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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냐 정혜승 Apr 11. 2016

<로봇시대,인간의 일>엉터리 어른들 대신 너희를 믿는다


한줄 요약> 딥마인드 작년 성취까지 언급한 따끈한 책. AI 시대에 관심있다면 추천. 사랑하는 능력과 질문하는 능력, 감정적 지적 결핍이 인간다움의 핵심일까. AI와 공존, 공생을 모색하며 소통과 공감을




알파고 덕분에 인공지능이, 로봇이 훅 다가와 버렸다. 막연한 불안감이 경탄을 압도한다. 오바마 대통령은 2013년 브레인프로젝트에 30억달러(3.5조원) 연방 연구기금 지원을 발표했다. 유럽연합은 사람의 두뇌를 시뮬레이션하는 뇌프로젝트에 11.9억 유로(1.5조원)를 지원한다. 우리 정부도 이것저것 구상을 모색하는데, 사실 진도도 늦었을 뿐더러.. 접근방법도 더 고민해야 할. 어찌됐거나...  


로봇 시대, 우리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쏟아지는 가설과 섣부른 전망들. 조금 차분하게 보고 싶다면 이 책을 권한다. 저자인 구본권 선배는 오랫동안 IT 산업을 들여다본 기자. 최근에는 디지털 시대와 사람이라는 주제에 집중하고 있다. 적임자가 제대로 정리했다. 이 책, 트윗만 해놓고 넘어갔다가.. 결국 살짝 엮어본다. 기록 않고 지나가면 아까울 책.


바벨탑에 다시 도전하는 로봇의 능력과 한계


프랑스어나 그리스어, 키릴문자로 가득한 메뉴판을 만나더라도 당황할 이유가 없다. Waygo, Word Lens, Polyglocam 같은 앱을 실행, 메뉴를 촬영하면 메뉴가 바로 영어로 번역된다. 현지어 간판과 교통표지판도 번역해준다


90개 언어 구글 번역 하루 이용 10억건, 월 이용자는 5억명에 이른다. 10년 넘게 연구해온 MS는 스카이프 영어스페인어 등 동시통역 제공. 일본은 2020년 도쿄올림픽을 '언어장벽 없는 올림픽'으로 선언, 자동 번역 개발에 박차


바벨탑을 올려 하늘과 맞닿고 싶었던 인간의 욕심을 신은 '다른 언어'로 응징했다던데. 인간은 언제나 욕심이 동력이 된다. 이제는 '다른 언어'를 연결하는 시대다. 로봇, 대체 못하는게 뭐냐. (영어 공부, 죽어라 하는 애들은 ..) 그러나 저자는 "오빠는 내가 왜 화났는지 몰라?" 라는 고전적 대사를 들이민다. 사람의 말은 의도와 맥락이 관건. 인공지능이 발달할수록 인간 고유의 사고력과 통찰력이 중요해진다고. 물론 이런 사고력과 통찰력은 로봇만 부족한게 아니라, 사람에게도 종종 부족하다는게 함정이긴 한데. 


기술 개발은 가장 쉬운 과제. 진짜 과제는 사용자 수용성과 윤리. '실수'란 사람에게 허용된 자유의 영역. 우리는 사람과 달리 기계에 대해서는 너그러울 수도, 자유를 부여할 수도 없다. 우연을 따르거나 무작위로 작동해서는 안된다.


기술 개발이 가장 쉬운 영역. 우리는 상상의 영역에 머물던 도전을 지켜볼 예정이다. 얼마나 더 놀라게 될까. 스스로 학습하며 진화하는 로봇의 시대. 어디까지 갈까. 인간은 어느 영역을 지킬 수 있을까. 


