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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냐 정혜승 Dec 30. 2019

<2019년 밥상 일기>

<먹는다> 주부놀이, 이 정도는 기본이죠 (2013 여름~2015 여름)

<2015년 가을과 겨울> 밥상 일기

추석 밥상과 여자들

<2015년 여름> 밥상 일기

<2016년 1~6월> 밥상 일기

<2016년 7~12월> 밥상 일기
<2017년> 밥상 일기
<2018년> 먹방 일기 + 밥상 일기


역시 밥심으로 사는 인간의 나름 일기... 쌓는 중입니다. 언제까지 하려나요.  
 
1. 1월 밥상 기록 간만


2. 소쿠리 하나로 줄었던 전을 다시 세 소쿠리나 부친건 이번 설, 음식 준비가 어려울 사돈을 염려한 시엄니의 마음. 제 친정을 위한건데 군말 않고 후다닥 부쳤죠. 그간 외며느리 신세 한탄했는데 이젠 딸과 아들이 든든한 우군이고 저는 나쁘지 않은 지휘자더군요. 조기찜이나 등갈비찜은 대부분 시엄니가 다 준비하셨고. 덕분에 이번 설은 전날 오후와 당일 오전, 합쳐서 10시간의 며느리 노동으로 마무리. 선방했네요.



3. 1월에 급작스럽게 중환자실 신세를 진 아빠는 이제 안정됐고 회복중이십니다. 엄마가 여느때처럼 음식할 경황은 없으셨을텐데 갈비는 끝내 하셨더군요. 제가 가져간 전과 닭고기, 동생이 준비한 연어와 잡채로 나름 훌륭한 설 만찬을 함께 나눴습니다. 아빠가 여전히 깐깐하게 잔소리하시다니 다행이더군요.


4. 오늘 낮엔 담백하고 깔끔한 잔치국수. 애들과 라면 먹을까 하다가 공들여 육수 내고 호박과 양파를 볶아 얹었어요. 시간 계산 잘못해서 오찬 못 간 김에 나름 고마운 아점. 애들이 바쁜 탓에 오늘 함께 한 유일한 끼니였거든요.

일요일과 수요일은 오후나마 사무실로 출근했고, 월화는 며느리 노동절이라 툴툴댔는데, 사실 괜찮았어요. 영화 ‘극한직업’, ‘알리타’, 넷플릭스 ‘러시안 돌’, 그리고 오늘 카카오 페이지 무료인 ‘앤트맨과 와스프’까지 틈틈이 봤는걸요. 대신 책 몇 장 못 넘긴건 아쉽. 확실히 책을 가까이하지 않는 시간들이라 맘 속 죄책감이 스멀거리는거 빼면 좋아요. 감사한 일상입니다.

밤이 지나면 다시 출근이로군요. 그것도 나쁘지 않아요. 목요일이니까요. #명절_며느리일기 #그래도_평온한_일상 #놀멘놀멘 #고추전_깻잎전_호박고기전_표고고기전_동태전_동그랑땡_어느새_전의달인 #가족밥상_고마운일상 #아빠_기운내세요 #모두_건강하세요


5. 일욜 저녁 혼밥 각이었는데 바쁜 둘째가 함께 해주겠노라 통보. 봄엔 역시 #냉이된장찌개 라는 그녀 말에 꽂힌 터라 퇴근길에 냉이를 샀고. 시엄니가 정성껏 오래 손질하던걸 생각하며 대충 후다닥 씻었어요. 시래기 조림에 콩나물도 무치고 나름 공들인 밥상. 아이가 고기 못잖게 된장찌개 좋아해서 흐뭇흐뭇.

지난주엔 갈은 돼지고기 할인하길래 파마늘양파 듬뿍 넣어 함박도 구워먹고 #미트볼 오븐에 구워 얼리고, 나머지는 #가지고기볶음.


6. 갈은 고기에 파마늘양파소금후추 반죽으로 동글 빚고, 오븐에 구워, 얼려둔지 한참. 네 식구 같이 밥 먹을 기회를 기다렸다가.. 드디어 오늘 점심에 해치웠어요. 국수 삶는 시간에 다진 양파와 크게 썬 버섯 볶다가 소스 투하해 끓이면서 해동 미트볼 넣는거라 쉽죠. K선배의 진짜 멋진 미트볼은 차마 따라할 수 없고, #야매_미트볼파스타 #탄수화물_다욧결심은_어디로 #주부놀이 #머리비우기 #졸릴게분명한토욜오후 #쉼


7. #외로운_사람끼리_배추적을_먹었다 참을 수 없었어요. 단정하고 아름다운 김서령쌤의 책을 보고, 땅의 기운을 봄날 한껏 뿜어내는 냉이를 먹고 싶었어요. 일요일 동네 시장에서 에라 모르겠다 심정으로 냉이를 샀고. 어젯밤 영화 #로마 보면서 한 시간 동안 냉이 손질.. 밤 한 시에 냉이무침과 마늘 듬뿍 넣은 시금치무침 완성.


8. 지난 주말에는 불금 밤새 술 마시고 토요일 아침에 귀가한 둘째를 위해 황태해장국을 끓였고. U님 덕분에 숙성한우를 구입해 구웠어요. 일요일엔 시엄니 시아버지 점심 같이 한다는 결정을 11:20에 하고.. 빛의 속도로 김치찌개 계란찜에 냉동된 반건조 우럭을 굽고, 남은 고기와 버섯까지..12시에 후딱 먹고 12시10분에 사무실로 출근 #그리운_주부놀이_간만 #사진_정리중


9. 세탁기에 밀린 빨래를 넣고. 찬 밥 데워 참기름 약간에 마약계란 양념 소스 얹어 가벼운 아침. 주섬주섬 아파트를 나서 동네 시장 한 바퀴. 정육점이 이렇게 많다니, 놀라면서 세 군데 돌아보고 가격 비교. 생오겹살과 상추, 딸기와 두부만 사들고 돌아와..딸이 원한 에어프라이어 돼지고기 구이. 소금후추바질에 먹다남은 와인 좀 부어 재웠다가 구웠어요. 새송이 통구이는 물기와 향을 한껏 품은게 진미 인증. 아들 속풀라고 배추 된장국도 끓였다죠.


