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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냐 정혜승 Dec 30. 2023

<2023년> 마냐먹방

<2013년> 먹고 다닌 이야기

<2014년 1~6월> 먹고 다닌 이야기

<2014년 7~12월> 먹고 다닌 이야기

<2015년 1~6월> 먹고 다닌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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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가을과 겨울> 먹고 다닌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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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먹방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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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5월> 마냐먹방 치유기 

<2022 7월~12월> 마냐먹방


10년 넘게 했다니...미쳤거나, 혹은 진심이거나.


비프보단 관자 타르타르, 우린 이런데서 죽이 잘 맞는다. 낯선 음식에 대한 도전정신 충만했다. 오늘 고른 식당은 아시안 음식에 진심인 와인바. 취향에 따라 엇갈릴 곳이지만 우리는 정말 정신줄 놓고 음식으로 달렸다.

비트 소스와 배 피클 더한 관자 타르타르는 상큼하고 식감 좋다. 돼지머리 테린과 오리 파테는 쏨땀 같은 피클 얹어 오픈 반미로. 파테가 그냥 오리가 아니라 푸아그라 라는데, 설마 싶기도 하고 더 안 물었다. 푸아그라 냄새가 별로 안 난다는게 전문가 J 평. 땅콩소스와 피클과 고수 듬뿍 사테 소시지는 예상했던대로 풍미 진하다. 사실 나오는 모든 요리가 그렇다. 후덥지근한 날씨를 향으로 덮어버리는 아시안 스타일일까.

숯불에 미디엄 웰던 정도로 구운 삼치에 똠얌비스크 소스, 이거 물건이다. 새우향 짙고 삼치는 부드럽게 녹는다. 항정살과 에그누들까지 끝내 주문해서 안주발로 달렸다. 가장 저렴한 와인이 7.5만원이라 술값 비싸 그런건 아니고, 물만 마시는 나를 생각해 친구들이 딱 한 병으로 끝냈다. 평소 각1병 하던 친구들이 이렇게 사려깊다. 해방촌 아시안 와인바 #사테. 테이블 몇 없지만 손님은 다 멋진 언니들 뿐이다. 온통 고수 요리인데 여자들이 이런거 더 좋아하는걸까. 마감 작업에 신경 쓰여 새해 약속을 거의 잡지 않은 와중에 오랜만에 #마냐먹방. 평일 저녁 내내 약속으로 채웠던 작년과 달리 올해는 이래저래 살살. 친구들은 결국 알콜 부족을 호소하며 2차에서 한 병 더. 난 레몬차.


K님이 중문과 22학번이라 했다. 또다른 K님은 올 A뿔 중문학도였다. 기후위기 관심 많은 H님은 환경 전공 23학번으로 입학한다. 7명이 모였는데 5명이 방송통신대 동문이다. 중문과 2명, 일본어, 법학..이게 뭔일이람. "우리 다들 왜 이렇게 열심히 살죠?"

한 학기 등록금 30만원대라니 중국어를 배워볼까 솔깃했다. 21세기 아시아인이라면 당연한 관심이고, 관광 목적도 설득력있다. 문무겸비 몸짱이 되기 위해 생활체육지도과에 입학했다가 실기가 아쉬워 그만둔 선배 생각도 떠올랐지만 우리 나이는 뭔가 배우기에 딱 좋을 때 아닌가. 학원보다 괜찮아 보인다. 내 팔랑귀와 귀차니즘의 대결이다.

#웨스턴차이나 딤섬으로 달렸다. 게살두부도 좋은 안주. 백짬뽕 한 그릇을 함께 나눠먹는 오병이어 스타일 마무리도 좋았다. 고량주 축배에 홀로 알쓰라면 외로웠겠지만 알고보니 H님도 알쓰이고.. 결국 7명 중 3명이 빼갈 잔에 콜라를 마셨다. 캬.

새삼 다들 예뻐서 정성껏 사진 찍었는데 프라이버시 보호라니 아쉽다. P의 사랑 고백에 손내밀다가 가운데 낀 C님까지 셋이 손 꼭잡고 웃었다. 그 다정하고 따스한 온기가 기억에 남는다.

올해는 먹방도 자제하려 했는데, 방통대 연대기에 충격받아 기록용 엉망 사진 한 장. 방통대 홍보팀 뭐하나. 나를 칭찬하라.


이틀에 걸쳐 세끼 연속 같은 식당에 간 것은 처음이다. 더구나 메뉴 하나는 세 번 먹었다. #마냐먹방 탐식가로서 이런 날이 올 줄이야. 내맘대로 오붓약속이 더 있었으면 구내식당처럼 더 갈뻔했다.


경리단길 #레이지파머스. 계단으로 내려가야하는데 위에서 내려다볼때부터 예사롭지 않은 공간이다. 도서관으로 부르는 1층 왼쪽은 진짜 도서관에 앉은 기분이다. 1층 오른쪽 재배실은 하얀 바탕에 초록이 눈부시다. 커피는 옆건물 #새비지가든 으로 안내해주는데 동굴과 수족관, 실험실 컨셉의 공간마다 놀랍다. 두 건물을 잇는 작은 길은 낮밤 분위기가 각각 매혹적이다. 건물도 정원도 누군가 세심하게 공들인 장소다.

알러지 재료를 메뉴별로 빼달라고 요청할 수 있는 세심함에다 맛까지 잡은 비건식당이다. K선배와 구운 알배추 샐러드와 엔칠라다를 먹었다. 푸짐하기도 하거니와, 채소 많이 먹어야 하는 처지에 이 샐러드는 백점만점이다. 초콜렛소스라 살짝 달달한데 이 정도는 넘어가자. 세끼 연속 주문한 메뉴가 알배추다.

P님은 고사리 라구를 궁금해했는데 진하고 고소하다. 진짜 라구보다 낫다. 관자 스타일 새송이 버섯 빠에야도 가지와 토마토, 호박이 큼지막하게 들어간 별미다. L언니는 김 페스토 파스타를 골랐는데 풍미가 끝내준다. 브로컬리 스프도 좋았지만 함께 나온 화덕에 구운 빵으로 파스타 소스를 싹싹 긁어먹었다. 메뉴마다 궁금해서 다 맛보고 싶은 욕심에 계속 방문해도 즐거웠다.


영화 원작인 소설 #가재가_노래하는곳 을 선물해준 K선배는 "결국 우리를 구하는 것은 연결"이라고 손글씨를 남겨줬다. 우리의 오래된 연결을 새삼스레 기뻐하는 것은 선배만이 아니다. 살아온 궤적, 전문가로서 목소리를 낸 결과물이 경애하도록 만든다. K선배 옆에 붙어있을거다.


언제나 내 편인 P님은 나의 부스러기들을 아까워하셨다. 그저 끼적거린 걸 근사하게 엮을 방법을 나보다 더 생각해주신다. 뭔가 해볼 수 있다는 생각을 불어넣어주는 분이 오래 옆에 있다. 방통대 신입생으로 환경 공부까지 이어가는 P님의 삶도 내게는 언제나 등대였다. 길을 잃지 않고 따라갈 수 있다.

L언니는 걍 멋진 인간이다. '빙구미'라고 툴툴댔지만 포토제닉한 미소가 끝내준다. 유쾌하고 섬세하며 격 있는 품성이 그동안 일에 치여 뒤로 밀렸던 언니. 우리는 이제 잘 놀고먹는 일을 얘기한다. 언니 양보로 이중섭 전시회도 다녀왔는데 같이 보러다닐게 넘 많다. 맘고생몸고생으로 만만치않은 세월을 넘어오신 언니와 계속 웃고 싶다.


