋하고 잘 넘어갔다. 뒷북이지만 나름 우리 합동 생파였다. 잘 늙고 있다고 서로 축하할 정도는 됐다.


처음엔 오타인줄 알았다. 그래도 J은 1년 동생이라, V과 내가 둘이 반반 계산하기로 하고 유쾌하게 카드를 꺼냈는데 계산서가 이상했다. 그 술이 50만원? 어, 5만원 아녔어? 심지어 J이 가져온 샴페인도 마신 덕에 좀 남기고 가려 했는데? 0 하나 잘못 본거야?


덜덜 떨면서 남은 술을 챙겼다. 한 방울에 얼마 짜리야. 우리 집에서 2차로 모여 셋이 잔을 따르고 보니 이게 18만원 어치는 되는건가? 한 모금에 2만원? 어쩐지 술맛이 좋더라니.


그 세월, 잘 살아온 우리, 이 정도 술은 마셔도 되지. 어쩌다!

그 세월, 잘 살아온 우리, 이 정도 술은 놀라긴 했어도 어쨌든 깔깔 웃으며 나눠 계산하고 나왔잖아. 감당하잖아. 얼마나 다행이야.

그 세월, 잘 살아온 우리. 동생인 J에게 고급 술 살 정도는 되는구나. 좋아.

그 세월, 잘 살아온 우리, J가 샴페인 가져온 덕분에 같은걸로 한 병 더~ 는 외치지 않았잖아. 어휴..


물 대신 돌배로, 중국 최고의 주류 장인 8명이 15년 연구했다는 #대국공장, 좋은 술이다. 발렌타인 30년 급이라나. 붉게 각인된 한자를 읽지 못해..호기심을 참을 수 없어 결국 초전문가에게 한 밤 확인. 설마했는데 북괴北魁. 빼어날, 으뜸 괴 자를 쓴다. 북괴 대국공장이라니.. (TMI..괴뢰傀儡의 괴는 다른 글자다..)


용산 #웨이티하우스 홍콩 스타일 맛집. 음식은 흡족하지만 고오급식당이란걸 엉뚱하게 절감했다. 벗과 함께 잘 늙고 있으니 그저 좋다고 강조해본다.


과거 블로그들을 쓱 뒤지다가 당황했다. 아니 에르노의 <단순한 열정> 리뷰가 분명 남아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의 책 느낌 좀 달랐는데 뭐였더라. 내 머리의 외장하드인 블로그에 있어야 했는데 없다면, 망한거다. 아예 본 적 없는건가? 기록하지 않은 과거는 늘 모호하다. 믿지 못할 나의 메모리를 보완하느라 기록하는데, 기록에 의존하니 메모리가 더 나빠진건지ㅠㅠ

이러니 #마냐먹방 까지도 기록하고 남기는 강박이 생기지. 적자생존..적어야지.


삶은 고해다, 라는 말에 꽂혔다고 했더니 "그건 밥 먹으면 똥 눈다"와 뭐가 다르냐고 선배가 말했다. 아니, 그래도 고해라니까요. 희로애락 중 슬픔과 고통이 왜 없겠어요. 무튼 희로애락을 좋은 이들과 나누는게 인생이라고 우기면서..정말 나눴던 저녁이다. 교보 1층 #파리크라상 화이트와인은 2.1만원. 글라스가 7000원이라 무조건 병으로 주문해야 한다. 다만 차갑지도 않고, 아이스버킷도 없어서, 얼음을 따로 얻어 와인에 퐁당. 그래도 맛있다. 선배는 쿼바디스 영화의 네로 황제도 물타서 와인을 마셨다고 했다. 내가 꽤 괜찮은 인간이라고 우쭐댔더니 선배가 정색했다. "야, 넌 괜찮은 사람 아냐. 넌 좋은 사람이야.' 이거 심쿵 고백과 뭐가 달라. 유유상종이다. 집에 가는 길에 톡했다. "온니 옆에 있어서 전 좋아요. 좋은 사람, 그건 온니죠." 이쯤되면 사랑인가, 우정인가 싶지만 우린 우정이다. 고해를 헤쳐나가는데 서로 옆에 있다는 걸 알고만 있어도 좋은 거.

중림동 #계모임 치즈한방통닭 뭔가 두런두런 홀짝홀짝하는데 딱 좋다. 하고 싶은 일은 막연했는데, K님 대화 속에 실마리를 찾아간다. 온갖 특수상황에 적합한 쪽집게 조언도 생각을 정리하는데 도움됐다. 결국 내가 나를 믿어야지 뭐.


뒷풀이 딱 한 잔 찾아 서울로 모퉁이를 도는데 꽤 이어지는 식당가 야외테이블 빈 자리가 없었던 어느 평일 저녁 9시. #공일부엌 치즈깍두기전은 깍두기 잠깐 씻고 나갔냐 아쉬움이.. 그래도 폭탄 말아주신 분의 솜씨가 훌륭했고, 처음 둘러앉은 낯선 이들끼리 슬쩍 다정해진 날이다. 이날 C님이 가져오신 큼지막 초콜렛 예쁘고 맛났다.


