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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냐 정혜승 Dec 31. 2023

<2023년> 마냐밥상

이젠 좀 살살 하리라.

올해는 채소 비중이 높아졌다. 무니키친과 준티비 유튜브에 감사.


<먹는다> 주부놀이, 이 정도는 기본이죠 (2013 여름~2015 여름)

<2015년 가을과 겨울> 밥상 일기

추석 밥상과 여자들

<2015년 여름> 밥상 일기

<2016년 1~6월> 밥상 일기

<2016년 7~12월> 밥상 일기
<2017년> 밥상 일기
<2018년> 먹방 일기 + 밥상 일기
<2019년> 밥상 일기>
<2020년 1~6월> 밥상 일기, 집밥 정선생 놀이
<2020년 7~12월> 마냐밥상

<2022년> 마냐밥상


쫄깃 달콤한 국내산 홍가리비 1kg이 3500원이란 광고가 트위터에 떴다. 파블로프의 도그 마냥 클릭. 이젠 비싸고 좋은 걸 챙겨먹어라, 제발 떨이상품 좀 사지 말라는 친구의 당부가 0.5초 쯤 머리를 스쳤지만 이건 너무 착하잖아.

당연히 저것만 사진 않았고, 홍가리비 2kg+석화 3kg 14,500원 패키지를 클릭했다. 배송비 포함해도 이건 쫌.. 씻고 해감하고 찌고 껍질 까는 내 인건비도 만만찮지만..저리 파셔도 되나 싶다. 석화는 엊저녁 딸과 절반 먹고, 나머지는 아들과 토요일 점심. 기껏 주말용으로 주문했는데 가족 둘은 외출했다. 이 뿌연 공기에 등산 간 옆지기는 자업자득이지.

가리비는 광고 그대로 쫄깃 달콤하고, 석화는 생강 넣어 쪘더니 비릿하지 않은 바다 풍미가 좋다. 잡념이 많은 시즌이라 맛에 집중하는 시간이 잠시 즐겁다.


"엄마의 요리는 예측불허, 지루하지 않았다."

마침 출비에 나온 리틀포레스트 대사. "엄마 얘기네", 옆지기가 한마디 보탠다. 사실 집에서 환영받지 못하는 나의 취미. 뭔가 새로 해보는게 얼마나 재미있는데!

어제 사오라고 신신당부한 콜라, 어느 요리에 쓸거냐고 의구심을 표하던 옆지기. 콜라 요리에 맛있다며 놀라워했다. 팬에 기름을 달궈 통삽겹살 겉면을 모두 익힌뒤 냄비로 옮겨 간장 한컵 안되게, 그리고 고기가 살짝 잠길만큼 콜라를 부어 끓였다. 평소 무수분 수육으로 만들 때 보다 살짝 달고 고기는 훨 부드럽다. 해보지 않고는 못견디는 기질을 안전하게 발휘할 수 있는게 요리다. #마냐밥상


마눌 퇴원시키고

마눌 부엌에서 내몰고

마눌 점심 차려줬다.


옆지기 칭찬 포스팅이다. 잘한다 잘한다는 미래를 위한 포석.. 뭐, 예의라 하기엔, 난 평생 밥상 차렸는걸! 당신이 앞으로 더 잘해야지.


냉동실 돼지고기 해동까지 미리 해놓은 정성 인정. 김치찌개와 계란찜은 옆지기 최애 메뉴라 내가 종종 하는데, 뭐 나도 좋아한다. 스팸 같은 가공식품은 앞으로 줄이겠지만, 끊지는 못할듯. 암환자의 친구 브로콜리와는 앞으로 더 친해질 예정이다. #마냐옆지기밥상


암을 떼어내는 수술 뒤 이틀 만에 퇴원하더니 세상 놀랍다는 딸. 나도 놀랍다. 겨드랑이 쪽으로 얇은 호스를 넣어 환부의 피를 빼내는 배관액이 기준치 이하로 떨어진 덕분에 월요일 대신 토요일에 퇴원했다. 집에 오자마자 머리를 감았더니 몹시 행복하다. 병실룸메는 3일째 머리를 감겨주던데 나는 3일째 퇴원하는 바람에 그 호사는 누리지 못했다.


서로 예의를 갖춰 눈치보느라 나 수술 이후에 말을 튼 룸메 S님. 다정다감한 그는 풍부한 지식을 내게 전해줬다. 난 병원 안내문에 따라 슬리퍼 텀블러 정도만 챙겨갔는데, 그는 유방암 카페의 정보를 검색해 작은 가습기, 빨대 달린 텀블러까지 살뜰하게 챙겨왔다. 작은 배낭 메고 입원한 나는 그의 캐리어 가방에 감탄했다. 암의 종류가 뭐뭐뭐인지 앞으로 어찌 되는지 그에게 많이 배웠다. 역시, 준비와 계획 좀없어도 인생은 다 살아지게 마련이다. 사람이 열쇠다. 더구나 병은 알리라더니, 암에 대한 제대로 된 정보 창고를 알게 됐다. J님 회사가 바이오헬스 기업으로만 알았더니 암 전문이었다! 친절한 J님 메시지 받고, ’암에 대한 모든 것‘을 루닛 https://www.lunit.care 에서 믿고 볼 수 있게 됐다. 유방암 카페에 가면, 넘쳐나는 정보에 무서울까봐, 기죽을까봐, 사실 귀찮아서 안 챙겨봤는데 루닛만 보면 되니 오히려 맘이 편하다. 양선아님 블로그 글이 엄청난 나눔이었다는 것도 이제 안다. 수술이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더니, 내 에너지 일부를 몸에 투자하는 인생 후반전이 시작되나 보다. 음.. 옆지기 밥상 칭찬 포스팅인데, 역시 딴 길로 샜구만..


옛 최종보쓰가 보내주신 건새우가 있길래 급히 볶았다. 새우 먼저 중불에 볶고, 양념장 바글 후 휘릭. 난생 처음 해본 메뉴인데 쏘쏘.


퇴원 직후 시엄니가 따뜻한 거 챙겨먹으라고 쇠고기 미역국 한 냄비 보내셨는데, 또 뭔가 보내신다고 하여, 빈 냄비만 돌려드리기 뭣했다. 싸드릴게 마땅찮아 부엌 재고 검색 후 미션 수행.


대충 후딱 내 반찬과 달리 시엄니는 때깔 곱고 정갈한 아이들을 보내주셨다. 대추와 밤을 넣은 약식, 시금치나물, 멸치볶음, 견과류볶음. 꼭꼭 씹으면 건강하고 고소한 맛이 온몸에 사르르 번질 것 같다.