서로 다 아는 처지인데 왜 각각 데이트했을까. 같이 놀아도, 따로 놀아도 상관없이 좋은 이들이 많다. 인생 유유상종이라니 신난다. #마냐먹방


선주후면. 소주를 털어넣으며 제육과 만두를 먹기 시작해 평양냉면 차갑고 깊은 육수로 속을 달래는 의식은 축복이다. 이 맛을 아는 이는 불행할 수 없다는 얘기를 1년 전쯤 #마냐먹방 삼아 떠들었다. 지난 가을 남산을 함께 걷고 #필동면옥 바로 이곳에서 선배와 낮술로 신나게 달렸던 기억도 생생한데, 내겐 끝났다. 이제 그림의 떡이다.


국경 밖에서 한국음식 향수가 없는 내가 이집트에서 처음으로 그리웠던게 평냉이다. 몸과 마음을 달래주는 슴슴한 맛, 다사다난 한 계절을 보내는 쉼표 같은 맛. 을지면옥이 없어졌으니 필동면옥을 가고 싶었다. 정작 귀국해서는 경황도 없었고, 술 없이 즐길 자신이 없어 주저했다. 나 술꾼이었나보다. 선주후면, 즐길 수 있을 때 즐기시라. 축복이라니까. 당신의 평범한 밥상이 누군가에겐 채워지지 않는 욕망이다ㅎ


그가 식당을 골랐다. 냉면도 우리 최애 중 하나였지. 나는 그와 그녀에게 소주를 따라줬다. 그는 술이 연례행사다. 그 시절 둘이 삼겹살 구우며 쓰게 마신 뒤, 1년여 만에 처음 마시는 술이란다. 술 없이 힘든 시간을 버텼구나. 그가 느리게 몇 잔을 더 마셨다. 다시 얼굴 보는데 1년 걸렸다. 생각보다 빨리 만난거란 그녀 얘기에 내가 놀랐다. 나는 다정이 병인 인간이다.

요즘 차 마시며 수다떠는데 익숙해졌는데, 이날 2차는 #필동해물. 필동면옥에서 적당히 먹고 가는 노포다. 모듬해물 한접시에 곁들여나온 홍합탕이 예술이다. 단맛이 혀끝에 남는다. 게도 함께 끓인 것 같다는 그녀의 미각을 존경한다. 역시 소주 한 병을 시켰다. 멍게, 해삼, 문어, 소라, 굴, 전복..나는 술 없이 집어먹었다. 이게 뭔일이고.

필동의 풀코스 만찬을 이제 그와 그녀의 기억으로 덧칠했다. 저녁 내내 소주 몇 잔을 천천히 마시는 그들 속도라면, 계절 몇 번 바뀐뒤 함께 마실 수 있겠지. 아쉬움이 더 많은 인연도 시간이 지나면 또 달라지겠지.


스페인 바르셀로나 근교 몬세라트 수도원은 '검은 성모상'으로 유명하다. 카탈루냐 성모, 치유의 성모다. 아픈 사람을 낫게 해주신 성모님. 이은정 님이 마침 그곳에 간 날, 내 아밍아웃 글, 투병 소식을 봤단다. 우연인지, 계시인지 알 수 없다. 그는 그날 바로 챙긴 작은 성모상을 내게 선물했다. 비록 나는 믿음 없는 인간이지만, 먼곳에서 치유의 성모상을 챙겨준 그 마음이 곧 치유의 기운이란걸 안다. 자주 가깝게 본 사이는 아니었거늘, 그게 뭔 상관이람. 다정한 연결이 되살아나는 과정은 그저 자연스럽다.

그가 직접 찍은 성모님은 흔히 본 얼굴이 아니다. 그러나 서아시아 땅의 성모님은 이쪽에 더 가깝지 않았을까 상상만 해본다.

옛날엔 기자 숫자가 지금보다 적었다. 기자실이나 현장에서 만난 이들은 험한 경험을 함께 한 전우애인지 나이 들어서도 잘 통한다. 예나 지금이나 양아치 같던 이들을 함께 뒷담화할 수 있는 것도 즐겁다. 이날 뉴스에 나온 어떤 이의 흑역사를 얘기할 때, 척하면 착 알아주니 좋지 아니한가ㅋ

나때는 말이야..요즘 기자들 흉도 빠지지 않았다. 강제징용 정부 입장이나, 시민사회 반발을 그대로 전하는 건 쉽지만, 사람들이 맥락을 이해하게 돕지 못한다. 사법부와 행정부의 입장이 엇갈릴 때, 박근혜 정부는 어떻게 했던가. 이후 정부가 놓친 지점들은 무엇인가. 외교가 이 지경이 된 건 뭘 봐야하나. 기자는 더 깊게 공부하고, 더 오래 매달려 정리해야 한다. 정부든 피해자든 거친 목소리만 전해놓고 할 일 다했다 하면 안되잖아. 흡족한 분석을 보지 못했다. 발견 못했거나.


요즘 최애식당 #레이지파머스, 바질페스토 파스타도 좋구나. 옆의 #새비지가든 티타임까지 완벽한 코스다. 야생정원 컨셉으로 공간 곳곳이 매력적이다. #마냐먹방

K님도 이 조합으로 만나니 새삼 반갑다. 편강넛츠, 역시 맘에 드는 선물이다. 그가 어느날 갑자기, 가족을 재발견한 사연을 들으며 끄덕끄덕. 일에만 매달려 미친듯이 달려온 인간들이 정신차릴 나이가 됐다. 중년의 부부가 서로 어색하지 않게 새로운 루틴을 만들어가는 건 도전적 과제란걸 알게 됐다.


앞으로 우리의 가장 젊은날 사진으로 일단 남겨본다. 프라이버시 보호하려니 내 사진이 맘에 든다. 샐쭉한 표정보다 웃는게 좋구나. 두 분 모두 포토제닉하다.


병아리콩으로 만든 채소테린도 예쁘지만 노란 컬리플라워 구이, 빨간 토마토, 보라색 적채가 풀밭에. 곱고 고소하다. 사실 메뉴마다 색이 살아나 화사하다. 노란 호박 까넬로니는 달콤한 풍미를 살렸고, 삼치 파스타는 짭조름한 감칠맛이 일품이다. 자주빛 비트 뇨끼와 초록초록 시금치 뇨끼는 빛깔도 맛도 쌍벽을 이루고, 가지 라자냐, 알배추 구이, 뭐 하나 부족한게 없다. 네이버 예약손님 써비스라는 토스트에 곁들인 열무페스토, 당근쨈도 이렇게 맛있을 일인가. 이래서 #로컬릿 외쳤었구나. 셰프님이 건강도 잡고 맛도 잡기 위해 고심한 덕에 우리는 맛나게 먹으면 된다. 채소가 사이드가 아니라 메인으로 이렇게 훌륭하다. 고기러버인 나같은 인간도 행복하면 됐지. 옥수동 길건너 아파트엔 개나리가 노랗게 한창이다. 경리단길 #레이지파머스 이후 이렇게 음식에 푹 빠진 식당도 간만이다. 6명이 결국 9개 요리를 주문했다. 접시의 소스까지 싹싹 긁어먹었다. 이집트 여행이 맺어준 #칠공주파 언니들. 각자 프로페셔널한 일잘러들은 여행과 음식, 삶을 즐기는데도 유쾌하다. #마냐먹방


그분은 해맑은 얼굴로 말했다. 그래도 저렴한(!) 변호사를 써서 1억 정도 들것 같다고. 혐의도 어이없지만, 검찰 조사도 별거 없이 싱겁게 진행됐다고 한다. 그래도 이래저래 몹시 비싼 과정이었고, 혹여 유죄가 결정되면 공무원 연금은 날아갈 처지라고. 정권 바뀌었다고 이렇게 이잡듯 털면 앞으로 누가 정부 일을 하겠냐고.