마당에서 바베큐 하면서 친구들과 한 잔 하는 로망을 이루려면, 그런 집을 가진 분과 친하게 지내면 된다. 심지어 수제 김치와 오이지 등을 아낌없이 내어주는 손맛 좋은 분이면 이게 로또지.

마당의 세이지와 바질 등 허브에 재운 채끝등심에 가리비와 새우, 버섯과 가지를 구워주셨다. 올리브유에 발사믹은 나도 하는데, 마늘에 수제 멸치젓까지 섞으니 기막힌 샐러드 드레싱. 생멸치에 소금 더해 2년 지나면 군내 없는 환상적 멸치젓이 되는구나.

다사다난한 시절에 실컷 웃었고, 정성 가득한 #마냐친구밥상 진심으로 즐겼다. 혼자 준비해주신 님께 그저 감사. 나눠주신 만큼 복 받으실겁니다.


오후 산책은 말로만 듣던 #백사실계곡. 탁월한 인근주민 도슨트 덕에 푹 빠져든 시간이었다. 일대가 백사 이항복이 아니라 추사 김정희의 공간이었다는 기록이 나오면서 백사실계곡 말고 백석동천이란 이름을 다시 얻은 곳. 건물 초석만 남아있어 정취가 더 아련하다. 남은 집터에 한옥 복원하겠다는 구상에, 민속촌 만들 일 있냐며 반대한 종로구민들 칭찬해! 단풍 깊게 물들 이달 25일쯤 꼭 다시 오라는 말씀 따르고 싶다.


휴일 개념은 없지만 이날 코스도 더 바랄게 없다. 저녁은 재미난 일을 하는 J님, 뭐가 재미있는 일인지 아닌 또다른 J님과 함께 을지로 #쓰리도어즈 #마냐먹방. 이베리코 구이와 라구소스가지튀김도 괜찮지만 분위기 맘에 드는 와인술집. 아프고 난뒤 즐겁고 재미난,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을 찾은 J님 얘기에 둘이 덩달아 신났다. 청년들에게 길을 내어주지 않는 동네에서 스스로 길을 만들어보기로 한 시도는 멋질 수 밖에. 마음이 힘든 시간을 보내는게 젊다는 증거라며, 열정도, 아픔도 다 부러운 거란 신박한 해석도 괜찮다. 늦게 만난 이들끼리 엮었는데 이런 조합도 편하고 즐겁다니 인연이란.


소금빵 말돈 버터롤, 크루아상도 좋았지만 계란파이인 키쉬도 무척 맛있다. 못 먹어봤지만 까눌레 맛집이라고도. #동네빵집맛집 서촌 #배이커스퍼센트 


베를린 시내에 사는 그는 아주 작은 냉장고를 쓴다고 했다. 전기료가 1kWh 당 얼마로 비싸기 때문에 큰 냉장고는 쓸 수 없다고 했다. 전기료를 꿰고 있다는 것도 놀라웠지만 냉장고 크기는 일상을 좌우한다. 아침에 달리기를 하는 그는 인근 빵집에서 갓 구운 빵(1, 2유로?)을 사오면서 하루를 시작. 5시 퇴근이 핵심인데, 부인과 함께 산책하면서 장을 본다. 서울서 과일과 빵, 요거트, 우유 등을 사는데 2만원 들었다는데 베를린에서 그 돈이면 장바구니 두 개를 채운다고. 냉장고가 호텔 사이즈라 음식은 딱 먹을만큼 산다. 휴일이면 가게가 모두 닫기 때문에 3~4일치 식량을 사두는게 일이다. 달리기로 시작해 산책으로 끝나는 일상. 예전만큼 책을 읽지 않는 대신 자연을 더 즐긴다고. TV가 없어 넷플릭스 등은 보지 않는다. 부인과 가끔 공연을 보러가고, 주말이면 인근 공원이 아니라 조금 먼 공원에 다녀온다. 휠체어나 유모차를 우선 배려하는 버스와 지하철이 괜찮아서 차 없이 살아도 불편하지 않다. 에어컨은 없고, 단열이 잘되어 난방도 따로 않는다. 전기료, 에너지가 비싸다는 건 모두에게 각인된 일상. 푸틴 탓에 더 오를 예정이지만 근로자마다 300유로 지원금이 최근  나왔다. 33% 세금 대신 받는 것도 적지않다. 독일이 가스가격 낮추는 보조금 포함 '경제적 방어막'에 2000억 유로, GDP 5.2% 쓴다는 델타월딩 얘기가 떠오르고.. 무튼 베를리너의 저녁이 있는 삶이란. 외식은 어쩌다. 어차피 8시면 식당도 문을 닫고 거리에 사람들이 별로 없다. 불야성? 야간노동, 휴일노동은 불가피한 필수노동만 허용할뿐, 일상이 아니다. 얼마전 베를린 마라톤도 달린 N의 얼굴은 더 맑아졌다. 임팩트사업을 연구하고 고민하며 함께 했던 그 시절이 정말 즐거웠지만, 그는 다르게 행복해보였다. AI리포트 함께 만들던 그가 마흔에 개발자로 베를린에 취직할 줄이야. 옆지기에게 N의 삶을 얘기했더니, "당신은 그렇게 살 수 있냐"고 반문했다. 단순하고 평화로운 삶, 우리 부부와 거리가 멀긴 하지.. 그의 거처를 감안해 사당역 검색한 #낯선한식븟다 쫄면과 육전, 생선튀김 모두 훌륭. 다만 막걸리맛집인데 술을 거의 않는 이와 가다니.. N가 써본중 최강이라는 독일제 WMF 보온텀블러와 차 선물까지. 그가 있을 때 베를린에 가야하는데.. #마냐먹방 빙자한 다른 가치관과 세계 나들이 느낌.