10. 딸과 오붓 일욜 저녁을 준비하려고 일찍 퇴근할 생각이었는데. 뜻대로 될 리가.. 마트는 못 가고, 동네 시장에 엉터리로 주차한 뒤, 돼지 목살과 냉이만 사들고 달렸죠. 멸치와 다포리로 육수 내는 동시에 무와 감자 빛의 속도로 썰어 넣고. 파마늘된장두부.. 그리고 대충 박박 씻은 냉이 투척. 정육점 아저씨가 두툼하게 썰어준 목살은 간만 무쇠팬에 스테이크 삘로 굽고. 서비스 파채에 간장홍초참기름 대충..하여, 30분 만에 차린 저녁. 딸은 찌개를 칭찬했어요


11. 토욜 점심은 알바로 바쁜 딸 없이 옆지기와 아들용. 오래된 감자, 싹을 도려내고 에어프라이어에 웻지감자로 고기와.


12. #들기름막국수 맛보러 멀리 갈 엄두도 못내는 주제에 넘나 먹고 싶었던 터, K선배의 도전기에 삘. 메밀국수와 들기름을 새로 구입한 지 몇 주 만에 드디어. 막국수 1인분에 들기름, 양조간장, 조선간장(저는 대신 액젓)을 각 1숟가락에 김과 깨 넉넉히. 국수를 100g보다 적게 삶은 탓에 좀 짰지만 그래도 뿌듯한 맛이랄까요. 곁들인 통삼겹살 구이보다 더 맘에 들더군요.


13. 엊저녁 메인은 잔치국수인데. 호박 채썰어 볶고, 쑥갓에 파, 그리고 요즘 핫한 #만능소보로 갈은 돼지고기 팍팍 볶아서 토핑. 마약계란 반숙을 아무나 써는게 아니란 교훈도 얻고. 도동집 국수에서 삘 받은건데, 쑥갓은 더 쓸데가 없군요.. 이날 메인은 가볍게 닭다리구이와 오래된 고구마 처리.


14. 어제 낮은 아들과 둘이 통목살햄 구이. 아침엔 남은 가자미와 백조기 구이에 야심찬 오이냉국. 인스타에서 발견한 레시피로 나름 공들였는데 만족도는 제각각. 저는 #카카오메이커스 구입한 #이수부팔방미초 오이냉국에 제값을 한거라 믿는 중입니다ㅋㅋ


15. 토요일 저녁엔 간만 시부모님 모시고 한 상 차렸습니다. 메인인 고기보다 방풍나물 무침, 참나물 무침, 청경채 볶음 등 풀떼기에 훨씬 신경썼어요. 생선구이는 껍질 다 벗겨지고 흐트러지는 참사에도 불구, 맛은 좋더군요. 무엇보다 바지락순두부, 트윗에서 발견할 레서피인데.. 참기름1,고춧가루2,액젓3, 다진마늘에 바지락 약불에 볶다가 순두부 넣어 끓였는데 물 한 방울 안 넣고 완전 파는맛. 간이 좀 센게 흠이라 담엔 액젓2만 넣기로… 이게 또 인기 좀 있었다고 할까요.. 또 아들이 모처럼 냉이된장찌개 먹고싶다고 해서 시장 달려나갔는데 냉이는 봄나물이라고, 끝났다네요. 대신 달래된장찌개를 끓이긴 했는데. 제철 과일이 사라진 시대에, 제철 나물은 또 다르군요. 그런거였어요. 찰라를 즐겨야 하는구나, 인생 순간이구나, 뭐든 귀한줄 모르다가 지나고나야 아쉽구나 했어요.


16. 딸과 둘이 저녁 먹을 줄 알았는데 옆지기가 일찍 퇴근! 일요일인데! 애써 먹일 사이도 아닌데 냉동실에서 삼겹살 꺼내 에어프라이어 시작.. 근데 양이 적다는 걸 깨닫고.. 결국 소세지와 마늘로 양을 늘리고 보니 그럴싸한 안주..


17. 인스타에서 눈팅 중인 요리 고수들의 레시피 따라한 게살볶음밥. 계란 4개 풀어 기름 넉넉히 두르고 미리 튀기듯 익혀.. 나중에 합체하는게 관건. 맘에 들어요. 오래된 찬밥이 쌓이는지라 더욱.


18. 오랜만에 마트 다녀온 티내는 밥상. 딸을 위해 연어회. 호기롭게 담았다가 넘 비싸서 절반 덜어내고 단 세 개에 만원 육박했던 참송이? 버섯향 좋긴 좋더군요. 삼치구이는 옆지기픽


19. 고기보다 국수. 어느 주말 딸과 오붓밥상

순두부도 태웠고.. 계란토마토볶음도..거뭇해진ㅠ


20. 야심차게 동네 시장에서 가져온 마늘쫑 해치우기. 돼지고기로 만든 만능 소보로 등과 볶았어요. 7. 먹다남은 마늘쫑 해치운건 딸을 위한 야식 떡볶이.


21. 주말도 쉬었지만 실질적 백수1일차. 냉장고에서 상해가는 토마토 구하기 작전부터. 짝퉁 토마토스튜에 백종원님 식으로 반쯤 캬라멜화된 양파도 투하. 그러나 딸 아들이 아침은 커녕 점심도 함께하지 못한다는 걸 깨닫고ㅠ


22. 비주얼은 망했지만, 복날의 보신에는 문제가 없었어요. 오리백숙은 처음 도전했는데, 닭보다 클 뿐이죠.. 손질은 좀 더 힘들긴 했어요.. 마트 뽐뿌에 따라 구입한 전복과 노루궁뎅이 버섯까지. 몸에 좋은 느낌은 팍팍 오는데 비주얼은ㅠㅠ #인스타갬성_실패 아침에 모든걸 다 해놓고 운동 갔다가 점심 간신히 후다닥 해치우고. 둘째 학원 데려다주고 돌아와 이제 간신히 쉴.. 것 같지만 곧바로 다시 외출.. 백수5일차인데... #마냐밥상 #전복노루궁뎅이버섯오리백숙


23. 인스타 고수들이 쓰는 채칼 하나를 사지 못하고 몇 주를 망설였어요. 나로 인한 쓰레기는 최소화하자, 뭐 그런 대의를 가슴에 품고 있기는 하지만, 그냥 우유부단한 소비주저증. 무엇보다 집밥 기회가 주말 가끔. 요리할 일이 없는데 어쩌겠어요. 무튼 백수생활이 예상되는 순간 채칼부터 질렀어요. 인스타페북 모두 각종 채칼 광고를 계속 띄워주던 참이었어요. 몹시 뿌듯하고 신나는 소비로 내수경제에도 기여하고ㅎㅎ 그 날렵한 녀석으로 인스타 고수들의 감자채전을 몇 번 시도했는데 불 조절 실패로 거뭇 태우고.. 오늘은 #호박채전 도전. 흐뭇합니다. 채쳐서 소금에 절였다가 물기 짜고.. 밀가루 살짝. 감자는 강판에 갈아 부쳤는데 담에 다시 도전하기로.