와인을 마시지 못하는 대신 닭한마리에 콸콸 부어 와인닭 만들었는데 때깔이 영…이건 사진도 안 찍었으니 패쓰.


"뭔 소리야. 마냐는 페북에 자기 아픈거 다 올려서 온동네가 알아"


C는 조심스러웠다고 한다. 소식 듣고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몰라 연락 못했단다. 아는척 하는 것도 미안했다나. 페북 인스타 하지 않는 그는 뒤늦게 저 얘기를 듣고 전화했다. "선배 괜찮아요?"


유방암이란 대체 뭐길래, 특히 아재들은 연락을 꺼리게 된다는 얘기를 예전에 들었다. 언니들은 더 돈독해진다. 다정이 넘친다. 그러나 여기에 젠더의 벽이 있을리 없다. C의 상냥한 목소리를 들으면 좋은거지. 바쁜척 살다가 서로 안부 나누는건 언제나 옳다.


유방암 환우 카페를 무서워서 못가는 나는, 주변 친구들의 직접 조언이 힘이 된다. 여러가지 응원을 달게 받고 있다. 나중에 나도 누군가에게 잘하면 된다. 서로 기댈 수 있는 사람들의 온기가 아니라면, 이 거친 세상을 어찌 버티겠나.


초란, 암탉생에 첫 알 낳은뒤 한달 정도만 얻는다는 귀한 달걀이다. 청계알 중에서도 초란이었다. 이제 막 엄마가 된 닭이 낳은 아이라니. 남아있던 와인닭과 먹다가 딸이 말했다. "엄마와 아이를 다 먹고 있네"..하..닭과 달걀을 같이 먹는다고 오야꼬돈이란 이름 붙은 메뉴도 있지. 인간은 비정하구나. 하지만 초란을 보내준 마음은 다정하다. 비정과 다정 사이에서 우리는 생명과 균형을 생각하고, 우리가 사는 이유, 해야하는 일, 나아가야 할 방향을 곱씹는다. 어휴. 거창해라. 초란 먹다가 이러는 인간이 나다. (입원중 열독한 광마회귀 말투가 전염된 인간이 나다)


싱싱한 청경채와 루꼴라를 씻어 소금후추, 올리브유에 발사믹 더하니 더 바랄게 없는 맛이다. 고소하고 향긋하다. 채끝살도 구워봤다. 혼밥 #마냐밥상 이 정도다. 붉은고기 비추하는 얘기도 봤지만 나는 루닛케어 설명이 맘에 들었다. "유방암은 암중에서도 음식의 제약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운 암에 속하기 때문에 음식을 너무 엄격하게 관리하느라 스트레스를 받으시기보다는 영양소의 종류와 구성을 잘 고려하여 드시는 것이 중요"하다고. 다만 항암 할때는 회나 생야채를 피하라는데, 그 상황 아니니까 패쓰. 고기 구울 때 태우지 않으려고 신경썼다. 예전에 어떤 의사쌤이 술자리에서 고기 구우며 말했다. 탄거 안 좋다고, 근데 탄거 한 드럼통 먹어야 암 걸릴거라고. 내가 설마 그 정도로 먹었나?


”더 말해도 되나?“

”그럼“

”…당신은 우먼스플레인 하지. 하하하“

”선 넘는.. 건 아니라고 해두지.“

“아니, 뭐, 그러니까, 당신은 책도 많이 보고, 인정한다니까!“

”됐고“


옆지기 도발이 아슬아슬했다. 서로 바쁜 시절 대화는 커녕 얼굴 보기도 힘들었던 우리는 내가 좀 한가해진 이후 대화가 살아났다. 흠. 그럼 그 시절 대화부족은 내 탓이었나? 무튼 도란도란 수다가 늘어나니 간도 커지는 모양이다. 우우먼스프을레인? 흥.


손바닥 만한 전복을 박박 씻고 껍질 떼는 임무는 수행했으니 봐준다. 저녁은 전복쇠고기마늘브로콜리버터볶음. 엄마가 보내준 굴로 굴솥밥 굴탕 굴전 굴회 점심하고 남은 굴 고스란히 다시 더했다. 고마운 전복의 힘을 느끼며 룰루랄라, 굴솥밥 싹싹 긁어먹고 누룽지까지 구수하게 먹는데.. 마침 저녁 밥상에서 우리가 보고 있던건 피지컬100. 근육이 벌떡벌떡 살아 꿈틀대는 인간의 몸은 아름답더라. 좋은 몸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는건 인지상정인데, 이것도 저것도 맛있다 배두드리며 먹는게 살짝 찔렸던 #마냐밥상.


간만 흐뭇한 가지 레시피 소개 시작.

항암에 좋은 요리라고 엄마가 가지와 양배추 영상을 보내줬다. 아랍의 여자들은 1000가지 가지 요리법을 알고 있다는 얘기 내가 어디서 들은걸까. 가지는 항산화 항암, 좋은 얘기는 다 나온다. 원래 좋아하는 재료라 냉장고에 있을 가능성이 높은 가지. 바로 도전했다. 영상에서는 가지에 꽈리고추, 붉은 고추를 써서 색감 훌륭하지만 집에 있는 재료로 응용해 가지와 느타리버섯, 브로컬리를 썼다.

가지와 버섯에 소금 뿌려 30분. 물기 살짝 빼고 조금 단단하게 만든뒤 기름 없이 프라이팬에 살살 볶는다. 소스는 파마늘+간장, 들깨가루, 들기름 각 1숟가락. 버무리면 끝이다. 브로컬리는 썰어 데쳐둔걸 그냥 넣어서 함께 무쳤다. 무척 쉽고 간단하고 감칠맛 난다. 어제 해먹고, 오늘 바로 시엄니 생신에 맞춰 미역국과 함께 요것만 준비해갔다. 나머지 음식은 다 주문했지만 이건 양보못하지. 배달음식엔 채소가 많지 않아 이제 채소 열중해야 하는 나를 위한 셀프배려도 하고, 맛있으니까.

가지에 더 관심 갖게 된 것은 샘표 우리맛 연구 보고서 덕분이다.


기업 홍보는 제품과 서비스 뿐 아니라 이야기가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 식재료 이야기를 진심으로 펼쳐내면 당할 도리가 없다. 멋지다. 식재료들 하나하나 나오는데 안그래도 가지 찾아봤다. 나는 쉽게 구하고 쉽게 하는 식재료를 좋아하니까. 레시피 중 무침도 했다ㅋ 초간단. 연두 대신 멸치액젓 썼다.


무튼, 레시피 원본에 관심 있는 분은 여기.