단풍과 하늘을 만끽한 점심은 #비스트로만리재. K님이 단단하게 일궈온 일들을 차분하게 풀어놓는 대화도 좋았지만 샐러드, 먹물 생선구이 등 음식과 이 계절 야외 테이블의 시간이 무척 좋았다. 광대가 아닌 이도 좋은 정치인이 될 수 있는지, 어떤 소통이 대중과 만날 수 있을지, 대화 주제도 K님 따라 넓고 깊게.

 

‘청첩장 모임’이란걸 사실 처음 들었다. 청첩장 돌리면서 밥을 살 수도 있지만, 이게 마치 리츄얼처럼 이뤄진다니. 독서모임 끝나고 웬일로 식당 예약까지 했나 했더니.. 신논현역 #조씨_밥세끼_회떠유 친절하고 정갈하고 무엇보다 맛있다. 회를 이렇게 맛나게 먹어본게 언제더라. S님 덕에 요즘 웨딩 트렌드를 넋놓고 경청하며 먹은 덕분일수도. 스드메 연결해주는 플래너를 써야 플래너 없이 하는 ‘워크인’보다 가성비가 좋다는데 그 시장 구조도 신기하고, 드레스 입어보는 피팅 비용이 따로 있다는 것도 놀랍고.. 난 요즘 트렌드 아는게 없구나. 씩씩하게 하고 싶은 것 야무지게 준비하는 님이 무척 예뻤다. 오늘 토론도 그렇지만 진짜 많이 배웠다.


P님 환송 번개로 광화문 #우육면관 점심. 이거 내 취향일세.. 11:30에 가면 별 대기 없이 먹을 수 있다. 미디어 온갖 이야기를 나눠온지 벌써 몇 년인 이들과 역시 또 미디어 얘기. 글이 좋아서 반했던 친구는 그 어느 때보다 좋아보여 좋았다. 그는 어디로 진화할까.


팟캐스트 녹음 후 #토모토카레 가벼운 저녁. 친구야. 가늘고 길게. 더 많이 웃자. 일단 좀 챙겨먹고.


진미식당 번개라니 내가 복을 쌓았다. 예전 비주얼과 다른듯한건 기분인가. N님도 반가웠지만, K님 포옹하는데 이렇게 말랐다니. 못본 시간이 아쉽지만 다시 만났다!

알바 첫날, 혼밥 계획은 선배 번개로 따뜻한 가자미미역국 호르륵. 눈높은 일잘러 선배, 살살해요. 무교동 #보들미역 


마냥 웃고 좋았던 하루의 끝은 아르지아노 브루넬로 몬탈치노와 텍스트북. 양갈비로 시작해 계란부추볶음, 가지만두튀김, 경장육슬, 깐풍윙, 동파육, 마라면까지 낙성대 #로향양꼬치. 언제나 마음을 포개주는 님들. 놀아주셔서 고맙다.


"부산釜山은 가마 부釜 자를 써요. 원래 부자 富자를 쓰다가, 부산 해안에 늘어선 가마솥들 덕에 이름이 바뀌었다는 얘기가 있어요. 가마솥에서 뭘 끓였을 것 같아요?

영국 말돈소금 들어봤죠? 염전이 아니라 바닷물을 끓여서 얻는 자염입니다. 옛날 부산에서도 바닷불을 걸러내고 가마솥에 끓여 소금을 만들었습니다. 왕실이 전매하던건데, 일본이 천일염 들여오면서 맥이 끊겼죠. 지금 자염은 태안에서만 조금 생산해요...


부산은 커피의 도시이기도 합니다. 강릉이 커피콩과 블렌딩에서 이미 완성된 도시라면, 부산은 계속 새로운 시도를 하죠. (세계 챔피언 바리스타가 있는) 모모스 커피는 테라로사와 달리 스케일을 키우진 않았는데, 대신..."