보고싶은 분을 만나려던 점심 일정이 취소되고.. 냉장고 뒤져서 소박하게 차렸습니다. 어제 끓인 참치찌개, 그제 들기름에 볶은 김치까지 대충 다 내놓았던 밥상. #엄마놀이 #다욧은개뿔 #식욕에_요리욕까지 #마냐밥상


24. 그제 밤, 아들이 닭가슴살을 해동하고 안 먹은 바람에 어제의 저녁 재료로 낙찰.. 당근 양배추 고추와 함께 볶았어요. 호박채전 가볍게 후딱. 공들인건 사실 토마토 피클. 방울토마토 1kg 칼집 내어 데쳐 껍질 벗기는게 일인데.. 결과물에 매우 흡족합니다. #마냐밥상


25. 오늘 저녁은 딸의 메뉴. 장에 탈이 나서ㅠㅠ 쇠고기야채죽을 끓였어요. 오후에 까페 놀이 나가는 엄빠에게 편의점에서 죽 사오라는데 그럴 순 없잖아요.. 1박2일 LT? 다녀와 점심 지나도록 자고.. 오늘 거의 먹은게 없는 딸.. 아프지 말거라.


26. 고수들의 인스타를 보다보면 요리 욕구가 불타오릅니다. 특히 얼마전 채칼을 샀잖아요. 당근도 채치고, 오이도 채치고, 계란은 채썰고.. 당근시러 로서.. 살짝 소금에 절였다 물기 짜고 볶으니 괜찮네요. 무튼 몇 년 만에 김밥. 이렇게 아이들 아점 준비해놓고 정작 엄마는 아재들과 바깥밥... #엄마는_약속많은백수 #김밥천국보다_가성비낮은데_백만배뿌듯 #마냐밥상


27. 밥상을 차리는 것도 가성비가 중요한데. 울집에서 유일하게 날씬해서, 막 먹이고 싶은 둘째가 토욜 점심 약속이 있는걸 모르고.. 아침에 면허 땄다길래 축하하려고 나름 신경 쓴 #마냐밥상 혼자 돌아온 옆지기가 둘째 안 온다고 해서 힘빠졌어요. 쳇. 게다가 믿기지않게도 입짧은 옆지기, 해파리 안 좋아한다고


28. 쇠고기미역국과 돼지고기김치찌개.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오징어야채볶음, 오이무침, 또 실패한 감자전. 별거 없지만 아침에 후다다다닥 준비한... 딸의 생일 아침상입니다.

엄마 딸로 태어나줘서 고마워. 이렇게 잘 자라줘서 고마워. 엄마의 동반자, 조언자, 감시자가 되어줘서 고마워. 사랑스러워서, 쿨해서 고마워. 분노할 줄 알고, 할 일을 하는 사람이라서 고마워. 평소 병아리 모이만큼 먹는 아침을 제대로 먹어줘서 고마워. 방 청소도 하면 더 고마울거야. 화장도 해주면 고마... 엄마 욕심이 과하다. 딸 사랑한다. #마냐밥상


29. 의외로 드문, 모처럼 가족밥상. 요즘은 꼭 수육용 돼지 목살을 사서 두툼하게 구워요. 간만 온가족 모이는 주말이라고 야심은 컸는데. TV에서 영화 ‘마녀’를 해주지 뭡니까. 좋아했던 영화인데다 마침 클라이맥스라.. 밥할 시간을 놓치고. 진정 번갯불 #마냐밥상 대충대충 했어요. 어제 훌륭해 다시 도전한 김치전도 오늘은 급하게 요리 여럿 하다가 다 태워먹고ㅠ 무쇠팬 길 다시 들여야 하는데. 백수가 바빠서 원...


30. 건강기원 #마냐밥상. 어쩌다보니 남편 아들과 평일 점심. 오늘 공들인건 계란찜과 어묵볶음, 고사리나물. 하루 묵은 제육볶음과 이틀 된 호박찌개까지. 사진에 안 나온 황태국도. 아프지 말자고요.


31. 김치볶음밥, 버터에 닭고기와 양파를 볶으며 에어프라이어에 통으로 익힌 버섯을 함께. 무튼 나름 성심껏 준비한 점심에 이어.. 저녁에는 인스타 광고 보고 주문한 제주족발에 한건 칼질 뿐인 새우냉채. 점심엔 아들이 없고, 저녁엔 딸이 없어.. 한 끼리만 집중도 못하고... 이렇듯 죙일 먹는데 공들이는 와중에 정우성님 나오는 삼시세끼를 챙겨봤더니 요리 욕심만 이어집니다. #마냐밥상 매진하며 밤산책 110분씩 하고 1만2000보씩 걸으면 뭐하나 싶군요. 밤바람이 괜찮긴 했어요. 어제 런지 후유증으로 뒷다리 매우 아픈 상태였지만ㅠ #무리하는삶


32. 요즘 딸과 함께 꽂힌 새송이버섯 통구이. 그냥 에어프라이어에 통째로 구운 뒤, 가위로 적당히 잘라 소금후추에 먹거나, 볶던 뭔가에 투척하거나.  겉은 쫄깃 속은 촉촉 식감에 끝내줍니다. 저 사진은 며칠전 제 혼밥 저녁인데.. 예고 없이 딸과 남푠이 한 시간 간격으로 귀가해 유사 메뉴를 세 번 차린 저녁이었어요.
인스타 고수님들 덕에 세상 쉬운 오이탕탕이도 가끔 하고 있고요.
파프리카 처치용 냉채라든지, 아들이 먹고싶다던 모밀국수, 재료 손질에 정성인 볶음밥, 육수에 정성인 어묵탕에다.. 동네 정육점 지나가다 1근 6000원 돼지갈비 업어오고.. #마냐밥상 차리느라 시간 부족해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일 중에 하나가 부엌일인데 정작 시간 아까워하다니. 행복한 시간임에도 시간을 많이 쓴다 생각하다니 왜이러는걸까요.


33. 둘째 기숙사 들어가는 날 저녁 밥상. 마트에서 시들거리는 새송이 두묶음, 신선 새송이 두묶음을 왕창 사서 시들거리는 버섯 8개를 통으로 에어프라이어에. 버섯 절반은 더 잘게 잘라 양념해 샐러드에 얹었고, 절반은 쇠고기청경채볶음으로. 아들 좋아하는 모밀국수와 마무리. 아이 기숙사 자기가 데려다준다던 남편은 끝내 와인을 드시고. 한 밤 기숙사 라이딩은 결국 제 몫. 짐이 꽤 많은데 엄마 방까지 안 와도 된다며ㅎㅎ 다 챙겨서, 씩씩하게 들어간 아이는 아마도 잘 살겠죠.