나의 옛 동료들 중 상당수가 검찰 수사를 받았거나 받고 있다. 참고인 조사까지 포함하면 100명은 조사받았다는 얘기가 있던데 일일이 확인해보지 않았다. 고작 국민청원과 온라인 홍보, 아니 소통만 했던 나는 안전한 편이라는데 안도해야 하나.


검찰 수사 단계의 변호사에 비해 법원 재판 과정의 변호사는 더 비싸다. 나름 고위직이신 어떤 분은 그 비용이 부담되어 판사 출신 변호사를 못 쓰셨단다. 수사 때 수임한 검사 출신 변호사가 재판까지 챙기면서 이래도 되나 곤혹스러워한다고 했다. 아니, 그 돈이 없다고? 싶은 분도 있지만 그게 현실이다. 이 정부 고위직들은 나의 옛 동료보다 몇 배로 부자라 향후 이런 걱정은 없을랑가.


오래 걸리지 않을 수사를 질질 끌면서 1~2년 넘기는 얘기도 들었다. 역시 검찰에 불려다니며 영혼은 거칠어지고, 실질적으론 역시 변호사 비용이 팍팍 늘어난다. 뭔 수사를 그리 열심히 하셨는지 모 수사는 검찰 자료가 5만쪽이란다. 기록 복사비만 천만원 단위로 깨졌다거나, 일단 그 내용 다 꼼꼼하게 봐야 하니 변호사들 여럿을 동원하는, 비싼 사건이 된다. 검찰 수사를 받다보면, 생계형으로 고달픈 동시에 가족들에게 못할 짓이고 앞이 캄캄해지는 순간이 여럿이란다.

변호사 비용 구조 자체가 쎈자들의 나눠먹는 밥그릇 같아 마뜩찮을 때가 있는데, 이건 끼리끼리 그바닥 시장을 키우기 위한 전략도 있는걸까?


대화는 이 모양이지만, 이건 #마냐먹방. 조금 비싼 레스토랑 #라인드한남 목련꽃 피기 시작할 무렵 들었다. 문득 다시 생각난건..리뷰를 정리하던 중이라 그렇다.


노벨상 받은 언론인 필리핀의 마리아 레사는 '법치주의' 공격으로 고난을 겪었다. 명예훼손, 탈세, 증권 사기 등 혐의도 여럿이고, 언론사에 대한 공격도 만만치 않았다. 뉴미디어 신생 언론사로서 수익의 상당부분이 변호사 비용으로 들어가는 것도 부담이었다. 그게 어떤 고충인지 생생하고, 권력자들은 이럴 때 국적에 상관없이 사악하다.


설렁탕 먹고싶다는 얘기에 내가 말한 식당이 그가 생각한 식당. 우리는 이렇게 이심전심이다. 꼬리에 도가니, 모듬수육을 곁들여 가벼운 폭탄주가 약간 부러웠지만 #중림장 설렁탕이 허전함을 달래줬다. 2차는 약현성당 마당. 라일락 향이 진한 봄밤이었다. 내공 무시무시한 선배와 편안한 수다가 알찼고. 피곤할텐데 늦은밤 A급 정보를 줄줄이 올려준 세심한 그대를 내가 많이 좋아한다.


지난주엔 무알콜 샴페인을 마셨다. K온니 만세. 꽃과 술없는 술, 디저트를 싸들고 서점으로 놀러오신 나의 다정한 술친구들. 마침 S가 함께 했는데 많이 웃었으니 됐다.


아주 고급진 브런치. 나도 부랴부랴 #호크니 책과 #인듀어런스 #파타고니아 책을 챙겼지만 이분들 넘 과한 선물을 준비하셨다. 어우야.. 부득이 백수인 내가 밥을 쐈다. 교양대학 꿈 꼭 이루시길. 신나는 수다였고. 그대는 어찌 30년 전에 내가 선물한 책 제목을 기억한단 말인가. 무소뿔이라니. 난 예나 지금이나 딱한 책벌레야


스페인 음식은 차가운 토마토수프부터 모든게 맘에 들었지만 1메뉴 1플레이트. 더 나오는게 없다. 한식 밥상이 독보적으로 훌륭한건 반찬이다. 오랜만에 인사동. #산촌 2.7만원 코스에 저녁 내내 행복했다. 감태에 싼 마는 아삭하고, 당귀 무침은 향긋하고, 연근은 달콤하고. 곁들인 작은 병의 솔잎차는 알콜 기운이 살짝. 배추적은 바삭하게 부쳤고, 김자반과 함께 낸 버섯 꼬치는 입맛을 돋운다. 양상추와 하얀 목이버섯을 샐러드처럼 무쳐서 라이스페이퍼 튀김 위에 올렸고. 버섯과 도라지 위에 쌀가루 올려 부드러운 백설기 마냥 맛을 낸 것도 좋았다. 여기까지가 에피타이저.

일곱가지 나물은 소쿠리에 소담하게 담겼고. 두부조림 잡채 오이무침 더덕무침 연근조림 감자조림 고추조림. 한조각 씩만 먹어도 기분좋다. 슴슴한데 맛난 된장찌개도 놀랍다. 게다가 솥밥. 아껴먹다가 막판엔 고추장과 참기름으로 비빔밥. 누룽지는 뽕잎차 부었더니 향이 끝내준다. 이런 밥상은 배 빵빵하게 즐기지 않을 도리가 없다.


봄나물 밥상이 유독 좋은 시절. 취나물 방풍나물 비름, 머위, 곰취 등 메이커스 나물 셋트를 주문하면서 양가 보내드렸더니. 지난 주말 엄마밥상은 온통 봄. 다섯가지 나물에 더해 호박 가지 당근은 쪄서 맛을 냈고, 그동안 항암에 좋다는 음식 유튜브 링크 계속 보내시더니 다 하셨네. 내가 무친 나물들도 뿌듯했지만 역시 얻어먹는 것도 괜찮다.

그리고 이렇게 식당에서 챙겨먹어도 좋다. 식당 예약부터 계산까지 재빨리 해치우신 L님은 다정한 어른이시다.


인사동 훤하신 L님 픽 #한옥찻집 역시 환상적 코스였다. 인테리어 소품에 먼저 반했다. 타이프라이터를 닮았으나 숫자 자판만 가득한 아이 정체를 궁금해 하던 중에 차가 나왔는데.. 이렇게 아름답게 즐기면 함께 귀해지는 기분. 꽃말이 짝사랑이라 소개된 국화차 보다 ‘고결한 마음, 인내’라는 매화차. 따라 주문하길 잘했지. 매화 꽃 한송이 한송이 가득한 유리 차주전자, 보기에도 흐뭇하다.