Y님 부산 얘기를 넋놓고 들었다. 제2도시 답게 모인 6명 중 3명이 부산 사람인데, 부산 얘기는 부산 출신이 아닌 Y님이 독점했다. 부산여행 도슨트 가능하다고 하셔서 모두 의기투합했다. 심지어 부산사람 세 분도!

부울경 메가시티 프로젝트가 계속 힘받았다면 어찌됐을까. 지역 생태계에 도전하는 이들을 중심으로 지역을 바꾸는 힘이 몽글몽글 임계점을 만나고 있다. 지역에 사람과 자본이 들어가야 하는데..그 지역의 산물과 이야기가 글로벌에서 통하도록 키워야 하는데.. (스타벅스도 다 동네에서 출발했다)


정자역 #타블로사노. 할로윈 장식 멋졌다. 덕분에 해골씨와 한잔..은 아니고 한컷. 가보기 힘들었던 메종조와 소금집 샤퀴테리가 주요 메뉴라 테린과 생햄, 프로슈토, 잠봉, 쵸리조 소세지, 뇨끼까지 다 내 취향. 와인도 다양하고..신분당선이 연장된 덕분에 1시간10분.. 하. 거의 강릉가는 것과 시간 차이가 없네. 부산에 이어 강릉 이야기 보따리도 대단했다. 하고 싶은거, 재미난 것만 하고 살지 않았냐는 얘기를 가끔 듣지만..진짜 잼나게 사는 분들은 반짝반짝 빛을 내면서 온갖 썰을 풀어준다.


코로나 전까지 20년 넘게 매달 그 모임이 가능했던건 전적으로 K선배 덕이다. 소화가 잘되는 맛집들로 매번 인도하시는 완벽한 총무에, 가는 곳마다 K선배를 앞세워 환대받았다. 사람 기사 써온 기자답게 네트워크가 아니라, 그냥 인복으로 국내 최강이다.

이번엔 가평에서 한옥 풀빌라를 하는 친구가 있단다. 원래 한옥 살던 분인데, 일반분양에 실패한 한옥 10채를 사들여 풀빌라 숙소로 만드신 #가평재. K선배 따라 가볍게 #마냐산책 나들이 생각했는데 사육..아니 즐거웠다는 얘기다.

선배는 다 계획이 있었다. 갈비국물 진한 미역국에, 2년된 묵은지로 끓인 김치찌개까지 싸오셨다. 챙겨오신 양념 바구니에는 마법의 목포산 갈치속액젓. 오이와 파프리카에 액젓과 참기름이면 끝내준다. 냉큼 삘 받아 닭을 액젓 두 숟가락 재웠다가 바베큐, 훌륭했다. 닭갈비는 왜 산건지..양배추 듬뿍 더해 맛은 좋았지만 이미 과식. 딱 좋은 가을날 불멍에다, 실내 옹기타일 풀 뜨끈한 물에 다리만 풀어도 몸이 노곤노곤. 수다가 깊어지며 뭘 해도 N선배에게 귀엽다는 얘기를 듣는 나. 와아. 이래서 언니들이 최고다. 아기 피부 자랑하는 선배들 틈에 헐크팩도 해보고, 열 많은 이에게 좋다는 차가운 옥반지도 끼어보고..


아침엔 어제 남은 찬에, 전복누룽지죽까지..K선배는 정말 손도 크시다. 우리를 먹이려고 이 많은...다행히 남은 음식은 따로 싸서 가평재 친구분에게 전하고..

가평 오고가며 단풍을 눈에 담고, 가평재 뒷편 계곡을 잠시 즐긴거 외에 내리 먹고 수다떨고 먹고 또 먹고, 마시고.. 사랑받았다.


K선배는 L선배와 나를 마포 풍림빌딩 #파란나무 카페에 내려주고 가셨는데..이 집 백반이 또 건강하면서도 맛을 따지는 K선배 취향. 고추기름에 새우젓을 볶아 비린맛을 날리고, 두부에 파마늘 고춧가루 간장 전분 더했다는 두부조림 끝내줬다. 소금간 살짝 했다가 1분만 볶았다는 버섯새우볶음은 풍미에 감탄. 달달짭쪼름 딱이었던 제육볶음에 어묵떡볶이, 가자미식해, 묵은지, 만두..인스타그램 생각하면 한상차림 주셔야할텐데, 음식 바로바로 할 때마다 따로 내주신 덕에 사진이 별로네. 아메리카노와 민트초콜렛, 버터스카치캔디, 땅콩 디저트 포함 1.5만원. #마냐먹방 강추 식당이다.


솔직히 말하면, 얼굴 보고 결혼했다. 그 사람 볼게 뭐 있었냐. 얼굴 밖에.. 요런 말도 하고 다녔다. 내가 BTS 뷔를 먼저 좋아했고, 정국도 괜찮다 했더니 누가 '얼빠'라고 놀렸다.