34. 지난주 미디어오늘 컨퍼런스 때문에 이른 아침 집 나서면서 7시에 만든 오징어볶음입니다. 웬 정성. 쓸데없는 강박이지만, 이게 나인걸요.


35. 베트남에서 돌아온 저녁. 그날 점심에 조카 환송모임이라 짜장면탕슉을 실컷 먹어 다들 밥 안 먹겠다는 분위기라. 거를까 하다가, 백숙을 끓이고 역시 이날도 요즘 재미붙인 버섯. 고기 약간과 국물, 버섯만 집어먹었죠.


36. 별 것 없는 #마냐밥상 다만 최근 미니절구를 사서 통깨를 바로 갈아 먹고 있는데, 흐뭇합니다.


37. 남편과 나는 평일 저녁을 같이 먹는 날이 드물었어요. 원래 퇴근 늦은데다 온갖 이들과 만나느라 각자 바빴죠. 사실 아이가 태어난 뒤에야 집에서 안정적으로 밥냄새가 나기 시작했고...무튼, 그래서, 와중에, 둘이 꼭 저녁을 함께 하는 날이 있는 겁니다. 바로 오늘이죠. 그러니 결혼기념일을 까먹고 아무 생각 없이 저녁 약속을 잡은 박모씨 때문에 화가 납니다. 권태기 중년부부로서 관계에 대한 성찰도, 상대에 대한 관심도 없는 것 아닌가요? 아빠를 응징하는데 한 표 던진 딸이 대신 저녁을 함께 해줬어요. 학교에서 8시에 회의가 있다는데 6시반에 집에 왔어요. 엄마랑 밥 먹고 다시 나가면 된다고요. 배려의 따님. 엄마 닮았죠. 올해는 어느 식당을 가볼까 즐겁게 상상하다가.. 그냥 밥 했어요. 비덕님이 알려주신대로 현미와 현미찹쌀을 반반해서 충분히 시간 들여 했더니 밥맛이 너무 고소해 기분이 쫌 나아졌어요. 육식주의자 답게 고기를 굽고 버섯도 굽고. 내가 끓인 된장찌개에 흐뭇하고. 이제 달콤한 복숭아를 딸과 나눠먹고, 딸을 학교에 모셔다드리는 서비스 정도 하고. 이번주 토요일 첫 모임을 갖는 #트레바리 #디지털시대읽기 첫 책인 #안녕인간 마저 읽어야죠. 하여간에 두고두고 응징하기 위해, 만행을 까먹지 않으려 기록을 남깁니다. 경찰출입 막내기자들과 어렵게 잡은 약속? 쳇. 가족을 우선하고 약속을 깨는 상사가 더 멋진 것 아닌가요? 흥.


38. 일요일 점심마다 할아버지 할머니와 만나는 아들이 모처럼 엄마와 단둘이. 남편 없이 오늘은 시부모님과 뭘 먹을까 하던 중에 어깨 힘 빼고 차린 #마냐밥상 입니다. 어제 모임서 먹다남아 챙겨온 치킨에, 비빔국수에 힘 좀 주려고 했는데.. 평소처럼 덜렁대다 통깨 통을 엎었어요.. 와중에 사진 찍는 저.. 참사가 벌어져도 인스타 남으니 위로가 된다? 철푸덕... #원래지저분한식탁바닥 #과한고명욕심에_양념조절실패 #괜한욕심들 #먹고자고놀고먹고자다_한밤말똥


39. 출근하는 바쁜 아들 안 와도 된다, 며느리도 바쁘면 안와도 된다던 시엄니가 이미 재료 준비 끝내셨더라고요. 점심 직후 딸아들 부대를 이끌고 가서 순식간에 전을 끝냈어요. 생선전 곱게 부쳐내는 걸로 시작해 깻잎전, 고추전, 고기 올린 호박전, 고기 넣은 표고전, 동그랑땡. 깻잎향 진한 아이와 고추와 고기가 어우러지는 아이, 고소한 호박에 고기.. 전 이 아이들을 좋아합니다. 아들은 부치는 동안 내도록 집어먹는데, 며느리 초기, 전 부치며 먹고 싶은데도 눈치보던 시절이 생각나네요. 손자는 주저함이 없거늘, 저는 왜 그리 어려웠던건지.
전 부치고 나니 나머진 뭐 쉬엄쉬엄. 이번엔 안 가는 걸로 정리했다던 남편은 엄니에게 전 사자고 말씀드렸다고 주장하지만. 울 시엄니, 전 소쿠리 셋도 부치던 분이 그럴리가. 요 몇 년 한 소쿠리만 가볍게 하고 있고요. 송편과 만두도 더이상 하지 않으세요. 초보 며느리에게 자랑하시고, 어린 손주들과 노는 재미에 만들던거죠. 시엄니 기력이 예전만 못한 것 같아 마음이 좀 복잡하기도 해요.


40. 명절 전야 애들과 점심은 간만 원팬파스타. 냉장고 시들 야채 다 때려넣고 15분? 20분? 끓였어요. #마냐밥상


41. 결혼 후 처음으로 명절 저녁을 우리 집에서. 늘 엄마 몫이었는데 이래저래 정신없으신지라 큰딸인 제가 손들었어요. 엄마는 시그니처 갈비찜만 해오시기로. 여기에 동생의 주특기 퀴노아샐러드, 동생의 전과 울 시엄니 전. 초간단 안 차린다 했지만, 그저 때깔 좋으라 새우냉채에, 스모크치킨 오븐에 데우고, 엄마 싸드릴 요량으로 잡채, 국이 없길래 애호박찌개, 먹다남은 간장게장.. 살이 다 흐트러지면서 폭망한 옥돔, 무튼 딴에 접시는 다 큰 걸 써서 그럴싸해보입니다. 왜 이리 된건지... 엄마 손 크다고 타박했는데 제 손이... #마냐밥상
아침엔 시부모님과 시누이, 우리 가족만 단촐하게. 작은댁 식구들이 앞으론 설에만 모이고, 추석엔 며칠뒤 제사 때 산소 가는걸로 정리. 상차림도 한결 간소했어요. 가장 맛있던건 사실 사골국물에 쇠고기까지 넣어 조린 고사리나물, 쌀뜨물에 짠기를 빼고 쪄내고, 시엄니가 직접 손으로 찢어낸 보리굴비. 통도라지 사다가 흙먼지 씻어내고 먹기 좋게 잘라내어 소금물에 담궈 쓴맛을 빼고 살살 볶은 도라지나물. 저는 마지막 단계만 거들었으나 알게모르게 시엄니 온 정성이 들어간 음식들. 추석은 뭐하는 날인지 기억도 안나고, 그저 며칠 종일 음식을 구상하고 거들고 차리고 씻고 정리하고. 일부러 넉넉히 한 음식은 이것저것 엄마와 여동생에게 안겨드리고, 몇 년 만에 해본 쇠고기 장조림도 싸드리고. 이제야 달을 봅니다. 몸보다 마음이 풍요로운 추석 보내시라 여기저기 인사했는데, 정작 저는 몸만...