인간도 학습, 진화를 요구받는다


출신학교나 성적등 외형적 지표로 사람을 뽑는건 '게으른 방식'. 문제를 해결하는 보편적 인지능력과 리더십을 갖춘 지원자를 뽑기 위해 노력한다-(구글 채용담당)


얼마전 A교수가 물었다. 학생들에게 요즘 인터넷 기업 가려면 뭘 준비하라고 해야 하냐고. 삼성 같은 대기업 입사시험은 참고서까지 등장했지만 인터넷 기업들은 공부한다고 되는게 아닌 듯. 문제해결능력을 살펴본다고 하는데, 이게 뭘 외운다고 해결되는건 아니잖냐. 아이들에게 영어 수학 공부를 시키고, 대학에 가라고 하는게 거대한 사기극이란 생각이 든다. 좋은 대학 나온다고 취업이나 안정된 미래가 보장되지 않는 시대. 20세기, 혹은 더 오래 이어진 낡은 지식들을 써먹을 수 있을까. 졸업장의 가치는 축소되고, 포트폴리오나 활동 기반 평가나 평판이 관건이 된다는데. 


지식정보사회, 최신 지식습득 필수+미국은 데이터 전문인력 15~19만명 부족..스탠퍼드대 앤드루 응 교수가 진행하는 코세라 18주 과정 머신러닝 교육에 10만명, 같은대 세바스천 스런 교수 2011년 인공지능 강좌에는 16만명 몰렸다


그 와중에 데이터 인력은 늘 부족하다. 또 세계 최고의 인공지능 온라인 강좌에 십 만 명씩 몰려든다. 다들, 어디서 우물을 파야할 지 짐작하는 상황. 개발자의 시대다. 다만 개발자도 다 같은 개발자가 아니라고 봐야 하겠다. 쉬운 걸 개발하는 인력은 금방 그걸 해결하는 소프트웨어로 대체될 수도 있다. 


인터넷은 지식을 개방하고 연결, 생산과 유통구조를 바꿨다. 현재 고등교육 시스템은 더이상 유용하지 않다. 엄청난 양의 지식이 빠른 속도로 생산되는 환경. 지식 구조가 바뀐 디지털 세상에서 유용한건 스스로 학습자가 되어 끊임없이 탐구


Y와도 어제 이 이야기를 했다. 그는 순발력, 적응력, 학습력이 필요한 시대라고 내다봤다. 기술 전문가라면 새 기술을 끊임 없이 탐구해야 하고, 기술과 상관없는 인력들도 그 언어를 이해해야만, 트렌드를 읽어야만 한다. 평범한 일자리는 축소될 수 있다. Y는 '존잘러'들만 잘 살거라 했다. '존나 잘나가는 러너', 1%. 


"현재 마흔살 이상 세대가 역사상 가장 행복한 세대. 기술문명 편의를 최대한 누리면서 로봇에게 일자리를 빼앗기지 않고 은퇴할수있는 거의 유일한"(카이스트김대식교수) "전문직 일자리까지 사라지고, 첨단기술 혜택은 1%만"(폴 크루그먼) 


미국 UCSF병원등 약을 로봇이 조제. 600만건 조제에 실수율 거의 제로. 인공지능 문서검토/증거조사 e디스커버리로 1명의 변호사가 500명 분 일을 수행..보스턴컨설팅은 산업용로봇 덕에 한국에선 향후 10년 인건비 33% 감소전망


인공지능과 로봇이 바꿀 세상은 이걸 보는게 낫겠다.

아는 얘기도 많다고 생각하며 건성건성 멀티태스킹으로 보던 중. 
12분쯤.. 인간의 창의성? 그건 로봇이 못 할 거 같니? 뭐 이러면서... 지금 나오는 배경음악이 바로 로봇이 작곡한거락고 한다.. 어머나.. 당연히 구분 못할 정도로 훌륭.... 
그림을 그리고 음악을 한다고 해서 생계가 해결되는 건 단 한 줌의 소수. 그렇지.. 창의성 마저도 딱히 인간의 몫이 아닐 수도 있다. 대다수에게는.