항암에 좋은 가지요리, 기름에 볶거나 찌지 말고 이렇게 무쳐 보세요. 맛있어서 기가막힙니다. 준티비 가지요리, JUNTV eggplant


계란과 참치 카나페로 시작했다. 뭔가 메인을 내기 전에 요깃거리. 토마토에 꿀을 뿌려 냈다. 계획에 없던 즉석 차림이었다.

콜라수육과 무생채가 메인. 여기까진 사진도 못찍었다. 가지호박버섯토마토는 오일에 소금후추로 구워서 식힌뒤 발사믹으로 상큼하게 시도했다. 맛은 괜찮은데 색은 칙칙하네. 치킨은 주문했고, 나름 쾌유중인 환우라 살살 차렸다. 다 주문하라는데 조금만 준비한다는게 이렇게 됐다. 내가 손이 크다. 군만두 하려니 냉동실의 만두 누가 다 먹었어! 급히 새우를 녹여 오일에 휘뚜루마뚜루. 멸치다시마 표고버섯으로 육수 준비했다가 어묵탕 내고 과일 접시는 여러가지로 변주했다. #마냐밥상


마음속에는 저마다 폭풍이 지나가고 있다. 다정한 농담을 나누는데 집중하며 빠르게 취해가는 이들을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 충분했다.


초간단 그럴싸 마파두부 요리법.

컬리에서 #Lots_of_Taste #진陳마파두부소스 구입,

뚝배기에 끓이기 시작하면서 두부 한모 썰어넣는다. 끓으면 뒤적뒤적 뭉근히. 끝!


Joo Young Choi 쌤의 신상 메뉴. 새벽배송 싫어서 컬리 안쓰는데 쌤 믿고 주문했다. 컬리도 새벽에 주문하면 낮에 배송해준다네! 후기가 9,999개 넘는 콩으로, 라구소스도 함께 주문했으나 담에. 무튼 쉽고 맛있다! 맵찔이인 내게 적당히 매콤하고, 간편식 느낌 안나는 간편식. 두부 별미 하나 생겼다.

아무것도 하지 말라 난리치는 친구들에게 요리실험대상이 되라고 일축. 노동이 2분도 안들어간 마파두부에, 수육과 야채구이, 굴솥밥도 각각 끓이고 굽고 안치면 되는 초간단 메뉴들이다.

드라마에서나 보던 무지 큰 꽃바구니와 뉴욕 공공도서관의 에코백을 챙겨온 친구는 내가 #봄날의_햇살 이라 부른다. 다정해 다정해 다정해. BTS 진이 디자인한? 파자마도 구경. 찐친은 그새 새로 낸 책과 차를 가져왔고, 우리는 차를 바꿔 마시며 9시간 여 밀린 수다를 떨었다. 낮과 밤 달라진 빛을 받으며 꽃도 계속 예뻐지는구나. 마침 L님이 보낸 제주 갈치가 오후에 도착했다. 먹을 복 있는 친구들ㅎ 배운대로 칼집 넣어 구웠다. 평소 고급진 물고기라 잘 안 사는데 역시 살살 녹는다. 하루가 이렇게 짧다. #마냐밥상


고기를 사랑했던 #마냐밥상. 이젠 #항암밥상 흉내까지 낸다. 별거 아니다. 채소가 늘었다. 브로컬리 양배추가 주종. 브로컬리는 쪄놓고 계속 먹는데 사진이 없네. 지방과 당은 줄이고 단백질 탄수화물 채소는 균형 있게. 어쩌다보니 #다욧밥상


너무 쉬워서, 맛있어서 자주 하는 #채소구이. 가지와 쥬키니호박, 토마토를 대충 썰고, 마늘 넣어 소금과 올리브유. 180도 20분 구운뒤 후추 팍팍 뿌리고 발사믹 휘릭. 차갑게 식혀서 먹는게 더 맛있다. 와인은 옆지기만 마셨다…


시금치무침이 좀 남았길래.. #으깬두부무침 으로 합쳐버렸다. 두부에 소금참기름. 브로컬리, 참나물 다 어울린다. 봄동무침도 요즘 별미다.


#배추찜 응용이 무궁무진하다. 4등분한 알배추 찐뒤 기본 베이스는 간장참기름. 식초도 어울리고, 액젓도 괜찮다. 파마늘고추도 다져봤고, 이날은 루꼴라 막바지 남은게 있어서 다져 올렸다.

된장찌개에 토마토를 넣어보지 않았으면 말을 마..신세계다.

양배추 넉넉히 채썰고. 사과도. 양파는 약간. 요즘 가장 대충하는 버전인 참치액젓+감식초만 둘렀는데 난 좋더라. 원본은 견과류 소스 만드는데 귀찮..


양배추와 당근을 채썰어 찜기에 살짝 쪄서 숙채. 소스는 비슷했던거 같고. 가지에 칼집 넣어 에프에 구운뒤.. 다시마육수에 간장 참치액젓 넣어서 가지 퐁당. 이건 육수를 심심하게 했더니 나만 먹었다.


비빔국수에 곁들인 두부구이. 들기름에 두부 부치고..두부 뺀 그 팬에 느타리버섯 대충 볶으면서 간장과 들깨가루로 토핑 완성.

백숙은 자주 하는데, 이번엔 찜닭으로 고소하게 단백질 챙기고. 가슴살만 따로 발라내어 오이 양배추 더해 냉채로. 역시 액젓과 식초. 참기름 약간.


망원시장 간 김에 꼬막과 굴. 봄동은 살짝 쪄서, 양념장에 굴싸먹고 꼬막과 먹고. 꼬막무침은 무척 맛있었는데 이 무렵 알러지로 얼굴이 벌겋게 부었다. 타목시펜 갱년기증세 부작용으로 얼굴에 열이 올라온걸까봐 잠시 쫄았는데 며칠뒤 괜찮아졌다. 꼬막에 반응했나보다. 쯧쯧.


마카롱여사님 인스타 보고 찜했던걸 쌔비님도 했길래 역시나 감탄. 냉이는 박박 씻어 데친뒤 쫑쫑썰어 소금참기름. 현미밥 남은 것과 합쳐 간 맞췄고. 계란지단. 소금에 절였다가 짜고 볶은 당근만 넣어 #냉이김밥. 이건 맛 없기가 불가능하다.


“오늘은 혜승쌤 생각해서 준비했어요. 몸에 좋은 다양한 콩에 레몬과 올리브오일, 식초 넣은 샐러드여요. 마침 있던 배와 사과도 좀 넣었어요. 마라 감바스는 새우, 굴, 오징어를 써서 덜 자극적으로 했어요. 시판 마라소스는 우지, 쇠기름을 많이 쓰는 거라 식물성으로 만든 우리 소스를 썼어요.”