42. 어제 낮에 건고사리를 찬물에 담가놓고서.. 냉동 쇠고기를 물에 넣어 해동 시작한건 밤 11시반. 자정 넘어 고기를 삶으면서 대파 무 고사리 숙주 마늘을 차례로. 중간에 기름에 고춧가루 볶아서 나름 고추기름을 흉내내어 넣긴 했으나, 딸이 하도 매콤 타령을 한 탓. 신라면에도 속쓰리고 매운 것 못먹는 초딩 미각이라 적당히. 간은 액젓과 소금후추로. 아들에게는 6시간 발아 과정 거친 현미밥과 #육개장 아침상. 딸에게는 미리 청한대로 국수를 삶아서 #육개장칼국수 점심 대령. 칼국수를 넣었어니 육수를 다 잡아먹는 바람에 계속 국물과 물을 추가 투입하며 다시 간 맞춘건 삽질. 간만 계량까지 해서 국수 1인분 100g 맞췄는데, 해놓고 보니 성인남자 기준 아닌지 의심. 양이 많아요.. 세번째 사진은 엊저녁 제 혼밥. 진정한 #마냐밥상 딸이 친구들과 전날 늦은밤 귀가했길래 북엇국을 끓여 아침 먹였는데, 남은 국물에 호박을 채쳐 넣어 호박국수. 먹다가 결국 물만두 삶아 투입했다는... 그런데 왜 어제오늘 제 페북에 온통 다이어트 식품 광고만 뜨는건가요...


43. 간만에 저녁에 미팅한다고 일찌감치 나간 아들이 급귀가. 기생충의 복숭아 장면 마냥 지하철에서 미친듯이 기침이 나오고, 온 몸이 벌겋게 붓는 느낌이라 미팅 취소했다고요. 전 아들의 몸보다, 미팅 취소라는 민폐를 걱정하며.. 그러나 엄마 답게 저녁 준비 모드로. 당초 딸과 둘이 비빔국수나 해먹을 요량이었는데, 남편도 일찍 퇴근한다고 하여.. 잡채를 찬물에 불리면서 당근 양파 자색양배추 어묵을 썰고 차례로 볶아 잡채. 상하기 직전의 새송이를 에어프라이어에 구워놓았었는데. 두부조림 위에 버섯과 고기를 올려 마카롱여사님의 스테이크두부조림 흉내냈어요. 50분 만에 차린 #마냐밥상 온 가족에게 따뜻한 차 한 잔 필요한 저녁이군요. 아들은 몸이 좀 나아졌는데, 오늘밤 기숙사 안 가고.. 내일 수업 빠지겠다고요. 아니 그래도 학생이 수업은 들어가야 하지 않겠냐.. 근데  무슨 수업이니? 영어와 수학, 물리인지 화학인지. 아. 아들아, 고등학생 같구나... 코딩은 안 배우니? 전공은 그래도 좀 낫다고? 다행이다..


44. 추석 때 선물받은 사과가 퍼석거리는 아이였어요. 도저히 상콤하게 아삭아삭 즐길 수 없는데 사과라니.
닭다리 오븐구이에는 사과를 조각 내어 둘렀어요. 먹다남은 브로콜리와 자색 양파도 약간 얹어서 구색 맞췄거늘. 구운사과가 조금 낫긴 하거늘 인기는 없었어요.
사과를 얇게 썰어 설탕과 시나몬 가루에 재운뒤, 또띠아로 꽃모양 말아볼까 하다가 실패. 또띠아에 크림치즈 바르고 사과를 둘러 오븐에 구웠는데 이건 그럭저럭 괜찮았어요. 이건 이날 집에 있던 딸과 함께 냠냠.
또다른 버전은 또띠아에 케첩 바르고, 사과를 두른뒤 치즈 듬뿍 올려 역시 구웠어요. 이건 이날 집에 있던 아들과 함께 뚝딱.
음식 처리를 위해 필사적인 #마냐밥상 #이제_두알남은_사과 #사과주스로 갈아버리든지 #돼지고기와굽든지


45. 딸이 위염이래요. 약 좀 먹고 괜찮아졌나 했더니, 다시 아팠다 나아졌다 그래요. 내시경 한 번 찍어봐야 할텐데, (용산 부근 괜찮은 병원 추천 환영요) 당장은 제가 뭘 할 수 있을까요.. 아들도 위가 가끔 아파요. 둘 다 끼니는 불규칙하고, 딸은 자극적이고 매운걸 좋아하죠. 둘 다 금요일 수업을 없애고 하루 노느라고, 월화수목 시간표가 엉망이어요. 밥시간이 애매하고.. 괜찮다고 했지만, 괜찮지 않잖아요.
위를 (알콜로) 혹사시킨거로는 저도 만만치 않을텐데 아직 버티고 있는 반면, 사실 시엄니가 위로 고생하셨죠. 시댁 더부살이 중에 종종 감자를 갈아서 감자즙을 드신다거나, 양배추 챙겨드시는 모습을 기억합니다. 그래서 저도 일단 양배추 요리에 나섰어요. 양배추는 저의 완소 식재료인데, 딸이 특히 싫어합니다. 이걸 어찌 멕일 수 있을까. 
지난주 비덕님 생파에서 배운 #라따뚜이 시도했습니다. 가지호박당근을 올리셨는데, 저는 토마토와 버섯도 추가. 중요한건 베이스 소스인데 비덕님은 양파와 파프리카를 볶아서 갈았고, 저는 양배추를 왕창 넣었어요. 소금후추 간해서 양배추양파파프리카 볶은뒤 갈아서 깔고 야채 올려 오븐구이. 근데 와. 딸이 맛있다고 잘먹는 겁니다! 딸이 잘먹는 양배추는 처음. 아들도 좋아했어요. 사실 저 야채들이 다 달큰한 아이들이고 간해서 볶으니 풍미도 좋아지고, 익은 양배추 줄기 식감을 안 좋아하는 것 같은데 다 갈아버렸으니ㅎㅎ 나름 맛이 괜찮아서 저 역시 평소 안 먹는 당근을 먹고 있더라고요! 근데 잘 먹고도 큰손 답게 반이 남아서, 다음 끼니엔 치즈를 올려 괜히 다른 요리인양.. 저녁 못먹고 퇴근한 남편은 요리 남았다고 신나게 먹기 시작하더니 “아, 이거 진짜 야채만 있구나”라고ㅎㅎ #마냐밥상