로봇과의 공존, 공생 


영국의 트루컴패니언은 세계 최초 섹스로봇 록시를 수년째 개발. 퓨리서치는 2025년 섹스파트너로 로봇 등장 예측. 가상현실은 더 생생해지고 몰입적으로 바뀌고있어 사람보다 로봇을 선호할 거란 주장도. 성적만족 뿐 아니라 사회적 관계까지


아니나 다를까. 모든 기술의 발전 속도를 앞당겼던 건, 섹스산업. 역시 섹스로봇이 등장한다. 우리처럼 남아선호가 강했고, 한 자녀 정책으로 몰래 낙태까지 진행되면서 성비가 안 맞는 중국. 2020년에는 남자가 3천만명이 더 많다고 했다. 동남아 신부들을 모조리 수입할 기세지만.. 섹스로봇의 등장에 생각이 많아진다. 섹스로봇은 여성에 대한 고정관념을 강화하고, 인간관계에 육체적인것 외에는 필요 없다는 관점을 제공한다는 지적이다만.. 산업은 시장의 요구에 따라갈테지.. 그리고 결국은 정서적 교감의 문제로 들어간다. 우리가 디지털을 불신하는 한 영역. 


로봇과 감정적 유대는 원하지않는 감정을 제거하고 필요한 감정들로만 관계 맺는것. 그러나 감정은 통증이나 고통과 유사. 피하고 싶지만 사실 생존을 돕는 장치. 외로움은 관계의 기쁨을 알려주는 상대적 감정이며 상실과 좌절은 성취의 동력


참 꼼꼼하게 여러가지 측면을 살펴보는 책 아닌가? ㅎㅎ 외로움과 상실, 좌절마저도 그 존재 의미가 강렬한 감정들. 로봇과 감정적 유대를 나눠본들, 섹스로봇을 써본들.. 이런 측면도 있지 않겠냐고 경고한다. 로봇을 거창하게 생각할게 아니라, 채팅봇 정도로 생각해본다면..아마 많은 이들에게 위안이 될 수도 있을텐데. 그리고, 그렇다고 해서 상실과 좌절이 없어질 거라는 전망은 너무 낙관적이다.



인류는 어디로 가는가 


기계와의 경쟁에서 패하면 대안은 기본소득. 자본주의 유지하는 구매력과 소비는 해결. 그러나 사람에게 일이란..볼테르는 "노동으로 세 가지 악에서 멀어질 수 있다. 권태, 방탕, 궁핍"이라고. 기본소득으로 존엄 유지해도 안녕과 행복은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도 빨라질 수 밖에 없다. 일자리가 사라지고, 경제를 지탱해줄 소비자가 사라진다. 우리가 구매할 수 있도록, 뭔가 대책이 절실하다. 불공정한 분배 이슈가 계속되는데, 이제는 기본소득 정도가 아니고서야, 기대할 수 있는 정책도 없다. 그런데 문제는 기본소득이 주어져도 그게 전부가 아니란 것. 우리는 어떤 일을 하며, 안녕하고 행복할까. 혹은 일을 하지 않은채, 안녕할까.


인터넷과 자동화기기로 여가가 늘어날까? 시간이 절약될수록 시간에 압박감을 느끼는 빨리빨리병. 스스로 바빠야 한다고 느끼는 강박관념은 새로운 전염병. 부유해질수록 시간이 부족하다고 느낀다는 조사. 시간이 부족하다는 건 태도와 관점 문제


여가는 삶의 궁극적 목표. 여가시간 많아질수록 절제와 정의, 지혜가 요구된다-아리스토텔레스. 뇌에는 멍하게 쉬어야 작동하는 부위가 있다. '일하는 법'을 가르쳐온 대학은 '자유로워지는법'을 가르치며 직업 준비보다 문화적 중심이 되어야


우리는 대학에서 무엇을 배워야 할까. 현재 배우는 걸로는 취업도 어렵고, 취업 해서도 쓸모가 없다. 대학은 '자유로워지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는 얘기에 강하게 수긍한다. 동시에 자유로워진다고 해서 일자리를 구할 수 있는 건 역시 아니다. 대학은 무엇을 위해 존재할까. 그리고 우리가 자유로워지는 건 시민으로서 살아가며 계속 탐구해야 하는 영역이 아닐까. 


