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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냐 정혜승 Jun 02. 2022

<파친코> 이야기의 힘, 그리고 여행 시작

1.

드라마를 먼저 봤고, 잘 찍은 연출, 빛나는 연기에 감탄했지만 역시 중심은 이야기. #파친코 오랜만에 쉬지 않고 읽었다. S선배에게 반납하려고 두 권을 하루에 끝낼 만큼 몰입했다. 번역 비판이 많던데 이야기 쫓아가기 바빠서 거슬리지 않았다.

4대에 걸친 선자네 이야기는 각자 역경과 슬픔, 살아남고자 한 의지와 노력이 또렷하다. 경계인이 겪어야 하는 차별은 동서고금 비슷하다. 미국식으로 자란 재일교포 3세 솔로몬이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한국 차별이 유독 심한 일본 탓이라 하고 싶지만, BTS가 백악관에서 아시아 혐오 중단을 호소하는게 2022년 여름이다. 차별은 심장에 각인을 새기고, 어떤 이들은 삶을 끝내게 한다. 선자에겐 뜨거운 사랑, 따뜻한 사랑이 짧았음에도 힘을 내도록 해주는데, 인생 뭐 있다고 미움과 혐오, 폭력에 집중할까. 남자는 이래야 한다, 저래야 한다에 갇혀 있는 이는 끝내 불행했고, 편견 따위 아랑곳 않고 사랑으로 사람을 대한 이,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한 이는 그만큼 행복했다. 사랑과 죽음, 삶은 딱 거기까지. 이야기는 우리에게 다른 가능성, 선택, 길을 보여준다. #남은건책밖에없다


2.

어쩌면 선자는 경희와 함께 일할때 고단해도 행복하지 않았을까? 삶은 성공과 실패로 단정할 수 없다. 목표가 있다면 묵묵히 가는 수 밖에. 목표가 분명하지 않다면 함께 하는데 의미를 둘 수 밖에. 선거는 중요한 점이지만 끝이 아니다. 이겼다면 더 무겁게 책임을 다하고. 졌다면 성찰해야 그 다음을 그리겠지. 지고도 변하지 않는다면, 그것도 어쩔 수 없다. 길이 다를 뿐이다. 나는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하겠다.


3.

뭔가 털어버리려고 애쓰는 사람처럼 리뷰를 남긴다. #시스템에러 리뷰는 인천공항 게이트 앞에서 쓰다가 마무리는 비행기에서 했다. #파친코 리뷰는 이스탄불 공항에서 쓴다. 당초 경유 8시간에 소피아성당을 보러 나가려 했는데 2019년 공항이 바뀌었단다. 말하자면 김포에서 인천으로. 인천공항의 3.5배라는 이 공항은 크고 화려하다. 아직 이름이 없어 그냥 이스탄불 공항이다. 당초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자신의 이름을 붙이려 했던 모양인데 잘 안됐나보다. 직전 공항 이름은 아타튀르크. 무스타파 케말 아타튀르크 터키 공화국 초대 대통령, 터키의 국부 이름을 기념했다. 아타튀르크, 터키의 아버지란 뜻인데 이 분은 진정 현대 터키의 국부로 존경받았고, 공항 이름에도 자부심이 있다. 이스탄불 공항의 이름이 앞으로 어떻게 정해질지 궁금하다.

우리의 트랜짓 나들이 계획은 무산됐지만, 대신 딸기는 내게 아침을 샀다. 포도잎에 쌀과 양파 등을 버무려 찐 음식 돌마(Dolma)는 꽤 맛있다. 중앙아시아와 서아시아, 남동유럽의 음식으로 채소나 해산물 속에 쌀이나 다른 곡물, 다진 고기, 양파, 허브 등을 채워 만든단다. 가지 돌마도 괜찮은데 좀 따뜻했다면 좋았겠다. 샐러드는 쏘쏘. 평소 토마토와 오이가 몹시 신선해 오일만 더해도 맛있다는데, 공항의 음식이란. 원래 인천공항의 육개장도 부민옥보다 못한게 아니던가.

트랜짓을 기다리는 시간은 지루하지 않다. 폰과 놋북에도 밥을 줄 수 있어 좋다. 이렇게 기록하고 놀 수 있어 더 좋다. #마냐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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