이집트 다녀온 #룩소르학교 팀 뒤풀이는 #메디치미디어 에서 포틀럭 파티로. #lotsoflove #lotsoftaste 셰프Joo Young Choi 쌤이 메뉴 선정부터 생각해주셨다고 하니 오늘은 술 못마시는게 덜 아쉽다. 맏딸인 내가 언니복 이리 많을 줄이야. 최쌤이 딱 1년 전 제주 풋마늘로 담으셨다는 장아찌는 감칠맛이 끝내준다.

혜선님은 스페인의 골뱅이에 강원도 황태채를 더한 달래무침, 봄봄봄 취나물, 한입에 쏙 들어가는 오이소박이, 그리고 찰밥을 손 크게 싸오심. 나는 요즘 맨날 해먹는 채소구이샐러드, 두부톳무침, 계란과 참치 카나페를 준비했다. 이재철 형부는 직접 담근 창란젓을 각자 집에 가져가도록 해주셨다. 무와 당근을 소금에 절였다가 물기 짜고, 호두와 짓을 넣은 창란젓이라니. 한혜경쌤이 챙겨오신 케이크까지 어쩜 메뉴 하나 안 겹치고 적절하게 화려한 만찬. #마냐친구밥상.

물론 오늘의 압권은 이집트의 풍경, 이집트 사람들을 남다른 시선으로 담은 이현주쌤 사진 스토리 피티였다. 카메라는 역시 장비인가? 무거운 카메라 욕심낼뻔 했는데, 장비보다는 관점이 멋진거였다. 내가 놓친 이집트를 새삼 다시 만났다. 쌤이 조용히 찍은 우리들 표정에는 감탄과 행복이 가득했구나. 여행의 여운이 이렇게 따스하게 이어진다. 회자정리, 와중에 이별과 만남을 경험하고 있으니 여행이 인생이고, 인생이 여행 같다.


1.

그 동네가 특별히 다를까? 그 동네 진상열전이 화제였다.

"우리 애가 먹을 건데.." 라는 말로 시작하는 요구가 신박했다. 떡볶이 하나 먹어볼 수 있느냐(사서 드세요!), 순대 잘 삶아진거 있느냐(아니 그럼 못 삶았겠어요), 우리 애 입에 들어가는 거는 엄격한 모니터링을 거치겠다는 당당함에 실소가 나온다.

가게 방침이 이렇다고 설명하면 "아니, 그럼 방침을 바꿔야지"라고 하는 손님. "메뉴 뭐 있어?" 다짜고짜 반말부터 하는 손님. 음식 먹다말고 입맛에 안맞으니 환불해달라는 손님.

진상들에 지친 자영업자 친구를 구박했다. 그 정도면 '진상 열전' 책부터 썼어야지! 넘나 재미있잖아!

그 동네 엄마들 카페에서 남편은 "쟤"라고 불린단다. 가까운 '얘'와 먼 '걔'의 사이에 '쟤'가 있다는 20대 그 동네 청년 얘기가 또 흥미롭다. 그 청년은 자기 동네 부모들은 다 이상하다고 한다. "우리 애가 먹을 건데" 이것저것 해달라던 손님의 '애'는 어른만큼 자란 청년이었다나. 중고생이 되어서도 부모 손에 이끌려 이리저리 스케줄 따라 움직이는 애들이 유독 많은 동네. 부모는 '우리 애'가 특별하니 특별대우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겠지만.. 아, 나도 부모는 어렵다. 어려워.


2.

오랜만에 사고 싶은게 생겼다. 그동안 나로 인한 지구 쓰레기를 늘리지 않겠다는 둥 잘난척 해온데다 긴축 재정 결심한지 며칠 됐다고.. 편백나무 찜기가 탐난다. 친구는 가리비와 꼬막, 백합, 소라 등 조개를 2개 층에 깔고, 한층에는 쇠고기야채말이를 담았다. 마지막엔 조개와 쇠고기 쪄낸 국물에 라면까지 끓였다. 도미, 숭어회 애피타이저로 시작해 알콜도 없이 저 많은걸 뱃속에 넣었다. #마냐친구밥상 최고다. 건강식 챙기기 시작하면서 4900원 스텐 찜기를 사서 온갖 채소 잘 쪄먹고 있었는데 편백 찜기는 달라 보인다. 저걸 사면 찜이 좀 더 향긋할까? 더 있어보일까? 사람들 불러서 찜파티 할까? 근사하네.. 소비에 소심한 나는 당분간 저걸 사네 마네 하고 있겠구만.

3.

출장 간 친구네 강아지를 다른 친구네 집에서 만났다. 강아지는 역시 냥이와 다르다. 큰 눈은 낯선 이와 밀당하며 껌뻑껌뻑. 촉촉한 코를 자꾸 들이민다. 우리가 밥 먹는 내내 식탁 주변에서 맴돌았지만 소득은 없었다. 개는 훌륭하다? 그냥 귀여우니 됐다. 이런저런 묘기 부릴 필요 없다. 옆에서 게으르게 졸고 있어도, 팔짝팔짝 뛰어도 다 귀엽다. 딸의 노란 조끼를 빌려 입은 날, 선물받은 노란 양말도 신었다. 괜히 내 사진도 맘에 든다. 나도 귀여워지고 싶다! 어쩌면, 나이드는 이들의 책무일지도 모른다.


친구네 편백찜에 반해서 찜기를 사네 마네, 당근을 검색하던 중에 P님이 선물로 보내주셨다. 주책맞게 갖고 싶딴 포스팅을 올린 탓이라고 옆지기에게 잔소리 좀 들었으나 나를 책망하는건 후순위. 마음을 전하는게 이렇게도 가능하구나, 주파수를 맞추고 있다는 건 이런거구나, 자주 보지 못해도 연결되어 있다는 감각은 행복하다는 생각에 뭉클했다. 감사해요. 조만간 모실 수 있도록! 일단 연습. 해보니 된다. 어설펐지만 두번째가 좀 나았다. 고기보다 배추가 놀랍게 달다. 토마토도 역시나 곁들이기 훌륭하다.

가지호박버섯들기름무침, 소금에 절였다가 기름없이 볶고 파마늘+간장들기름들깨가루. 오늘도 친구네 요것 좀 가져간다. 양배추는 숙채로 무치는게 더 훌륭. 양배추 채썰고, 양파는 반줌 다져 찜기에 살짝 쪘고. 사과 반개 채썰어 더한뒤 액젓레몬즙식초. 건강한 맛인데 혀는 물론이고 기분까지 상큼하다. 톳두부무침은 다 좋은데 애들에게 인기가 없는게 흠. 시래기는 삶고 껍질 벗기고 다듬는게 일인데..카카오메이커스 손질된 냉동 시래기 완벽하다. 그냥 끓이면 깊은 맛 된장국이다.