비록 우리 대화는 정말 이러다 망하는거냐, 우울한 주제를 벗어나지 못했으나 이럴 때 일수록 좋은 밥상이 중요하다. 아르헨티나가 한때 세계 7대 강국이었다. 일본은 2위였다. 나라가 후퇴하는 것도 한순간이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들에 대한 온갖 해석에 우리는 계속 웃었다. 과학자께서 점쟁이 얘기까지 전해주시는 바람에 또 웃었다. 2023년은 후일 어떻게 기억되고, 어떻게 기록될까.


전세 세입자가 사실 집주인에게 돈을 빌려준 채권자 입장이었던 제도로 출발했으나 일제 시대에 지위가 역전되면서 권리가 축소된 사실도 수다에 등장했다. B님 추천한 홍기빈 칼럼, 인상적이다. 부동산의 금융화 추세에 아킬레스 발꿈치가 되어버린 한국식 전세. 마땅한 권리도 빼앗긴 세입자들은 관행의 피해자일까? 중요한 의제인데 나를 포함해 다 놓치고 있는건 아닌지. 유익한 저녁이었다. #마냐먹방



찐한 봄소풍이었다. 대전 #오천항간재미 간재미 무침과 찜 외에도 갑오징어 몸통 회와 다리 숙회, 병어구이, 도다리찜.. 기타 등등 이 근사한 안주들을 술 없이 즐기려니 목넘김이 빡빡했다. 나도 소맥 원샷하고, 소주 쭉 털어넣고 싶었다. 대신 사람에 취한 밤이다. 새로 인사한 분들이나 오랜만에 만난 이들, 모두 선한 표정의 인간들이 한껏 웃었다.

조선 왕조 500년에 몇 명의 성군이 있었던가. 좋은 국가 리더는 역사적 통계학적으로 흔하기는 커녕 100년에 몇 없다는 P님 말씀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훌륭한 리더를 위해 일할 기회가 있다면 홍복이다. 별로 맘에 들지 않은 리더를 목격하는 것은 인류 역사에 오히려 흔한 일이다. 기대치를 조정해야 할까. 지난 몇십년 3.5명의 국가 리더가 정말 고맙다는 C님 말에 동의한다.


아침 해장은 유성온천 옆 #청주해장국. since 1937, 80년 넘게 해장국을 끓여왔다니 놀랍다. 오랜만에 국물 진한 내장탕, 이걸 또 알콜 기운 하나 없는 속에 넣었다. 먹어도 먹어도 내장이 계속 나온다. 청주는 옛날 그 시절, 통금 제도 폐지를 앞두고 선도적 테스트베드로 통금 없던 도시. 다른 지방 주당들이 원정다니던 곳이란다. 그래서 대전의 청주해장국이라니. 유성은 여전히 유흥 간판들이 있는데 요즘도 잘되는지 궁금했다.

결혼식은 아름다웠다. 유리 천정을 통해 봄날 햇살이 눈부셨고, 신부도 신랑도 행복한 미소로 빛났다. 주례를 대신한 신부 아버지의 덕담에 신부가 눈물 훔치는 뒷모습 보며 함께 먹먹해졌고. 새 가족을 맞이하는 기쁨을 참석한 모든 이와 나누는게 좋았다. 이게 잔치로구나. 에헤야~


늦은 오후 계룡산 자락에서 백숙. 계곡 앞에 식당들이 즐비한 동네구나. 당일 합류한 미녀들, S 가족과 이렇게 뭉치다니 좋구나 좋아. 어느 예쁜 청춘의 사랑과 결혼 덕분에 나이든 이들이 봄소풍에 신났다. 이 동네는 대체 어떻게 식당 허가가 났는지 곳곳이 궁금.


반포역 이자까야 바지락술찜은 이렇게 밍밍하게 맛없어도 되나 충격. 다시 끓여달라고 청했다. 간하는 걸 빼먹다니. 원래 가장 맛난 메뉴였다는데 간을 더해도 그맛이 아니란다. 주방장이 바뀌신 모양이다. 우리는 꼭 떠나보낸 다음에 고마운 이들을 그리워한다. 좋은 인연 귀한줄 알라고 매번 겪는 일이다. 이토록 찐한 1박2일 소풍을 더 자주 다니면 좋을텐데. #마냐먹방



You complete me. 다시 봐도 멋진 대사다. You make me want to be a better man 보다 좋다.

저 대사는 #에이징_솔로 에서 재인용했다. “나를 최상급의 나로, 더 바랄 것 없는 온전한 존재로 만들어 줄 단 한 사람”. “다른 사람이 아닌 바로 그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나의 결핍을 메꾸어 줄 수 있는 존재”에 대한 언급이 나온다. 사랑은 판타지 맞지?


“가장 사랑하는~”, 종류의 질문에 답을 잘 못한다. 하물며 책과 영화도 그렇게 못 꼽을 뿐더러, 색깔, 음식, 꽃 뭐가 됐든 안된다. 관계도 그렇다. 여러가지 색깔의 친밀한 관계를 맺어갈 뿐이다. 책에 나온 네덜란드 연구에 공감했다. 사람들은 7년마다 사회적 네트워크의 절반을 바꾼단다. 친구의 반을 잃고, 다시 새로운 친구로 대체한다고. 오래되서가 아니라, 같은 기억과 경험이 단단한 고리가 되고, 때마다 달라지는 생각을 나눌 때 친밀감을 느낀다.

마음의 거리가 축지법을 쓴 마냥 훅 가까워지는 건 놀라운 경험이다. 서로 밥 사겠다고 다투는, 귀여운 분들을 보면서 문득 마음이 헬렐레 팔렐레 했다. You complete me 단계는 아니라도, You make me want to be a better man 하는 님들. 제주산 유기농 당근을 물없이 착즙한 주스를 당근시러 불구, 맛나게 마신건 마음이 따뜻했기 때문이다. 남산 자락에 살면서 하얏트 건너편 남산 숲이 이렇게 좋은지 또 처음 알게된 인간이 나다. 경리단길 #템팅스팟 음식은 낙지 샐러드, 호박꽃 튀김, 문어와 아스파라거스 구이 등 전채도 끝내줬지만 어란파스타 면이 예술이다. 거기서 끝내지 못하고 면에 반해서 소라 파스타까지. 남산에서 여의도까지 보이도록 쨍하게 맑은 날이었다.


남영동 #오슈 1만원대 적고 작은 요리들이 끝내줬다. 양고기라구와 구운가지 풍미 좋고, 얇게 저민 참송이버섯에 버섯과 오일만으로 맛을 내도 훌륭. 숲에 구운 알배추에 헤이즐넛 크림. 별미를 함께 즐긴 이에겐 미안하고 고맙고 만감이 교차하는데, 함께 흉보는 것도 중요한 관계란 깨달음. 어이없다고 함께 건배하다니 좋지 아니한가. 그는 맥주, 나는 제로콜라를 마셨지만.

효창공원역 부근 #레이지수잔. 이 일대 작은 가게들도 흥미로운데, 이 집은 반려견 환영. 친구의 강아지는 테이블 밑에서 얌전하게 좋은 시간을 함께 했다. 역시 1년 전에는 상상못할 조합의 우리는 이제 꽤 잘 맞는 친구들이다. 잘 먹고 삼각지역 #어텀브릿 커피 마시러 갔다가 시금치우삼겹파스타 나눠먹은 우리들 좋다.