소싯적 남자는 딱 두 가지를 봤다. 존경할 수 있는가. 신뢰할 수 있는가. 나는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사람이 좋았고, 그 무렵 기자랍시고 룸살롱까지 쫓아다니며 믿지 못할 남자를 많이 봐서인지, 신뢰도 중요했다.


무튼 저 두가지 조건은 대외적인 것이고, 난 얼빠였다. 섹시한 매력 없이 어찌 끌리겠나. 그런데 내 소싯적 짝꿍 후배를 오랜만에 만났더니..


"누나가 늘 그랬어. 얼굴 중요하다고. 근데, 누군가 관심 생겼다, 만나보고 있다고 말할 때면 단 한 번도 얼굴 얘기를 하지 않더구만. 대화가 통한다는 둥 그런 얘기만 하고."

머리좋은 후배는 그 시절의 나를 나보다 더 많이 기억한다. 내가 모르는 나까지 알고 있다.


금사빠라 사람에 잘 빠지는데 왜 다 예쁘고 잘생겼을까. 내 주변엔 미남미녀만 있다고 했더니 친구들 반응이 뜨악하다. 콩깍지는 평생 고질병인가. 무튼 짝 만나는 일로 스트레스 받는 페친 글 보다가.. 사람 인연이란건 온갖 조건을 떠들어본들 신묘하다.


압구정동 #작정 수제도토리묵구이, 육회 냉파스타 훌륭하고 생선 통탕수는 달다. 할랄 인증 받은 와인은 무알콜인데 괜찮다. 청년들 역량 키우는 얘기들이 참 좋았다. #마냐먹방


"어제부터 다이어트 시작했는데요.."

"다이어트는 원래 내일부터야"

다이어터 좌절 맛집 상암동 #빨강쭈구미. 쭈꾸미 집인줄 알았으나..이모카세. 오늘은 광어가 좋다며 메인이 정해지고. 13kg 아구가 들어왔다며 아구탕. 약간의 흑돼지수육과 쇠고기육전 오징어숙회무침은 그냥 사장님 맘. 작은 조기구이조차 맛있고, 열무김치 파김치 내공이 무시무시하다. 쪼솨놓은 파양파 다진마늘 넣은 초고추장 소스에 광어를 먹는데 와..달래무침과 광어가 어울린다는 것도 처음 알았고. 간 듬뿍 넣어준 아구탕은 실한 살코기에 국물 감동..B언니는 "네가 (인생 다르게 풀려) 괴물이 되지 않아서 너무 좋다"고 했다. 그런 걱정도 하셨었다니ㅎㅎ 무튼 이날 다들 온 마음으로 M 응원!!


천칭자리들 생파 챙겨준 님은 한결같이 비단결 마음. 슬픔과 분노, 그리고 다정함을 나누며 서로의 안녕을 빌었다. 한남동 #더샤퀴테리아 이름값 하는 플래터에 몹시 흡족했다. 각1병 달리며 추억 많은 식당에 새로운 추억을 더했고, 우리는 내년 초 힐러리 맨틀의 역사소설 #혁명극장 읽고 모여 책수다를 떨어보기로. 부제가 로베스피에르와 친구들이다.


기자 출신으로 스타트업 시작한 L님 소개받은 날로 기록해두자. 에너지 넘치는 친구가 최근 넘나 고생한 얘기는 역시 에피소드로 남기고. 신사역 #육다시구 와인바는 방이 무척 훌륭하다. 간만 좋은 와인들. 이어 유쾌한 K와 오붓하게 위스키바 #더라이온스덴한남 2차. 그의 뜻을 펼쳐나가는데 열렬히 마음 포갠다.


사람은 정말 다채롭구나, 지위와 명성 부질없는 건 알지만 약간 당황했던 날. 폭탄 돌리며 원샷 압박하는 분 오랜만. 그러나 나머지 우리는 즐거웠다. 그걸로 됐다. 게다가 백김치찜, 청어알젓카펠리니 등 음식 괜찮았던 연남동 #화담. 문은 없지만 작은 독립공간이 괜찮다.


씩씩한 K님은 진짜 사람 잘 챙기는구나. 늦깍이 새 도전을 응원한 보람도 있고. #체부동잔치집 메뉴는 당분간 들깨칼국수와 비빔국수로 가야겠다. 조화롭다.


서촌 케이터링 #헤이델리 보자기포장 도시락 비주얼 훌륭. #살롱텍스트북 대관 모임에 적절했고. 알바하는 곳에서 손님으로 참석해도 접객 모드인 나. 인연 길고 깊지 않아도 이토록 격없이 편하게 어울리는 사람들을 잊고 살았네. 반가웠다.