삶은 계란 다진뒤 소금마요네즈로 계란사라다. 샌드위치로 먹기에 좋은데 상큼양배추숙채도 함꼐 넣어봤다. 평소에도 흰빵 대신 곡물빵 먹는데 당을 확 줄인 건강흰빵도 있구나. 스스로 대만족 샌드위치다.


덮밥류 베이스가 되는 돼지 다진고기를 깍둑고기로 바꿨다. 지방이 훨 적다. 파마늘, 그리고 잘게 다진 양배추 듬뿍 넣어 볶다가 가지와 버섯 뭐든 대충 넣고 마지막에 전분물로 걸쭉하게 한다. 고춧가루 약간에 액젓간장굴소스 대충 섞어쓰면 실패 없다.


온갖 채소로 끓인다는 스프를 시도. 베이스는 토마토였다. 이게 근데 꽤 건강한 맛..인기가 없다. 난 괜찮았는데 한냄비 끓여 나만 먹으면 힘들다. 음..개선요망.

사진이 못나와서 그렇지 갈치조림 살살 녹는다. L온니 단골네 갈치는 무척 실해 구이가 좋지만 그 중에 꼬리 부분 작은 건 조림으로. 무를 가지보다 두배쯤 넣었는데 밥도둑이다. 무 한개 900원 할때 두 개 사서 알뜰살뜰 다 썼다.

동생이 표고를 보내줬다. 납작 썰어 소금에 절였다가 살짝 볶아 참기름 두르면 고급진 어른의 맛. 뭔가 천천히 맛을 음미하게 된다. M선배가 보내준 사골국물 팩에 국수 삶을 때 표고도 얹었다. 어디든 잘 어울린다. #마냐밥상 지치지 않고 있다.


선물해주신 편백찜기로 한 번 모시겠다고 시간을 청했다. 물건 사는데 소심한 나는 계절이 여러번 바뀌도록 군침만 흘렸을게다. 사면 자주 쓸건지, 보관은 어디다 할건지 따지면서 슬쩍 당근 마실이나 했겠지.

P님은 늘 앞에 있다. 업의 경로를 바꿀 때도, 삶의 무게추를 바꿀 때도. 또 늘 옆에서 지지해주신다. 나는 갚을 도리가 없어서 내리사랑을 우기며 누군가 다른 이를 챙기겠지. 고마움은 켜켜이 쌓여 나를 다정한 인간으로 바꾼다.

오늘의 두번째 손님은 건강밥상 꼭 챙겨드리고 싶었던 L님. 따순 인사를 온 마음으로 전하고 싶었다.

두어번 연습한대로 쇠고기를 단단하게 말았다. 하얀 기름 부분은 다 떼어내고 팽이버섯과 쪽파, 채썬 양배추와 빨강 파프리카를 넣었다. 배추를 넉넉히 깔고 쇠고기야채말이를 올려서 한 판. 다른 한 판은 조개찜을 흉내내고 싶었지만 시즌 종료. 대신 전복을 깔았다. 암환자의 친구 양배추를 넉넉히.

S에게 배운 세비체도 도전했다. 파프리카와 황금향을 깔고 소금 톡톡 고수 듬뿍. 30분 전에 라임과 레몬즙에 재워둔 광어회와 문어숙회를 얹고 역시 레몬즙과 라임 팍팍. 양파는 깜빡했고 샐러리는 패쓰. 시트러스 계열 과일이면 다 좋다더니 어울린다.


새벽배송 싫어서 컬리 안쓰는데, 아침에 주문하면 낮에 받을 수 있다는 팁에 어젯밤 마감 지나 1시에 주문했다. 그런데 오후가 되도록 소식이 없어서..급히 새로 장봤다. 늦은밤 도착한 똑같은 재료로 내일 한 번 더ㅠ


들깨가루에 들기름 간장으로 무친 구운채소, 사과 더한 양배추 숙채는 간단한 곁들임이다. 낮에 넉넉히 했던 콜라수육 남은것도 자리젓 곁들여 냈다.

두릅까지 데치고, 상콤담백고소 봄 #마냐밥상 신경썼는데 옆지기가 마지막에 라면을 끓였다. L님과 나는 라면 끊었는데...아니, 난 지난번 친구네 편백찜 마무리로 라면을 먹었지.. 어쩌다 딱 한 번이었는데 이제 두 번. 뭐 어쩌다 가끔.


“마음이 달고나처럼 국자 안에서 녹는 거 같다”고. L님 톡에 나도 녹는다. 달님의 기운이 우리와 함께 하기를.

언젠가 달 보러 함께 가요. 여름이 지나갈 무렵이면 세상 부러운 바로 그 사람이 될 수 있어요.


양배추 소비용 메뉴. 다른 모든 재료보다 더 많이 양배추를 소금에 볶는다. 닭이든, 새우든 곁들이고 굴소스 마무리.

양배추 농가 돕기 여파로 부지런히..양배추 숙채를 다져서 밥에 섞은뒤 주먹밥으로. 그럴싸한 다욧 메뉴인데, 반응도 좋다.


당신들 덕분에 김밥을 쌌다. 새벽을 깨운 사이렌 경보 덕분이다. 어젯밤 단골친구 @homeeun 님이 쓴 '비혼 1인 가구를 위한 김밥학개론'에 간단 김밥 말고 싶었던 마음도 인정. 그러나 평범한 시민의 단잠을 깨우지 않았다면, 심지어 사이렌이 오발령이라고 헛발질 한번 더 맞지 않았다면 마인드풀니스, 마음챙김, 정신수양을 위한 김밥말기는 성사되지 않았을게다. 김밥 덕분에 공포 가스라이팅?에 넘어가지 않았다. 튀어나오던 욕도 가라앉았다.


현미2백미1 밥을 짓고, 냉장고의 계란 당근 어묵을 차례로 부치고 볶은뒤 아직 맛이 들지 않은 오이지를 꺼냈다. 평소엔 소금참기름 간하는 밥인데 단골친구 팁에 따라 소금과 마요네즈를 써봤다. 아이들은 계속 자고, 다시 잠들지 못한 중년 부부만 김밥을 먹었다.