나의 2023년 봄을 채우는 #마냐먹방


광동식 깐양볶음은 이름 그대로 내장 양과 야채를 볶았고, 게 두부는 게 내장 소스 풍미가 진했다. 용산 #로스트인홍콩 나 어릴적 홍콩 배우들 빛바랜 사진은 홍콩의 화양연화와 쇠락을 보는 기분. 명문 홍콩 대학들에서 인재들이 빠져나간다고. 국가도, 지는건 한순간이다. 가슴 한편이 서늘하다.


화덕맛집 한남동 #아따. 내 감동은 무알콜 샴페인 톰슨&스캇 노티 샤도네이. 양송이 구이와 문어 등 화덕 요리와 피자 모두 맛난데 양 적고 비싸다. 능력자와 가야한다. 종종 둘이 와인 세병 달리던 술친구 님과 이젠 무알콜 수다. 경험과 경륜에 새삼 감탄했다.


경기고 옆골목 #앤헤이븐. 거대한 디스플레이 펼쳐지는 한쪽 벽, 한쪽은 확 트인 야외. 공간 만큼이나 음식도 훌륭. 비싼값을 하는 집이고, 화려하고 우아한 옆테이블 사람 구경도 흥미. 일상의 즐거움과 행복에 매진한지 5년 된 E의 얼굴은 더 맑아졌다.


한때 단골이었으나 술 끊은뒤 못가는 펍 서울로 #만리199 윗집에 #창가브런치앤와인 새로 발견. 에그인헬, 미나리파스타 가성비 좋다. 셋이 보자고 말한지 1년 만에 성사된 동네이웃 점심. 선하고 다정한 다독가들 대화는 말해 뭐해.


판교는 그새 또 변모했다. 돈이 이 동네로 모였던 세월을 실감했다. 회사는 달라졌지만 다들 아직 판교인 옛 동료들과 #더이탈리안클럽 판교점. 다사다난이 일상다반사인 동네. 아둥바둥 했던 일들이 지나고보니 계속 이어질 뿐이란걸 발견했다. 나만 졸업했구나ㅎ


믿고보는 E님이 추천한 베이글 맛집 서촌 #라파리나. 추천해주신 소금베이글, 대파치즈 베이글에 할라피뇨 베이글 더해서..베이글 세 개로 서점알바날 점심저녁 해결. 탄수화물은 역시 길티플레져.


이집트에선 알콜을 못구해 난리였던 팀과 전통주, 막걸리 곁들여, 아니 마시는 걸 구경하며 #북촌도담. 파전 김치찜 보쌈, 최적화된 안주들. 다시 떠난다면 어디로 물었다. 발틱3국 등 역시 유럽인가. 쿠바 등 남미인가. 바이칼은...


나의 오래된 맛집 녹사평역 #부다스밸리. 남편이 첨 들어본다는 얘기에 더 놀랐다. 우린 다른 맛집세상에서 살았구나. 이날 멋진 언니 두분은 오랜세월 서로 관심만 두고, 내가 연결해드릴 때까지 안 만나셨다는 거ㅋ 뚜쟁이 보람날.

수육 대짜가 9만원. 6명이 나눠먹으면 얼마 안된다. 냉면은 1.5만원. 이젠 비싼집 #을밀대_무교점, 능력자 옵바가 쐈다. 작심하고 놀러가는 얘기를 실컷 했는데, 날잡는게 어렵다. 여행짤 추가..


신논현역 #루프808. 뷰가 끝내주는 건 당연하고, 연어 샐러드는 만점 주고 싶다. 우리 인연도 10년째. 얼마나 열심히 살아왔는지 칭찬해. 응원해. 더 해줄게 없네. #마냐먹방


오늘부터 #소리꾼_이자람 님 팬 1일. 입덕했다.

혼자 엄근진 귀엽발랄 새침 다정 캐릭터를 오가며 소리가 소리가… #이방인의_노래

”새카맣고 딱딱해진 마음을 맑은 호수에 흔들어 씻은“ 느낌이다. 이자람 공연을 한번만 보는 이는 없겠구나! #오늘도자람 에세이 리뷰에 공연 본적 없다고 썼더니 K선배가 곧바로 초대해주심. 만세!!

L선배는 #이태원주식 저녁을 쏘셨고, 맑은 날이라 루프탑 2차에서 달빛과 바람이 환상이다. 시원한 여름밤, 즐길 수 있을 때 즐겨야지. 사랑합니다!


엉뚱한 수사가 길어지고 있다고 했다. 어느 기업 얘기다. 끝이 보이지 않는다. 언제든 뭐라도 털어 목덜미를 물어뜯길 수 있다는 공포가 현실이다.  

기이한 수사도 이어진다. 어느 시민단체 얘기다. 지원금 후원금 용역으로 굴러가는데 없는 문제도 만들어내는 수준이다. 기가 죽었다. 현안 대응이 무뎌졌다.

국세청과 교육부가 탈탈 털고 있는 학원 쪽은 숨도 못쉬고 있다.

옆지기는 경찰과 검찰 수사, 재판을 받고 있다. 죄가 될리 없는 황당한 내용들이지만 고단하다. 그저 피곤하게 만든다는 목적을 숨기지도 않는다.


"수사 길어지면 시간과 돈이 털릴 뿐이어요. 그런데 일상까지 털리면 안되잖아요ㅎ"


1년 넘게 수사를 받아온 그분은 웃으며 말했다. K님이 정성으로 싸들고 온 장어덮밥과 스시, 우동과 모밀을 유쾌하게 나눠먹던 중이었다. 마음이 어수선해도 웃음을 잃지 않는 건 쉽지 않다. 일상은 지키겠다는 다짐이 무한도전에 가까운 시절 아니던가.


"아내가 최근 참사를 보면서 공무원들이 다 바보가 되어버린 거냐고 묻더군요. 그럴리가요. 공무원들 똑똑한 양반들입니다. 다만 니가 언제든 잘릴 수 있다, 징계받을 수 있다, 수사, 조사, 감사 받을 수 있다고 으르렁 겁박하는데 일할 수 있겠습니까? 공무원이든 회사원이든 다 똑같아요. 그저 북돋아 드려야죠. 당신을 믿는다, 잘하고 있다, 조금 더 잘하자고 하는 편이 낫습니다."


수사만 잘하는 검찰정부도 우리가 뽑았다. 비용이 비싸다. 일상을 지키는 것도 노오력이 필요하다. 잘하는 분들 보면서 배운다.


밥상에 진심인 엄마 덕에 어른맛집 못가본 딸을 위해 생일 전날 코스 런치를 선보인 곳은 대흥역 #요수정. 갯방어 리에트와 무화과 타르트 전채는 진짜 감탄. 참돔에 그릭요거트가 어울린다는 걸 첨 알았고, 코리안이탈리안비스트로 인데 멕시코풍 타코는 뭐냐고 딸이 물었으나 맛있으면 됐지. 아마트리치아나 파스타에 녹진하게 익힌 돼지등갈비에 아보카도 소스를 얹은 거북바위는 이름도 예뻤다. 점심 3.8만원.


“나쁜 정부와 무능한 정부는 달라요. 우리가 지금 보고 있는 것은 나쁜 정부입니다. 이전 정부는 나쁜 정부까지는 아니지만 썩 유능하지도 않았어요.