명동성당 내다보는 뷰의 에스프레소바 #몰토. 필동면옥 점심 후 걷다가 명동성당에 들어가보자고 청했다. 세월호 참사 후 마이산 돌탑에서 방언 터지듯 어른의 죄를 털어놓고 그들의 안식을 빌었던 기억이 났다. 종교 없는 나는 이번엔 명동성당에서 마음을 달랬다. 어른인게 부끄럽지는 않아야할텐데.



#영천시장나들이코스 반했으니 소개해보자. 일요일 점심 약속인데 1:30에 보자고? 뭐 동네 소개해주신다는 E님이 어련히 알아서 불렀을까. 752번 버스에서 내려 독립문 영천시장에 들어섰더니 온통 구경꺼리다. 시장 안쪽의 #베트남시장쌀국수 어찌 다들 아는지 그 시간에도 줄이.. 그럴만했다. 한국인 남편과 베트남 부인이 함께 한다는데 쌀국수도 해물볶음도 훌륭. 저렴한데 고수 맘껏 리필. 시장통 편견 나무라듯 모든게 깔끔하다.


레몬을 바로 짜서 레모네이드 만들어주고 텀블러 테이크아웃은 2천원 깎아주는 #제로웨이스트 카페 #야트막. @yatmak_cafe. 동네 작은 가게들 무조건 응원하는데 이 집 만만찮다. 서대문 기후책모임 포스터 보다가 물어보니 역시나 이 공간에서 열릴 예정이다. 이 작은 가게에서 사장님이 썬드라이드토마토, 루꼴라 꺼내 음식 준비하시는게 예사롭지 않더니만.. 바질토마토토스트는 사진만 보고 침이 돌았다. 양말목을 재활용하거나 병뚜껑 리사이클한 컵받침을 비롯해 환경굿즈들 다양하다.

동네 가게는 주민들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한다. 그건 다 사장님 역량. 좋아서 하는게 아니라면 고된 감정노동일 수 있는데, 이 동네 사장님들 표정이 밝다. 동네 책방인 #서울의시간을그리다 @seoul.timesketch. 같은 제목 책을 넘나 좋아한 E님에게 또 보물같은 곳. 알고보니 저자 부인이 책방 사장님이라고. 일요일은 휴무다.

건너편 새 아파트 주민들은 낯선 이들을 막기 위해 울타리를 쳤으나, 길을 막으면 안된다는 서울시 조례에 따라 문을 잠그진 못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어느 동네에선 초등학교 옆 지름길을 아파트 사유지라고 막았던 사연이 있네. 낯선 외부인을 경계하는 건 진화론적으로 일리가 있지 않냐고 했더니 E님은 "낯선 이들이 있어야 돌연변이와 진화에 도움이 된다"고. 무튼 내 동네만, 우리 아파트 집값만 챙기는 세태를 인정한다면..어떻게 소통하고 공감할지 고민할 수 밖에. 다 이웃들이다.


E님은 시장 생선가게 중 어디가 물이 가장 좋은지, 떡갈비 집 평소 줄이 어디까지 늘어서는지 꿰고 있다. 평범한 떡집이 쥔장 딸래미 떡케잌 센스로 떡카페가 된 사연, 그래도 도심이라 채소 가격 쫌 센 얘기 등 줄줄이 풀어주셨다.


정육점 지나가다 삼겹살 가격이 혹하게 싸서 봤더니 핀란드산. 맛이야 좋겠지만 운송 탄소발자국 엄청나겠군.

재래시장에만 오면 정신 못차리는데, 저녁 꺼리로 4개 만원 떡갈비만 챙겨가려다 자연산 완도굴도 끝내 한 근 샀다. 집에 오니 굴 좋아하는 딸이 저녁에 외출한단다. 이런. 내일까지 두고 먹어도 되는걸까.


점찍어둔 식당이 문을 닫더니 다시 열었다는 소식. 인근 주민 W을 콜했다. 나의 키다리아저씨. 와인도 훌륭하고 아주 심플한 제목의 음식 하나하나 예술. 내밀한 수다를 마치고 10:50 버스를 탔는데.. 눈 떠보니 12시. 신논현에서 남신 가는 402를 탔는데… 어제 세 시간 밖에 못잔 탓인지… 버스가 한바퀴 돌아 뱅뱅사거리…간신히 귀가했다. 엄마가 운전 엉망으로 하는 꿈을 꿨다는 딸이 연락했더라… 아침에 아무 생각 없이 땜빵 봉사 갔다가 꼬불꼬불 언덕길 아이폰기준 42층이나 올랐는데. 알고보면 내 체력은 방전된거지.. 백수 주제에 밤에 강연자료 하나 마무리하고 기획안 하나 써야 하는데… 무튼 신논현역 #큐리오 강추. 치즈와 생선 스타터부터 모든 음식이 좋다. 젊은 친구들에게 진심인 W 이야기도 좋았고, 나는 아직 10.29 얘기하면 우는구나. 뭐 그런거지. #마냐먹방


그나저나..기록병이 있는 나는, 대화하다말고 "나중에 이 링크 보세요"라고 내 기록들을 막 나눈다. 오지랖. 오늘 나눈 링크들은


독립문 명소 원앙아리 얘기 하다가

<원앙아리> 애환의 원앙여관이 코워킹 공간으로

오늘 친구의 담벼락에서 엎어온 도브 캠페인 영상. 우린 모두 자기 생각보다 훨 예쁘다

동문? 끼리끼리? 미국에선 비싼 스포츠가 지들끼리 키워드다.