잦은 북한 미사일의 기억은 내게 2017년 가을이다. 재기발랄한? 소통을 중단했다. 그해 겨울 평창올림픽 공동입장 같은 황당한 아이디어가 불쑥 튀어나왔고, 거짓말처럼 성사됐다. 미사일 분위기에 봄바람이 시작된 것은 비현실적 전환이었다. 이후 몇년은 최소한 싸이렌 걱정 없이 평화가 이어졌다. 국지적 충돌도 없었고, 피도 흘리지 않았다. 이것이 아슬아슬한 평화였다는 것을 이제 우리는 안다. 실체도 없는 퍼주기 운운하는 이들도 그 평화를 함께 누렸다. 그것은 퍼주기가 아니라 인내심이고, 꺾이지 않는 의지였을 뿐이다. 함께 살기 위한.


현대전에서 미사일을 제대로 쏜다면, 싸이렌이 울려봤자 피난도 못간다. 어쩌자고 오발령까지 감수하며 새벽을 깨웠을까. 우왕좌왕 개판인거 새삼 확인 안해도 되는데. 미사일이 서울에 떨어진다면 우리의 일상은 어떻게 될까. 김밥 말면서 상상했다. 우크라이나, 러시아 사람들이라고 전쟁을 상상이나 했겠나. 툭하면 전쟁을 불사하겠다, 위협적 훈련과 도발을 이어가는 것은 용기가 아니다. 당신들이 아니라 내 아들이, 그 아이의 친구들이 갑자기 전선에 서게 될거다. 왜 남자만 군대가냐고 항변하는 아이들이 어떤 심정이 될까. 그들 뿐 아니라 나도 끔찍하다. 이런 상상을 왜 해야하나.


전세계가 속보를 쏟아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언제든 전쟁으로 들어갈 수 있는 휴전국가다. 타국의 자국민 철수령 루머가 몇년에 한번씩 나오는 나라다. 우리가 평화를 얻기 위해 뭘 해야하는가. 김밥 싸는 걸로 성이 안찬다. 아, 수양이 덜됐나.. 아니아니 그 문제가 아니잖아. #마냐밥상


ㄱㅎ님이 다정한 후기를 남겨주신 내 도시락이다. 약속한 저녁손님 없는 날이라 샐러드와 닭죽을 준비했다. 7000원 무항생제 닭한마리를 기름 떼고 소금 생강만으로 찜기에 찌면서 어느새 진해진 육수를 두어번 부어내 현미죽. 오이토마토파프리카에 닭가슴살 더해 소금후추올리브유. 기분좋은 #마냐밥상 기억으로 남았네.


데친 브로콜리 싫어하는 딸이 어디서 구이를 먹고와서 호평. 소금후추올리브유 오븐에 구웠다. 오, 훌륭한데? 감탄 불구 딸은 쏘쏘


양배추당근은 채썰어 소금후추에 볶고. 물기 뺀 두부를 으깨어 볶다가 계란스크램블 더해서 라이스페이퍼에 쌌다. 나름 신경쓴 건강밥상이고 맛있었다. 메이커스 주문한 무알콜 샹그리아는 포도주스였다..


봄날, L온니의 선물. 이렇게 살많고 달콤함 꽃게 오랜만이었다. 절반은 그냥 찜, 절반은 짭조름 반찬 찜. 이게 벌써 언제야.. 밥상 포스팅 게을렀네.


메이커스 봄나물 5종 세트, 방풍, 곰취, 머위, 취나물, 비름.. 들기름액젓 혹은 참기름액젓, 들기름고추장된장 등 기술 총동원해 한동안 밥상 호사를 누렸지.


호미전, #소뿔농장 채썬 호박과 미나리, 살짝 소금에 절였다가 물없이 부침가루 넣고 부쳤다. 이건 정말 말해 뭐해.. #메이커스 농장돕기 파프리카 꾸러미도 한동안 밥상을 알록달록하게. 그냥 오징어볶음을 해도 때깔이 괜찮았다.

가지호박버섯 들기름간장들깨가루 무침, 저것도 안해먹은지 좀 됐네. 다시 해야지.


무려 깻잎장아찌를 시도. 생각보다 쉬웠고 결과도 흡족. 저건 쉬웠는데, 찹쌀죽까지 쒀서 처음 시도한 부추김치는 비주얼이.. 시엄니처럼 단정한 모양새가 아니라 패쓰


이건 기록용. 좀 늦는다고, 가자미 구이 간단해서 팬에 굽기만 하라고 지령을 내렸더니, 옆지기가 이런걸 내밀었다. 화내지 않았다. 예열 지령을 빼먹은건 나였군.


뭐? 차.. 차지키 소스?

이걸 바로 해볼지 몰랐지만. 어젯밤 동네 슈퍼에선 시들 오이 2개를 1000원에 팔았다. 잠시 요리두뇌 스캔하니 집에는 딜이 있었다. 연어에 딜 올려 굽고 남은걸 뭘해야 좋을지 모르는 상태. 이거다.


오이 하나 얇게 썰어 소금에 절였다가 물기 꼭 짠뒤 채썰듯 잘게. 딜 다지고, 마늘도 다진거 1, 올리브오일1, 레몬즙1, 올리고당1. 그릭 요거트 적당히? 그리고 소금!

크림치즈라든지 생레몬이라든지 없는건 안 넣었다. 그래도 이거이거 맛있네.. 간만 셀프감동메뉴다. 낯선 음식에 마눌 또 새거 도전했냐고 묻는 옆지기. 복받은줄 알아야 할텐데.


가지와 버섯에 십자 칼집을 내고 양념장 발라 오븐에 구우면 당연히 맛있다. 근데 양념장을 너무 묽게 만들었나보다. 간장굴소스에 물 좀 섞었는데 굽고 나니 맛이 슴슴하다 못해 심심했다. 이걸 어떻게 살리나.. 소금 살짝 더하고 올리브유 발사믹 휘리릭. 아예 종목을 바꿨다. 괜찮네. 3분 노동+오븐 20분 메뉴다.


어쩌다 마트 문닫기 직전 물고기 쇼핑을 한다. 30~50% 정도 할인해준다. 민어 두 마리,  볼락 두 마리, 임연수 네 마리!를 각각 8000원 안팎에 샀던듯. 하여간에 냉동실에 차곡차곡 쟁여두면 부자다. 이 중 민어와 볼락을 쪘다. 시엄니 같으면 홍청 고추에 황백 지단까지 정성 토핑을 올리셨겠지만, 나는 마늘생강과 배추꼬다리 대충 올리브유에 튀기듯 끓여내 토핑으로 올렸다. 간장소스 따로 해야 한다는데 귀찮아서 기름에 같이. 일단 생선이 맛있으면 모든게 용서된다고 믿지만, 담엔 토핑 좀 예쁘게 해봐야지ㅠ


배추찜은 역시 소스를 너무 묽게 했다. 간장식초베이스. 그래도 쉽고 맛있는 걸로는 수위에 든다.