46. 거의 막바지이긴 하지만, 마감을 넘긴 일을 아직 마무리 못했거늘…
지적허영+호기심 대마왕에게 솔깃한 알바 제안에, 스스로 불섶으로 뛰어들어 작업 좀 하려는데,
그냥 대담만 하면 된다고 생각한 행사인데 발표자료를 왜 안보내냐는 문의에 번갯불 작업에 나서, 자료를 후딱 만들었고요..
(생각해보니, 담주에 진짜 발표자료 필요한 일정이 있는데, 만드는 김에 작업 시작하고요…) 내일 #디지털시대읽기 독서모임 #머신플랫폼크라우드 발제문 어떻게 됐냐는 파트너님 문의에 정신이 번쩍 들어 후다닥 정리해 넘겼고요.
내일 독서모임 하면, 다음달 책 골라야 해서, 따끈 신간 챙겨보느라 서점 투어했고요.. 아마도 #래디컬마켓 보게될듯요. 
무튼, 점심저녁 약속이 줄줄인게 문제라, 모든 일정 줄이고 마감부터 하겠노라 했는데, 뜻대로 안되고요. 
그와중에 #멜로가체질 달렸죠, #인사이드빌게이츠 기웃거렸죠, #인간의정의는어떻게탄생했는가 독후감 쓰기시작했죠, 읽는 책들은 또… 게다가 뉴스도 챙겨보고 소셜미디어도 들여다보느라ㅠ 
그리고... 딸아들 위를 위한 양배추롤은 손이 많이 가더이다. 돼지고기도 앞다리살 얼렸다가 다졌고, 온갖 야채 다져야죠, 두부 넣고.. 양배추 쪄서 살살 벗겨내는 것도, 롤 마는 것도 모두 일.. 맛은 흡족합니다만.. #마냐밥상 에 망하는 중.. #백수과로사일상 #너무많이벌렸나요 #정신줄놓더니결국 #가을의여유_어디로


47. 딸과 오붓 점심은 디저트부터 준비. 사실 아들도 맛봤으면 좋았겠지만, 늦게 일어나 후다닥 가버렸고요. 퍼석사과를 맛있게 다 먹어치우기 미션 완료. 실제 손님에게 내놓을 수준은 못되고, 간신히 사진 남길 정도의 #사과요리 에 만족합니.
#사과꽃또띠아 #애플로즈 로 검색하면 따라해본 원본 나옵니다ㅎㅎ #애플시나몬파이 흉내죠.
들기름막국수에 야채 얹어서 제 입맛엔 베스트. 딸은 새콤한게 더 좋다며 엄마손맛 외면하고 먹다가 식초 투하. 쳇 #마냐밥상


48. 역시 양배추 활용메뉴. 꼭 해보고 싶었지만 막상 해보면 꽝인 메뉴ㅠ 쪄놓은 양배추에 오이 파프리카 자색양파, 액젓으로 볶은 돼지고기, 맛이 없을 수는 없는데.. 돌돌 마는게 도무지 모양 안나고, 옆구리 터지고, 헐겁고.. 그래도 딸과 둘이 오붓 저녁 가뿐히 끝. 입맛 없으신 따님 덕에.. 또 남기기 애매하다는 이유로 배불러요ㅠ #마냐밥상 #미련한식탐 #손이곰손_마는건다실패


49. 아이를 가졌을 때, 아토피가 유전될 확률이 90% 넘을거라는 의사쌤 말씀에 마음을 비웠지만, 참 미안하고 막막했죠. 다행히 둘 다 아토피가 아닙니다! 하기야 울 엄마아빠도 여동생도 아니거든요. 근데 아들은 알러지성 비염이 심해요. 환절기에 지난 계절 옷 꺼낼 때면, 제 손은 벌겋게 부어오르고 아들은 콧물이 줄줄. 저는 장갑 끼고 일한다거나, 하여간에 매 계절 싹 다 빨아요. 먼지나 음식이나 뭔가 예민한 인간으로 자라다니. 그런데 그나마 괜찮던 딸이 뒤늦게 가세했습니다. 얼마전 새우 먹을 때, 입술이 가렵다 하더니 요즘엔 입술이 갈라지고 트는 중. 립밤만으로는 부족해 제 연고 중에 약한 녀석 슬쩍 권하는 중입니다ㅠ 오늘은 간만 딸과 점심인데 “입술에 닿지 않는 한 입 음식이면 좋겠어, 양념이 닿으면 너무 아파”… 제가 그 맘 왜 모르겠어요ㅠㅠ 저는 대충 살다보니, 조금 가려워도, 조금 부어도, 조금 벗겨져도 그냥 넘어가지만, 참 속상합니다. 하여, 냉장고 뒤져서 한 입 음식 #마냐밥상. 브로컬리 안 먹던 딸이 잘 먹어주고. 버섯 좋아해주고. 토마토도 구우면 맛나죠. 돼지는 두툼 목살 써서 미리 구웠고 대충 다 때려넣어 소금후추 오븐구이. 딸이 흡족했으니 저도…


50. '장떡'입니다. 님들. 무진장 쉬워서 해보시길 권합니다.
부침가루(전 밀가루 썼어요) 물에 풀어놓고 + 된장 한 숟가락 푹 + 고추 다진것(전 씨 빼고) => 부치면 끝.
이렇게 지인들 톡방에 세일즈도 한 장떡. 초간단 레시피조차 까먹어서, 고추장인지 된장인지 헷갈리는 바람에 15년 추석 브런치 글 뒤져서 찾았어요. 그래도 기록해두니 이럴때 좋잖아! 자뻑. 시엄니에게 배운건데, 예전같으면 시엄니에게 안부전화라도 드리면서 물어봤을까요. 무튼 할머니와 꼭 붙어 어린 시절을 보낸 딸이 특히 좋아했어요.
밥을 안 먹고, 부침개의 밀가루는 조금 뿐이라고 자기합리화하는 메뉴들로 #마냐밥상