<부당세습> 신귀족 9.9% 신분사회는 분노를 키울텐데

유기농, 요즘은 옆 논에서 드론으로 농약 뿌리다보니 곳곳에서 난리라던데.. 무튼 미실란 현미가 심지어 가성비 좋다고 담에 주문하신단다.

<아름다움은 지키는 것이다> 소멸에 맞선 이야기의 힘


서촌 #오카즈 @ohkaz_ 음식이야 말해 뭐하겠나. 금주 중인데 술도 끝내주니 곤란하다. 두번째 술에 다들 감탄하길래 호로록 맛만 봤는데 청량하고 부드럽고 향긋하다. 나도 모르게 낮은 목소리로 욕이 튀어나왔다. 와, 이걸 참고 있다니. 남들 술술 마실때 내게만 챙겨주신 작은 술잔에는 빨간 물고기가 노닐고 있다. 투명하게 찰랑거리는 술 너머의 아이. 빨려들겠구만. 미치겠구만..

연근을 다시간장에 살짝 데쳐서 담궈두면 사각사각 간간한게 매혹적이다. 직접 만드신 백미소 소스도 고소하다. 언젠가 흉내내야지. #마냐먹방


GR 대관과 정책 일하는 멋진 여자들을 만났다. 그들에겐 내가 GR 여성 시조새다. 씩씩한 이들의 좋은 에너지에 근사한 음식.. 그런데 왜 우리의 오늘 키워드는 ㅎㄲ인거냐..


"세상 바뀐거 몰라요?" 뭔가 해보겠다며 예산을 청하는 부처 공무원에게 기재부 공무원이 했다는 말. Y님에게 들으니 정말 실감난다. #하동관 특곰탕 든든히 먹고 2시간 가까이 인터뷰 진하게 했다. 아, 제가 새 책 쓰고 있습니다..


#마마스 시그니처는 이렇게 나오는군. 리코타치즈 실컷 즐기며 역시 인터뷰. S는 진짜 좋은 해설가이고 전략가라니까..


견과류 크럼블에 쌍화차 필링을 얹은 타르트, 아몬드 젤리에 계화 흑당시럽 더한 행인두부 등 디저트도 별미고, 님 넥타이가 이 모든 분위기에 딱이군. 계란두부란 메뉴와 마장소스에 살짝 얼린 채소를 찍어먹는 요리도 훌륭. 술값 비싼데 술을 반드시 주문해야 하는게 유일한 흠인 #웨이티하우스레스토랑. 그새 10kg 빠진 그의 날렵한 턱선에 좋아할 일은 아니고. 이 겨울은 좀 춥다. 다들 그렇다. 그래도 우리끼리 온기를 나누는게 좋았다.


비건식당 상수역 #슬런치팩토리 시금치뇨끼와 후무스 굿. 가지 스테이크 샐러드는.. 내 가지구이가 낫다ㅋ 그러나 온니에게 가지국수 하는 법을 배웠다. 두부를 으깨서 버섯 넣고 간단히 끓이는 요리도. 정다운 녀자들의 한해가 이렇게 지나간다.


100가지 파스타를 차례로 만든다는 집, 열두번째 메뉴라는 제노바식 바질페스토와 토마토살사 링귀네.. 역대급 파스타였다. 너무 맛있어서 놀랐지만 목공 함께 한 온니의 영화 같은 인생 얘기에 더욱 입을 못 다물었던 날이다. 세상은 넓고 멋진 사람을 만나는 즐거움은 끝이 없다. 한성대입구역 성북천 옆의 동네 골목에 숨은 맛집 #아삐에디


서촌 부근 혼밥들 해보니..10분 줄섰던 인스타맛집 #하루 1.3만원 챠슈동 정식보다 #부자밥집 8천원 떡갈비 백반이 낫다. 비주얼은 하루가 멋지지만 콩나물참나물무채오징어젓멸치볶음김자반아욱된장국, 백반이 참 저평가된 메뉴다.


디타워 식당들 다 줄서지만 5층 #타마린드 한가해서 좋았다. 음식도 괜찮은데 고급진 베트남식당은 왜, 흠. K온니의 기쁜 소식에 나도 신났다. 알량한 라인 따지는 좁은 바닥 얘기만 무성했는데 온니 진가 보고 모셔가는 곳들 얘기 들으니 속이 후련.