채썰어 소금에 절였다 물기 짠 호박과 미나리로 부치는 호미전은 미나리 향이 일 다한다.

브로컬리 버섯 파프리카를 소금후추올리브유 두르고 오븐에 구워 나의 바질페스토 버무려주면 역시 내가 좋아하는 맛.

기본 채소에 간장식초참기름설탕, 단짠 무침도 제몫을 한다. 이거슨 비건 #마냐밥상. 뵙기 어려운 분 모신답시고 들떠서 이것저것 가짓수만 늘렸다. 고기 없는 손님상이 처음인가 싶다. 꽃 같은 친구가 선물한 꽃, 사진으로라도 남기지 않을 도리가 없어서 겸사겸사.. 다채로운 수다도 남기고 싶지만 참는다?


손 많이 갔는데 사진 찍는데 빼놓았던 방토마리네이드. 껍질벗기고 아린맛 뺀 양파에 허브 약간, 소금레몬즙식초꿀. 기록하다 생각하니 올리브유도 빼먹었구나.. 다정한 협찬 쇠고기는 오랜만에 살살 녹는 마블링 육. 오징어초회는 참기름으로 매콤새콤하게, 그냥 채소는 들기름으로 간간하게 무쳤다. 발사믹으로 마무리한 가지버섯구이, 미역국과 현미귀리밥으로 차린 딸 생일 #마냐밥상. 한 20년 서랍에 고이 모셔온 18K 펜던트와 자수정 핀브로치를 딸에게 넘겼더니 서른에 주면 안되냐고. 그때는 그때 가서 보자.


고기주의자의 채식밥상이란 얼마나 모순인가. 인생의 재미는 이런 충돌 속에 있다는 헛소리로 셀프설득중이다. 무튼 끼니마다 채소 좀 집어넣고 그 다음 고기..현미밥..

양배추 듬뿍 채썰고, 양파와 당근은 구색. 참치캔 하나 기름 빼고 넣는다. 마요네즈와 소금후추, 레몬즙, 식초, 설탕 대신 꿀 한스푼. 옛날사라다 맛이라고 남편이 더 좋아한다.

역시 양배추. 작은 네모로 썰어 소금후추들기름. 끝. 이게 맛있다니 놀랍지. 감자는 채썰어 물에 함 담갔다가 전분가루 부침가루로 부쳤다.

또 양배추. 중화풍 볶음이란건 원래 고추부터 볶고 어쩌고 하던데. 난 그냥 파마늘 양배추만 볶는다. 간장굴소스에 식초가 포인트. 흑식초란게 없어서 그냥 식초 썼다. 구운 버섯에 생 파프리카. 아이올리 소스도 맛없기 힘들고.

한동안 야매 포케. 현미밥 위에 잡다구리 온갖 채소를 쌓은뒤. 물 찰박 부은 그릇에 계란 넣어 40초 돌린 수란을 얹는다. 소스는 간장식초참기름이 편하다.

오븐구이 만족도는 버섯, 파프리카, 브로컬리, 토마토, 가지, 호박 순이라고 하기엔.. 그냥 다 좋다. 쓱쓱 썰어 구운뒤 올리브유발사믹이냐, 들깨가루들기름간장이냐, 바질페스토냐. 그렇다. 내가 바질페스토 만들어 먹는 인간이다. 호박, 감자도 소금후추에 올리브유 듬뿍 뿌려 구우면 달다.

이건 언제적 사진이야. 뜨끈 국물은 여름엔 좀 피했다만. 새우는 고명이고 멸치다포리다시마 육수로 국수. 닭백숙 하고 남은 국물에는 호박반국수반. 심심해서 계란 올렸다.

이제 채소와 고기 중 누가 주연인지 모르겠는 채소고기볶음. 이날은 아마 마라소스를 정량의 반 정도 넣었는데...맵..


시엄니의 며느리 사랑. 생일에 보내주셨다. 윗줄 다 먹고 사진 찍음

어르신들 기력이 떨어지니, 명절 상차림도 달라졌다. 마침 서점언니 근무를 핑계대기도 전에 전만 사오라는 분부를 획득했다.

온 가족이 구박하지만, 나는 어느새 엄마와 시엄니를 닮아 뭔가 뚝딱하고 손 큰 주부. 그저께 가볍게 전 좀 부쳐볼까 했는데 딸이 펄쩍 뛰는 바람에 포기했다. 어제 옆지기와 딸이 공덕시장에 전 쇼핑 다녀왔다. 즉 시댁 상차림에 기여 제로. 명절의 며느리 노동절 타령도 이제 옛날 일이 됐다.

고명 없지만 대신 살만 발라낸 시엄니의 조기찜이 올해도 내 최애. 미리 보내드린 전복은 살짝 쪄서 얇게 썰어 모양을 살렸는데, 역시 성질급해 대충 하는 나는 따라가지 못할 솜씨다. 전복과 쇠고기 장조림 역시 납작하게 썰어 정갈하게 내셨다. 가짓수는 줄어도 시엄니 밥상은 이것저것 젓가락이 신나게 움직인다.


엄마아빠는 우리 집으로 모셨다. 간단히 하갰다고 했지만 엄마는 이미 홈쇼핑에서 캐나다산 랍스터를 주문했다고. 바리바리 싸들고 오셨다. 집에서 이렇게 실한 랍스터는 처음. 큼지막한데 쫄깃한 식감에 맛도 좋지만 해체 과정이 고단했다. 엄마는 계속 서서 뜯고 쪼개고 바르고.. 아니 쉽게 하자니까…

어제 집 비운새 찬밥이 많이 남아 부득이 볶음밥. 목살바베큐에 버섯 파프리카 살짝 볶았고, 토마토오이 무침에 아빠가 좋아하던 탕국을 시도했다. 쇠고기와 불린 황태, 무를 차례로 참기름에 볶다가 물붓고 냉동실 구석의 오징어도 넣고 파마늘 멸치액젓, 1시간 끓였다. 얼추 옛날 그 맛을 흉내냈다.

중간에 영화도 보고 오긴 했지만 약 13시간 만에 발뻗고 누워서.. 그럼 뭐하나. 이렇게 #마냐밥상 포스팅이나 하고 있다. 딸은 내년 설엔 진짜 배달 음식으로 가자고 하소연하는데, 이런 상차림은 내 취미생활이라고 항변했다. 좀 살살하자고 투덜대던 내가 할머니들 닮아간다고 한다. 어쩌다 이렇게 됐지.