유능함은 주로 정책에서 나오는데, 대통령도, 정치인도 ‘유능하게 일을 하면 언론이 안 써준다’고 해요. 헌법적 과제니, 뭐니 중요한 가치에도 다들 관심이 없다는 거죠. 그런데 언론에게 물으면, ‘그런거 써봤자 아무도 안 읽는다’고 해요. 정치인은 언론 핑계 대고 언론은 독자 핑계 대죠. 그럼 국민이 가장 후진가요? 사실 국민이 가장 훌륭한데? 핑계는 어디선가 끊어야 합니다. 그 돌파구는 정치인들이 만들어야 합니다. 혼자 못하겠으면 팀을 짜든가.”


책 마지막 장에 넣은 S쌤 말이 떠올랐다. L선배는 "뭉뚱그려 언론 탓 하고 기레기라고 몰아붙이면 안된다"고 했다. 하기야 언론 전체를 똥통에 빠뜨리며 비난한 건 트럼프의 전략이었고, 필리핀 두테르테의 지지자 모카 우손이 한 일이었다. 권력 비판을 가짜뉴스라 주장하며 언론은 믿을게 못된다고 했다. L선배는 "그럼에도 열심히 하는 기자들을 주목하고 응원해야 한다"고 했다. J선배는 애쓰는 후배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찾는다고 했다. 저널리즘이 너덜너덜해진 시점에 선배들은 여전히 희망을 탐색하며 후배들을 믿었다. 나 역시 믿고보는 기자들을 키워야 한다고 떠들어왔지만, 한동안 실망과 분노가 넘쳤나보다. 언론은 한번도 성찰하고 반성하고 사과한적 없다고 따졌더니, "언론을 그리 뭉뚱그려 말하면 안된다"고. 수다 떨다보니, 언론이 그리 인정하고 반성하고 새출발한 사례도 있더라. 오랜만에 저널리즘으로 열렬한 수다로 #마냐먹방 남긴다.

타르트마냥 구워낸 껍질 안에 식감 훌륭하고 고소한 한우 타르타르, 새콤보단 달콤쪽에 비중을 두고 포도를 곁들인 새우 세비체, 앤쵸비 파스타와 먹물 리조또도 맛있지만 가격 대비 양이 적다. 그래도 공간을 넓게 써서 수다떨기 좋은 언주역 #부르. 근사한 저녁도 사주시고, 고단하지만 끝없이 도전하는 열정을 나눠주시고, 지하철역에서 꼭 안아주며 등을 쓸어주시는 선배들. 종종 어른 마냥 으스댔지만 진짜 어른을 만나면 이렇게 좋은 법이다.

역시 어른인 P선배가 밥도 사주시고, 온갖 인사이트 나눠주신 날. 이촌동 #더몽 유린기, 가지튀김, 낙지짬뽕 모두 훌륭하다. 옛날 선배들은 정말 세상 돌아가는 걸 훤히 들여다본다. 그렇다고 모든 문제가 풀리는 건 아니지만 관점과 통찰력이 남다른 분들이 분명 있다.


창덕궁 옆 #모꼬지랑. 몇년 만에 다시 가봤다. 민어전에 튀긴 생선은 볼락이던가. 음식 훌륭한데 가격도 있는 집. 비싼데 그 정도는 해야지. 이날 목적은 어느 남녀를 슬쩍 소개하기 위한 작당이었는데 무산됐다. 그런데 엉뚱한 해피엔딩을 맞이했으니 인생 참 알 수 없다ㅎㅎ

호텔 애망빙을 처음 먹어봤다. 이게 9만원이 넘는다. 능력자 친구 덕에 호사였다. 세월가니 다들 다정하여 온니는 여행지에서 맛난 디저트를 공수해오셨고, 친구는 올해 인생책이라는 소설을 내게 넘겼다. 한동안 소설 못 봤는데, 이거 예사롭지 않다.


성공한 남자들은 종종 대화력이 떨어진다는데 의견일치. 예컨대 이런거다. 한마디 하면 다들 "우리 총장님~"하면서 탄성과 환호..자기가 말 잘하는줄 알지만..직언과 고언 없이 오래 권력을 누리면 상태 나빠지는게 당연하지 않나?

주변 성공한 이들 중 계속 보게되는 사람은, 여전히 매력있거나, 사회일반이든 자기분야든 인사이트를 나눠주거나, 재미있거나 귀엽거나 다정하거나.. 나 사회 초년병 시절엔 이 무리가 남초였는데, 지금은 여초인건 분명하다.

무튼 온갖 대화가 그저 편안한 이들을 더 보고 살아야할텐데. 해가 갈수록 더 예쁜 이들과 스웨덴 집밥 스타일이라는 역삼동 #헴라갓. 8가지 종류의 절인 청어와 계란, 다크브레드 먹으러 갔다. 북유럽까지 못가도 맛볼 수 있다니 고마운 집. 웰컴푸드인 고소한 잡곡빵과 돼지껍데기, 오이절임도 훌륭했고, 절인 청어는 다양한 소스로 변주해서 먹는 재미가 있다. 과메기 같은거 거부감 없냐고 쥔장님 사전체크ㅎㅎ 없어서 못먹죠. 초절임 청어 튀김도 신박한 맛이고, 생선튀김을 올린 시금치 스튜는 담백한 경계에서 고소해서 싹싹 긁어먹었다. 기름진 메인 하나 더 먹을까 하다가, 식단조절 분위기에 훈연된 연어와 새우 샐러드로 마무리 했는데 담엔 이걸로 시작하리라.

특이한 걸로 #마냐먹방 거슬러 올라가면 광화문 #렁팡스 본 매로우, 소의 골수를 구워서 파슬리 곁들여 빵과 함께..기름지고 고소한 맛이 혀끝에서 살살 녹았다. 요즘은 이거 빠진 메뉴판 짤 봤는데 담에 재도전. 에그 미모사는 뭔가 했는데, 하여간에 캐비어와 연어알을 올려서 나눠먹으면 더 땡기는 맛  치즈와 자몽을 올린 엔다이브, 그뤼에르 치즈를 듬뿍 뿌려 사과 곁들인 아스파라거스도 좋았지. 양 적은데 맛있었고. 유쾌한 이들과 뭔들.


청담동 #필레터, 케이퍼를 수북히 쌓아올렸거나 허브와 소스를 절묘하게 변주하는데 정작 메뉴 이름은 가리비, 문어, 금태, 가자미..이날도 다정한데다 전문가의 통찰력 넘치는 분들이었다. 원고 마감한답시고 먹방 기록도 게을리 했더니 다 지나버렸네..


젊은이는 예쁜데 어른은 매력적이다. 무빙 조인성을 보면 인생 좀 아는 어른의 눈매가, 미묘한 표정이 좋지 않나? 얼굴만 보고 결혼한 나는 꽤나 얼굴 따지는데, 요즘은 확실히 주름진 얼굴의 매력을 더 찬찬히 보게 된다.

거칠어진 피부와 주름은 그 사람의 삶을 담고 있어서 각각 다르게 보인다. 사회적 성공은 (많이 봐서 그런지ㅋ) 큰 관심 없지만, 열심히 살아온 인생은 다 티난다. 사람 보는 눈 꽝이라는 내가 이러니까, 좀 거시기하지만.

난 글 잘 쓰는 사람에게도 잘 넘어간다. 그러니 작가님 만나 성덕이라고 외치는 순간이 드물지 않다. 다 진심이다.