1년여 만에 성수동 와인바 #얼룩. 음식과 와인은 여전하고. 오랜만에 모인 P모임도 여전하고. 인근 구둣가게는 구두로 인테리어한 #이곳에 카페로 변신. 역시 오랜만에 담소..이제와서, 어쩌면, 우리가 가장 통하는 사이라니 아이러니.


오늘도 꽃을 받았다. 나는 미안하다 하고, 그는 고맙다고 한다. 첫 만남에 반해서 꼬셨던 생각이 난다. 그때도 난 카리스마 허세 충만했지. 당차고 단단한 그와 다시 일해볼 기회가 있다면 좋을텐데. 서교동 #피오리 화이트라구 파스타, 오겹살 크리스피 음식 괜찮다. 글래스 와인 7000원 착하고.


작년 12월을 돌아보면 이 겨울, 다정이 넘친다. #북살롤텍스트북 서점에 이런저런 친구들의 발길이 이어져 정신없었던 22년 마지막 알바 날. 각각의 대화에 잠시나마 집중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앉은자리에서 수세미를 떠서 선물한 친구, 책에 쓸 귀한 경험담 나눠준 친구, 마눌님과 데이트 코스로 들린 친구, 모처럼 들리셨으나 바쁜척 후배에게 그저 웃어준 선배, 호기롭게 내 추천코너 8권을 다 사버린 친구, 15만원짜리 셰익스피어 전집을 지른 언니, 맘 편히 압박해 내 책 강매당한 언니, 단골 룸 손님 친구까지 이래저래 역대급 매출. 시급 알바가 쓸데없는 주인의식으로 뿌듯했고. 페더럴리스트, 트러블메이커, 텍스트북, 매치북, 마키아벨리까지 이 와인 제목들을 어떤 순서로 배치해야 스토리가 사느냐, 치열했다. 이 유쾌한 이들과 계속 노는데 집중하련다. (둘다 풋풋한 뽀너스 컷)


서점 출근 전 #평안도만두국 두부와 숙주 꽉 채운 슴슴 만두에 빈대떡에 몸과 마음을 데웠다. 11시30분보다 늦으면 줄서는게 흠이지만 저녁에 먹었던 취천루 교자만두와 다르게 훌륭했다. 담백한 응원이었다.


다정한 친구를 울려버렸다. 속닥속닥 재미난 이야기도 많이 나눴고, 여러 조언이 남는다. 인생, 알 수 없는게 묘미라고 떠들어온 세월이 있는데 참.. #오카즈 메뉴가 또 싹 바뀌었다. 우동과 오차즈케 대신 이번엔 계절 채소를 활용한 북해도식 스프카레. 누룩 소금으로 맛을 낸 연어 파피요트를 비롯해 정성 가득한데 심지어 예쁜 음식은 고맙다. 누군가 마음과 노력을 다한 결과물을 이렇게 즐긴다.


손바닥 만큼 큰 굴. 호사로운 저녁이었다. 산을 사서 가꾸고 싶다는 로망의 K님은 어떤 상황에서도 웃는다. 좋은 분이다. 점잖은 본업과 상관 없이 혁명적 아이디어, 구상, 모색을 멈추지 않는 K님에게 자극받았다. 십수년 우리는 서로 영감을 나누는 사이라 믿는다. 신사동 #바랗 남의 돈으로 편히 먹을 때 좋은 해산물 식당. 방이 좋긴 한데 벽이 얇다.


각자 참 열심히 사는 이들과 벌써 몇 년 공부를 한다. 매달 모여 정보와 지식과 인사이트를 나눠온 IWDM 친구들. 이런 이들을 상대로 내가 감히 진행을 자처해 웃고 놀았다. 요즘 내 질문은 대체로, 요즘 가장 즐거웠던 재미를 나눠달라는 것. 무슨 낙으로 사느냐는 질문을 던지며 수많은 답을 수집한다. 스산한 시절에도 다들 나만의 한 수가 있다. #쿠벤 본점에 음식 준비해주신 님 감사.


북살롱 텍스트북 매니저들의 송년회. 목욜 매니저로서 다른 요일의 매니저가 궁금했다. 커피머신에 대한 이해, 주문서 눈팅법 등 내게 중요하고 알찬 정보들이 넘쳤다. 하루 힐링을 찾아 서점 알바하시는 분을 비롯해 우린 모두 서점을 즐긴다는 공통점을 발견했다. 처음 만난 이들과 오붓하고 유쾌했다. 심지어 우리가 뭉치니 뒷정리도 후딱 끝. '마무리가 세상에서 가장 편한 송년회였다'고. 근무 요일 아닌날 송년회 참석에 수당 주신 사장님 땡큐요ㅎ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으로 고생 많았던 이에게, 지금 쓰는 책에 중요한 얘기를 전해준 이에게 밥 샀다. 비싼 집 답게 비싼 인테리어가 인상적이던 #안다르조각보. 듣다보니 놀랍고 놀라워서 조금 슬펐다. 어쨌거나 책이나 잘 써야 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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