”서점 알바할 때 가끔 도시락을 싸요. 냄새 나지 않는 종류로 현미밥에 계란부추볶음 같은거? 계란 7개 풀어서 소금간 스크램블 한 다음에 손가락 길이로 자른 부추 1/2 혹은 1/3단 휘휘 볶다가 간장1 액젓1. 다시 계란 넣고 휘리릭 끝입니다. 아, 이거 4인 가족 기준이어요.“


얼마전 독립했다는 H님이 ’겁나 쉬운 요리법‘을 구체적으로 묻는 바람에 설명해드렸다. 이런거 #마냐밥상 다 정리해놓았다고 하고싶었지만 사진도 안 찍어두다니. 무심했다. 간만 정리 좀 해볼까.


끓는 물에 7분 반숙 계란. 어디든 어울린다. 매콤새콤 비빔국수에 오이,적채,무생채 고명 올린뒤 계란 마무리. 휴일에 이런거 한끼는 해줘야지.


내맘대로 에그인더헬. 가지와 버섯 토마토, 양배추 등 온갖 채소 다져서 소금후추에 달달 볶다가 물 살짝 붓고 끓이면서 케첩 좀 뿌려 주고.. 마지막에 계란 얹고 뚜껑 닫아 예열로 마무리. 다욧 메뉴다.

깻잎나물 쫑쫑 썰어 주먹밥 하려다가 쌈다시마에 말아서 김밥처럼 썰어봤다. 다 부서지는 탓에 모양 잡느라 힘들었지만 맛은 괜찮지.


온갖 채소를 소금후추 올리브유 오븐에 굽다가 급기야 고기도 몇 점 얹고. 치즈까지. 이게 또 그럴싸하다. 한 김 식으면 뚜껑 대충 얹고 물을 쪼르르 따라내줘야.

러블리한 어린 친구들에게 편백찜과 방토 마리네이드, 마파두부, 채소구이 등. 전복 가격이 좋아 종종 주문했다.

전복은 온갖 채소 더해 버터구이 해도 좋고. 그냥 쪄먹고 남은건 차가운 바질페스토 파스타에 올렸다.

냉동실 새우 처리용 파스타. 솔직히 시엄니보다 더한 딸이 귀신같이 ”엄마, 그 오래된 새우 썼어?“

가지와 두부..된장 소스로 했더니 이게 또 끝내주는데 어찌 했더라.


아이들 반발에도 불구, 암환자의 친구라고 주장하며 양배추 브로콜리 주구장창 하던 중에 적양배추도 어느새 최애템. 나는 소금후추올리브유발사믹. 옆지기와 아들은 참깨드레싱.. 딸은 양배추나 적채나 기피한다.


다음 책은 워킹맘의 야매밥상으로 도전하고 싶다. 한동안 야매 밤스프, 감자스프에 흐뭇했다. P님이 감자, 고구마, 밤 한아름 주신 덕분에.. 밤이든 감자든 익혀서 준비. 버터와 밀가루 각각 두 숟가락 30초만 볶으면 반죽같은 루가 생기고. 거기에 우유 붓고. 양파 1개 충분히 볶은거, 모든 재료 넣고 블렌더로 갈아서 소금으로 간 맞춰 끓이면 끝. 농도를 못맞춰 첨엔 뻑뻑했는데 어제 감자스프는 잘 나왔다. 우유 500ml 더해 나머지는 물로 맞췄다. 기꺼이 야매스프 꾸러미 즐겨주신 언니들 덕분에 내가 신났다.

오븐 닭구이 할때 감자를 소금후추올리브유만으로 구워도 그럴싸한 웨지감자.


계란 6개 풀어서 먼저 스크램블 후, 작은 토마토2개, 부추 3분의1단을 볶다가 간장1액젓1..토마토계란부추볶음은 5분내 가능한 메뉴다.


참치캔을 실수로 주문하는 바람에 한동안 샐러드엔 참치 토핑. K가 보내준 좋은 올리브유를 쓰니 풍미가 좋다.


아. 단호박스프도 끓였었지. 방법은 똑같고. 먹다남은 닭구이 살만 발라서 브로콜리토마토가지오븐구이에 섞었다.


쌀쌀해진날, 멸치육수 내서 잔치국수. 시들거리는 호박남은건 채쳐서 볶았고, 역시 시들배추를 채쳐서 같이 끓였다. 두부소보로.. 양배추 볶고, 두부 볶고, 계란 넣고.. 역시 간장액젓이었나. 이거슨 다욧용 #마냐밥상


Y님 저택은 마당에다 2층 테라스에 10명 테이블이 있었다. 가을이 깊어가기 직전에 양고기 바베큐를 실컷 즐긴 날. Y님이 직접 손질하고 시즈닝한 양고기를 아드님이 구워주셨는데, 최고의 양이었던 #마냐친구밥상. 집구경도 즐거웠지만 우리는 함께 오랜 인연들과 편히 수다떠는데 위로를 얻었다.


#정부가없다 편집과 홍보 애써주신 님들과 #마냐밥상. 그냥 로렌조 올리브오일, 소금후추만으로 맛낸 샐러드, 들기름간장들깨가루로 무친 채소구이에다 굴은 반은 전으로 부치고 반은 시금치와 볶았다. 새우 감바스에 닭오븐구이와 청포묵무침. 몸에 부담 없는 상차림이라 주장했다. 

#소뿔농장 덕분에 루꼴라 부자 #마냐밥상. 샐러드에 아낌없이 투척하고, 불고기 위에도 얹어보고, 루꼴라 김밥까지. 

시판 양념고기를 세일할 때 사서 반씩 썼다. 청경채든 시금치든 양배추든 뭐든 더해서.  

두부도 채소구이 할 때 같이 토핑으로 써보고, 된장에 가지 볶을 때 더하기도. 무튼 건강밥상 컨셉

백숙하면서 가슴살만 따로 떼어 샐러드. 배추는 쪄서 물기 짠뒤 액젓참기름으로 양념해, 덮밥 마냥 도시락으로도 싸봤다. 

음.. 그의 생일상 나름 신경써서 구상했는데 대장내시경 이틀전이라는 이유로 다 포기. 고춧가루도 안되고, 미역국도 안되고, 섬유질 채소 다 안되고.. 덕분에 두부조림, 굴비구이, 닭구이, 파를 뺀 계란찜. 채소구이는 다른 가족용이고 뭔가 단백질 밥상이 되어버렸다. 당황하지 않고 메뉴 조합해낸 나를 칭찬한다. 한해 수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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