"2050년 이후 로봇이 사람 대신 지구의 지배자가 될 것. 지능형 기계가 아무리 선량해도 인간의 실존을 위협할 수 밖에 없을 것. 생태적 측면에서 로봇이 인간보다 환경에 훨씬 적합한 거주자이기 때문"-카네기멜론대 한스 모라벡


알파고를 만든 마인드맵에 대해 터미네이터의 스카이넷에 비유하는 건 농담처럼 들렸지만, 농담이 아닐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이제 인정한다. 저런 디스토피아에 동의하지는 않더라도, 저런 불안감을 버리기는 힘들다. 

엑스마키나. 한 번 보시기 바란다. 인간은 나은 점은 뭘까. 로봇에게 부족한 점은 뭘까.


로봇 시대, 사람을 위한 팁..


로봇이 우위를 가져가더라도.. 우리는 계속 희망을 찾는다. 그래서 이것저것 살펴보게 된다. 


호기심은 행복한 지적 결핍이자 인지적 불만족의 한 형태. 기계가 지능을 갖는 디지털 사회에서 호기심은 사회와 개인적 삶의 질에서 '호기심 디바이드'의 시대로. "시키는대로 하라"며 호기심 억누르던 한국식 전통 불구, 호기심이 열쇠


호기심에 대한 지적은 백 번 공감하는데.. 이건, 이 사회 전체의 숙제다. 외우고 또 외워서 점수만 따라고 가르치는 주제에 호기심을 권장한 적 있었던가. 로봇은 질문을 던지지 못한다고 했는데, 스스로 학습하는 로봇은 질문도 하고, 호기심을 가질 수 있을지도 모른다. 정작 우리는 로봇보다 인간이 나은 점이라고 떠드는 덕목들을.. 제대로 가지지 못한 경우가 많다는 걸 인정해야 할지도 모른다. 


소프트웨어 코딩 능력을 넘어서 알고리즘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파악할 수 있는 '코드 리터러시'가 핵심. 디지털 기술에 얼마나 깊이 의존하고, 영향받는지 자각하고 그 설계에 인간적 요구를 담아낼 수 있다. 코드 리터러시 전문가 필요


마침 오후에 학원 가는길에 딸이 물었다. 인공지능의 시대, 자기들은 일자리 없는 미래를 맞이하는게 아니냐고. 미안한 엄마의 대답은 이렇다. 기술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은 책 혹은 지식에 대한 공포에 이어 TV를 바보상자라 불렀고, 게임과 스마트폰에 대한 중독 탓만 하고 있지만.. 기술은 두려워할 대상이 아니라, 현명하게 사용해야 할 대상일 뿐이니 너무 걱정 말라고. 다만, 코드 리터러시라는 거창한 표현을 쓰지 않더라도.. 생각하고 성찰하고 질문을 던지는 인간이 되어야 한다. 스마트해져야 한다. 스마트한 시대에는 스마트해지지 않으면, 바보가 될 수 있다고. 어쩔 수 없구나.

(너희들이 맞이할 세상에 대해 지금 어른들이 해줄 수 있는 대답은 엉터리일지도 몰라. 우리 잣대로 뭔가를 이야기하는 자체가 문제일지도 몰라. ) 그저 현명하게 새로운 통찰력을 가지게 되겠지.. 열심히 스마트하려고, 애쓴다면 말이다.

우리 아이들이 또 어른들보다 나은 모습으로 잘 해낼거라 믿는다. 그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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