51. 한 명은 2호선 한바퀴 돌았다 하고,
한 명은 점심 무렵에야 정신을 차렸다고요.
어젯밤 일행들 얘기입니다. 어제는 술 땡기는 날이었죠.
쫌 더 쎼다는 빨간 뚜껑 참이슬로 시작해서, 2차도 갔죠. #군산은모래해물탕아구찜조개전골
불확실한 미래를 얘기하는 날이었지만,
부조리한 현재에 걸려넘어질 지경인데, 미래가 무슨.
무력감을 감추고 알콜만 들이부었네요.
딸을 덜 예쁘게 낳았더라면, 덜 똑똑하게 낳았더라면
땅을 치며 피눈물 흘릴 어느 엄마에 대한 언급을 페북에서 보고.
딸들이 이런 대접 받도록 사회를 엉망으로 망친 어른이라서, 
딸들이 부자유와 불안, 분노에 익숙해지도록 만든 어른이라서,
부끄럽고 미안한 마음이 달래지지 않는군요.
이렇게 무력해도 되나, 왜 아무 것도 못했나 싶고요. 
악플러가 되고, 자기들이 분노와 혐오가 정당하다고 생각하고,
누군가를 도륙해도 괜찮을 권리와 힘이 있다고 믿고,
참견하고 개입하고 부풀리고 헐뜯는 일들에 죄의식 없는,
그들도.. 평범한 모습으로 우리 옆에 있겠죠.
괴물을 키운 사회에서 무력해지기 싫네요.
아프다니까, ‘수사 차질 빚나’ 기사가 쏟아집니다.
지금까지도 뭐 하나 없이 의혹만 부풀렸던 수사인데 
결국 이런 식으로 수사 차질 면죄부 주려고요?
그렇게 수사가 걱정되요?
당신들은 같은 세상에 살고 있다는게, 무력감을 보탭니다.

딸이 이른 점심을 먹을 수 있다고 해서,
후다닥 밥짓고, 시금치 데치고, 당근과 어묵을 볶고, 계란 지단을 부쳤죠. #마냐밥상 ‘삼시세끼’ 염정아님 덕분에 야채칸에 넣어둔 깻잎도 씻고..
딸이 학교에서 노숙투쟁(?) 중인 선배에게 갖다주고 싶다고 해서,
곰손으로 급히 몇 줄 더 말고, 딸을 학교까지 데려다준 맘의 맘. 
딸 키우는 엄마로서 맘이 복잡합니다. 
더이상 무력하다고 땅을 치고 싶지 않아요.


52. 어제 김밥 말고 남은 시금치, 당근, 다진 고기볶음 재활용 메뉴.
아침엔 계란 하나 풀어 저 재료들을 조금 넣어 길거리토스트 속 느낌으로 부쳐서 샌드위치. 알바 가는 아들 메뉴.
점심엔 파스타 국수 1인분 100g을 삶고, 남은 재료에 숙주 한 봉다리 푸짐히 볶아서, 볶음국수. 딸과 토요일 점심으로 싹싹 비웠어요.
며칠 전에도 고기 1.5인분에 가지, 양파 등 야채를 넣어 푸짐하게 딸과 나눠먹었죠. 알뜰하기보다 영리한 메뉴라 주장해보는 #마냐밥상


53. 일요일 나들이를 함께 하기로 한 @livro_do_ 아버님께 가져다드릴 보쌈김치 사는 김에 제 것도 샀다는 얘기를 전날 듣고. 엊저녁 동네 정육점 문닫기 전에 달려갔어요. 그런 점심이었어요 #마냐밥상. 그리고 함께 #트레바리이벤트 #희망이있어서버티는게아니라_버텨야지희망이만들어진다. #먼미래를위해_지금작은행동못하면_죽을때까지_아무것도못하지않을까_그런마음 #응원에도용기가필요하고 #고마워요오라버니


54. 기숙사의 둘째가 집에 왔는데 좀 무심한 것 같다는 핑계+내가 땡겨서, 토욜밤 또띠야피자. 슥슥 케첩 바른뒤 치즈, 수도원 소세지, 올리브, 자색양파 등을 적당히 올렸는데. 시간 조절 실패. 늘 대충하다보니 좀 태웠군요. 그래도 맛있었지만, 몸 관리 하는 둘째는 달랑 한 쪽만 드시고.. 나머지는....

첫째와 주말밥상은 비빔국수. 나스카가 사다준 보쌈김치 국물 남은거에 설탕 참기름으로. 칼로리 줄이는 잔머리로 국수보다 콩나물을 왕창. 상하기 직전의 애호박 채썰어 전부치는 김에 고추장떡도 함께 했어요. 요 정도가 사실 일상적 #마냐밥상.


55. 지난주 남편과 둘이 저녁 먹던 주말에는 서로 굶자고 하다가 샐러드. 근데 제 손이 커서 너무 배부르게 먹고야만 샐러드ㅠ 하는 김에 이것저것 더 차린 나란 인간ㅠㅠ


56. 사과 한 쪽 나눠먹고 남편이 아들 기숙사에 데려다주기로. 나는 교보 마실.
존 그리샴 신작 있으면 사오라는 주문을 받았는데, 그리샴은 신작 낸지 오래됐을 뿐이고. 대신 급히 알라딘 추리소설 베셀 목록을 살피고, 사심 조금 섞어 #마거릿애트우드 #시녀이야기 골랐죠. 역시 내가 보고 싶었던 #모스크바의신사 함께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아무리 다이어트 한다지만 출출할테니 가볍게 준비한 #마냐밥상. 사실 귀퉁이 부서진 또띠야 유통기한이 지나서 해치웠어야 했죠. 나름 소세지에 올리브에 브로컬리까지 올렸고요. 이걸 굽는 도중에 귀가한 남편과 책 얘기 하다가 *^%#*{}£$.. 와중에 저는 잘 구워진 피자 그의 몫을 가져다줬고. 남은 와인 마시던 중 그가 와서 제 잔 더 채워주고 가고. 흥.


57. #마냐밥상 주간 베스트는 마카롱여사님 따라한 순두부계란찜이 차지. 참기름에 대파 볶다가 육수 붓고. 순두부 끓이다 전분살짝새우 퐁당에 계란 풀었는데 맛없을리가 없죠. 당초 부쓰권님 오이단감무침에 돼지 갈비살 구워 저탄고지 하려다가 컨디션 안좋은 아들과 나를 위해 끓였고. 마침 아빠 퇴근해 세 식구 만찬. 밥 안먹으려다 수다락곤드레밥햇반 하나 추가.