남편은 글 잘 쓰는지 잘 몰랐는데 술술 읽히는 건 팩트. 새 책 추천사 쓰느라 원고를 본 L선배 증언이다. 너무 잘 읽혀~

난 아직 그의 원고를 못봤다. 내 책 마감하기 바빴다. 문득 생각하니, 그의 글에 감탄한 오래된 기억이 있다. 삘이 안 생기니 그만 만나자는 내게, 보름 뒤 보냈던 편지다. 두어달 뒤 결혼하기로 했으니 효과 직빵 편지. 환상이 깨질까봐 이후 한번도 안 들춰봤다.

얼마전 결혼기념일엔 남영동 #오슈. 생 관자에 키위, 참외 주스, 레몬그라스 오일을 더한 요리, 숯불에 구운 한치와 태국식 얌 샐러드, 양고기 라구와 구운 가지에 사워크림, 숯에 구운 닭과 레드 커리. 둘이 네 접시지만, 타파스 마냥 1~2만원대 작은 접시라 강조해본다. 마눌 위해 집에서 최애 무알콜 #제주누보 챙겨온 거 칭찬한다.


#마냐먹방 정리하는 김에 부부동반 수다 깊었던 용산맛집 투어. 남영동 #양문 쇠고기 600g 한판 6.9만원 가성비에 육질 좋은데 선지국 등 찬도 괜찮고. 소뼈 골수까지 긁어먹는 백골라면이 인상적이었다.


결혼을 앞두고 만나는 청첩장 모임. 겁나 멋진 여자 M님이 신부가 되는 기념으로 강남역 #어거스트힐. 안쪽 방 좋다. 벽돌책 읽고 토론하던 멤버들, 책 없이도 토론 작렬.

팟빵에서 녹음 후 친구와 골목을 헤매다 만난 #라오광식반. 광둥식이라는데, 완탕면, 창펀, 계란고기덮밥..이게 현지느낌인거지? 무튼 내 취향에 좋았다. 살짝 걸리던 일을 다독다독해주는 친구가 있으니 다 괜찮다.


압도적 덕자 병어찜이긴 한데 쇠고기 만큼 비싸서 쉽게 추천은 못하겠다. 저렇게 큰 물고기가 힘차게 물살을 가르며 바다를 누볐던 시절을 상상하면 값이 문제인가 싶고. 대파 듬뿍, 양념 없이 쪄낸 것을 고추씨 듬뿍 간장에 찍어먹었다. 단단하고 쫄깃했다가 살살 녹게 부드럽다가, 부위마다 다른 담백한 맛에 8명이 달려들어 알뜰하게 파먹었다. 와중에 생선뼈 발라먹는 재미는 양보 못하지. 이날의 모듬생선구이엔 민어와 서대, 조기. 생선으로 배를 채웠..다고 하기엔 반찬으로 나온 돌게장에 계란프라이, 밥 비벼먹는 걸로 시작했구나. 닭똥집도 계속 집어먹는 맛이었다. 8명 중 3명이 무알콜이라니 십여년 먹방 모임에서 유례없는 일이지만 여전히 위대한 우리. 경리단길 #여수댁


그때 그시절 다니던 경리단길 #골목바이닐앤펍 재오픈했다고. 2만여장 LP 보관이 힘드셔서 다시 여신게 아닐까? 1차에서 S온니가 선물해준 무알콜와인으로 시작해, B온니와 S옵이 차례로 슬쩍 나가서 가져오신 무알콜 맥주. 다들 향 깊은 발베니, 산토리 마시는 동안 나도 바꿔가며 홀짝했다. ’새로‘라는 소주는 맛도 못봤는데, 내년에 꼭 마셔보는 걸로. 이게 ’처음처럼‘ 서체가 이념적으로 싫다는 분을 위해 그 술회사에서 새로 출시했다고? 소문 관심없고, 그냥 그러려니.


올만에 가족 생일 저녁은 #요리상점. 나름 남영동 새 맛집 고르고 고르다 해물찜 비주얼에 넘어갔다. 넷이서 찜 하나에 채소고기 듬뿍 차돌나베만 먹어도 될뻔. 어향가지는 뜨끈하고 기름진 가지튀김 제대로였으나 하여간에 과식.


서촌에 이렇게 괜찮은 집이 있었나 뒷북 탄식했던 #고치비. 부라타치즈 샐러드, 가리비 관자, 흑도세기 갈비, 파스타까지 각각 탄성 터트렸다. 다사다난 폭풍에 씩씩하게 버티는 멋진 님들과 함께 했다. 동네방네 황당 황망하지만 만만치 않은 만행들. 그래도 우리는 웃으며 밥심을 나눴고, 기억하리라 기록해둔다.


세종문화회관 이은미 언니 공연 전 ㅎㄹㅌ 가려고 했는데 웨이팅 8팀. 캐치테이블만 보지 말고 네이버 예약 했어야. 근데 얼결에 들어간 옆집이 진정 만두맛집이었다. #오한수우육면가 우육면은 기본. 큼지막한 찐만두 4개(7000원) 가성비도 좋지만 꽉찬 속 뜨끈하게 먹는데 와우..새우물만두도 괜찮다. 국수 육수 추가 등 엄청 친절하심.

원래 만두 좋아했지만 요즘은 더더더. 너무 기름지지 않으면서 채소와 단백질, 탄수화물 균형 있는 메뉴가 생각보다 많지 않다.


원래 가려던 #후라토식당, 이자람 공연 때 갔는데 L온니가 예약해주셔서 편했던걸 몰랐..화로에 구워먹는 규카츠, 스테키 정식, 오므라이스 셋이서 나눠먹으면 딱 좋다. 실상 양배추 샐러드 듬뿍 곁들여나오는 것 보고 안심한 집. 식탐 와중에 나름 건강 챙긴다.

역시 만두맛집 중림동 #닭칼원조집, 비오는날 닭한마리 딱 좋다고 갔는데, 사리로 나오는 부추만두에 깜놀. 아낌없이 부추를 꽉 채운 만두다. 닭다리 갯수도 맞춰 주시는 집인데 할당된 만두 숫자 세면서 먹었다. 애써주시고 밥 사주신 M팀 복받으시라.


서촌 #효자바베, 토요일 5시에 갔더니 웨이팅 없이 마침내. 바베큐(대)에 파스타 둘 곁들이면 6명이 나눠먹을만 한데 4명분 나오는 등갈비가 아예 빠진 (중)에 다른 메뉴 시켰어도 괜찮았을듯. 삼겹 닭 오징어 바베큐 풍미에 맥주가 딱인데..군침만. #미디어모자이크 시즌 마감했는데, 기대 이상 즐거웠다.

#오리지널팬케이크하우스 세종문화회관점, 점심은 예약이 안된다고 웨이팅할 것을 약간 쌀쌀한 날 야외테라스로. 올해 마지막 야외 브런치 즐겼다. 각 2만원대 샐러드나 소시지베이컨계란에 팬케잌..기본 이상 하는 패밀리 레스토랑 맛. 커피 무한리필이다. 책에 호평해주신 K님과 첫 만남ㅎ


안주맛집 #마포마루 아크로점. 오랫동안 리스트에 올려둔 집, 마침내. 보쌈이든 제육이든, 닭볶음탕이든 괜찮은데다 가성비 훌륭. 이날은 막걸리가 땡겼지. D가 콜한 자리인데 N 진짜 오랜만. 마음속에 여전히 미안함이 있었던 것 같은데 N이 쿨하게, 진심을 다해 오히려 나를 달래줬다. 다행이다.