58. 낮에는 역시 초겨울 날씨에 어울리는 잔치국수. 양파볶음, 계란지단, 오븐에구워찢은버섯, 고기볶음 토핑. 금욜 점심에 칼국수로 시도한 버전에 계란버섯토핑 추가한 응용편. 국수 인당 100g 정량해서 나는 80, 애들은 110씩 준거 같은데.. 양 많다고 투덜거리는 바람에 애들꺼 더 먹어준건...ㅠ
시엄니표 알타리무김치와 부추김치가 와서,  메뉴 결정에 큰 영향. 김장을 제사마냥 고부갈등 세대갈등으로 보는 기사도 났던데. 일단 주시면 감사한 일. 좀 많다싶으면 이렇듯 계속 잘먹는 방향으로...


59. 그나저나 마음은 늘 다이너트인 부부 지난주 밥상은 당초 수도원소세지 넣은 야채볶음이었는데, 뭔가 부족한듯 하여 기어이 닭안심 구운 나란 인간ㅠㅠ


60. 부질없는 #마냐밥상. 백수 과로사 와중에 마카롱여사님 고추조림 레서피에 반해서 모처럼 애들 있는 날 시도. 그러나 둘 다 입도 안대는군요. 고추조림의 식감이 별로일 것 같다니. 먹어보지도 않고! 근데 완전 맛있습니다ㅎㅎ 혼자 처묵처묵이라니. 지난주에는 공들여 노동력과 재료 대비 가성비 낮은 김밥을 말았는데. “엄마, 앞으로 김밥 너무 자주 하진 마세요. 라면 없이 먹는건 많이 못 먹겠어요”라는 아들. 결국 점심에 싼게 남아 저녁에 특제라면을 곁들였다는. #밥상차리는건_엄마의짝사랑


61. #외로운사람끼리배추적을먹었다 책에 푹 빠진건 봄. 드디어 이 겨울, 배추적을 먹었습니다. 외로운 이들은 아니고, 멋진온니들끼리. K선배 초대에 다들 행복한 저녁. 전 브로콜리무침 오이단감무침을 가져갔고. 오늘은 선배의 어씨로 전을 부쳤어요. 배추는 억센 줄기 부분을 탕탕 두들겨 부드럽게 풀어주고. 찹쌀가루 무쳐 메밀가루반죽에 넣었다가 지글지글. K선배의 집밥은 산지 직송 고퀄 재료가 특징. 영양부추 야채전엔 다진 마늘 넣은게 특이. 명란을 아낌없이 넣은 계란찜은 너무 인기라 두 번 끓이고. 보길도 직배송 전복을 듬뿍 넣은 미역국, 곤드레밥에 유니스님 제공 갈비까지 배터지는줄.. K선배 덕에 우리가 21년째 만나고 있네요. 인근 전통염색장인 김쌤 댁에 함께 마실 가서 예쁜 잔에 커피와 차를 즐기고 식혜도 얻어온 날입니다. 5만 끼니를 엄마가 차려준 밥상 덕을 봤으니, 앞으로는 다른 이들에게 밥을 챙기거나 식혜를 나눠주기로 하셨다는 김쌤... 경북 영천에서 특별히 공수한 엿기름에 느릅나무 유근피를 넣은 식혜는 달지 않고 깊은 맛.. 나누는 사람은 정말 멋지군요. 사실 며칠전 R쌤 댁에서 만난 K온니도 나누는 이. 예고 없이 집을 방문해 프랑스에서 건너온 치즈에 하몽에 와인 거덜내는 우리들에게 고급 일상품도 주저없이 나눠주시고. 이날은 거침 없는 K온니 매력에 흠뻑ㅎ 이렇게 고마운 분들에게 얻은 에너지로 저도 며칠전 무수분수육, 치킨, 브로콜리무침, 채식 잡채, 순두부계란찜, 어묵탕, 6시간 발아시킨 현미밥을 싸들고.. 아파서 못온다는 그녀의 집을 기어이 방문. 귀찮을 수 있지만 잘 먹이고 싶은 맘 알아줘서 고마워요. #밥잘차려주는온니_하고싶어요.


62. 엄마는 사위 손주들 올 때마다 늘 육해공 소, 굴비, 닭을 다 차리곤 해서.. 간단히 좀 하시라고 매번 잔소리를 했죠. 제가 엄마를 닮은 것도 모르고. 큰 손 탓을 했던 일들이 따오릅니다.
“엄마는 비건하긴 틀렸구나”, 딸의 말입니다. 돼지 앞다리살 통으로 넉넉히 넣은 김치찜, 청경채 넣은 불고기, 먹다 맛이간 와인 처치용 짝퉁 꼬꼬뱅 등 메인에 고기가 셋. 야채 소비용 콥샐러드에도 햄 없다고 소시지와 계란 넣고. 요즘 완소 메뉴 브로콜리무침과 시금치무침은 둘 중 하나만 했어도 됐을텐데. 시부모님 모시고 남푠 생일 앞당겨 점심.. 간만 차렸습니다. 어제 공유가 넘넘넘 슬프고 멋지게 나오는 #남과여 혼자 본뒤 4시반에 6시간 발아현미밥 타이머 맞추고. 오전을 쏟아부었네요. 오버여요. 음식 넘 많이 했다는 남푠딸아들 질타 속에 마침 입에 맞으시다고 해서 남은 음식 싹 다 시부모님 싸드렸어요. 손 큰걸로는 아들 생일이라고 약밥을 저리 많이 해서 보내주신 시엄니도 만만찮으시고.. 요즘 집밥은 밀킷 스테이크도 먹어보고.. 지난주에는 역시 시부모님 오시는데 무수분수육. 딸에게 썰어서 접시에 담으라 했더니 뭔가 고전...


63. 클스마스 이브 저녁으로 버섯수프와 닭구이를 준비.. 문제는 쿨하게 나간 딸에 이어 저녁 같이 한다던 아들도 약속 생겼다고. 결국 서둘러 9시 전에 귀가한 남편과 한 상 차려 #원스어폰어타임인할리우드 보면서 간만 중년부부의 집밥. 감자버섯양파를 버터에 볶아서 갈고. 밀가루버터 루까지 만들면서.. 음식은 정성이라던 비덕님 말씀 다시 생각났고요.
남편은 출근한 성탄절 점심도 나름 거하게 준비했죠. 아이들도 수프를 좋아해줘서 다행입니다.


늘 해먹는 아이템 vs 첨 학센 주문해서 야채구이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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