#신도세기_종로구청점, 돼지 숄더랙이란 건 뭔데 이렇게 쫄깃부들촉촉. 이제 발암물질 생기는 구운고기 그만 먹으라는 L온니 얘기에 먼저 떠오른게 그 며칠전 이 집 고기였다.. 술도 끊었는데 고기까지 끊으라는 건.. ㅠ 이날 일 복잡했던 K온니, 무알콜 와인도 사오시고..다음날 일 잘풀려 복받으신걸로ㅎ


돼지로 1차 한뒤 2차는 낙지라고.. 역시 #막방 만세. #실비집, 오랜만인데 난 여전히 낙지보다 계란말이파라고 주장하면서 쉬지 않고 낙지를 오물오물... 멈추면 맵다. 근데 와, 진짜 간만 소주도 진하게 땡겼다. 그래도 온니옵바, 우리 ㅇㄹ 즐겁게 마시는 걸 보니 흐뭇ㅋ


남산뷰 해방촌 맛집 #차경. K온니 생일 전야 만찬. 10월 일이라고 그새 메뉴 이름 까먹은 걸 보니 부질없지만ㅎ 메뉴판 싹 털어 먹으며 웃고 떠들었고, 2차로 야경뷰 끝내주는 #오잇 차마시며 또 수다수다. 올해의 발견은 이 언니들이 아닐까? 어쩌면 인생 후반전의 발견ㅎㅎ #마냐먹방


여러 차례 약속을 조정하면서도 L님이 #쿠촐로 고집한 이유가 있었다. 신용산 아모레퍼시픽 빌딩은 새삼 근사한데, 유리창 너머 풍경과 미식의 시간이 기분 좋게 어우러진다. 색색 방토 듬뿍에 껍질콩과 양파, 케이퍼 들어간 샐러드는 애피타이저로 딱 좋고, 레몬크림 파스타, 조금 낯선 조합인데 풍미가 좋다. 버터 치킨도 훌륭. 당 자제하는 나를 위해 디저트 대신 샐러드 하나 더 주문해준 다정한 이들 덕에 #마냐먹방 호사.

L님, 일상은 평온하고, 여러가지 루틴은 느슨하게 맞물려 돌아간다. 정신없이 잘나가던 예전보다 지금의 삶이 딱 좋다고 했다. 열흘 넘게 여행가면서 딱 한 곳에서만 머물기로 한 그의 캐릭터를 새삼 발견한다. 화가 많은 세상에서 단정한 삶을 꾸려가는 그는 상냥ㅇ하고 단단한 사람이다.

어쩌다보니 S님도 닮았다. 한번도 조급하거나 화내거나 여유를 잃은 S님을 본 적 없다. 리더로 오래 일해온 경력보다는 원래 성격인듯. 어제 대화를 나누다가 그가 진정 중재자란 생각이 들었다. 갈등을 정리하고, 부드러운 소통으로 매듭 짓고 그 다음으로 나아가는 능력자. 완벽하지 않더라도 최선, 차선을 찾아가는데 호흡이 흐트러지지 않는다. 이러니 힘들 때 마다 만나서 기운 받았지.

단란한 점심을 3시간이나 즐기고 집에 온 뒤 부엌에서 후다닥. 미국서 온 친구에게 따뜻한 음식 하나 해주고 싶어서 '영혼의 닭고기 스프'라고 떠들며 닭한마리 끓여서 T 집에 싸들고 갔다. 배달 음식 먹기로 해놓고 반칙인가 했는데, V는 통삽겹살 조림과 육전을 준비해왔다. 손 큰 요리천재 친구 같으니라고. 넷이 날마다 와인 각1병 하면서 이탈리아 다녀온지 벌써 1년 반. 어젠 셋이 사정상 논알콜이었다. 내년엔 다시 같이 홀짝 할 수 있을까? 친구의 내년 여행 스케줄은 그저 부럽다. 도저히 따라갈 엄두가 나지 않았고, 최근 일을 저질렀으니 내년 상반기엔 딴짓 어려울 듯.

친구의 강아지 덕분에 같은 자리도 분위기가 또 다르다. 가방에 쏙 들어간 예쁜 아이. #마냐친구밥상


올해 마지막 #마냐먹방, 이 집을 놓칠 수 없다. 이태원 #사우스사이드팔러, 영화 15도였던 밤, 간단 저녁을 위해 동선 짧은 곳 검색했는데 얻어걸렸다. 채소 듬뿍 타코, 고기 넉넉 나초도 감탄했지만 버거 맛집. 여럿이 다 시켜 맛봐야 하는 집에서 먹방 멤버들과 신났지. 옆 골목길에서 폼잡고 사진 찍은 뒤 #골목바이닐앤펍 생일파티. 최근 모두 상심이 컸던 만큼 왁작지껄 들떴던 그 밤이 아스라하다. 서로 옆을 지켜주는 사람이 되리라.

어느새 10년 되어가는 공부모임 IWDM 송년모임도 타코였다. 줄서는 맛집 #비틀비틀_비틀스타코 테이크아웃해 산처럼 쌓았고, 온갖 맥주와 칵테일. 논알콜이 없던게 옥의 티였지만ㅎㅎ 클스마스 꽃다발까지 준비팀의 세심한 기획이 돋보였던 밤이다. 어떤 주제든 밤새 떠들 수 있는 내공만렙 친구들이 저마다 성과와 도전을 말할 때 나는 "다정하고 귀엽게 늙는게 목표"라고 거듭 뜬금 다짐을 던졌고..


판교 친구 동선을 감안해 강남역 검색한 #한량블루스. 베를리너 친구가 올때마다 뭉치는구나. 16년 소셜임팩트 함께 공부하고 열올렸던 과거만 떠들어도 즐거울텐데 역시 머물러 있을 친구들이 아니다. 계속 나만 놀고먹으면 담에 부끄러워질거 같다. 지적 자극 채워주는 어마무시한 분들 같으니라고. 파스타, 돼지스테이크 다 괜찮다. 모두 무알콜 샴페인만 마시다니 왠지 웃음이ㅎㅎ


압구정역 #가담, 5시반에 갔는데 예약만석. 6시반까지 한시간 간신히 먹고 나왔다. 난자완스, 마파두부 괜찮았다. 안다즈 호텔 스위트룸 2차가 찐. #봄날의햇살 친구 덕에 호사.


이촌동 #쉐이드트리, 딸 모시고 다니는 동물병원 윗집인데 버섯샐러드 맛집으로 기억하리. 중학교 친구들 다시 만나는데 이렇게 오랜 세월이 필요했다니. 니들은 어쩜 그리 기억력이 좋니.. 바쁜척 살아온 나는 과거를 다 잊어버린 여자로구만. 하이고..


서점단골친구의 클스마스 과자, 먹방 사진에 끼워놓는다. 어느 디저트 맛집보다 훌륭하기도 했고, 먹방 기록의 본질은 원래 다정한 추억놀이.

어젯밤 2023 마지막 송년 모임을 가졌다. 서점 아랫집 가게에 '걱정을 해서 걱정이 없어지면 걱정이 없겠네', 티벳 속담이 쓰여있다. 지지난 겨울, 저 말이 가슴에 콕 박혔는데, 이번 겨울엔 또 느낌이 다르다. 그동안 마음 근육이 조금 단단해졌다. 모두 님들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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